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화
【 프리미어 리그 우승이 보인다 】
체력 단련실.
체력 단련실은 선수들이 체력 코치나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서 근육을 단련하거나 재활 훈련이나 회복 훈련을 진행하는 장소이다. 라이언과 칼슨 그리고 대니얼도 모여서 같이 훈련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우… 이제는 정말 힘들군.”
대니얼은 무릎 회복 훈련을 하다가, 고통을 느끼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니얼 주장 괜찮아요? 많이 아파 보이는데?”
라이언의 말에 대니얼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겠어. 그래도 이번 시즌까지는 버텨야지. 아~ 훈련 더럽게 힘드네! 이 짓도 이번 시즌까지다.”
대니얼의 말에 옆에 있던 칼슨이 말했다.
“대니얼 주장, 정말 이번 시즌 마치면 은퇴할 거야?”
칼슨의 질문에 대니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래, 이번이 정말 내 마지막 시즌이야.”
그러고는 라이언과 칼슨을 보며 말했다.
“라이언은 지금 컵 대회에만 출전해서 속상하고, 칼슨도 대부분 교체 멤버로 경기에 나와서 아쉬워하는 것은 알아.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오래 선수 생활 하는 거야.”
대니얼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대니얼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둘 다 부상 조심해서… 오래 선수 생활 하라고.”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게리 코치가 대화에 참여해서는 말했다.
“네, 대니얼 주장의 말이 맞죠. 두 사람, 당장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현역 시절이 좋은 겁니다. 몸 건강히 오랫동안 축구하죠. 그리고 대칸 감독님이 이끄는 웨스트 릴링에서면 축구 선수로서는 만족할 만한 커리어가 따라올 겁니다.”
이번 시즌 벌써 리그 컵 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우승을 차지할지를 기대하며 라이언과 칼슨은 게리 코치의 말에 공감하였다.
* * *
3월 25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단이 원정 팀 라커룸에 도착했다.
“컨디션에 문제 있거나,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바로 말하세요.”
“선발 선수들! 10분 후에 출전 대기에 들어가야 합니다. 준비 마무리하세요.”
선발 선수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칼슨은 여유롭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교체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유롭게 준비를 할 수가 있었다.
“자! 다들 경기 시작 전에 파이팅 구호를 외치자!”
대니얼 주장이 모든 선수들을 불렀다. 그래서 칼슨도 대니얼의 주변으로 모였다.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손을 모으고서는 외쳤다.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선수들이 크게 파이팅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선발 선수들은 한꺼번에 이동하였다. 하지만, 칼슨은 여전히 라커룸에 남았다. 그리고 계속 경기 준비를 하였다.
케빈 전술 코치는 선발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나가자, 교체 선수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칼슨 선수? 아무런 이상 없죠? 잘 아시겠지만, 아주 약간이나 사소한 문제라도 있으면 말해주세요.”
“네, 없습니다.”
케빈 전술 코치는 메모를 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제 칼슨 선수에게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대칸 감독님께서 후반전에 출전시키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후반전 교체 출전 준비 부탁드립니다.”
“네.”
이번 시즌에만 무려 24번의 교체 출장을 했던 칼슨이었다. 그래서 그는 당연히 교체 출전을 예상하고 준비하였다.
삐삑.
심판이 휘슬을 불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칼슨은 시작되자 크게 외쳤다.
“고! 고! 웨스트!! 다들 잘하자고!”
벤치에 있는 코치들과 선수들은 칼슨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에게 큰소리로 응원하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치열한 경기를 치르고 있을 때, 벤치에서도 상당히 분주했다.
“감독님? 토트넘의 움직임이… 진형과는 전혀 다릅니다.”
“토트넘의 요셉 선수(473/482)의 컨디션이 좋아 보입니다. 수비적인 부분에 있어서 전술 변화는 어떻게?”
“카우아 선수(471/476)가 평소와는 다르게 딥플라잉 메이커 포지션에 위치했습니다. 헤르기 선수에게 전술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토트넘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대칸 감독과 코치들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대응하였다.
“진형 변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요셉 선수는 대니얼에게 신경 쓰라고 신호를 주세요.”
“카우아 선수가 롱패스를 못 하게 헤르기에게 더 올라가라고 하세요.”
대칸은 실시간으로 경기 피드백을 하였다.
칼슨도 벤치의 교체 멤버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후반전에 만약 앞서고 있다면 저랑 같이 나가겠죠?”
칼슨과 더불어 수비 교체 핵심 자원인 아펠레스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칼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도 그럴 가능성이 높을 거야.”
칼슨의 말에 아펠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웨스트 릴링 FC는 대부분 경기에서 앞서는 상황이 많았고, 칼슨과 마르크 그리고 아펠레스가 교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었다.
오늘 선발 출장한 보리스가 공을 잡았다.
“보리스! 들어가! 쏴버려!”
“보리스, 부탁한다!”
벤치에 있는 코치들과 선수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칼슨도 크게 외쳤다.
“토트넘 박살 내버려!”
그리고 그런 응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보리스는 현란한 테크닉을 보여주었다.
“오~”
가벼운 터닝으로 수비수들의 역동작을 유도하고는 보리스가 간결하지만 강한 슛으로 연결하였다.
펑~
그러면서도 킥은 무회전으로 날아갔고, 토트넘의 존 새비지 키퍼가 멋지게 뛰어봤지만, 공을 막을 수는 없었다.
“골~ 역시 보리스!!”
“보리스! 보리스! 보리스!!”
“보리스 최고다 정말 잘했어!”
전반 35분에 터진 웨스트 릴링의 선취골! 벤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환호했고, 칼슨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리스의 골에 환호하였다.
라커룸.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에 모든 선수들과 코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보리스? 괜찮아? 이상 없지?”
“대니얼, 무릎 부위 이상 없어? 아이싱 해줘?”
“딜런 체력은 괜찮아?”
“닥터! 여기에 파스 뿌려주세요!”
전반전에 격렬한 경기를 소화한 선발 선수들은 코치들과 트레이너 그리고 팀 닥터의 케어를 받았다. 빠른 체력 회복과 컨디션 점검 및 부상 점검에 들어간 것이다.
칼슨을 비롯한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은 라커룸의 구석에 모여있었다. 그들은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를 하면서 후반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반전 1:0, 불안한데요?”
“대칸 감독님과 플램, 케빈 코치님의 대화가 길어지는 거 보면 감독님도 고민이 되시는가 보네요.”
“토트넘도 저력이 있는 팀이다 보니, 한 골 차이는 불안할 수가 있죠.”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맹렬한 추격에 웨스트 릴링 FC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어야 1위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약간의 방심이라도 있어서는 안 되어서 대칸과 코치들의 고민이 길었다.
대칸과 플램 수석 코치 그리고 케빈 전술 코치가 대화를 마쳤는지, 플램 수석 코치가 칼슨에게 다가왔다.
“칼슨 선수!”
“네.”
“후반전 아마 20분 정도에 투입될 겁니다. 그때, 1점 차인 상태라면 수미에서 활동적으로 수비 중심의 움직임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수비형 미드필드 지역에서 협력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은 자주 있었던 오더였다.
“하지만, 점수 차가 2점이 넘을 경우에는 맨 마크에 들어갑니다. 맨 마크 대상은 요셉 페르트 선수(473/482)일 확률이 높습니다만, 대상이 바뀔 경우에 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맨 마크도 자주 부여받았던 임무다. 게다가 짧은 시간의 맨 마크에 있어서는 칼슨도 자신 있었다.
“만약, 동점이거나 우리 팀이 지고 있을 경우에 칼슨 선수가 투입된다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시되, 길게 롱패스를 자주 사용하라는 감독님의 지시가 있습니다.”
자주 부여받지 않은 역할이지만, 가끔씩 칼슨에게 대칸이 롱패스를 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의 ‘신의 축복(L)’ 스킬을 믿고 도박적인 플레이를 시도하였던 것이다.
플램 수석 코치의 지시를 받은 칼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칼슨은 남은 하프타임 동안에 머릿속으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시뮬레이션하면서 경기를 준비하였다.
후반 20분.
경기는 1:0 상황, 여전히 웨스트 릴링 FC가 1점 차로 리드를 유지하는 상황이었다. 대칸은 연속 경기 출장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딜런의 교체를 지시하였다.
대칸의 지시를 받은 플램 수석 코치가 칼슨에게 다가갔다.
“칼슨 선수!”
“네.”
“교체 준비하세요. 딜런 선수를 대신해서 경기에 들어갑니다.”
칼슨은 다급히 입고 있던 겉옷을 벗고서는 몸을 스트레칭하기 시작했다. 틈틈이 몸을 풀어놓기는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알고 있겠지만, 다시 역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헤르기 선수와 함께 수비에 치중해서 움직여 주세요. 아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준비를 마친 칼슨은 교체 투입을 위해 심판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심판이 교체 신호판을 들자, 딜런이 박수를 치면서 그라운드에서 걸어 나왔다.
짝짝짝짝.
“다들 잘하고 있어! 남은 시간 더 잘하자고!”
그리고 칼슨과 하이 파이브를 하면서 한마디 하였다.
“칼슨 잘 부탁해.”
“오케이, 나만 믿어!”
그리고 딜런은 라커룸으로 들어갔고, 칼슨은 뛰어서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칼슨이 들어가자, 헤르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칼슨, 오늘 토트넘의 후방 침투가 적극적이야. 수비수들을 도와서 후방 침투하는 선수들의 협력 수비에 집중해야 해!”
“알았어.”
“그리고, 내가 카우아를 따라다녀서 다른 선수들을 놓칠 수가 있으니, 전 방위 백업 부탁해!”
헤르기는 활동량이 많은 칼슨의 특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탁하였다. 그리고 칼슨도 고개를 끄덕였다.
토트넘의 공격은 매서웠다. 특히, 오늘 스가야(470/470)는 활동량이 많았고, 칼슨은 그의 움직임에 집중하였다.
탁…….
스가야에게 롱패스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기회다!’
칼슨이 태클을 하였다. 그래서 스가야의 공을 걷어내 버렸다.
“칼슨 좋았어!”
“나이스 플레이! 나이스!!”
“잘 걷어냈어!”
스가야는 아쉬워했고, 칼슨은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음에 뿌듯했다. 하지만, 계속 수비에 집중하며 외쳤다.
“드로잉 공격 수비하자! 수비!”
그리고 이런 식으로 계속 토트넘의 공격의 맥을 끊어버렸다.
후반 37분.
지고 있는 토트넘의 선수들의 움직임이 많이 공격적으로 변하였다. 그래서 이그나시(448/455) 선수가 공을 몰고 공격적으로 들어왔다.
‘어디로 패스하지…….’
이그나시가 패스를 고민하는 순간, 그 틈이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던 칼슨의 눈에 띄었다. 그래서 칼슨이 적당한 힘으로 이그나시를 밀면서 공을 빼앗았다.
“아!”
이그나시가 탄식을 토하는 순간, 칼슨은 빼앗은 공을 바로 전방에 있는 보리스를 보고 그냥 길게 때렸다.
펑~
칼슨의 롱패스는 매튜 코치에게 배운 대로 스피드가 있었지만 부정확했다. 하지만, 그의 스킬인 ‘신의 축복(L)’이 밝게 빛났다.
토트넘의 진영에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보리스는 토트넘의 두 센터백 찰리(445/452)와 브레드리(436/461)의 견제에도 버티면서 칼슨의 패스를 받았다.
그리고 정말 가벼운 바디 페인팅이었다. 그런데, 두 센터백이 동시에 속으면서 보리스는 그 틈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오!”
관중들의 감탄사! 그리고 보리스는 골키퍼의 가랑이를 겨냥하고 강하게 슛을 때렸다.
펑~
존 새비지 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공이 정확하게 통과해서는 골망을 흔들었다.
“와~”
토트넘의 홈구장에 얼마 안 되는 웨스트 릴링 FC의 원정 팬들의 함성이 터졌다. 그리고 보리스는 원정 팬들이 있는 구역으로 달려가서는 양손을 흔들면서 골 세리머니를 하였다.
“보리스~ 보리스~ 보리스~”
홈 팬들이 보리스의 골에 성원하였고, 그런 보리스에게 동료 선수들이 달려갔다.
“역시 네가 해냈어!”
“여기서 추가 골이라니 미쳤구나!”
“정말 필요한 타이밍에 멋진 골이야!!”
동료들의 환호에 보리스는 웃으면서도 칼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두 선수가 가볍게 포옹을 하면서 말했다.
“칼슨! 좋은 패스였어. 최고의 패스였다고!”
“네가 잘 넣은 거지.”
칼슨의 겸손에도 보리스는 계속해서 좋은 패스였다는 말을 반복하였다.
보리스의 추가 골이 터지자, 토트넘의 공격에 힘이 빠졌다. 선수들의 의욕이 매우 하락한 것이다.
칼슨은 그런 경기 분위기에도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공격수는 열 번 중에 한 번만 잘하면 영웅이었지만, 수비수는 열 번을 잘해도 한 번 실수하면 패배의 원흉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칼슨을 비롯한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수비에 집중하였고, 추가 시간까지 지나자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삐삐삑~
“나이스~”
“이겼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승리에 환호하였다. 그리고 토트넘 선수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칼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웨스트 릴링 FC의 원정 팬들이 모여있는 지역으로 갔다. 그리고 박수를 지면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칼슨! 오늘도 최고였다!”
“최고의 조커 칼슨!!”
“좋은 수비에 어시스트까지 잘했다!”
칼슨은 팬들의 환호에 아드레날린이 더욱 분비되었다. 그리고 벤치로 들어오자, 대칸이 칼슨의 어깨를 강하게 두드리며 말했다.
“역시! 칼슨, 최고다! 너는 정말 최고의 선수! 항상 정말 최고라고! 오늘도 최고였어!”
자신을 믿어주는 대칸 감독의 말에 칼슨은 밝게 웃었다.
교체 요원이지만, 경기에 뛰는 순간만큼은 행복했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팬들과 믿어주는 감독이 있어서 기쁜 칼슨이었다.
비록 다른 선수보다 역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지만, 칼슨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팬들과 믿어주는 감독이 있는 한, 걸어 다니지 못할 때까지 웨스트 릴링에서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게 칼슨의 축구 목표였고, 칼슨이라는 선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