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화
휴가를 마치고 웨스트 릴링으로 돌아온 대칸은 조셉 다우스트 전력 분석 팀장과 신민호 스카우트의 도움을 받아서 한국 상황을 알아보았다.
“흠… 어이없네요.”
조셉 다우스트 전력 분석 팀장과 신민호 스카우트의 보고를 받은 대칸은 어이가 없었다.
“현재, 한국 축구 협회는 두 개의 파벌로 나누어져서 싸우고 있는 중이고.”
“얼마 전까지 한국 국가 대표 감독이었던 파울로 감독이 개인적인 이유로 자진 사퇴하자, 다음 차례로 저를 찾아온 거네요.”
“지금 국가 대표 감독 선임 주도권을 가진 최준우 전무이사의 파벌이 저를 선택하여 밀긴 하지만, 반대쪽 파벌의 방해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고.”
“일단, 축구 협회에서 보유한 자금도 별로 없군요. 그런데, 반대편 파벌의 눈치도 봐야 하니, 지원도 별로 없을 거고…….”
“그런데, 여전히 기술발전위원회의 입김이 강하다고요? 파울로 감독도 선수 선발에 자유롭지 못했네요. 그런데, 그 기술발전위원회는 또 반대편 파벌이 장악했네요.”
“거기에 반대편 파벌과 가까운 일부 K리그 팀들의 비협조적인 행동도 예상된다니. 거참! 어이가 없네요.”
한국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파벌 싸움에 자금 부족으로도 부족해서, 선수 선발도 자유롭지 못했고, K리그 팀들의 비협조적인 행동도 예상되었다.
“그래서, 그 어떤 감독도 한국 국가 대표 감독직을 원하고 있지 않습니다.”
조셉 전력 분석 팀장의 말대로, 괜찮은 한국인 감독들은 모두 국가 대표 감독직을 거절한 상태였다. 두 파벌사이의 싸움에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 감독들은 생각보다 적은 연봉에 감독직을 거절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을 잘 치르고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데!”
그때, 신민호 스카우트도 말을 꺼내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부탁한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감독이자, 한국 국적인 감독님에게 적은 돈으로 월드컵을 잘 치러주기를 바란 것으로 보입니다.”
대칸은 충분히 상황은 이해하였다. 그렇다면, 자신과 접촉을 시도한 최준우 전무이사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최준우 전무이사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신민호 스카우트가 준비한 보고서를 통해 대칸은 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축구 협회에 있는 두 개의 파벌 중에 하나의 수장이군요.”
한국 축구 협회는 K대 출신 파벌과 K대 출신이 아닌 파벌로 나누어졌다. 그리고 K대 출신이 아닌 파벌의 수장이 최준우 전무이사였다.
“상대적으로 깨어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대칸 감독님께 접촉을 시도한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지만 비주류 출신에 비선수 출신이었기 때문에 대칸에게는 축구 협회에서 단 한 번도 먼저 연락했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감독 선임 권한을 손에 쥔 최준우 전무이사는 자신의 파벌이 성공하기 위해서 대칸과 접촉을 시도한 것이었다.
“선하지만, 무능력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이군요.”
“맞습니다. K대 파벌이 세 번 연속 국가 대표 감독 선임에 실패하면서 최준우 전무이사가 기회를 가지긴 했지만, 국가 대표 감독이 되셔도 제대로 된 지원은 못 받으실 겁니다.”
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전화로 제안한 연봉은 고작 8억 원, 대칸의 주급이 4억인 것을 생각하면, 2주 치 주급에 불과했다. 연봉도 8억밖에 안 주는데, 다른 지원이 많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조직에서의 영향력도 밀렸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힘들 것이 예상되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정보를 조셉 전력 분석 팀장과 신민호 스카우트에게 들었는데, 웃음만 나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보고를 마치자, 대칸이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였다.
“아닙니다.”
“감독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감독실에서 나갔다. 그 후에도 대칸은 보고서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다시 살펴보고는 축구 매니저에게 말했다.
“이 퀘스트를 하라고 준 거야? 정말?”
하지만, 축구 매니저는 대답하지 않았다.
2일 뒤, 구단주실.
대칸이 데이비드와 아담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구단주실에서 약속을 잡았다. 그래서 대칸이 구단주실에 들어가자, 데이비드가 반겨주었다.
“형님, 오셨군요!”
데이비드가 있는 구단주실은 예전보다 많이 화려해져 있었다.
세 개의 리그 우승컵, 세 개의 FA컵 우승컵, 네 개의 리그 컵 우승컵, 두 개의 유로파 리그 우승컵과 마지막에 두 개의 빅 이어까지!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칸이 데이비드의 안내를 받아서 먼저 소파에 앉아있자, 잠시 후에 아담도 구단주실로 들어왔다.
“감독님, 휴가 잘 보내셨나요?”
“별로였네요.”
“하하하하! 그러실 만합니다.”
아담도 대칸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웃으면서 소파에 앉았다.
세 사람이 모이자, 대책 회의가 시작되었다.
“제가 전화로 두 분에게 먼저 말씀드렸지만, 제게 축구 매니저 긴급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가 대표 감독으로 꼭! 2034 월드컵에 참가하여 4강을 가야 합니다.”
대칸의 말에 데이비드와 아담이 고개를 끄덕였다. 축구 매니저 퀘스트의 악랄함을 두 사람도 몇 번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죠. 다행히 한국 축구 협회에서 웨스트 릴링 FC 감독과 겸직을 허가한다고 했죠?”
“네, 그 부분에 대해서 허가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형님, 다녀오시죠.”
아담과 데이비드는 당연히 동의해 주었다. 축구 매니저 퀘스트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허락은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대칸은 더 많은 것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단장님과 데이비드의 여러 가지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떤 도움이?”
대칸은 월드컵 4강을 위한 플랜을 말하였다.
“다음 33/34시즌의 절반은 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윈터 브레이크 이후에는 월드컵 준비에 집중하려고요.”
“4강에 못 가면 5년간 경험치를 못 받는다고 했으니, 월드컵에 집중해야죠.”
“반 시즌 정도는 어떻게든 버텨보겠습니다.”
윈터 브레이크가 시작되면 월드컵 준비를 위해 떠나겠다는 대칸의 말에 두 사람은 걱정이 많았지만, 허락하였다.
“그리고 웨스트 릴링에 있는 코치 일부를 한국에 데려가겠습니다.”
“그러시죠.”
“형님 뜻대로 하세요.”
팀의 일부 코치들을 데려가겠다는 말에도 두 사람은 동의하였다.
“이가람 선수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도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데려가세요.”
팀에 속한 한국 선수들을 시즌 도중에 데려가겠다는 것도 허락하였다.
“그리고 한국 국가 대표 선수 선발을 위해 전력 분석 팀과 스카우트 팀을 제가 이용하겠습니다.”
“네, 당연히 괜찮습니다.”
“형님, 그냥 묻지 마시고 마음대로 하시죠. 어차피 퀘스트 달성을 위한 일 아닙니까? 원하시는 대로 모두 이용하시죠.”
이번에도 허락이 바로 떨어졌고, 그 뒤로도 대칸은 한참 동안 요구 사항을 말했고, 아담과 데이비드는 그의 퀘스트 달성을 위해 무조건 허락하였다.
4일 뒤.
웨스트 릴링에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왔다.
“대칸 감독님, 반갑습니다. 최준우 전무이사입니다.”
최준우 전무이사를 비롯한 한국 축구 협회 직원들이 감독 계약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웨스트 릴링을 방문한 것이다.
“대칸입니다.”
대칸은 간단하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서는 옆에 있는 두 사람도 소개하였다.
“오늘 협상을 도와주실 웨스트 릴링의 아담 단장님과 우리 구단 변호사이신 데이빗 씨입니다.”
감독 계약을 논의하기 위해 변호사와 아담 단장이 나온 것이다.
최준우 전무이사는 일단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아담 단장을 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국가 대표 감독 계약에 아담 단장님은 왜 나오신 건가요? 웨스트 릴링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질문에 아담이 직접 대답했다.
“상관이 없지 않습니다. 저는 웨스트 릴링 FC의 단장입니다. 그리고 대칸 감독님은 웨스트 릴링 FC의 감독이고요. 겸업이라고 하지만, 웨스트 릴링과 한국 국가 대표 감독직은 연관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단장인 저도 계약을 살펴봐야죠.”
아담 단장의 말에 그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협상에 들어갔다.
최준우 전무이사는 직접 대화를 주도하였다. 그리고 계약 논의에 앞서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이번 2034 월드컵은 한중일 공동 개최 월드컵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본선 진출이 확정된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월드컵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관둔 파울로 감독까지 3년 동안 세 명의 감독이 관두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다음 감독을 찾다가 대칸 감독님께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모든 감독 후보들이 거절해서 대칸에게까지 연락했던 것이지만, 최준우 전무이사는 좋게 포장해서 말을 하였다.
“현재, 공동 개최하는 일본과 중국은 엄청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장들의 지휘 아래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진행하며,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고 있죠.”
일본은 세계적인 명장인 데콥 감독의 지휘 아래 J리그 선수들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준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중국도 엄청난 자금으로 스타급 선수들을 귀화시켜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은 준비가 많이 부족합니다.”
준비가 부족한 수준이 아니었다. 2030년 월드컵 최종예선 탈락은 기존 한국 축구 협회의 적폐들이 많이 물러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적폐들이 협회를 쥐락펴락하였고, 최준우 전무이사를 비롯한 새로운 인물들이 노력했지만, 힘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제대로 된 준비가 될 리가 없었다.
“감독님! 제발 우리 한국을 살려주십시오.”
최준우 전무이사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대칸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부탁하였다.
퀘스트 때문에 어차피 받아야 할 국가 대표 감독직이었다. 그럼에도 대칸은 4강 진출을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철저하게 자신의 요구 사항을 준비한 상태였다.
“제가 감독이 되면 어느 정도 지원이 가능할까요?”
“…….”
최준우 전무이사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 그가 여기에 오면서 준비한 것은 대칸의 감독 연봉 8억에 불과했다.
대칸은 그의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았다.
“저는 가능성이 없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미약하지만 가능성이 있어야 도전하지요.”
그러면서 대칸이 먼저 준비한 계약 조건을 보여주었다.
1. 감독 연봉은 8억으로 한다. 계약 기간은 2023년 9월 1일부터 2024년 8월 31일까지이다.
이미 엄청난 부자인 대칸에게 있어서 연봉은 큰 의미가 없었다. 이 조항에서 의미가 있는 부분은 정확히 1년만 하겠다는 부분이었으며, 이 기간에 대해서는 최준우 전무이사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2. 모든 국가 대표 선수 선발은 감독이 주도한다.
선수 선발 권한은 감독에게 당연한 권한이었다. 하지만, 여태까지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가 대표 감독들에게는 당연한 권한이 아니었다. 대부분 감독들은 기술발전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선수들을 선발하였다.
“하~ 이 부분은…….”
최준우 전무이사도 대답을 망설였다. 기술발전위원회라는 엄청난 조직의 반발이 예상되었던 것이다.
“당연한 걸 요구하는 겁니다.”
“…….”
최준우 전무이사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3. 2024년 2월에 K리그에 소속된 12명의 선수를 사전 선발한다.
아무리 대칸이 축구 매니저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된 선수가 없다면 경기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웨스트 릴링에는 다섯 명의 한국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열여덟 명의 선수들이 더 필요했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K1리그와 K2리그에 소속된 프로 선수 열두 명을 사전 선발하여 4개월 동안 훈련을 통해 선수들을 육성하고 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열두 명의 선수를 사전 선발한다고요? 각 팀에서 반발이 심할 겁니다.”
“대신에 한 팀에서 한 명씩 선발하겠습니다.”
대칸의 말에 최준우 전무이사의 안색이 살짝 좋아졌지만, 그래도 바로 대답할 수는 없었다.
“팀당 한 명의 선수 선발이면, K리그를 운영하는 데 큰 차질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열두 명이면 모든 팀에서 선발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칸의 말에 설득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최준우 전무이사는 자신의 영향력이 그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대답을 못 하였다.
“2002년처럼 리그 중단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절대 무리한 요구는 아닙니다.”
“하… 알겠습니다.”
최준우 전무이사가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가 대칸의 최소한의 요구였다. 이후에 추가적인 요구 사항에 대한 논의는 아담이 나서서 진행하였다.
“추가적으로 스태프 지원은 어떻게 됩니까? 대칸 감독은 우리 구단에 소속된 코치들과 스태프들을 일부 데려가려고 하는데, 주급 지급은 되는 거죠? 그리고 현지 스태프와 숙소 등 지원 사항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시죠.”
아담이 요구하는 세부적인 지원 사항에 대해서 최준우 전무이사와 그의 부하 직원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고, 변호사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직접 계약서를 현장에서 작성하였다.
모든 대화를 마치자, 변호사는 그 계약서를 최준우 전무이사에게 건네주고서는 한국에서 축구 협회 회장의 허가를 받으면 계약을 체결하자고 결론 내리고는 회의를 종료하였다.
일주일 후.
대칸에게 최준우 전무이사가 연락을 하였다.
- 저번에 논의했던 감독님의 모든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니 계약하시죠?
전무이사의 말에 대칸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월드컵 4강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알겠습니다. 다음 주에 제가 한국에 들어가면 계약을 하시죠.”
- 네, 그때 보시죠.
그렇게 대칸과 한국 축구 협회의 사전 협상이 완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