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천재 감독이 되다-334화 (334/445)

334화

【 아시아 투어 】

2주간의 전지훈련을 마친,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의 다음 스케줄은 바로 아시아 투어였다.

자주 있었던 한국에서의 친선경기를 확대한 웨스트 릴링의 프로모션으로 아시아 팬들을 사로잡기 위한 기획을 벤자민 기획 팀장과 데이비드가 준비했던 것이다.

대칸이 선수 이적에 관련된 업무를 본다고 웨스트 릴링에 있는 사이에 선수들과 코치들은 먼저 전세기를 타고 중국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그리고 대칸은 보리스의 영입이 확정되자, 급하게 비행기를 예약하여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였다.

중국으로 이동하는 대칸의 옆에는 동행이 한 명 있었다. 그는 이번 아시아 투어를 기획했던 벤자민 기획 팀장이었다.

“이번 아시아 투어 일정입니다. 감독님께서도 확인하시죠.”

예전에 벤자민 기획 팀장이 보고했던 내용과 대부분 상이한 일정과 내용이었다.

“중국에서 한 경기, 한국에서 두 경기, 마지막 일본에서 한 경기네요.”

“네, 예전 감독님께 말씀드렸던 경기는 동일하나, 일정이 약간 변경되었습니다.”

“단 5일 만에 네 경기라, 빠듯하긴 하네요.”

“그래서, 마지막 경기를 제외하고는 주전 선수 출전 조항은 빼긴 했습니다.”

벤자민 기획 팀장이 마음에 드는 말을 하였다.

“그건 꼭 들어주셔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투어에는 육성군 선수들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어떻게든 소화가 가능하겠네요.”

다행히 육성군 선수까지 포함하면 50명의 선수가 투어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나눠서 출전시키면 무난하게 네 경기 소화가 가능하였다.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대칸이 공항 출구를 나오자,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몰려들어 대칸에게 어색한 영어로 각종 질문을 퍼부었다.

“대칸 감독님, 중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베이징의 에이스 쯔쉬안 선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웨스트 릴링이 중국까지 온 것을 보면 재정에 문제가 있나요? 중국에서는 슈퍼리그에 해마다 엄청난 금액을 투자합니다. 중국 팀의 감독이 되실 생각은 있으신가요?”

“인터넷 방송인 출신으로 운이 좋아서 감독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 리그에서도 증명할 수 있나요?”

“중국에는 엄청나게 좋은 선수가 많습니다. 어떤 선수에게 관심이 있으신가요?”

“대칸 감독님도 공자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말이지… 이상한 질문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질문에 대칸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서는 대답했다.

“정식으로 인터뷰 요청하세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은 닥치시고요! 그리고 관심 있는 중국 축구 선수 없습니다. 모든 중국 선수를 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수준 미달이더군요.”

그러고는 바로 공항을 나와 호텔로 이동하였다.

아침.

호텔에 도착해서 대칸이 잠에 든 지 두 시간도 안 지난 시간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대칸의 방문을 강하게 두드렸다.

“감독님, 감독님!”

대칸은 피곤한 표정으로 일어나서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벤자민 기획 팀장이 급하게 들어왔다.

“감독님, 언론에서… 감독님에 대한 나쁜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벤자민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대칸에게 이상한 기사들을 보여주었다.

- 웨스트 릴링의 대칸 감독, 중국에 괜찮은 축구 선수가 없다!

- 대칸, 거만하게 질문 따위는 받지 않겠다고 말하다

- 소국의 감독 주제에 대국의 선수들을 무시하다!

- 전문성이 검증 안 된 운 좋은 인터넷 방송인 출신 축구 감독이 대중국을 무시하다니?

- 대칸 감독, 쯔쉬안 선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선수!

- 쯔쉬안 선수만이 아니라 모든 중국 선수에게 관심 없다

- 베이징의 쯔쉬안 선수, 대칸 감독의 웨스트 릴링 부숴버리겠다

중국의 온갖 언론사들이 자극적인 기사를 올렸다. 그리고 대칸은 한숨을 쉬었다.

“감독님, 중국 언론의 반응이 너무 안 좋습니다.”

“벤자민 기획 팀장님, 중국 언론은… 그 대단한 잉글랜드 언론보다 쓰레기입니다.”

“하지만…….”

벤자민은 거대한 시장인 중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감독인 대칸이 동양인이다 보니, 좋은 마케팅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제가 바짝 기어도 중국 사람들은 웨스트 릴링 별로 안 좋아합니다. 제가 한국인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가 감독으로 있는 한은… 중국 마케팅 포기하세요.”

대칸의 말에 벤자민은 아쉬웠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를 놓기로 결정했다.

언론 보도를 확인한 대칸은 얼굴 표정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상태로 질문했다.

“중국 일정은 오늘 저녁 베이징 궈안과의 경기가 마지막이죠?”

“네, 친선경기가 중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입니다.”

다행히, 다른 중국 일정인 선수들 사인회나 CF 촬영, 그리고 주요 선수들 인터뷰는 어제 이미 했었다.

“경기가 끝나면, 바로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이 짧은 시간에 이상한 경험을 한 대칸은 아주 약간이라도 빨리 중국을 벗어나고 싶었다.

오후.

대칸을 포함한 웨스트 릴링 FC는 베이징 궈안의 홈구장인 ‘베이징 노동자 경기장’으로 이동하였다.

“와~ 와~”

도착해서 버스에 내렸을 때, 벌써 엄청난 함성이 이미 경기장을 채우고 있었다.

“여기까지 함성이 울리네요.”

6만 명이 넘게 들어갈 수가 있는 대형 경기장이었다. 그런 경기장의 모든 좌석을 관중들이 채웠다는 것이다.

대칸은 뭔가 진지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나쁜 기분은 버리고, 좋은 친선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하며,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베이징 궈안 관계자가 입구에서 대칸을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중국인 통역이 말을 하였다.

“아직, 경기 시작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궈안의 구단주님께서 초대하셨습니다. 같이 가시죠.”

친선경기 때, 구단의 구단주나 단장과 만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대칸은 아무 생각 없이 그를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 도착한 곳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이었다.

“…….”

기자회견장이었다. 그리고 대칸이 들어서자, 관계자의 말을 통역이 전달하였다.

“여기서, 잠시 기자들 질문에 대답해 주시죠.”

그리고 수많은 기자들이 사진을 찍었고, 대칸은 옆에 있던 벤자민 기획 팀장을 보았다.

“기획 팀장님, 기자회견이 있다는 것은 못 들었는데요?”

“네, 저도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

궈안의 구단주가 예정에 없었던 말도 안 되는 기자회견을 추가한 것이다.

대칸이 입국하면서 발생했던 새벽 사건이 많이 이슈가 되었고, 중국인을 무시한 대칸에 대한 불만이 더해져서 궈안 구단주가 만든 말도 안 되는… 상식에서 벗어난 자리였다.

대칸과 벤자민 기획 팀장이 머뭇거리자, 기자들은 대칸이 자리에 앉지도 않았는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입국하면서 인터뷰하신 내용이 화제입니다. 정말 중국인을 무시하고 계신 겁니까?”

“쯔쉬안 선수를 무시하셨는데, 뮌헨에서 뛰고 있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하오란 선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국 사람들에게 사과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중국 일정에 늦게 도착하셨는데? 중국 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쯔쉬안 선수를 비롯한 베이징 선수들이 무시받았다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번에도 정말 수준 떨어지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대칸은 옆에서 무언가를 말하려는 궈안의 관계자를 무시하고 기자회견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라커룸.

경기 시작 전에 대칸은 플램 수석 코치와 케빈 전술 코치를 불러서 상의하였다. 그런데…….

“네? 선발 선수 명단을 변경하시겠다고요?”

대칸은 독단으로 이번 친선경기 선발 명단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그 명단을 보고 플램 수석 코치와 케빈 전술 코치가 한숨을 내쉬었다.

FW : 줄리오 자코민(439/446)―오스카 페테리어스(395/461)

LMF : 자카리스 자잭(382/479), RMF : 헤소 포르셀(413/472)

MF : 카마인 피오렌트(426/451)―세핀 쿠차스키(378/486)

LWB : 보가단 제르릭(383/455), RWB : 잔 매드슨(366/477)

DF : 콴토 그레비사노(420/435)―왓큐 네큐어르(377/437)

GK : 미하젤 프젝(396/431)

“감독님, 이건 조금 그렇지 않나요?”

“주전 선수들이 단 한 명도 없는데요.”

아무리, 친선경기이며 주전 선수 출장 보장 조항이 없다고는 하지만… 보통 주전 선수들이 일부 출전하여 팬 서비스를 하는 동시에 반대편에게 예의를 지켜주었다.

그런데, 대칸은 거의 대부분 육성군 선수들을 출전시킨 것이다.

“이 선수들로 출전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이들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입니다.”

대칸은 베이징 궈안을 육성군 선수들로 박살 낼 생각이었다.

그라운드.

친선경기 시작 시간이 되어가고, 경기장의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설마? 저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나오는 건가요?”

“아는 선수가 한 명도 없는데요?”

베이징 궈안의 선수들은 당황해했고, 경기장을 방문한 팬들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보던 선수들이 없는데?”

“다들 어린 선수들이네요. 유소년 팀인가요?”

“에드워드는? 오사마는? 레알 출신인 로카나 안셀모는?”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웨스트 릴링 FC의 선발은 유소년 선수들이었다.

삐삐삑~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베이징 궈안 선수들과 경기장을 채운 중국 팬들은 웨스트 릴링 FC를 상대로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냈다. 한국 출신 감독이라는 것도 싫었고, 언론에 대칸이 했던 말도 싫었다. 게다가, 경기에 유소년 선수들만 출전시킨 것이 화룡점정이었다.

“EPL이면 다인 줄 아나? 박살 내버려!”

“베이징 궈안! 짜요! 짜요!”

6만 명의 팬들의 성원에 베이징 궈안의 선수들도 매우 전투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프리미어 리그? 그까짓 것이 뭐라고? 나도 언제든지 갈 수 있었어!’

특히, 궈안 에이스인 쯔쉬안은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대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베이징 궈안 에이스인 쯔쉬안의 능력치는 381/415, 중국 슈퍼리그에서야 좋은 선수일지 몰라도, 웨스트 릴링의 백업의 백업에도 못 미치는 능력치였다.

전반 13분.

중앙에서 카마인이 공을 잡았다. 그리고 궈안 선수들의 틈을 노리고 강하게 스루패스를 날렸다.

펑~

허술한 수비진을 뚫고 공은 바로 줄리오에게 이어졌다.

[웨스트 릴링의 줄리오 선수 공을 잡습니다.]

오늘 경기에 나온 선수 중에 골키퍼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1군이었던 줄리오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공이 오자, 거침없이 몸을 움직였다.

타타… 탁!

[아~ 역시 줄리오! 야우민 선수가 쉽게 뚫립니다.]

챔피언십 리그 수준도 안 되는 궈안의 수비수를 가볍게 뚫은 줄리오는 안 들어가도 상관없다는 느낌으로 강하게 공을 찼다.

펑~

무회전으로 들어간 슛이 궈안 골키퍼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궈안 키퍼는 정면으로 오는 공을 막으려 했지만, 마지막에 살짝 휘어지면서 공이 허무하게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철렁~

“…….”

골이 들어가자, 베이징 노동자 경기장이 도서관처럼 조용해졌다. 그리고 줄리오도 ‘골이 너무 쉽게 들어갔네.’라고 생각하면서 별다른 골 세리머니 없이 돌아갔다.

그리고 이것은 웨스트 릴링 FC 공격의 시작이었다.

전반 29분.

사이드로 침투한 헤소가 크로스를 날렸다.

펑~

낮고 빠른 크로스.

웨스트 릴링 FC의 육성군 선수들은 리저브 경기를 통해 프리미어 리그급 선수들을 많이 경험했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에게 있어서 베이징 궈안 선수들은 크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그들이 하는 수비, 아무리 거칠게 몰아붙여도 리저브 경기에 비하면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크로스가 올라가자, 오스카도 베이징 궈안의 수비수들과 함께 뛰어올랐다. 하지만, 오스카의 점프를 막을 만한 수비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스카는 바로 찍어버렸다.

오스카의 날카로운 헤딩슛이 골대 구석을 향했고, 베이징 궈안 골키퍼가 몸을 날려보았지만.

철렁!

웨스트 릴링 FC의 두 번째 골도 아주 부드럽고 가볍게 터졌다.

스코어가 2:0이 되자, 베이징 궈안 선수들의 플레이가 거칠어졌다.

퍽~

“허…….”

거친 몸싸움… 아니 노골적인 반칙에 플램 수석 코치가 움찔하였고, 대칸도 살짝 놀랐다. 하지만, 거친 반칙을 당한 자카리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일어났다.

그리고 위시드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녀석들을 그리 약하게 키우지 않았습니다.”

올드 스쿨 방식, 예전 교육 방식인 위시드 루크 감독은 잉글랜드의 거친 축구에 육성군들이 빠르게 적응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훈련도 상당히 거친 편에 속했다. 웨스트 릴링 FC의 최첨단 의료 시설을 믿고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이다.

그래서 실제 부상자들도 많이 나오긴 했지만, 데이비드가 아담에게 부탁하여 ‘대회복(L)’ 스킬로 회복하거나, 아이템으로 회복을 하였다. 그것도 안 된다면 그냥 재활을 시키면서도 강한 훈련은 지속하였다.

그러다 보니, 중국 선수들이 아무리 강하게 반칙해도 끄떡없는 육성군 선수들이었다.

“뭐야? 이 녀석들?”

거의 반칙에 가까운 플레이에도 정말 쓰러질 정도의 반칙만 아니라면 다시 일어나서 경기에 뛰는 육성군 선수들의 모습에 베이징 궈안 선수들이 오히려 오싹함을 느낄 정도였다.

삐삑~

베이징 궈안 선수들은 다시 반칙을 했지만, 웨스트 릴링의 육성군 선수는 다시 일어났다.

삐삐삑!!

그리고 반칙이 계속되자, 이제는 홈경기라서 베이징에 좋은 판정을 하던 심판도 참지 못해서 옐로카드를 꺼낼 정도였고, 베이징 궈안 선수들은 기가 질려 반칙을 더 안 할 정도였다.

“하… 위시드 감독님 대단하시군요. 선수들 정말 강하게 키우셨어요.”

대칸은 감탄하였고, 위시드는 그저 웃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다. 그런데, 후반전에서도 웨스트 릴링 FC의 변화가 없었다.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출전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후반 13분, 줄리오와 오스카가 멋진 콤비 플레이로 추가 골을 기록하였다.

후반 33분, 이번에는 카마인의 킬 패스가 오스카의 머리로 향했고, 오스카가 이번에도 머리로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후반 45분, 심판이 바로 종료 휘슬을 불었다.

삐삐삑~

웨스트 릴링 FC와 베이징 궈안의 스코어는 4:0, 21세 이하 어린 선수들만 출전했는데, 나온 압도적인 결과였다.

베이징 궈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베이징 노동자 운동장의 관중들까지도 침울해했는데, 대칸은 그들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끼며 바로 운동장에서 퇴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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