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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천재 감독이 되다-323화 (323/445)

323화

* * *

리즈 외곽에 있는 작은 교회, 레이첼이 교회 정원으로 들어섰다.

“오! 레이첼~”

입구에서 연미복을 입은 대니얼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대니얼, 결혼 축하드려요.”

“하하하~ 고마워요.”

레이첼은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인 대니얼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자연스럽게 신부 대기실로 이동하였다.

정원의 한 부분에 있는 신부 대기실에는 흑발의 아름다운 미녀, 대니얼의 그녀였던 예지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그녀의 한국인 친구들이 신부 들러리(bridesmaid)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예지~ 정말 예쁜데요?”

레이첼의 방문에 예지는 웃으면서 그녀를 맞이해 주었다.

“레이첼, 와줘서 고마워요.”

“당연히 와야죠. 근데, 드레스 정말 잘 어울려요. 예지 정말! 예쁘네요.”

예지가 입은 하얀 웨딩드레스, 최고급 옷감과 보석과 꽃, 레이스 장식으로 우아하게 꾸며져 있었다. 레이첼의 칭찬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다른 표시 안 나죠?”

예지의 질문에 레이첼은 웃으며 귓속말로 말했다.

“네, 임신한 것처럼 전혀 안 보여요.”

“휴… 다행이네요. 정말이지…….”

예지는 밖에서 손님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대니얼을 보며 눈을 흘겼다.

“저 인간이 실수하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이렇게 되었네요.”

대니얼이 사고를 쳤다. 예지가 임신을 하면서 둘이 빠르게 결혼을 서두르게 된 것이다.

레이첼은 한참 동안 예지의 투덜거림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다음 손님이 방문하자, 자연스럽게 신부 대기실에서 나왔다.

그다음 레이첼은 교회를 한참 돌아다니다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찾았다.

“감독님, 오~ 오늘 멋진데요?”

그곳에는 정장을 깔끔하게 입은 대칸이 약간 긴장한 모습으로 있었다.

“레이첼? 왔어요.”

“감독님? 그런데 뭘 그렇게 긴장하고 계세요?”

레이첼의 질문에 대칸은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베스트맨 스피치를 준비 못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아프네요.”

대칸은 대니얼의 결혼식에 베스트맨(Bestman)으로 초대받았다. 그런데, 잉글랜드 결혼식에 대해서 잘 몰랐던 대칸은 베스트맨의 스피치라는 것이 있는 줄 몰랐고, 여기 와서 알게 되어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2주 전.

선수들과의 상담이 끝나고 대칸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대니얼에게 전화가 왔었다.

“어이~ 대니얼 휴가 잘 보내고 있어?”

- 응, 대칸. 너도 별일 없지?

대니얼의 질문에 대칸은 웃으면서 말했다.

“너무~너무~ 바쁘지, 너도 주장이니, 알고 있잖아. 오늘도 선수 열 명과 면담한 것 같은데?”

- 그래, 고생한다. 그런데… 대칸 나도 부탁 하나 할 수 있을까?

대니얼의 부탁이라는 말에 대칸은 궁금해졌다.

“무슨 부탁? 너 특별한 일 있어?”

- 그게, 특별한 일이 있네. 그래서 부탁하려고.

“무슨 일이기에? 말해봐.”

대칸의 말에 대니얼은 헛웃음을 한번 짓고서는 말했다.

- 내가, 2주 후에 결혼을 하거든.

“뭐? 결혼? 그것도 2주? 뭐야? 뭐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대칸의 말에 대니얼은 여전히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게, 내가 실수로 예지를 임신시켰어.

그 말에 대칸의 머릿속에 상황이 그려졌다.

“그래서, 급하게 결혼식을 하는구나……. 축하해! 대니얼.”

- 그런데, 대칸! 네가 베스트맨이 되어주지 않을래?

대니얼의 제안에 대칸은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이 친하기는 했지만, 대니얼에게는 오랜 기간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베스트맨? 나 말고 오랜 친구가 많지 않아?”

“대칸, 너도 8년 넘게 봤잖아. 그래서 베스트맨 중에 한 명으로 너를 초대하고 싶어.”

“왜? 굳이 나를?”

“너는 내 인생을 바꿔준 사람이니까.”

하부 리그에서 머물던 대니얼의 재능을 알아봐 준 사람이 대칸이었다. 그리고 그는 대니얼을 계속 믿고 같이 성장하였다. 그래서 프리미어 리그까지 같이 올라왔다.

그런 대니얼에게 있어서 대칸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고, 베스트맨으로 부족함이 없는… 아니 넘치는 사람이었다.

대니얼이 이렇게 부탁하자, 대칸은 그의 베스트맨으로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하였다.

띵동~ 띵동~

교회의 종소리가 울리면서, 신부인 예지가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결혼식 신부 입장 노래가 울리면서 예지가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입장하기 시작했다.

예지와 그녀의 아버지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의 손을 잡고 교회 중앙로를 걸어 나갔고, 대니얼이 있는 곳까지 가서는 예지의 손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신랑, 신부 인사하세요.”

목사님의 말에 따라 대니얼과 예지는 서로 가볍게 마주 보고 인사를 하였다.

대니얼과 예지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결혼 서약을 시작하였다. 결혼식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집중해서 그들을 바라보는 그 순간에…….

목사님이 대칸에게 살짝 손짓을 하였고, 앞에 있었던 베스트맨인 대칸이 목사님의 지시에 따라 결혼반지를 성경책 위에 올려놓았다.

“결혼 서약을 마친 신랑과 신부는 반지 교환하세요.”

목사님의 지시에 따라 대니얼이 먼저 신부에게 다가가서 결혼반지를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주었고, 예지도 신랑인 대니얼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선포합니다.”

목사의 말에 따라, 두 사람과 양가의 부모님들, 증인들이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사인하였다.

그렇게 모든 절차가 마치자, 신랑 신부는 하객들 사이의 복도로 행진하여 출입구로 나갔다.

“축하한다!”

“대니얼~ 드디어 가는구나!”

“예지야, 잘 살아라~”

그렇게 결혼식을 마치고, 교회 앞에서는 사람들의 포토 타임이 이어졌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랑 신부와 모든 하객들은 교회 옆에 있는 작은 주택 형태의 레스토랑으로 이동하였다.

대니얼이 이 레스토랑을 통째로 대여하였고, 여기서 피로연을 열기로 한 것이다.

신랑 신부가 피로연에 참석하기 위해 일부러 약간 돌아오는 길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동안, 대칸과 레이첼은 먼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하…….”

대칸은 나중에 피로연에서 하게 될 연설에 대해서 아직 인상을 쓰면서 고민하고 있었고, 레이첼이 옆에서 가볍게 말해주었다.

“감독님?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말하세요. 결혼식 베스트맨 연설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 감독이 고민한다고 하면… 다른 선수들이 모두 웃을걸요?”

레이첼의 말에 대칸이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말했다.

“하~ 차라리 선수들 앞에서 말하는 게 쉽네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베스트맨 연설이라니…….”

그럼에도 여전히 고민하는 대칸의 모습에 레이첼은 그저 웃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에 대니얼과 예지는 차를 타고 30분 만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하자, 입구에서 칵테일 리셉션이 시작되었고, 한참 사람들이 칵테일을 마시는 동안에 대니얼의 아버지가 웰컴 스피치를 하였다.

“오늘 대니얼과 예지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신 하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대니얼은…….”

그가 한참 말하는 동안에 대칸은 결혼식에 참석한 다른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감독님? 베스트맨 역할 잘하시던데요?”

“베스트맨 스피치? 그거 아주 쉽죠. 감독님이라면 정말 잘할 거예요.”

“나중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대칸은 어색하게 웃는 표정으로 ‘하하하’라고 하면서 그들과 대화하였지만, 레이첼은 그런 그의 모습이 그저 웃겼다.

칵테일 리셉션이 끝나고, 모든 사람들이 피로연장에 입장하였다. 그리고 바로 디너 타임이 이어졌다.

대니얼과 예지가 가장 앞자리에 앉아있었고, 하객들과 양가 부모, 들러리가 주변에 앉았다. 그러다 보니, 대칸과 레이첼도 대니얼의 바로 옆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식사가 시작되자, 대니얼의 아버지와 예지의 아버지가 같이 돌아다니면서 테이블마다 축배를 하는데, 노인찬 선수가 붙어서 통역을 해주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자, 웨딩 스피치 타임이 돌아왔다.

먼저, 신부 아버지… 예지의 아버지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약간 울먹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결혼식장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먼저 감사 말씀 드립니다. 오늘 예지와 대니얼이 새로운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지의 아버지가 열심히 말했지만, 대칸의 귀에는 아무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저, 대칸은 자신의 베스트맨 스피치가 무사히 잘 진행되기만을 준비하였다.

그렇게, 신랑인 대니얼의 스피치까지 끝났고, 이제 베스트맨 스피치! 대칸의 차례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신랑의 베스트맨인 대칸! 대칸 감독님의 스피치가 있겠습니다.”

피로연 사회자의 말에 따라 대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고서는 숨을 크게 내쉬고서는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니얼의 친구이자 감독이며, 예지가 처음 잉글랜드에 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었던 대칸입니다.”

대칸은 가볍게 두 사람과 자신의 관계 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대니얼… 대니얼 보얀, 제가 그를 처음 술집에서 보았을 때, 정확히 8년 전에 그는 평범한 잉글랜드 머저리였습니다.”

이 말에 많은 하객들이 피식 웃었다. 8년 전 대니얼은 대칸의 말대로 평범한 잉글랜드 남자였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선수였으며, 술에 미친 남자였죠. 하지만, 그는 축구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구절에 대니얼은 피식 웃었다.

“대니얼과 저는 사실 친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우리는 국적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피부, 습관, 성격… 많은 것이… 아니 대부분이 다르죠. 하지만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과 축구에 대해서는 진심이라는 것이 공통점이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친해질 자격이 충분했습니다.”

대칸의 말에 하객으로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이 결혼식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축구는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부분이었다.

“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에 진심이었기 때문에 대니얼과 만나고 사랑하게 된 것이겠죠. 그래서 아마 두 사람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영원히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 그래야 됩니다. 두 사람은 축구의 신이 맺어준 커플이니까요.”

대칸의 말에 대니얼과 예지는 손을 다시 잡으면서 서로를 마주 보고 살짝 웃었다.

“대니얼, 나는 너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했어. 너는 프리미어 리그까지 올려준 나에 대해서 고맙다는 말을 인터뷰에서 많이 했었지만, 나는 너의 청춘과 육체를 소모시켜 올라온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

대니얼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지만, 대칸은 그에게 항상 미안했다.

“예지, 너에게 미안하지만, 대니얼을 부탁한다. 그는 정말 좋은 축구 선수지만, 아마도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머저리일 거야. 그래서 속도 많이 상하고 화도 나겠지만, 그는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 그를 부탁할게.”

예지에게는 대니얼을 부탁하는 대칸이었다.

“대니얼과 예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런 소중한 날, 소중한 자리에 제가 있을 수 있음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두 사람이 만드는 새로운 가정과 새로운 인생에 축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대니얼과 예지의 미래를 위하여!”

대칸은 무사히 베스트맨 스피치를 완성하였고, 마지막 건배사까지 깔끔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런 대칸의 건배사에 결혼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잔을 들었다.

모든 웨딩 스피치가 끝났다. 그러자 대니얼과 예지가 케이크를 자르고, 예지가 부케까지 던지는 차례가 되었다.

“미혼 여성분들 다 나오세요.”

진행 요원의 말에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들이 모두 나왔고, 그리고 그 여자들 사이에는 레이첼도 당연히 있었다.

신부인 예지가 부케를 던졌다. 그리고 그 부케는…….

털썩.

약간 외곽에 있었던 레이첼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갔다.

“…….”

당황해하는 레이첼에게 예지는 웃으면서 손으로 대칸을 가리켰다. 다음 차례는 대칸과 레이첼이라는 의미였다.

“호오 레이첼!”

“다음은 감독님인가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대칸과 레이첼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니얼과 예지의 댄스(First Dance)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댄스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파티로 이어졌다.

레이첼은 이제는 제법 친해진 다른 선수들의 와이프나 여자 친구들과 가볍게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레이첼, 정말 감독님이랑 결혼은 안 해요?”

“…….”

진지하게 묻는 다른 사람의 질문에 레이첼은 다른 곳에 있는 대칸을 바라보았다.

“그래요? 그럼, 친선경기 일정이 변경되는 건가요? 저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팀과 했으면 하는데…….”

대칸은 급하게 온 업무 전화를 받고 있었고, 그런 그를 보며 레이첼은 아쉬운 듯이 대답했다.

“뭐, 일에… 축구에 미쳐있으셔서 모르겠네요.”

그리고 레이첼은 행복해하는 파티의 주인공인 대니얼과 예지를 보면서 부러워했다. 그때까지도 대칸은 전화로 업무 대화를 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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