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화
【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
훈련장.
“다들 똑바로 움직여! 정신 차리고! 생각하며 뛰라고!”
플램 수석 코치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의 전술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은 약간 흥분된 기색이 있었고, 비장함도 느껴졌다.
‘확실히,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다르네. 완전 달라 챔피언스 리그는…….’
오늘 전술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선수들은 다음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었다.
보름 전, 8월 30일.
대칸은 오래간만에 정장을 차려입었다. 그리고 데이비드 구단주와 아담 단장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이런 형태의 정장이 너무 어색한데…….”
평상시 경기에 참여할 때 입는 편한 정장이 아닌,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구입한 고급 정장은 대칸에게 너무 불편했다.
“형님, 이제 시상식에도 자주 참여하셔야 하는데, 익숙해지셔야죠.”
데이비드의 말에 대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올해 우승컵 여러 개 들면, 그러면 여기저기 공식적인 자리에 불려가겠지.”
대칸은 지금 참석하는 챔피언스 리그 조 추첨식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모나코 그리말디 포룸.
챔피언스 리그 조 추첨식이 열리는 모나코 그리말디 포룸에 대칸 감독과 데이비드 구단주 그리고 아담 단장이 웨스트 릴링 FC의 대표로 도착하였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은 행사장 내부에 들어가서는 행사 도우미의 안내를 받아서 웨스트 릴링 FC의 관계자들이 앉는 자리에 착석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사람들이 찾아와서 인사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아담 단장님, 데이비드 구단주님!”
일단, 같은 잉글랜드 리그 구단이면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첼시의 관계자들이 찾아왔고, 인사를 나누었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여기서 만나게 되니, 기분이 좋군요.”
아담과 데이비드는 익숙하게 그들과 악수를 하며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어느새, 잉글랜드 축구계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서는 구단 상위 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잉글랜드 구단 관계자들의 인사가 끝났지만, 아직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다른 리그의 구단 관계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오래간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아틀란티코 마드리드의 그라데소 단장을 비롯한 여태까지 구단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친분을 나누었던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던 것이다.
특히, 아담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인맥을 과시하였다. 그리고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진행 도우미가 돌아다니면서 말했다.
“이제, 조 추첨식 시작 시간입니다. 다들 지정된 자리에 앉아주세요.”
아담과 데이비드는 도우미의 말을 듣고서야 자리에 착석하였다.
드디어 시작 시간이 되었고,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오면서 조 추첨식이 시작되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안녕하세요. 챔피언스 리그 조 추첨을 위해 모나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회자의 말에 모든 참여자들이 박수를 쳤다.
32개의 본선 진출 팀이 8개 조로 나누어져서 16강 진출 팀을 결정하는 조별 리그, 이 조별 리그의 조 추첨은 16강을 진출하는 것을 거의 확정 짓는 행위였다.
물론, 축구라는 스포츠에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이변과 변수가 많았지만, 그래도 약한 상대를 만나면 올라갈 확률이 높아지고, 강한 상대를 만나면 힘든 것은 어쩔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팀 관계자들은 약한 팀과 같은 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 추첨식에 참가하였다.
전년도 챔피언스 리그 하이라이트와 관계자들에 대한 간단한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모든 사전 행사가 끝나자, 조 추첨자가 무대에 올라왔다.
“그러면, 32개의 팀 리스트와 그 팀들이 어떤 포트에 들어가시는지 보시죠.”
무대 화면에 32개의 팀 리스트와 그 팀들이 어떤 포트에 들어가 있는지가 나왔다. 웨스트 릴링 FC는 유로파 리그 우승자 자격으로 챔피언스 리그에 참석했기 때문에 1번 포트에 속해있었다.
사회자가, 어떤 방식으로 조 추첨이 진행되는지 설명할 때, 데이비드가 주머니에서 작은 쿠키, 포춘 쿠키를 하나 꺼내었다. 그러고는 입에 넣고 씹으면서 대칸에게 말했다.
“후… 부디 좋은… 약한 팀들과 만나야 할 텐데요.”
대칸도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자의 조 추첨 방식 설명이 끝나자, 조 추첨이 이어졌다.
“먼저, 1번 포트의 팀들부터 조를 추첨하겠습니다.”
조 추첨자가 1번 포트 여덟 개 팀을 차례대로 추첨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덟 개의 공이 들어가 있는 커다란 통에서 하나를 꺼내었다. 그리고 공을 열어서 그 안에 있는 종이를 활짝 펴서 보여주었다.
“먼저 가장 첫 번째로 뽑힌 팀은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레알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포트 1 추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 공을 뽑았을 때, 사회자가 외쳤다.
“세 번째는 웨스트 릴링 FC입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호명되자, 카메라가 데이비드 구단주를 비롯한 웨스트 릴링 FC의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세 사람은 그저 웃었고, 사회자가 다음 말을 하였다.
“조 추첨은 A조로 결정되었네요.”
그렇게 포트 1 추첨에서 웨스트 릴링 FC는 A조로 결정되었다.
포트 1 추첨이 끝나고, 잠시 간단한 행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행사들이 끝나자, 포트 2 추첨이 이어졌다.
“포트 2에 해당되는 팀들의 리스트 보시죠.”
포트 2에 속하는 팀들의 리스트를 보며, 아담이 대칸에게 물었다.
“어떤 팀이 우리 조에 속하면 좋을까요?”
대칸은 리스트를 보며 말했다.
“같은 잉글랜드 팀은 우리 조에 올 수 없으니… PSG나 AS 로마만 피했으면 좋겠네요.”
2번 포트에 속하는 팀 중에서 가장 강한 팀은 저번 시즌 아쉽게 리그앙에서 우승을 놓쳤지만, 클럽 랭킹이 상당히 높은 PSG와 이탈리아에서 요즘 떠오르고 있는 AS 로마였다.
추첨자들은 2번 포트 팀들을 추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번째 공을 뽑았을 때, 대칸이 꺼려하는 팀의 이름이 나왔다.
“3번째 팀은 PSG입니다. 그리고 조는…….”
두 번째 조를 추첨하는 공에서 나온 단어는 ‘A’였다.
“A조입니다. A조에 웨스트 릴링 FC와 PSG가 들어가게 됩니다.”
카메라가 PSG 관계자들을 화면에 담자, 그들은 진지한 얼굴로 서로 귓속말을 하였다.
2번 포트에서 대칸이 원하지 않았던, 강팀 PSG가 추첨이 되어 A조에 합류하였다.
2번 포트 추첨을 마치고, 이번에도 간단한 시상식이 이어졌다. 그 동안에 데이비드와 아담, 대칸은 대화를 나누었다.
“PSG… 이번 시즌 많이 강해졌죠?”
“네, 저번 시즌 우승을 못하더니… 엄청난 이적료를 사용해서 팀 스쿼드를 보강했습니다.”
대칸의 말에 아담은 한숨을 쉬었고, 데이비드도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포춘 쿠키가 오늘 일을 못하네요. 2번 포트 최고의 강팀을 만나고.”
“3번 포트와 4번 포트에서 약한 팀을 만나면… 포춘 쿠키가 할 일 하는 거겠지.”
어차피, 조별 리그에서 16강에 진출하는 팀은 두 팀, 3번 포트와 4번 포트에서 쉬운 팀을 만나면 PSG와 한 조가 된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세 번째 포트 추첨에 들어가겠습니다. 일단 3번 포트에 해당되는 팀의 리스트 보시죠.”
이번에도 화면에 3번 포트에 속하는 팀의 리스트가 들어왔고, 아담은 동일한 질문을 하였다.
“감독님, 3번 포트에서는 어떤 팀이 좋을까요?”
이번에도 대칸은 꺼려하는 팀을 언급하였다.
“3번 포트… 그래도 2번 포트보다 무게감이 확실히 떨어지네요. 인터밀란이나 PSV, 레버쿠젠이 아니라면 다 편하게 상대할 것 같습니다.”
PSV는 네덜란드 리그의 우승자였고, 분데스리가의 레버쿠젠도 이번에 세대교체에 성공하여 이번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좋은 기량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밀란은 아무리 예전의 명성보다는 못하다고는 하지만, 저력이 있는 전통 명문이었다.
추첨자들의 추첨이 다시 시작되었다. 추첨자가 공을 뽑아서 열어서 그 안에 있는 종이를 꺼내자, 거기에는 처음부터 3번 포트의 강팀인 인터밀란이 적혀있었다.
“3번 포트 첫 번째 팀은 FC 인터밀란입니다.”
조가 적힌 공을 추첨하는 동안에 모든 관계자들은 숨을 죽여 기다렸다. 이미 추첨된 팀들은 모두 인터밀란이 자신의 조에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추첨자가 조가 적힌 공을 오픈하여 그 종이를 공개하였다.
“A입니다. A조에는 웨스트 릴링 FC와 PSG 그리고 인터밀란이 속하게 되었습니다.”
A조라는 말에 카메라를 통해 중계되는 인터밀란의 관계자 중에 한 명은 골치가 아픈 듯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리고 그의 심정과 PSG 관계자들의 심정, 그리고 대칸의 심정이 동일했다.
조 추첨식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여기까지만 봐도 이미 죽음의 조라는 생각을 하였다.
3번 포트의 추첨이 끝나고, 이어진 시상식… 대칸과 아담, 데이비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조 추첨은 망했다. 죽음의 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4번 포트 추첨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4번 포트에 해당되는 팀의 리스트를 보시죠.”
사회자의 말에 이번에는 4번 포트 팀들의 리스트가 올라왔다. 그리고 아담이 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에서는……. 아… 아닙니다.”
어떤 팀이 A조에 들어오면 좋은지를 물어보려다가, 멈춘 아담이었다. 앞서 물어봤던 것 때문에 오히려 강팀만 뽑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칸도 속으로 생각만 하였다.
‘4번 포트의 팀들은 모두 할 만해. 그래도 셀틱과 포르투, 안더레흐트는 신경 쓰이네.’
대칸은 4번 포트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판단되는 팀, 스코틀랜드의 맹주 셀틱과 저번 시즌에도 16강에서 강팀을 꺾으며 이변을 한번 일으켰던 포르투, 그리고 벨기에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우승한 안더레흐트까지, 이 세 개의 팀이 신경 쓰여서 안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네 번째 추첨까지 FC 포르투와 셀틱 FC는 나오지 않았고, A조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섯 번째 추첨.
“4번 포트의 다섯 번째 팀은 FC 포르투입니다.”
FC 포르투의 관계자들은 제발 A조만은 피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아있는 조, 아니 모든 조 중에서 A조가 제일 힘들었다.
그렇지만, 두 번째 추첨자가 오픈한 공에서는 ‘A’라고 적힌 종이가 있었다.
“A조입니다. FC 포르투가 웨스트 릴링 FC, PSG, FC 인터밀란과 함께 A조에 편성되었습니다.”
FC 포르투의 관계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대칸도 같이 고개를 흔들었다.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최고 죽음의 조가 탄생하였다.
다시, 훈련장.
죽음의 조에 편성되었지만, 다행히 첫 경기는 그래도 가장 전력 차가 많이 나는 FC 포르투와의 경기였다.
대칸은 코치들과 상의하여 FC 포르투전에 출전하기로 결정한 선발 선수들을 확인하였다.
FW : 예케 포르투(470/481)
LWF : 줄리오 자코민(447/446), RWF : 니클라스 드레(454/490)
MF : 카마인 피오렌트(434/451)―토니뉴 크로스(452/422)
DM : 안셀모 피사니(452/479)
LWB : 라이언 힐(440/412), RWB : 아브론 막시(453/439)
DF : 아펠레스 네이토 올리버즈(456/475)―아메이 레로이(462/434)
GK : 제가르 가보스키(421/428)
프리미어 리그 스쿼드에 들어가지 못해서 쉬고 있던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고, 기회를 받지 못했던 백업 선수들이 출전하다 보니, 일단 훈련받는 선수의 체력과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FC 포르투 정도는 가볍게 이길 만한 전력!
‘그래, 죽음의 조이지만… 첫 경기부터 이기고 차근차근 올라가자.’
대칸은 그렇게 마음가짐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