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천재 감독이 되다-310화 (310/445)

310화

* * *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

발렌시아 CF의 홈구장에서 열리는 유로파 리그 8강전 첫 번째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 수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에 들어오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관중들은 발렌시아 CF의 홈 팬들이었지만, 이 경기장의 일부 구역에는 웨스트 릴링 FC의 원정 응원단, 약 천 명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꺼져! 이 자식들!”

“영국 촌놈들이 어디를 온 거야! 어!!”

“섬으로 돌아가라! 훌리건들!!”

“몸 성히 돌아가고 싶으면 입 닥쳐!!”

발렌시아 CF의 과격한 팬들은 웨스트 릴링 FC의 원정 팬들에게 욕설 섞인 위협을 하였다. 경찰들이 막고 있어서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과격한 행동으로 웨스트 릴링 FC의 팬들이 위축되기를 원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위협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이제는 완벽한 웨스트 릴링의 열혈 서포터즈가 된 예지는 발렌시아 팬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표정으로 준비한 음료를 마셨다.

“뭐… 영국이나 스페인이나 비슷하네요.”

예지의 말에 다른 열혈 서포터즈들이 웃었다.

“하하하 그렇지? 여기나 잉글랜드나 비슷하지?”

“헤이~ 대니얼의 핫 걸! 이제는 완전 잉글랜드 축구 팬이 다 되었군!”

“이제는 저 녀석들이 위협하는 것이 하나도 무섭지 않지?”

예지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EPL의 어느 구장에 가나 겪는 일이잖아요. 이제는 익숙해요. 오히려 여기 정도면 약한 수준이네요.”

과격한 잉글랜드 축구 팬들에게 적응한 예지에게 있어서 발렌시아 CF 팬들이 하는 행위는 애교에 불과한 정도였다.

예지는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를 기다렸다. 오늘 경기의 선발 선수에는… 그녀의 연인인 대니얼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니얼은 그라운드에서 간단하게 몸을 풀다가… 웨스트 릴링 FC의 팬들이 모여있는 관중석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오~ 대니얼 오늘도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드네?”

예지의 옆에 있던 잭이 약간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고, 예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팬 서비스가 좋은 주장인 거죠.”

“정말? 누구를 향해서 손 흔드는 거 아냐?”

잭이 계속 놀리자, 예지는 피식 한번 웃고서는 무시하고 대니얼을 비롯한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을 계속 살펴보았다.

“오늘 주전급 선수들이 출전하겠죠? 그런데 에드워드도 몸을 푸네요?”

“연속 경기 출장했는데? 오늘도? 아니겠지.”

“그래도 몸을 푸는 것을 보니, 최소 교체 명단에는 있겠네요.”

“교체 명단만 들어가도 든든하네요.”

예지는 이번 경기에서도 웨스트 릴링 FC가 이길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자신들을 향해서 가운뎃손가락을 들고서 욕설을 하고 있는 발렌시아의 팬들을 보며 말했다.

“저 사람들이 나중에 경기에서 처참하게 발리면서 조용히 울고 있는 모습… 꼭 봤으면 좋겠네요.”

예지의 말에 잭도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시작 전 플레이어 에스코트들과 입장을 대기하는 시간, 오늘 경기하는 양 팀 선수들의 신경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발렌시아 에이스인 도나트는 오래간만에 보는 안셀모와 로카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 자존심 높았던 레알의 안셀모와 로카를 여기서 보네?”

도나트가 말을 시작하자, 다른 선수들도 말을 더했다.

“그러게? 상대 팀이 레알이 아닌데?”

“웨스트 릴링? 그런 팀도 있어?”

“근본 없는 EPL에서 요즘 잘나가는 팀이래?”

“근본 없는 리그에서 근본 없는 팀이 잘나간다? 그럴듯한데?”

“그래? 우리가 오늘 참교육시켜야겠는걸? 크크크.”

이런 신경전… 레알 출신인 안셀모와 로카는 이제 지겨울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이 녀석들도 입만 살았군.”

“경기하고 나서 다시 이야기해 보자, 아니, 2차전 때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보자고.”

안셀모와 로카는 자신 있었다. 발렌시아를 상대로 압도할 자신이!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웨스트 릴링 FC, 선공으로 시작합니다. 오사마 선수가 뒤로 패스하면서 경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공을 받은 사람은 로카였다. 로카가 안셀모와 패스를 주고받자, 오사마와 이가람, 나사로가 전방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그리고 로카는 직접 공을 몰고 살짝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로카 선수 공을 직접 드리블해서 들어갑니다.]

[당연히 발렌시아의 에이스인 도나트 선수가 붙네요.]

도나트 제이스(482/482), 발렌시아의 중원의 핵심이자 에이스, 주장인 그가 로카에게 달라붙자, 대칸은 이 타이밍이 기선 제압의 순간이라고 판단했다.

[로카 선수에게 ‘순간 폭발(R)’ 스킬을 사용합니다.]

[로카 선수의 능력치가 개인기 +1, 예측력 +1, 팀워크 +1, 판단력 +1, 순간 속도 +1만큼 상승합니다.]

버프를 받은 로카는 도나트를 상대로 돌파를 시도하였다.

타… 타탁!

[로카 돌파!]

하지만, 로카는 도나트를 돌파하지 못했다.

‘하하! 어디서!’

도나트는 로카의 경로를 정확하게 막으면서 그의 돌파를 차단했지만, 로카의 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툭!

막힌 로카는 힐 킥으로 가볍게 패스를 하였다. 그러자, 그 위치에는 정확하게 안셀모가 나타나서 공을 채가면서 바로 돌파하였다.

[멋진 패스! 로카 선수 돌파에 실패했지만, 안셀모 선수에게 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미드필더에서 노마크 상대로 공을 받은 안셀모는 정확하게 빈틈을 노리고 공을 때렸다.

펑~

안셀모가 길게 찬 공은 사이드에 있는 이가람을 향했고, 그는 공을 잡고서는 바로 크로스를 날렸다.

[이가람 선수의 크로스!]

발렌시아 수비수들이 공의 궤적을 보면서 살짝 당황하였다.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오사마가 아닌, 더 길게 공이 날아갔던 것이다. 그 공은 반대편 사이드로 침투하던 나사로에게 연결되었고, 나사로는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중거리 슛을 때렸다.

펑!

무회전 킥! 나사로의 슛은 무회전으로 발렌시아 골키퍼를 향했다. 그리고 그는 간신히 공을 손으로 막았지만, 공이 휘어지면서 잡지 못하고 튕겨 나가버렸다.

[아! 공을 놓칩니다.]

그리고 주인 없는 공을 향해 오사마와 발렌시아의 수비수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다행히 오사마가 먼저 공을 건드릴 수 있었다.

[오사마! 슛!!]

오사마가 태클하듯이 때린 슛이 골망을 갈랐다.

[전반 5분! 오사마 선수의 슛이 먼저 발렌시아의 골망을 흔듭니다!]

오사마가 골을 넣자, 발렌시아의 홈구장인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는 순간 조용해졌다. 이 조용한 경기장에서 유일하게 약 천 명에 불과한 웨스트 릴링 FC의 원정 팬들만 환호하였다.

“오사마! 오사마!”

“웨스트! 웨스트! 웨스트! 릴링! 릴링!”

예지를 비롯한 웨스트 릴링 FC의 팬들이 환호하자, 발렌시아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이런 제길 조용히 해!”

“시끄러우니까 닥치라고! 입 냄새 난다고!”

“저 잉글랜드 자식들을 죽여버리자!”

하지만, 발렌시아 팬들과 웨스트 릴링 팬들 사이에는 경찰들이 막고 있었고, 예지는 그들을 향해 혀를 한번 내밀어 주면서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축구는 잘하는 게! 이기는 것이 최고라고!”

예지의 말이 진리였다.

경기 초반에 골을 먹힌 발렌시아 CF 선수들이 당황했지만, 에이스이자 주장인 도나트가 외쳤다.

“자! 천천히 다시 시작하자고! 아직 경기 초반이야.”

도나트의 말에 발렌시아 CF 선수들은 진정하였지만, 사실 문제는 도나트였다.

‘내가… 내 실수로 시작된 공격이었어.’

그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실책으로 골을 먹었다는 죄책감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심리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라운드에 있는 안셀모였다.

오랜 시간, 예전에 도나트가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 프로 리그에서 그를 상대했던 안셀모는 도나트의 특성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그가 어떤 플레이를 할지도 예상되었다.

‘분명, 본인이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하겠지.’

평소보다 무리한 플레이가 예상되었다.

[도나트 선수 공을 잡습니다.]

발렌시아의 공격은 도나트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당연히 공은 도나트를 향했다.

도나트는 다재다능한 미드필더! 패스면 패스, 드리블이면 드리블, 조율이면 조율, 본인이 생각하기에 원하는 플레이를 적재적소에 잘하는 선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그는 다급했다.

[도나트 선수 직접 드리블로 돌파합니다.]

도나트가 어떤 플레이를 할지 몰랐다면, 안셀모가 그를 막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욕망의 돌파가 예상되는 도나트는 안셀모에게 쉬운 상대였다.

[안셀모 선수! 태클로 공을 걷어냅니다.]

[아~ 좋았어요. 아주 좋은 타이밍에 발렌시아 공격의 맥을 끊어버리는 안셀모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반복되었다.

[이번에도 안셀모!]

[도나트 선수 이번에도 안셀모 선수에게 공을 빼앗깁니다.]

[오늘 안셀모 선수, 작정하고 도나트 선수만 바라보고 있네요.]

[아~ 도나트 선수 이게 뭔가요?]

[안셀모 선수를 신경 쓰느라, 옆에 다가온 로카 선수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너무 허무하게 공을 빼앗기네요.]

전반전에만 안셀모는 도나트의 공을 여섯 번이나 빼앗았다. 그리고 그의 공격 실패 횟수는 무려 열한 번, 평소의 그를 생각한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도나트의 능력치는 482… 안셀모의 능력치가 449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론적으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선수의 경험과 집중 분석, 심리전이라는 능력치로 환산되지 않는 부분이 작용하다 보니, 안셀모가 도나트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막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안셀모의 수비는 웨스트 릴링 FC의 우위로 이어졌고 전반전에는 웨스트 릴링이 압도하는 모습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후반전에도 웨스트 릴링 FC의 우세는 계속되었다. 후반 24분!

[안셀모 선수! 이번에도 도나트의 패스를 커트합니다.]

공을 빼앗은 안셀모는 이번에는 느린 템포가 아닌 빠른 템포로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좋은 위치에 자리 잡은 오사마만 보고 강하게 전방으로 공을 때렸다.

펑~

[안셀모 선수! 롱패스!]

안셀모의 공은 중앙으로 파고드는 오사마를 향했고, 오사마는 발렌시아 수비수들 사이에서 공을 간신히 잡았다. 하지만, 등을 지고 공을 잡은 상황이라, 다음 플레이가 어려운 상황! 그런데 마침! 2선에서 침투하는 로카가 보였다.

[오사마 선수! 로카에게 패스!]

공을 잡은 로카, 그는 넓은 시야를 기반으로 재치 있는 플레이를 하였다.

[로카 선수, 공을 앞으로 약간 찹니다. 그리고 슛~]

로카가 슛을 하는 자세를 취하자, 발렌시아 수비수들이 몸을 날려 막으려 했지만!

[라보나 킥!]

그건 슛이 아니라 라보나 킥이었고 공은 우측에 있는 나사로에게 패스가 되었다. 그리고 나사로가 수비수들이 흩어진 상황에서 더 좋은 타이밍에 중거리 슛을 때렸다.

펑!

나사로의 슛은 발렌시아 골키퍼를 지나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서 골망을 강하게 흔들었다.

철렁!

[골입니다. 나사로 선수의 추가 골!! 후반 25분에 웨스트 릴링 FC의 추가 골이 터집니다!]

기다리던 추가 골이 터지자!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예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환호하였다.

“나사로! 나사로! 나사로!”

“나이스! 발렌시아 따위는 발라버리라고!!”

“최고다! 웨스트 릴링!!”

그리고 분위기가 고조되자, 잭을 비롯한 열혈 서포터즈들을 중심으로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West~ New era~ winds from~ the West liling~”

“West West West~ Break Everything~”

“Win! Win! Win! Win!”

“Only Victory on the way to West liling~”

발렌시아 CF의 팬들은 자신의 홈구장인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웨스트 릴링 FC의 응원가가 불리는 모습을 참담한 표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몇 팬들은 분한지 눈물을 훔치기까지 하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예지는 즐기면서 계속 응원가를 불렀다.

“후… 경기 끝난 것, 같은데요?”

플램 수석 코치의 말에 대칸도 이제는 편안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네, 슬슬 굳히기에 들어가시죠.”

“알겠습니다. 칼슨 선수와 마르크 선수부터 준비시키겠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벤치에서도 이제는 수비적인 선수 교체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칼슨과 마르크가 투입되면서 수비가 더욱 견고해졌다.

결국.

삐삐삑~

[심판이 종료 휘슬을 붑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발렌시아의 홈인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유로파 리그 8강전 첫 경기를 가져갑니다.]

웨스트 릴링은 기분 좋은 첫 승을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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