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화
유로파 리그 네 번째 조별 경기, FC 오렌부르크전.
이번 경기의 선발 선수들은 앞의 경기와는 약간 다르게 결정되었다.
“다음 경기인 맨체스터 시티전을 고려해서 로테이션급 선수들을 투입하겠습니다.”
대칸의 말에 모든 코치들이 동의하였다. 유로파 리그 조별 경기에서 3승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 게다가 오렌부르크의 전력이 약한 편이라 로테이션급 선수들을 투입해도 괜찮은 상황이었다.
FW : 니클라스 드레(428/490)―줄리오 자코민(421/446)
LMF : 나사로 오돈(446/465), RMF : 토니뉴 크로스(427/422)
MF : 마르크 헤닐라(440/467)―아펠레스 네이토 올리버즈(421/475)
LWB : 알리 오툰(355/365), RWB : 니토 안드레슨(422/433)
DF : 노인찬(426/431)―마그레트 젠슨(427/461)
GK : 미하젤 프렉(379/431)
“이 선수들로 결정하겠습니다.”
대칸 감독과 코치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케빈 전술 코치가 결정하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칸도 아펠레스의 체력이 70%인 것이 아쉽긴 했지만, 홈구장 버프에 데이비드의 레전드 스킬, 게다가 토너먼트 대회라서 자신이 가진 감독 스킬이 발동되어 신체 능력치가 올라가는 것을 생각하면…….
“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네요.”
대칸의 예상은 무난한 승리였다.
경기 날.
오늘 경기를 준비하는 줄리오의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그 이유는…….
“줄리오, 파이팅!”
관중석에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한 사람, 그의 어머니가 오늘 그가 뛰는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직접 방문한 것이다.
이번 시즌에 웨스트 릴링 FC의 로테이션 선수로 자리 잡은 줄리오는 어머니가 경기를 보고 싶어 하자, 친한 루이 유소년 코치에게 부탁을 하였다.
‘코치님, 저희 어머니가 제가 출전하는 경기를 보고 싶다고 하는데…….’
‘그래? 알았어. 내가 도와줄게.’
줄리오의 부탁을 받은 루이는 세우타까지 직접 방문하여 그녀를 웨스트 릴링으로 데려와서는 VIP 관람석까지 구해서 준 것이다. 그리고 그런 루이 코치의 배려 덕분에 줄리오의 어머니는 경기장에서 직접 줄리오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삐삑~
경기가 시작되고, 줄리오는 정말 필사적으로 그라운드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대편 선수의 강한 어깨 태클에 넘어지자!
“줄리오!!”
그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경기를 지켜보자, 옆에 있던 루이 코치가 안심을 시켜주었다.
“너무 걱정 마시죠. 저 정도에 무너질 줄리오가 아닙니다.”
그리고 루이의 말처럼 줄리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줄리오는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매우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으며,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죠.”
루이가 그녀에게 수십 번도 더했던 말이지만, 그래도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았다.
줄리오의 각오도 남달랐다.
‘오늘 내가 보여준다!’
줄리오는 어머니가 보는 경기라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았던 절친인 토니뉴는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줄리오만 보고 패스하였다.
그리고 전반 27분.
토니뉴는 이번에도 줄리오만 보고서 패스를 하였다.
펑~
낮고 빠른 멋진 스루패스가 줄리오에게 연결되었다.
[줄리오 선수! 결정적인 찬스!]
자연스럽게 좋은 찬스로 연결되었고, 줄리오는 공을 찼는데,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갔다.
펑!
골키퍼의 역동작이 걸려서 강한 슛이 반대편 골대 부근으로 향했다. 하지만,
‘텅!’
[아! 아깝습니다. 공이 골대에 맞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2선에서 침투하던 나사로가 튕겨 나온 공을 향해 쇄도했고, 그리고 그가 발로 다시 찼다.
펑~ 철렁!
[나사로 선수! 루즈 볼을 멋지게 골로 연결시킵니다!]
[줄리오 선수가 만든 좋은 기회를 나사로 선수가 골로 연결시킵니다.]
라커룸.
웨스트 릴링이 1:0으로 앞선 상황으로 전반전이 종료되어, 라커룸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줄리오와 토니뉴에게 나사로와 니클라스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토니뉴? 너, 왜 패스를 이상하게 하는 거야?”
“그래, 오늘 줄리오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패스를 하는데?”
아무리 로테이션급 선수들의 경쟁이 있다고 해도, 친한 선수들끼리의 노골적인 패스와 같은 플레이는 암묵적인 금지 사항이었다. 그리고 그런 플레이는 대칸을 비롯한 코치들에게 엄청난 감점 요인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하지 않는 플레이였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토니뉴가 줄리오에게 패스를 하는 모습은 아주 표가 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토니뉴는 줄리오를 한번 보고서는 솔직하게 말을 해버렸다.
“그게… 사실은…….”
토니뉴는 오늘 줄리오의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가 경기를 보러 와서, 그가 골을 넣는 장면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그에게 패스를 몰아주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래? 진작 말하지.”
“그런 상황이라면, 이해하지.”
“우리도 도와줄게!”
니클라스, 나사로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르크와 아펠레스까지 모든 미드필더 선수들의 줄리오에게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였다.
“고마워. 오늘 도와준 것은… 언젠가는 갚을게.”
줄리오도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선수들의 대화는 라커룸에 있던 모든 선수들과 코치들까지 다 들었다.
“허허허… 분위기 좋네.”
안셀모는 그저 웃었고, 그 옆에 있었던 로카와 조나스, 앤드류도 웃기는 했지만…….
“가끔 이 팀 선수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으면… 느낌이 이상하네요.”
“프로 팀 선수들이 아니라, 마치 아카데미 선수들 같아요.”
오랜 시간 살벌한 프로 경험이 많았던 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같은 팀 동료지만 라이벌이라는 의식이 강했고, 내가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프로와는 뭔가 맞지 않게 보였던 것이다.
“그게, 웨스트 릴링의 특징이지! 뭔가 순수함이 느껴지는 부분? 로망이 있다고 할까? 프리미어 리그 팀… 아니, 유럽 5대 리그에 있는 그 어떤 팀도 이런 분위기는 없을 거야.”
안셀모의 말에 로카와 조나스 그리고 앤드류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대칸도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다.
“알리 선수.”
“네.”
대칸은 가만히 있던 알리를 불렀다. 그리고 그에게 주문했다.
“오늘, 공을 잡으면 무조건 줄리오에게 길게 패스해.”
“네? 하지만…….”
롱패스에 자신이 없는 알리였지만, 대칸은 오늘 경기 시작할 때, 그의 스킬이 발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가진 운을 믿었다.
“그냥, 차! 이상하게 찬다고 해서 아무도 뭐라고 안 해.”
대칸의 말에 알리는 ‘네’라고 대답했다.
후반전.
경기가 시작되고 5분… 공을 처음 잡은 알리는 대칸 감독의 지시대로 그냥 공을 길게 앞으로 찼다.
펑~
[알리 선수의 롱패스!]
공은 느리지만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그 공의 착지 지점에는 기가 막히게 토니뉴가 있었다.
탁!
[토니뉴 선수의 좋은 퍼스트 터치!]
공을 잡은 토니뉴는 본인이 슛을 찰 수도 있었지만, 당연히 공을 패스했고.
펑~
좋은 패스가 줄리오에게 가자, 공을 살짝 터치하여 뜨게 만든 다음에 발리슛을 바로 때렸다.
펑~! 철렁!
[줄리오 선수의 멋진 발리 슛! 골이 됩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후반전 시작부터 오렌부르크의 골망을 흔드네요!]
[후반 5분 줄리오 선수의 골로 웨스트 릴링 FC가 앞서갑니다.]
줄리오의 골은 여기부터 시작이었다.
퍽!
“악!!”
마르크의 거친 어깨 태클에 오렌부르크 선수가 넘어졌지만,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마르크 선수! 공을 빼앗습니다.]
[오렌부르크 선수들, 아직도 잉글랜드는 몸싸움에 관대하다는 것을 모르나 보네요.]
공을 잡은 마르크는 좋은 위치에 있던 나사로에게 패스를 하였고, 나사로가 공을 몰고 들어갔다. 그리고.
[아! 탱크네요! 완전 탱크예요!]
[나사로 선수가 공을 잡고 들어가는데, 오렌부르크 선수들이 막지를 못합니다.]
나사로가 거친 플레이로 수비수들이 달라붙는 것을 무시하고 들어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들어가자!
[나사로 선수의 패스!]
나사로가 정확한 패스를 니클라스에게 주었는데, 니클라스의 다음 동작은!
[아… 백패스! 그리고 줄리오 선수의 슛!]
니클라스가 자신이 때려도 되는 슛 찬스를 줄리오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철렁!
[웨스트 릴링의 세 번째 골이자, 줄리오 선수의 두 번째 골이 나옵니다. 후반 19분에 웨스트 릴링 FC가 3:0으로 앞서갑니다.]
“줄리오…….”
줄리오의 두 번째 골에 관중석에 있던 그의 어머니의 눈은 이미 촉촉해져 있었다. 그리고 루이 코치도 신이 나서는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줄리오 정말 잘한다고요. 오늘 벌써 2골이나 넣었네요!”
루이의 말에 그녀는 눈물을 살짝 훔치고서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였다.
“줄리오, 좋은 축구 선수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아… 어머님 이러지 마세요. 제가 무엇을 한 것이 아니라… 줄리오가 잘 성장한 겁니다.”
그럼에도 줄리오의 어머니는 계속해서 루이 코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줄리오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42분, 오렌부르크의 공격을 무사히 막은 미하젤 골키퍼는 공을 자신의 앞에 있던 노인찬 선수에게 패스하였다. 그리고 노인찬도 아펠레스에게 패스했다.
[아펠레스 선수 공을 잡습니다.]
아펠레스도 무난하게 좋은 위치에 있던 줄리오에게 패스했는데, 미드필더 지역이라서 그의 앞에 세 명의 수비수들이 있었다.
[오늘 분위기가 좋은 줄리오 선수가 공을 잡습니다.]
평소라면, 절대 무리한 돌파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줄리오는 이런 상황이라면 돌파를 하고 싶었다.
타… 타탁!
[줄리오 선수 드리블로 직접 치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오렌부르크의 선수가 앞을 막자.
[넛 메그!]
가랑이 사이로 공을 차고 뛰어 들어가면서 한 명을 제쳤고.
[헛다리 짚기! 연이은 페인팅!]
헛다리 짚기와 동시에 바디 페인팅으로 두 번째 수비수를 속이고 돌파했다.
[아! 태클도 피합니다!]
마지막 수비수가 다급히 태클을 하였지만, 그것도 줄리오는 완벽하게 피했다. 그렇게 골키퍼와 1:1 상황!
‘그냥 찬다!’
줄리오는 골키퍼의 얼굴을 노리고 강슛을 때렸다.
펑!
오렌부르크의 골키퍼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향하는 슛을 손으로 걷어내려 했다. 그런데.
팍……! 철렁…….
[줄리오 선수의 강슛이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대로 들어갑니다.]
[정말 강슛이었네요. 키퍼가 본능적으로 손을 움직였지만, 맞고도 힘이 남아있어서 골대로 들어갑니다.]
[줄리오 선수! 오늘 해트트릭이네요.]
[오! 오늘 줄리오 선수가 세 번째 골을 기록하는군요. 정말 좋은 기세입니다.]
세 번째 골이 터지자! 줄리오는 골 세리머니 대신에 VIP 관중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보면서 손으로 하트를 표시하였다. 그러자, 다른 동료들도 달려와서는 줄리오와 함께 그녀의 어머니를 향해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서 선물하였다.
[아! 하트 세리머니네요. 그런데? 누군가를 향해서 하는 것 같죠?]
[그러네요. VIP 관중석 같은데…….]
토마스 캐스터와 조슈아 해설이 무슨 상황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PD가 급하게 쪽지를 중계 부스로 넣어주었다.
[아! 오늘 VIP 관중석에 줄리오 선수의 어머니가 직접 경기를 보러 왔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오늘 줄리오 선수가 정말 열심히 경기를 뛰어다녔습니다. 그리고 해트트릭까지 성공했습니다.]
[줄리오 선수… 유소년 시절에 웨스트 릴링 FC와 프로 계약을 맺었고 육성군으로 성장하다가, 이번 시즌에 로테이션 멤버로 팀에 합류한 선수입니다.]
[네, 이 선수 성실하죠. 세우타 출신으로 육성군 시절에 훈련장에서 항상 밝은 표정으로 훈련을 열심히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아마 아버지가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홀어머니만 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어머니 앞에서 자신의 성장을 직접 보여줍니다.]
그렇게 경기가 종료되었다.
삐삑~
심판의 종료 휘슬이 불자, 줄리오는 밝은 표정으로 VIP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다가가서는 포옹을 하였다.
대칸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까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보았는데.
[오늘! 줄리오 선수의 어머니가 구장을 방문하셨습니다. 다들 경기 MVP인 줄리오 선수에게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경기장 내 사회자가 특별히 줄리오와 그의 어머니에 대해 소개하였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는 거대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짝짝짝짝짝!
관중들의 축하를 받으며 줄리오는 자신의 성장을 어머니에게 경기를 통해 보여드렸다.
그렇게 웨스트 릴링 FC의 연승 가도는 계속되었다. 프리미어 리그 5연승! 유로파 리그 조별 경기를 포함하면 무려 7연승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 경기! 프리미어 리그 12차전의 상대는 맨체스터 시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