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화
훈련장.
번리전에서 가볍게 승리한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회복 훈련으로 오전을 시작하였다.
“자 다들! 가볍게 스트레칭하면서 컨디션 체크해.”
어제 경기에 뛰었던 선수들은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서 컨디션과 몸의 세부적인 상태 그리고 혹시 모를 부상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분위기가 아주 프리했다.
“야~ 어제 너 개 못하더라.”
“응, 나보다 평점이 낮은 녀석 말은 무시할게.”
“내가 백업 안 해줬으면, 너 한두 점은 실점했어!”
수비를 맡았던 윌서 형제는 서로를 비판하면서 웃었고.
“후~ 번리가 수비력이 탄탄하긴 하더라. 아주 체계적으로 움직이던데?”
“야, 에드워드는 잘 넣던데?”
“하… 솔직히 비교 대상이 아니잖아!”
니클라스와 나사로도 티격태격하면서 웃으며 스트레칭을 하였다.
회복 훈련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하자는 플램 수석 코치의 의견에 따라 분위기가 매우 자유분방했던 것이다.
이렇게 회복 훈련을 받는 선수들은 서로 친한 선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편하게 스트레칭을 하였지만, 이번에도 에드워드는 혼자서 묵묵히 스트레칭을 하였다.
“…신경 쓰이네.”
한참 그 장면을 지켜보던 대칸이 혼잣말로 심정을 말하자, 옆에 있던 케빈 전술 코치가 물었다.
“감독님 뭐가 신경 쓰이신다는 거죠?”
“아닙니다. 아니에요.”
대칸은 이 사항을 논의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회복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집으로 귀가하였다. 그리고 코치들이 남은 선수들과 다른 훈련을 진행할 때, 대칸은 단장실로 올라갔다.
“감독님? 무슨 일로 오셨나요?”
“단장님 다름이 아니라…….”
대칸은 아담에게 자신이 느끼고 있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에드워드가 팀에서 고독하다는 점에 대해서 말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칸의 말을 들은 아담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에드워드의 아버지인 아담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아담이 건드릴 수가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에드워드가 다른 선수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에드워드의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요.”
아담이 이렇게 말하자, 대칸도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 그렇군요.”
“사실, 팀의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는 프로 선수… 드문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담의 말처럼 팀 동료들과 사적인 관계를 전혀 가지지 않는 축구 선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선수만 괜찮다면 이렇게 행동해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대칸은 결국 단장실에서 나갔고, 대칸이 나간 이후에 아담은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있었다.
“에드워드가… 너무 혼자 지내기는 하지.”
그리고 잠시 단장실을 나섰다.
단장실을 나온 아담은 아직 퇴근 시간이 멀었지만, 집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에드워드가 보였다.
에드워드는 어린 나이에 언론을 비롯한 대중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으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그의 스트레스를 푸는 과정이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되었고, 아담을 비롯한 주변인들은 그런 에드워드의 취미에 대해서는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그래서, 휴식 시간에 게임을 하는 것은 에드워드의 루틴처럼 되었다.
아담은 겉옷을 벗은 다음에 자연스럽게 에드워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앉자, 그때서야 에드워드가 알아차리고 인사를 하였다.
“아버지 오셨어요? 오늘 빨리 오셨네요.”
“그래, 에드워드? 훈련은 잘 받았니? 몸 상태나 컨디션은 괜찮고?”
아담의 질문에 에드워드는 여전히 게임을 하면서 대답했다.
“뭐,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회복 훈련이었어요. 그리고 몸 상태도 좋고, 컨디션도 괜찮아요.”
에드워드가 평소처럼 대답하자, 아담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일부러 잔소리처럼 말을 이었다.
“야~ 너는 매일 게임이냐? 친구 없어? 팀 동료들이랑 같이 놀지 그래?”
“그럼? 클럽 다시 갈까요? 거기에 저랑 친구 하고 싶은 사람들이 넘치던데?”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담이 걱정스럽게 대답하자, 에드워드가 웃으면서 말했다.
“농담이에요. 저는 지금 축구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예요. 게임하는 것도 루틴에 불과한 정도라고요. 한동안 제 삶은 축구에만 전념하고 싶어요.”
에드워드의 대답에 아담은 더 이상 아들에 대한 걱정을 더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그럼 잘해라.”
아담은 에드워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에드워드는 계속해서 게임을 하였다.
2월 4일.
웨스트 릴링 FC의 프리미어 리그 26차전은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경기였다. 그래서 경기가 열리는 뉴 웨스턴 경기장에는 많은 관중들이 들어와서 경기를 기다렸다.
“…….”
라커룸에서 에드워드는 오늘도 조용히 앉아있었다. 오늘 선발 출장은 아니었지만, 교체 명단에 있었고, 경기 상황에 따라 출전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칸은 그런 에드워드를 보면서 오늘은 그가 경기에 나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아! 역시 거친 경기입니다.]
[오늘도 셰필드 웬즈데이의 선수들의 플레이가 거칠죠!]
셰필즈 웬즈데이와의 경기는 개막전도 그랬지만, 거칠었다. 그러다 보니 웨스트 릴링 FC가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주면서도 골을 넣지 못하고 있었다.
[웨스트 릴링 FC! 너무 답답합니다~ 이런 경기력에 무득점이라니요!]
[대칸 감독!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후반 20분까지 0:0인 상황이 벌어지자, 모든 사람들이 웨스트 릴링 FC가 무언가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대칸도 마찬가지였다.
“플램 수석 코치님, 오사마 선수를 대신해서… 에드워드 투입하시죠.”
오늘 오사마의 컨디션이 낮았고,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대칸은 오사마를 대신해서 에드워드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감독님? 그러면 4일 뒤에 있는 첼시전은 어떻게……?”
“그 경기는 에드워드 없이 치러야죠. 지금 이 경기를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대칸의 말에 플램 수석 코치도 이번 경기의 승리가 우선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역시! 선수 교체가 이뤄집니다.]
[에드워드 선수가 나오네요.]
“와~”
“에드워드! 에드워드! 에드워드!”
“웬즈데이의 골망을 흔들어라!!”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에드워드가 경기장에 교체 투입되자, 경기의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다.
에드워드는 투입되자마자 바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토니뉴 선수~ 패스! 에드워드!]
토니뉴의 좋은 패스를 받은 에드워드는 약간 거리가 있었지만, 중거리 슛을 바로 때렸다.
펑~
에드워드가 때린 슛은 매우 날카로웠다. 그래서 셰필드 웬즈데이의 로넌 골키퍼가 온몸을 날렸고 간신히 손끝으로 공을 걷어냈다.
[아~ 아쉽습니다!]
[로넌 키퍼의 슈퍼플레이죠? 총알 같은 슛을 간신히 막아냈습니다.]
[역시, 에드워드 선수입니다. 들어오기 무섭게 경기의 분위기가 변했습니다.]
이런 에드워드의 위협적인 모습에 셰필드 웬즈데이의 윙백… 가론은 독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오늘… 네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두고 보지 않겠어.’
가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오늘 경기를 뛰고 있는 토니뉴 크로스와 줄리오 자코민은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는데, 가난한 집의 가장이었고, 대칸 덕분에 축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드워드를 우상처럼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경기 전에 두 사람은 이삭 코치에게 오늘 경기의 중요성과 위험성에 대해서 들었다.
‘너희가 본격적으로 경기에 뛰기 시작한 것은 이번 시즌이지만, 오랫동안 우리 팀에 있었기 때문에 셰필드 웬즈데이와 우리 팀의 관계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삭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웨스트 릴링과 셰필드 웬즈데이의 악연을 두 선수가 육성군에 있었다고는 해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셰필드 웬즈데이가 오늘 이기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 반칙이나 더티 플레이도 거침없이 하는 팀이거든. 너희들 경기에서 조심하고, 특히…….’
‘특히?’
‘우리 팀 에이스들을 노릴 확률이 높을 거다. 오사마나… 에드워드 같은! 그러니까 혹시, 너희가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줘. 같은 팀원으로서 알겠지?’
이삭이 예측한 것을 들은 토니뉴와 줄리오는 그래서 가론의 눈빛에서 나오는 위험성을 감지하였다.
[웨스트 릴링 FC, 코너킥 찬스입니다.]
[네, 좋은 찬스죠. 벌써 후반 30분입니다. 이제는 점점 무승부가 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타이밍입니다.]
키커인 로카는 에드워드를 노리고 코너킥을 올렸다.
펑~
에드워드는 자연스럽게 좋은 타이밍에 뛰어올랐다. 평소와는 다른 수비 위치! 가론은 그런 에드워드를 노리고 밑에서 그를 밀어버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퍽!
가론을 노골적으로 막아서는 줄리오였다. 그리고 공중에서는.
[에드워드 헤딩~]
철렁~
[골입니다. 골! 에드워드! 역시 골을 넣습니다.]
에드워드가 골을 넣었지만, 분란은 끝나지 않았다. 가론은 자신을 막아선 줄리오에 대해서 노골적인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너! 뭐야! 일부러 몸으로 부딪쳐?”
“허! 네가 먼저 반칙하려 했잖아!”
“반칙이라니! 나는 그저 수비적인 움직임을 하려 한 거라고!”
“쓰레기 새끼… 에드워드를 일부러 밀려고 한 것 모르는 줄 알아?”
그렇게 말싸움으로 시작한 두 선수는 결국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어~ 어! 이러면 안 됩니다.]
[두 선수 흥분을 멈추어야 해요!]
다행히 분쟁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이 두 선수를 갈라놓았고, 심판은 바로 달려와서는 양 선수에게 모두 옐로카드를 주었다.
[심판, 두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줍니다.]
[적절한 판정이죠. 가론 선수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군요.]
[이제 경기는 완전 웨스트 릴링 FC의 흐름으로 넘어옵니다.]
가론이 퇴장당하자, 경기는 급속도로 웨스트 릴링 FC에게 넘어왔다.
웨스트 릴링의 공격 상황에 토니뉴의 멋진 패스가 이어졌고, 선수 한 명이 부족했던 셰필드 웬즈데이는 마리오에게 이어지는 패스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노마크의 마리오는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타이밍에 공을 때렸다.
펑~
강력한 슛을 셰필드의 골키퍼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철렁~
[마리오 선수의 추가 골이 터집니다!]
[멋진 연계 플레이였습니다. 에드워드 선수의 발끝에서 시작한 패스가 줄리오 선수와 토니뉴 선수를 거쳐서 마리오 선수에게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노마크 찬스에서 마리오 선수가 골을 성공시킵니다.]
[수적인 우세를 기반으로 웨스트 릴링 FC가 2:0으로 앞서갑니다.]
삐삐삑~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힘겹게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3점을 챙겨갑니다!]
그리고 경기는 별다른 이변 없이 종료되었다.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
에드워드는 이삭 코치에게 오늘 줄리오와 가론이 싸운 이유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그래요?”
“그래, 가론이 작정하고 반칙하려던 것을 줄리오가 막은 거야.”
에드워드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챔피언십 시절, 리그 컵 결승전에서 코너킥 상황에 넘어져서 장기 부상을 당했던 경험… 그때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 가론 개자식!”
“항상 조심하고, 오늘은 줄리오에게 고맙다고 인사 정도는 해라.”
이삭 코치의 말에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줄리오와 토니뉴가 정비를 마치고 라커룸에서 나왔다. 그런데, 입구에서 에드워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줄리오, 오늘 고마웠어.”
에드워드의 말에 줄리오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야. 그냥… 반칙할 것이 보이더라고.”
에드워드는 그런 그에게 말만이 아닌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다.
“혹시 괜찮다면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내가 살게.”
“저녁? 당연히 좋지!”
에드워드의 말에 줄리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평소에 친해지고 싶었던 그의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혹시 나도 같이 가도 될까?”
옆에 있던 토니뉴의 질문에도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같이 먹자.”
“좋아! 어디로 갈까?”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이동하였고, 대칸은 이삭 코치와 함께 약간 떨어진 곳에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