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화
프리미어 리그 16차전은 웨스트햄과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는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었다.
웨스트햄과의 대결 대책 회의에서 대칸이 축구 매니저로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하다가 질문했다.
“미카엘 골키퍼 코치님? 디비드 골키퍼의 상태는 어떤가요? 많이 회복되었죠?”
회의실에서 대칸의 질문에 미카엘은 아주 밝게 대답했다.
“네, 아주 순조로운 상태입니다. 부상은 완전 회복한 상태고 컨디션을 올리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정확히 4주 만에 부상에서 회복하여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디비드였다.
“그러면, 이번 경기 웨스트햄전에서 후반 교체로 경기에 적응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네, 좋은 선택이십니다.”
그렇게 디비드 골키퍼의 복귀전이 결정되었다.
웨스트햄전.
웨스트햄은 리그 10위에 있는 중위권 팀, 웨스트햄의 입장에서는 유럽 대항전 진출을 위해서 승점 1점이 급한 상황이라서 모든 노력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였다.
그럼에도 웨스트 릴링이 당연히 경기에서는 앞서가고 있었다.
45:00
웨스트 릴링 FC VS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
전반 3 : 1
후반 0 : 0
합계 3 : 1
줄리오 자코민 19’, 44’
우드 포레스트 25’
헤이든 앰브로 29’
전반전이 끝났을 때, 전광판의 상황이었다.
‘2골 차면 여유 있네.’
그래서 대칸은 라커룸에서 플램 수석 코치에게 지시하였다.
“후반전에는 디비드 골키퍼 바로 투입하겠습니다.”
“네, 준비시키죠.”
그렇게 후반전이 시작될 때, 바로 디비드 골키퍼가 교체되면서 바로 그라운드에 투입하였다.
[아~ 디비드 골키퍼! 교체로 들어왔습니다.]
[저번에 부상당한 이후에 한 달? 거의 한 달 만에 복귀하는군요.]
[디비드 골키퍼의 투입에 팬들도 박수를 치며 환영해 줍니다.]
그리고 디비드 골키퍼는 무난하게 경기를 소화하면서 웨스트 릴링 FC의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
하지만, 도중에 사건이 하나 터졌다.
후반 22분.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 상황, 우측 미드필더로 출전한 우드는 오늘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전반전에 골을 넣기도 하였고, 지금도 좋은 타이밍에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그런 그를 공을 잡고 있는 마크가 확인하고서는 우측으로 파고드는 우드의 타이밍에 맞춰서 공을 패스하였다.
펑~
마크의 긴 스루패스가 적절한 속도로 날아갔고, 우드는 공을 잡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그는 허벅지에서 참지 못할 고통을 느꼈다.
“아!”
인내심으로 참을 수 있는 종류의 고통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져 버렸다.
[아~ 우드 선수!! …넘어졌습니다. 고통이 심해 보이네요.]
[이번에도 햄스트링인가요?]
우드가 쓰러지자, 팀 닥터들이 알아서 먼저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그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이번에도 햄스트링, 하~ 빨간색 부상… 그것도 네 달 부상이네.’
우드의 햄스트링이 결국 이번에도 대형 부상으로 다시 터져버린 것이다.
다음 날.
대칸은 아담 단장 그리고 팀 닥터들과 함께 아침부터 구단이 아닌, 요크 시티로 이동했다. 요크 시티에 있는 요크 병원은 웨스트 릴링 FC와 협약을 통해 선수들이 다치면 가장 먼저 입원하여 검사를 받는 병원이었다.
대칸 일행은 병원에 도착해서 먼저 담당 의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우드 선수의 부상은 어느 정도인가요? 많이 심각한가요?”
아담의 질문에 담당 의사는 미리 찍어두었던 MRI 자료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햄스트링 파열… 심각한 수준입니다.”
대칸과 아담은 사진을 봐도 잘 몰랐기 때문에 조용히 듣고만 있었지만, 스콧 팀 닥터와 크리스 스포츠 과학자는 사진을 보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하… 이 정도 상황이면, 심각하군요.”
“부상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거… 정말 우드 선수의 회복 속도가 느리면 시즌 아웃도 예상되네요.”
대칸은 이미 축구 매니저를 통해 네 달이라는 시간을 알고 있었지만, 팀 닥터들은 여기서 우드의 부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팀 닥터들과 담당 의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대칸과 아담은 먼저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우드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우드 선수… 결국 햄스트링 부상이 크게 터졌네요.”
“네, 어쩔 수 없었죠. 스킬부터 유리 몸인 선수입니다. 최대한 아이템을 써가면서 부상을 억제해 왔지만, 언젠가 이런 부상이 올 수밖에 없는 선수였죠.”
여태까지 대칸은 여러 가지 회복 아이템을 사용해서 우드의 부상을 억제하고 있었다. 그래서 3시즌 동안 어떻게든 일정 경기를 소화했지만, 이번에는 장기 부상이 결국 터진 것이다. 아니, 터질 부상이 터진 것이다.
“우드 선수의 부상… 구단이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아담은 대칸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실 아담 단장의 입장에서는 우드는 골치가 아팠던 선수이다. 수시로 부상을 당하면서 경기는 못 뛰는데, 치료비만 잔뜩 나오는 선수였다. 그럼에도 우드에게 주급은 물론, 시즌이 끝날 때마다 보너스까지 주었던, 가성비가 별로였던 선수였다.
“사실, 단장님이 생각하시는 부분은 이해합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가성비는 떨어지는 선수였죠. 하지만 충분히 구단을 위해 중요한 시기, 프리미어 리그 첫 시즌에 많은 것을 해준 선수입니다.”
대칸의 입장에서 우드는 프리미어 리그 첫 시즌에 팀이 적응하고 버틸 수 있게 도와주었던 고마운 선수였다. 그 첫 시즌을 잘 버텼기 때문에 웨스트 릴링이 프리미어 리그에 잘 정착하였고, 유망주들이 성장하면서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부상이 있어서 그렇지, 마인드도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충성심도 있죠. 그러니, 우드 선수가 은퇴할 때까지… 잘 챙겨줘야 합니다.”
결국, 챙겨줘야 한다는 대칸의 말에 아담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감독님의 대답은 충분히 예상했던 겁니다. 이번 시즌에 은퇴하겠다고 했던 대니얼과 안셀모와 같이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잘 챙겨주겠습니다.”
아담 단장의 말에 대칸은 안심할 수 있었다.
병실에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있던 우드가 반갑게 그들을 맞이하였다.
“감독님, 단장님! 와주셨군요.”
우드의 얼굴은 밝았지만, 그의 허벅지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붕대를 보고 대칸은 짠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두 사람의 방문에 우드의 보호자인 그의 부인은 병실을 나가면서 대화를 나누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리고 우드는 먼저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후… 어제 제가 그렇게 나갔는데도 경기에서는 이겨서 다행이네요.”
“…….”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문제야? 너의 부상이 문제지.”
그래도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먼저인 우드를 보고 아담은 할 말이 없었고, 대칸이 부상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이번에는 우드가 웃기만 하였다.
대칸이 먼저 조심스럽게 부상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우드, 너도 느끼고 있겠지만, 이번 부상은 조금 심각하다.”
우드는 의외로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아무래도 힘들겠죠?”
대칸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아담이 솔직하게 말했다.
“회복 기간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네 달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네 달… 네 달이라는 말에 우드는 참고 있던 한숨을 쉬었다.
네 달은 긴 회복 기간이었다. 이 네 달이라는 견적도 선수들의 회복 상황에 따라서 바뀌는데, 자신의 고질적인 부상인 햄스트링이었기 때문에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힘겹게 재활에 성공해도… 기간을 생각해 보면 이번 시즌은 거의 뛸 수가 없는 상황, 그것이 우드의 현실이었다.
우울해하는 우드에게 대칸은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착실하게 재활 훈련 하자, 그러면…….”
“그래도, 힘들 것 같은데요?”
우드의 말에 대칸의 입이 다물어졌다.
사실, 그게 현실이었다. 그의 햄스트링은 이미 심각한 수준, 힘든 재활 훈련을 무사히 끝내도 복귀전에서 다시 부상이 재발해도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다.
축구 매니저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상태 창도 이렇게 변해있었다.
우드 포레스트(29살, 미드필더, 440|448/465)
기술 157/165, 정신 176/181, 신체 107/119
스킬 : 심각한 유리 몸(U), 설명 :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 확률이 급상승합니다.
세부 설명 : 체력 60% 이하일 경우에 부상 확률이 3배 이상 증가합니다.
기존의 ‘유리 몸(R)’ 스킬이 ‘심각한 유리 몸(U)’으로 변경되면서 사실상… 선수로서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힘든 상황까지 도달하였다.
대칸이 아무런 말을 못 하자, 우드는 담담하게 말하였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라는 것을요.”
“우드…….”
그리고 그는 확실하게 말하였다.
“프리 시즌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번 시즌이 저의 마지막 시즌이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고 싶었는데… 여기까지이네요.”
우드는 이미 마음을 정리한 상태였다.
“저는 이제 은퇴하겠습니다.”
우드의 입에서 은퇴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우드의 은퇴하겠다는 말에 병실은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대칸이 아무런 말을 못 하자, 아담이 나서서 말을 하였다.
“우드 선수 괜찮겠어요? 아직 스물아홉 살… 어린 나이입니다. 이번 시즌 전에 은퇴하겠다고는 했지만, 정말 은퇴할 줄은 몰랐는데… 정말 괜찮겠어요?”
아담의 말에 우드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아쉽죠. 너무 아쉽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죠. 제 몸이 경기를 더 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죠.”
아담은 우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위로했고, 우드는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아쉬운지 말을 더하였다.
“정말 축구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시작했고, 행복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햄스트링 부상이 왔고, 결국에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은퇴하게 되었네요.”
우드는 잠시 과거를 회상하면서 후회를 하였다.
“제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거의 저에게 몸을 아끼라고 말하고 싶네요.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관리를 잘하라고……. 오래 축구를 하고 싶으면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그렇게 후회하는 우드, 하지만 이미 현실은 은퇴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담은 우드에게 단장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우드 선수, 아쉽지만, 은퇴를 결심하셨으니, 구단에서는 우드 선수의 의견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드리죠.”
그는 우드의 허벅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선수 생활이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일단 부상 회복에 전념하시죠. 우드 선수의 치료는 구단에서 책임지고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하는 우드에게 아담은 다른 배려도 계속 알려주었다.
“그리고, 은퇴한다고 하셔도. 이번 시즌까지는 저희 구단 선수입니다. 그러니, 이번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는 주급을 드리겠습니다.”
주급을 준다는 말에 우드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팬들이 먹튀라고 할 건데.”
“일부 악성 팬들은 그러겠죠. 하지만, 저희 구단은 우드 선수가 팀을 위해 뛰었던 열정을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담의 말에 우드는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대칸도 말을 더했다.
“그래, 그리고 은퇴는 제대로 하자, 이번 시즌 마치면 은퇴할 선수들이 몇 명 있으니까, 모두 같이 은퇴식은 해줄게.”
“네, 맞습니다. 감독님의 말씀대로 은퇴식도 하셔야죠. 그러니 마음 편하게 재활하시고, 은퇴식에는 걸어서 참석하시죠.”
대칸과 아담의 말에 우드는 정말 고마움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감독님과 단장님의 배려에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우드는 공식적으로 선수 생활을 종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