402화
【 외전 - 월드컵 조 추첨식 】
대칸이 한국 국가 대표 감독이 되었지만, 한동안은 조용하였다. 2033년까지는 웨스트 릴링에 집중하기로 이미 축구 협회와도 이야기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대칸이 본격적으로 국가 대표 선수들을 선발하여 월드컵을 준비하는 것은 2034년부터였다.
그런 대칸도 2033년 12월 1일은 웨스트 릴링 FC가 아닌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은 월드컵 조 추첨식이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대칸은 전날에 인천공항으로 전세기를 타고 도착하였다. 그리고 대칸은 도착한 날에 약속했던 사람을 한 명 만났다.
다음 날 2033년 12월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귀빈들이 모여들었다. 월드컵 조 추첨식이 여기서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대칸 감독도 강남에서 유명한 헤어숍에서 단장을 마치고 조 추첨식장에 입장하였다.
“감독님, 이쪽으로 오시죠!”
최준우 전무이사가 대칸을 반겼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대칸 감독님, 오래간만이네요.”
축구 협회의 정강훈 회장이 있었다.
“네, 회장님. 반갑습니다.”
일행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지정된 자리에 착석하여 행사를 기다렸다.
그 시간, 한국에서도 월드컵 조 추첨식의 생중계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 상암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에서도 중계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축구광과 챔피언스맨이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축구광입니다.”
“저는 챔피언스맨입니다.”
- 오~ 축하축하~
- 축구광 오래간만에 한국에서 방송하네!
- 챔피언스맨도 오래간만이야!
- 천만 유X버가 오셨다!
두 사람은 오세아니아 TV의 지원을 받아서 생중계 방송 진행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사람은 두 명만이 아니었다.
“다들 조별 추첨식 중계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중계를 위해 전문가 한 분을 더 모셨습니다. 전 국가 대표 출신으로 이제는 은퇴하신 권혁 선수입니다.”
“반갑습니다. 전 프로 축구 선수 권혁입니다.”
- 오~ 권혁이다! 권혁!
- 이제는 진짜 전 축구 선수, 그것도 국대 출신이 방송에 나오네.
- 축구광도 정말 많이 컸다. 이제는 이런 방송의 진행자도 되고.
- 축구광이 유럽 축구 현지 전문가의 대표라는데… 말 다 했지 뭐.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축구광은 조 추첨식 중계를 위해 설명하였다.
“오늘, 10분 후에 조 추첨식이 시작됩니다. 그 전에 조 추첨식에 대해서 설명드려야겠죠.”
축구광이 자연스럽게 권혁에게 넘겼다. 그러자, 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는 총 32개국입니다. 개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피파 랭킹에 따라 포트가 배분됩니다. 포트는 1번부터 4번까지가 있으며, 각 조에 1번 포트 1팀, 2번 포트 1팀, 3번 포트 1팀, 4번 포트 1팀이 들어갑니다.”
다음은 챔피언스맨의 차례였다.
“피파 랭킹은 2033년 10월 기준으로 순위에 따라 1번 포트에는 개최국 3개 팀과 5개의 높은 순위 팀, 2번 포트에 그다음으로 순위가 높은 8개의 팀, 3번 포트에도 그다음으로 순위가 높은 8개의 팀이 들어가고, 남은 8개 팀이 4번 포트에 속하게 됩니다.”
권혁이 자연스럽게 다음 멘트를 받아서 했다.
“그리고 조 추첨에 규칙이 있는데요. 각 조에는 대륙별로 쿼터가 존재합니다. 1개의 조에 같은 대륙의 나라가 들어갈 수 없는데요. 유럽의 경우는 참가국이 15개국이기 때문에 예외입니다. 유럽만 한 조에 2개의 유럽 팀이 들어갈 수 있으며, 다른 대륙의 경우 한 조에 1개의 나라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챔피언스맨과 권혁의 간단한 포트 설명과 조 추첨 규칙을 말하자, 축구광이 연이서 설명을 더했다.
“조 추첨은 1번 포트부터 시작합니다. 이번 2034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 중국, 일본은 고정 조이며, 다른 팀들은 뽑힌 순서대로 조에 속하게 됩니다. 2번 포트와 3번 포트 그리고 4번 포트의 팀들도 추첨자가 뽑은 순서대로 A조부터 G조까지 추첨될 예정입니다.”
- 오~ 축구광! 준비 많이 했는데?
- 챔피언스맨도 방송 경력이 많아서 그런지 여유롭다.
- 권혁 선수만 버벅거리네. ㅋㅋㅋㅋㅋ
- 짜란다~ 짜란다~ 짜란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축구광은 만족하며 다음 설명으로 넘어갔다.
“그러면 1번 포트부터 살펴보도록 하시죠.”
축구광의 말에 방송 화면에는 1번 포트에 속한 팀들이 보였다.
1번 포트 : 한국(개최국), 중국(개최국), 일본(개최국), 독일(1위), 브라질(2위), 아르헨티나(3위), 프랑스(4위), 잉글랜드(5위)
1번 포트 팀들을 보며, 챔피언스맨과 권혁이 코멘트를 하였다.
“한국은 개최국이라서 1번 포트에 속해있죠.”
“네, 맞습니다. 그리고 개최국이라 조도 확정되었죠. E조로 확정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E조의 모든 경기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며, E조의 1위 팀과 2위 팀이 하게 되는 16강전까지도 한국에서 경기가 열립니다.”
1번 포트에 한국이 속해있었기 때문에 챔피언스맨과 권혁은 다른 팀에 대한 언급은 일단 하지 않았다.
“다음 2번 포트를 살펴보시죠.”
2번 포트 : 스페인(6위), 이탈리아(7위), 네덜란드(8위), 멕시코(11위), 콜롬비아(13위), 미국(14위), 덴마크(16위), 스웨덴(17위)
“포트 2의 강팀은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멕시코……. 많네요.”
“사실, 2번 포트까지는 대부분이 강팀이죠.”
“그래도, 한국이 있는 E조에 왔으면 하는 팀은 콜롬비아나 미국이 좋아 보입니다.”
“덴마크나 스웨덴도 나쁘지 않습니다.”
2번 포트까지도 대부분은 강팀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만큼은 안 걸렸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3번 포트 팀으로 넘어가겠습니다.”
3번 포트 : 스코틀랜드(19위), 스위스(20위), 세네갈(22위), 폴란드(25위), 우루과이(28위), 나이지리아(30위), 터키(33위), 이란(34위)
“포트 3의 강팀은 스코틀랜드와 스위스입니다.”
“터키도 상당히 껄끄러운 팀입니다.”
“상대적으로 이란이 약해 보이는데, 같은 아시아 나라이기 때문에 E조에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나이지리아나 세네갈이 제일 좋은 상대 팀으로 생각됩니다.”
포트 3에서 피해야 하는 팀은 스코틀랜드와 스위스였고, 선호되는 팀은 나이지리아와 세네갈이었다.
“마지막, 4번 포트입니다.”
4번 포트 : 호주(35위), 러시아(38위), 이집트(39위), 그리스(43위), 가나(45위), 카메룬(46위), 핀란드(48위), 캐나다(51위)
“포트 4에도 무시할 수 없는 팀이 보입니다.”
“러시아와 그리스는 예전보다는 못해도 여전히 저력 있는 강팀입니다.”
“이집트와 가나도 아프리카 팀 중에서는 강하죠.”
“핀란드도 다른 유럽 팀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요즘 강해졌어요. 예전의 핀란드가 아닙니다.”
“호주는 아시아 국가라 E조에 들어올 수는 없네요.”
“그저, 캐나다가 걸리기만을 바라야죠.”
포트 4에서 피해야 하는 팀은 러시아와 그리스였고, 누가 봐도 약한 팀은 캐나다였다.
코엑스.
시간이 지나자, 모든 사람들이 행사장에 입장하였다. 그리고 사회자가 등장하였다.
“지금부터 2034 월드컵 조 추첨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짝짝짝짝.
조 추첨식 시작과 함께, 세 명의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중국 최고 지도자인 신타오, 일본 총리 고이즈미 요시 그리고 한국 대통령인 신기우까지 무대 위에 올라와서는 차례대로 축하사를 하였다.
귀빈들의 축하사에 이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한중일 대표 가수들이 나와서 같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3개국의 가수들이 나와서 공연을 하였다. 그리고 그사이에 대칸의 옆에 앉아있던 축구 협회 정강훈 회장이 대칸에게 말을 걸었다.
“감독님, 솔직히… 궁금해서 묻습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다시 보여주겠다는 말씀! 그거, 진심이신 건가요?”
궁금해하는 그에게 대칸은 아주 단호하게 대답해 주었다.
“당연하죠. 제가 감독으로 준비한다면 4강은 꿈이 아닙니다.”
대칸의 자신만만함에 정강훈 회장은 웃었다.
“하하하, 우리 계열사인 H 자동차의 정기홍 사장이 대칸 감독을 믿으라고 하던데. 그 친구가 실없는 소리 안 하는데… 정말 기대가 되네요. 대칸 감독님, 만약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대한민국의 새로운 4강 신화에 저도 한몫을 하고 싶네요.”
정강훈 회장은 대칸에게 명함을 하나 건네었고, 대칸은 그 명함을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행사가 종료되고,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그러면 조 추첨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윽고 추첨자들이 무대에 등장하였다. 그리고 각 포트별로 국가명이 적힌 종이가 들어있는 공이 담긴 통을 도우미들이 무대에 세팅하였다.
“첫 번째 추첨, 1번 포트부터 추첨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추첨은 정해져 있었다. 추첨자가 빨간 공을 뽑았다.
“첫 번째 추첨은 중국, 포트 A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추첨도 정해져 있었다. 노란 공을 뽑았고, 그 안에서 나온 종이에는 일본이 적혀있었다.
“두 번째는 일본, 포트 C입니다.”
세 번째 추첨까지도 정해져 있었다. 개최국인 한중일 3국의 경우, 포트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는 한국, 포트 E입니다.”
여기까지는 정해진 추첨이었다. 그리고 남은 1번 포트의 5개 팀들은 추첨자가 무작위로 뽑아서 각 조로 흩어지면서 1번 포트 추첨이 종료되었다.
“바로 2번 포트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최준우 전무이사가 대칸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죠?”
“네, 맞습니다. 과연?”
대칸은 흥미가 가득한 표정으로 2번 포트 추첨을 지켜보았다.
2번 포트 5번째 E조 추첨.
추첨자가 통에서 공을 하나 꺼내었다. 그러고는 공을 열어서 안에 들어가 있는 종이를 보여주었다.
[Spain]
“스페인입니다! E조의 2번 포트 팀은 스페인으로 결정되었습니다.”
2번 포트의 최강팀인 스페인이 E조에 당첨되자, 축구광이 있는 스튜디오에서는 탄식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 이건 아니죠!”
“스페인입니다. 2번 포트의 최강자 스페인이에요!”
“힘들겠네요. 하지만, 아직 안 끝났습니다. 3번 포트와 4번 포트를 잘 뽑으면 됩니다.”
정강훈 축구 협회 회장도 한숨을 내뱉었다.
“하~ 스페인이네요.”
“흠, 그러네요.”
대칸이 아무런 내색을 안 하자, 정강훈 회장이 궁금해서 물었다.
“감독님은 괜찮으세요?”
대칸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쉽지 않겠지만, 2번 포트 팀들은 다 힘들어요. 비슷합니다.”
대칸의 여유로운 대답에 정강훈 회장은 더욱 그가 마음에 들었다.
“3번 포트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다섯 번째 추첨, E조의 차례가 되었다.
“3번 포트 다섯 번째 추첨, E조 차례입니다.”
추첨자가 손을 움직여서 공을 흔들었다. 그리고 공을 하나 잡아서는 열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하나의 국가 이름이 적혀있었다.
[Swiss]
3번 포트 팀으로 스위스가 선택되자, 축구광은 고함을 질렀다.
“아!! 이건 정말 아니죠! 스페인에 이어서 스위스라니!!”
“와…….”
“2포트의 최강자와 3포트에서 강력한 팀이… E조에 편성되었네요. 망했어요.”
스위스가 뽑히는 순간 정강훈 축구 협회 회장의 안색이 굳어졌다.
“흠… 괜찮을까요?”
하지만, 대칸은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나쁘지 않아요.”
“네? 정말요?”
“네.”
대칸은 차라리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유럽 팀이 편했다. 스페인과 스위스라면 전력은 강하겠지만, 축구 매니저로 주요 선수들의 데이터는 대부분 있었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기에는 편했다.
“마지막 4번 포트 추첨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E조의 차례가 돌아왔다.
“E조에는 어떤 팀이 마지막으로 들어갈까요?”
추첨자는 이번에도 강력한 유럽 팀을 추첨하였다.
[Russia]
“아! 진짜!! 이게 뭐야! 망했어!”
축구광의 절규, 하지만 이번에는 챔피언스맨과 권혁도 폭주하였다.
“하… 말도 안 됩니다! 4번 포트에서도! 피해야 할 팀을 또! 또! 또! 만났어요.”
“너무하네요! 2번 포트에서 피해야 하는 팀, 3번 포트에서 피해야 하는 팀, 4번 포트에서 피해야 하는 팀을 모조리 만나나요? 이렇게 불행할 수가 있나요!”
다행히, 조 추첨식 사회자가 상황을 정리하였다.
“그런데, E조에는 이미 유럽 팀이 두 팀이나 있습니다. 그래서 대륙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러시아는 F조로 편성되겠습니다.”
유럽 소속의 3개 팀이 한 조에 들어갈 수 없다는 조건에 의해서 러시아는 F조로 넘어갔다.
“추첨자님, E조 다시 추첨해 주시죠.”
추첨자가 다시 공을 하나 선택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팀은 유럽 팀이 아니었다.
[Ghana]
E조의 마지막 팀으로 가나가 선택되자, 축구광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가나도 강팀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러시아보다는 좋네요.”
“한국, 스페인, 스위스, 가나까지 대한민국! 힘든 조에 편성됩니다.”
“그래도 우리의 대칸 형님! 대칸 형님이 이끄는 한국을 믿어야죠!”
E조의 4번 포트로 가나가 선택되자, 정강훈 회장은 살짝 한숨을 쉬었다.
“한국, 스페인, 스위스, 가나까지. 감독님 괜찮으신가요?”
그런데, 대칸은 의외의 대답을 하였다.
“차라리 러시아가 좋았는데…….”
“네?”
“가나도 괜찮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16강 진출은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해요.”
대칸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축구 협회 정강훈 회장은 그저 웃으며, 대칸의 어깨를 두드렸다.
“감독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2034 월드컵 조 추첨식이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