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화
【 후반기, 리그는 흐림, 컵 대회는 맑음 】
감독실.
대칸은 이제는 익숙해진 영국식 홍차를 마시면서 웨스트 릴링이 속해있는 EPL의 순위표를 확인하였다.
팀명 / 승 / 무 / 패 / 골득실 / 승점
1. 맨체스터 시티 / 18 / 4 / 2 / 23 / 58
2. 리버풀 / 17 / 5 / 4 / 24 / 56
3. 첼시 / 17 / 4 / 4 / 22 / 55
4. 웨스트 릴링 / 17 / 3 / 4 / 23 / 54
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16 / 6 / 3 / 18 / 54
6. 아스날 / 15 / 5 / 4 / 19 / 50
7. 토트넘 핫스퍼 / 13 / 5 / 6 / 12 / 44
8. 레스터 시티 / 10 / 7 / 8 / 11 / 49
9.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 10 / 7 / 8 / 7 / 45
10. 에버튼 / 8 / 8 / 8 / 5 / 43
프리미어 리그 24차전까지의 순위표, 웨스트 릴링은 4위라는 순위에서 승점 54점으로 버티고 있었다. 박싱 데이부터 1월까지 팀이 약간 흔들리면서 승점을 많이 챙기지 못했기 때문에 1위인 맨체스터 시티와는 승점 4점 차이였다.
‘아쉽네. 아쉬워…….’
대칸은 현재 순위에 아쉬워하면서 다음 스케줄을 확인하였다.
‘하, 정말 달았던… 꿀 같았던, 윈터 브레이크가 내일이면 끝나네.’
그리고 내일은 거의 2주 만에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번리 FC였다.
3일 전.
원터 브레이크 기간에 선수들과 코치들은 휴가를 받아서 쉬었는데, 끝나가는 시기가 되자, 코치들이 먼저 구단에 복귀하였다. 그리고 번리전을 준비하는 회의부터 시작하였다.
“코치님들이 휴가에 들어가신 동안에 우리 구단에서는 예케 포르투 선수와 조지 퓨커 선수를 새롭게 영입했습니다.”
대칸의 말에 플램 수석 코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가 나간 만큼 영입을 하긴 하셨네요.”
하지만 케빈 전술 코치는 약간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조지 퓨커 선수는 아직 어떤 선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400억(3,000만 유로)이라는 거금으로 영입할 만한 선수인가요?”
“EPL에서도 괜찮다고 평가받았던 프리드리히 선수의 이적료가 400억(3,000만 유로)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검증이 안 된 선수를 400억(3,000만 유로)에 영입한 것이 맞는 건지…….”
“스위스 리그에서는 준수했지만, 유럽 대항전에서는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코치들이 조지 퓨커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사실! 코치들만이 아니라, 조지 퓨커 영입에 대해서는 모든 언론들이 웨스트 릴링 FC가 도박을 했다고 평가하였다. 아직 그의 가치가 400억(3,000만 유로)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는 대칸의 입장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영입이었다.
“조지 퓨커 선수는 잠재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죠.”
대칸의 말에 모든 코치들은 ‘그의 잠재력이 높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걱정을 덜었다. 대칸의 선수 보는 눈을 이미 완벽하게 믿고 있는 코치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콧 팀 닥터가 말을 꺼내었다.
“대칸 감독님, 이번에 영입한 예케 선수 말인데요.”
“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제가 확인해 보니, 부상 회복이 아직 완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두 달… 길면 세 달 정도 회복 기간이 필요하겠는데요?”
스콧 팀 닥터의 말이 사실이었다. 예케 포르투의 부상은 아직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었다. 팀이 즉전감을 노리고 영입한 것이라면 잘못된 영입이라고 평가받을 수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칸은 이미 축구 매니저로 그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이번 시즌 경기에 뛰게 하려고 영입한 선수가 아닙니다. 천천히 회복시키시고, 다음 시즌을 겨냥하고 준비시키시죠.”
대칸은 어차피 그를 다음 시즌에 활용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입한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고, 다음 일정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윈터 브레이크가 끝나면… 바로 경기들이 연속해서 있습니다. 다들 먼저 스케줄부터 보시죠.”
1월 31일, 프리미어 리그 25차전 번리 FC
2월 4일, 프리미어 리그 26차전 셰필드 웬즈데이 FC
2월 8일, 프리미어 리그 27차전 첼시 FC
2월 15일, 프리미어 리그 28차전 웨스트햄 FC
스케줄을 확인한 코치들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한동안, 리그 경기만 있네요.”
“이번 시즌… 우승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여기 있는 팀들은 모두 잡아야죠.”
“첼시만 잡으면 괜찮은데… 하필 원정 경기네요.”
“우리 팀 원정 경기 승률이 좋지 못해서 걱정입니다.”
코치들의 의견을 들은 대칸이 결정하였다.
“모두 비슷한 생각이신 것 같네요. 4경기 모두! 승리를 위해 움직이도록 합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테이션급 선수들의 배분과 활용이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대칸의 말에 코치들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케빈 전술 코치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번리전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하였다.
“현재, 번리의 순위는 14위에 전력도 그리 높지 않아서 경쟁 팀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그래도! 견고한 조직력과 수비력이 강점인 팀이라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팀입니다.”
오랜 기간 프리미어 리그에 머물고 있는 번리는 조직력과 수비력이 전통적으로 좋은 팀! 순위는 14위에 불과했지만, 간간이 강팀을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팀이었다.
“그래서, 선발 선수들은 주전급과 로테이션급을 5:5 비율로 섞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케빈 전술 코치의 말에 플램 수석 코치가 지적했다.
“저는 약간 다르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번리가 좋은 팀이긴 하지만, 그다음 경기인 셰필드 웬즈데이의 경기와 첼시전을 고려한다면 로테이션 비율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합니다. 다음 경기를 생각해서 로테이션급 선수들을 다수 출전시키고 대신에 에드워드 선수를 보내시죠.”
“에드워드 선수가 잘한다면 저번처럼 전반전만 경기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코치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대칸은 첼시전까지 고려한 선발 선수들을 결정하였다.
* * *
1월 31일.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윈터 브레이크가 끝나고! 웨스트 릴링 FC와 번리 FC의 프리미어 리그 25차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토마스 캐스터는 신나는 기분으로 멘트를 날렸고, 조슈아 해설도 반갑다는 듯이 말을 더했다.
[네, 오늘 오래간만에 경기죠? 그것도 웨스트 릴링 FC의 홈인 뉴 웨스턴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펼쳐집니다.]
[현재, 웨스트 릴링은 프리미어 리그 4위! 좋은 성적이죠. 하지만 우승 가능성이 있는 위치죠?]
[네, 토마스 캐스터의 말씀대로 웨스트 릴링 FC! 아직 1위 싸움이 진행 중입니다. 1위인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이 4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아직 해볼 만해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경기부터 승리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잠시 후 저희 요크 시티 TV와 함께 웨스트 릴링 FC의 경기를 지켜보시죠.]
라커룸.
그라운드에 입장하기 직전의 라커룸… 이 시점의 분위기는 뭔가 분주하면서도 진지하다.
“문제없지? 몸에 이상 있으면 지금이라도 말하고!”
“오늘 경기도 잘하자!”
코치들은 마지막까지 선수들의 몸 상태를 확인하며 전략적인 움직임을 점검하였고.
“감독님? 오늘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좋습니다.”
“번리의 선발진을 고려하면 교체 선수는…….”
대칸 감독은 플램 수석 코치와 경기에 대한 흐름을 예측하였다.
그리고 라커룸 구석에서는 에드워드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후… 후…….”
오늘 선발인 에드워드. 다른 선수들이 로테이션급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오늘 경기도 그가 활약을 해줘야 하는 경기였고, 그 사실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에드워드에게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마치 고독한 사자처럼 조용히… 혼자서 경기를 준비하였다.
플램 수석 코치의 보고를 받은 대칸은 라커룸을 둘러보다가 에드워드의 모습이 보였다.
‘흠… 저 녀석.’
이번 시즌에 들어와서 대칸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중에 하나가 저것이었다. 에드워드는 마크가 떠난 이후에 항상 혼자였다.
팀을 운영하다 보면, 파벌의 레벨까지는 아니더라도, 친하게 지내는 선수 그룹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웨스트 릴링에서 가장 대표적인 그룹은 대니얼의 그룹과 안셀모의 그룹이 있었다.
대니얼의 그룹은 주장인 대니얼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팀에 있었던 칼슨과 라이언, 그리고 대니얼 주장이 수비수였기 때문에 윌서 형제, 막시, 노인찬, 알리까지 주로 같이 움직이며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팀의 최고령 선수인 안셀모도 자연스럽게 다른 구심점이 되어서 선수들의 중심이 되었는데, 오사마, 로카, 우드, 앤드류 그리고 조나스까지 비교적 최근에 외부에서 영입된 선수들이 안셀모를 중심으로 친하게 지냈다.
그 외에도 나사로와 마르크를 중심으로 니클라스와 마리오, 루카스가 추가된 망나니 클럽, 아틀란티코에서 이적한 오마르, 아펠레스, 마이클은 아클란티코 녀석들이라고 불렸다.
북유럽 출신인 아메이, 마그레트, 예세는 북유럽 패밀리라 불렸고, 나이가 어린 줄리오, 토니뉴는 겁 없는 풋내기라는 칭호가 붙여졌다. 마지막으로 다시브, 제가르, 미하젤은 같은 골키퍼 포지션이었지만 경쟁자인 동시에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 친한 선수들끼리 잘 지내고 있었는데, 에드워드는 혼자였다.
그렇다고, 에드워드의 인간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오랜 기간 같은 팀에 있었던 대니얼과 당연히 친하게 지냈고 그 그룹의 사람들과도 어색함이 없었다. 그리고 안셀모도 에드워드를 새로운 월드 클래스로 존중해 주었고, 그 그룹에 속한 외부 출신 선수들도 에드워드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 외 다른 선수들에게도 에드워드는 어리지만 존경받는 선수였다.
사실 선수들에게 있어서 에드워드는 어려운 존재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 구단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에 단장인 아담이 아버지고 구단주인 데이비드가 구단주다. 즉 이 구단의 오너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하부 리그부터 압도적으로 좋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팀의 에이스! 실력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아주 탁월하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게 있어서 편하게 다가가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에드워드도 결국 혼자 지내는 것이 편해진 것이다.
‘에드워드… 혼자서도 괜찮은 거니?’
대칸은 에드워드가 걱정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잘하고 있는 그를 건드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삐삐삑~
[경기 시작합니다!]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날도 에드워드의 날이었다.
[에드워드 선수! 공을 잡습니다! 번리 수비수들!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쉬다 온 에드워드! 그것도 독감으로 더 긴 기간을 쉬었기 때문에… 그의 체력과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타… 타탁!
[에드워드! 화려한 발놀림!]
[아! 수비수들이 그냥 균형을 잃고 넘어지네요!]
[에드워드 선수 슛!!]
에드워드의 강슛은 당연하다는 듯이 번리 키퍼를 피해 골망을 흔들었다.
[역시! 에드워드 선수! 선취골을 기록합니다!]
[하… 전반 8분이네요. 초반부터 거침없는 공격입니다. 에드워드 선수!]
[아~ 이번 시즌 벌써 24골… 리그 경기에서만 16골입니다.]
[정말 엄청난 화력이죠. 어시스트까지 생각하면 공격 포인트가 EPL 부동의 1위입니다.]
골을 넣은 에드워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골 세리머니도 안 하고 다시 웨스트 릴링의 진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가볍게 그를 축하할 뿐… 별다른 액션을 하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에게 있어서 에드워드의 골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기뻐하지 않으니, 먼저 나서서 기뻐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경기에는 로테이션급 선수들만 있다 보니, 행동이 더욱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칸은 그런 에드워드의 모습과 다른 선수들이… 뭔가 아쉬웠다.
‘에드워드… 아무리 축구에 전념한다지만, 에이스라서 고독하다지만, 괜찮은 거니? 적어도 여기서 기뻐는 해야 하는 거 아냐?’
대칸의 걱정에도 에드워드는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였다. 그리고 당연히 전반전에만 1골 1어시를 기록하고 교체되었지만, 웨스트 릴링의 승리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