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화
개막전 다음 날 훈련장.
대칸은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 매니저로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특히, 대칸이 집중적으로 보는 부분은 회복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개막전에서 발목을 다쳤던 예세는 3주가 필요하네.’
셰필드 웬즈데이전에서 발목을 삐끗했던 예세 요로넨은 아담 단장의 ‘대회복(L)’ 스킬을 받았지만, 그래도 3주라는 회복 시간이 필요했다.
‘우드는 고질적인 햄스트링… 2주 휴식 필요.’
역시나 햄스트링 부분이 안 좋은 우드는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경기에 뛰면 심해질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2주 정도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대니얼은 다음 경기만 쉬면 될 것 같고.’
무릎 부위에 피로 누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대니얼도 한 경기를 뛰면 일정 기간의 휴식을 보장해 줘야 했다.
‘안셀모도 다음 경기인 레스터 시티전에는 쉬고 그다음 경기인 토트넘전을 준비하자.’
안셀모의 경우, 다음 경기 출전이 가능하지만 그다음 경기인 토트넘전을 대비해서 한 경기 휴식을 주기로 결정했다.
‘오사마도… 안셀모랑 같이 쉬게 하자.’
오사마도 안셀모와 마찬가지로 토트넘전을 대비하여 레스터 시티전은 휴식을 확정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복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는 에드워드였다. 그런데, 에드워드가 이상했다.
‘왜? 회복 속도가 늦어지지?’
대칸이 처음 축구 매니저로 유로 2028에서 복귀한 그의 부상 회복 기간을 확인했을 때에는 필요한 시간이 4주였다. 그런데, 4주가 지났는데 여전히 그에게 필요한 회복 기간은 2주가 남아있었다.
정상적으로 회복을 진행했다면, 체력이나 컨디션 관리가 안 되어있을지는 몰라도 부상은 없어야 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부상이 약간 남아있었다.
‘뭐지… 왜 이렇지? 설마 다른 문제가 있나?’
대칸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해서 답답했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조용히 팀 닥터들의 지시에 따라 회복 훈련을 받고 있었고, 평소에 그에 대한 케어를 아담이 직접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다음 날.
영국 최고의 찌라시라고 불리는 ‘더 문’의 첫 페이지에 에드워드의 사진이 커다랗게 나왔다. 그것도 호텔에서 여자와 같이 나오는 모습이었으며, 자극적인 헤드라인도 함께 있었다.
- 잉글랜드 신성 에드워드, F컵 모델 나탈리아와 호텔에서 나오다!
이 기사는 순식간에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로 이어졌고, 웨스트 릴링 FC의 홍보 팀이 바빠졌다.
“데이비드 구단주님, 어떻게 할까요?”
홍보 팀 직원의 보고에 데이비드는 일단은 상황을 확인해 보자고 말했다.
“빨리 각 언론사 보도 상황 확인하세요. 그리고…….”
“그리고?”
데이비드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냥, 각 언론사 보도 자제 요청만 하세요.”
데이비드는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젠장… 에드워드… 이 녀석 요즘 매일 밤마다 놀러 다니더니.’
이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아… 그래? 그렇구나. 어쩔 수 없지.”
데이비드와 통화를 해서 사실을 확인한 대칸은 당황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후… 에드워드도 20대 초반의 남자인데 여자를 만날 수도 있지.”
에드워드가 아무리 슈퍼스타라지만 사람이었다. 여태까지 조용히 지냈던 거지, 여자를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시끄럽겠지만, 어쩌겠어.”
대칸은 언론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날.
이번에는 다른 언론사에서 기사가 올라왔다.
- 에드워드 바커! 여러 여자들과 원 나잇?
- 에드워드의 여자는 한 명이 아니다
- 많은 여자들과 어울리는 에드워드
- 환락의 밤! 잉글랜드의 신성이 타락하다?
에드워드가 여러 여자들과 술을 마시며 밤을 즐기는 사진들이 계속해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에드워드의 파트너는 매일 바뀌었다. 수많은 여자들과 즐기는 생활을 한동안 했던 것이다.
“하… 이게 뭐야.”
신문 기사를 보고서 대칸은 머리가 아파왔다.
* * *
유로 2028에 참가한 에드워드는 잉글랜드 국가 대표 선수들과 친해졌다. 그리고 그들은 축구와 게임밖에 몰랐던 에드워드에게 유흥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에드워드, 유로 마치면 클럽 같이 안 갈래?”
“클럽?”
잉글랜드 국가 대표 중에서 에드워드와 같은 나이였던, 리즈유나이티드 소속의 어린 선수들은 에드워드를 설득하였다.
“나. 춤 같은 거 못 추는데…….”
에드워드가 순진한 대답을 하였지만, 예전에 그와 친분이 있었던 리즈 선수들은 약간 비웃으며 말했다.
“야, 춤 못 춰도 괜찮아.”
“그래, 너 정도 외모에 명성이면 여자들이 완전 딱 달라붙을걸? 그리고, 너는 여자를 선택해서 놀면 되는 거야.”
“리즈 클럽에 가면 WAGs가 되고 싶어서 달라붙는 여자들이 넘쳐나지.”
유소년 시절에 친했던 선수들의 말에 에드워드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 당시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대화였다.
문제는 재활 훈련이었다. 에드워드가 지겨운 재활 훈련을 하던 도중에 그 친구 중에 한 명의 연락이 온 것이다.
- 어이 에드워드! 요즘 잘 지내?
“그래? 하워드. 무슨 일이야?”
- 다름이 아니라, 내일 내 생일인데? 같이 안 놀래?
생일이라는 말에 에드워드는 흔쾌히 대답했다.
“좋아. 그럼 오래간만에 술이나 한잔하자.”
그리고 에드워드가 간 곳은 리즈에서 가장 핫하다는 클럽이었다.
“와… 뭐야?”
화려한 음악에 쾌활한 분위기… 그리고 아찔한 옷차림의 여자들… 에드워드가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가 그곳에 있었다.
“에드워드! 생일 파티에 와줘서 고마워! 오늘 밤 즐겨봐.”
하워드의 인사를 받은 에드워드에게 당연히 수많은 여자들이 몰려왔다. 잘생기고 유명한 축구 선수이다 보니, 여자들이 달라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그들과 놀기 시작하면서 에드워드는 술과 여자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매일 밤 클럽으로 출근해서 몇몇 아름다운 여자들과 밤을 즐기기 시작했다.
* * *
단장실.
아담, 데이비드 그리고 대칸이 모여서 긴급 대책 회의를 실시하였다.
“지금 에드워드는 어쩌고 있어요?”
“집에 있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나오지 말라고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기자들이 주변에 있어서 돌아가라고 각 신문사에 연락했습니다.”
데이비드는 급하게 대응을 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아담은 후회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면서 그냥 두었던… 제가 실수했네요.”
아담은 에드워드가 재활 훈련 기간에 밤마다 밖으로 놀러 나가는 것을 알았지만, 제지하지 않았었다. 어려서부터 프로 선수로 살아왔던 에드워드가 놀려고 하는 행동을 안타까운 마음에 그냥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담도 에드워드가 술을 적당히 마시는 정도인 줄 알았지, 여자를 바꿔가며 원 나잇을 즐기는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담 단장님 잘못이 아닙니다. 에드워드가 그럴 줄은 아무도 몰랐죠. 다만 에드워드도 성인이었는데…….”
에드워드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아직 스물두 살의 어린 청년이었다. 그리고 그 뜨거운 젊음의 열기에 아름다운 여자들의 유혹을 참아내기가 힘들었을 뿐이다.
“네, 어찌 되었든 지금부터라도 잘 대응해야죠.”
그렇게 세 사람은 여태까지 일은 잘 수습하고 앞으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음 날 새벽.
집에서 레이첼과 함께 자고 있던 대칸의 전화기가 울렸다.
웅… 웅…….
대칸이 졸린 눈으로 전화기를 들어서 확인했더니…….
“데이비드?”
갑작스러운 데이비드의 전화에 대칸이 받았다.
“데이비드? 새벽에 무슨 일이야?”
- 형님… 그게… 에드워드가 없어졌어요.
“뭐? 없어져?”
갑작스러운 데이비드의 말에 대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녁 식사 시간에 아담과 에드워드가 크게 싸웠다고 한다.
“에드워드!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어!!”
“같이 놀았습니다. 그냥 서로 합의하에 놀았어요.”
“그리고 그 여자들하고 무슨 사이야? 정식으로 사귀는 것도 아닌 것 같던데?”
“그냥 클럽에서 만난 여자들이죠.”
생각지도 못한 자유분방한 에드워드의 대답. 그것도 너무 태연하게 대답하자, 아담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너 정신이 있는 녀석이야? 프로 선수라는 녀석이 사생활 관리를 그 정도밖에 못해? 제정신이냐고!”
계속되는 아담의 말에 에드워드도 울컥해서 말했다.
“하… 그만하세요! 알겠어요. 그리고 여자애들도 다 합의하고 한 일이에요.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뭐라고? 그리고 조심한다고? 그만하는 것이 아니라!!”
아담이 더 화를 냈지만, 에드워드도 큰 소리로 반항하였다.
“저도 성인이라고요! 제 인생은 제 겁니다!”
아담과 에드워드…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싸움을 하였고, 결국에는 에드워드가 폭발해서 집을 뛰쳐나갔다.
데이비드를 통해서 상황을 전달받은 대칸은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걱정이 가득했다.
- 다행히 집 주변에 있던 기자들이 모두 돌아가서… 언론에 보도는 안 될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에드워드가 안 보여요. 차 키도 두고 나가서 웨스트 릴링에 있을 것 같은데, 어디로 갔을까요?
데이비드가 은근히 대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고, 대칸은 그 요청을 받아주었다.
“후… 내가 축구 매니저로 찾아볼게. 그리고 찾으면 연락해 줄게.”
- 네, 형님 부탁드릴게요. 웨스트 릴링이 생각보다 넓네요. 그래서 어디 숨었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네요.
데이비드의 요청을 받은 대칸은 침대에서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었다.
대칸이 옷을 다 갈아입자, 옆에서 자던 레이첼도 눈을 비비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에드워드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
“레이첼, 걱정하지 말고 자요. 나는 잠시 나갔다 올게요.”
대칸은 그녀를 안심시키고 새벽… 동이 트는 모습을 보면서 집을 나섰다.
새벽의 웨스트 릴링은 고요했다. 그런 웨스트 릴링 지역을 대칸은 축구 매니저를 실행하여 에드워드가 어디 있는지를 찾으면서 돌아다녔다.
마을 지역에 에드워드가 보이지가 않자, 대칸이 다음으로 간 곳은 뉴 웨스턴 스타디움이었다. 웨스트 릴링 FC 소속의 축구 선수다 보니, ‘이곳에 와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온 것이다.
‘여기에 없네.’
하지만, 뉴 웨스턴 스타디움에도 에드워드는 없었다.
‘그럼 혹시?’
대칸의 머리에 뉴레인 스타디움이 지나갔다. 그래서 이번에는 뉴레인 스타디움으로 이동했는데…….
‘하… 여기 있네.’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경기장 내부에서 에드워드의 상태 창을 볼 수가 있었다.
대칸은 바커 가족이 걱정할까 봐 일단 데이비드에게 전화로 에드워드를 발견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경기장으로 들어갔는데… 그리고 상태 창을 따라서 움직이자, 어느새 라커룸까지 오게 되었다.
저벅… 저벅…….
대칸이 발자국 소리만 내면서 라커룸에 들어섰다. 그리고 라커룸 옆에 있는 작은 방… 선수들이 쉴 수 있도록 작은 침대가 놓인 방에 들어서자, 그 침대 위에 에드워드가 누워있었다.
“어! 감독님?”
대칸이 방에 들어가자, 에드워드가 깜짝 놀랐다. 그런 에드워드에게 대칸이 말을 걸었다.
“에드워드? 뭐야? 왜 여기 있어?”
“…….”
하지만, 에드워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싸워서 그냥 집을 뛰어나왔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칸은 에드워드를 데리고 감독실로 갔다. 그리고 감독실에서 따뜻한 밀크티를 만들어서 에드워드에게 건네주었고, 두 사람은 밀크티를 함께 마셨다.
에드워드가 밀크티를 절반 정도 마셨을 때, 대칸이 말했다.
“에드워드, 사실… 데이비드를 통해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들었다.”
“…….”
“아담 단장님은 널 걱정해서 그랬던 거야. 그러니 너무 속상해하지는 말자.”
대칸의 말에 에드워드가 한숨을 쉬고서 말했다.
“네, 그렇죠. 아버지는 절 걱정해서 잔소리를 하신 거죠. 알고 있어요. 알고 있는데… 그냥 싫었어요.”
축구에만 빠져 살던 에드워드… 그에게 화려한 클럽과 술, 그리고 말초적인 쾌감을 주는 여자의 육체… 섹스는 너무나 달콤했다. 그래서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빠졌던 것이다.
그리고 아담의 잔소리도 맞는 말이었다. 그것을 에드워드가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냥 싫었다.
게다가 아직은 이 여자들과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쾌락을 놓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에드워드에게 대칸이 말했다.
“에드워드, 네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넌 성인이고 프로 선수다.”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사생활은 너의 자유다. 그리고 아담 단장님은 아버지니까 잔소리를 하지만, 다른 사람은… 나는 감독으로서 네가 범죄만 안 저지르면 크게 신경 쓰지는 않을 거야.”
약간 냉정한 대칸의 심정이었다.
“다만, 넌 프로다. 그러니 실력으로 보여줘. 그러면 되는 거야. 네가 잘하던 축구로 보여준다면 사생활은 다음 문제야.”
대칸의 말에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대칸이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자,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아담 단장님과 다시 대화를 해봐. 아담 단장님이 너를 걱정해서 그런 거지. 네가 진지하게 대화를 요구한다면 안 들어주실 분이 아니야.”
그렇게 대칸은 에드워드를 달랬고,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