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화
【 한국 친선경기 】
10일간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유소년 선수들과 육성군 선수들은 웨스트 릴링으로 돌아갔지만, 주전급 선수들은 다른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그 비행기는 한국행, 인천 국제공항으로 떠나는 비행기였다.
비행기 안에서 대칸은 돌아다니면서 축구 매니저로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그러다가 대니얼이 눈에 띄어서 그에게 다가갔다.
“대니얼, 컨디션은 어때?”
“네? 감독님 그게…….”
대니얼이 갑작스러운 대칸의 질문에 존댓말로 대답하였다.
“뭐야? 왜 전지훈련 때부터 계속 존댓말이야? 둘이서만 있는데, 너답지 않아! 대니얼.”
“흠… 그게…….”
“그게?”
“그게…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이제는 프리미어 리그 팀 감독이라서 그런가, 위엄? 포스가 있어. 예전보다 무언가 있어 보인다고.”
대칸의 새로운 스킬인 카리스마(L)의 효과는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영향을 주었다. 그가 말하는 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고, 그가 매우 위대한 감독처럼 느껴지게 만든 것이다.
“야, 그래도 너는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말해. 예전처럼 행동하라고. 선수들이 고충 상담한 것을 나한테 편하게 말하란 말이야.”
친한 대니얼의 다른 모습이 대칸의 마음에 약간 걸렸다. 그리고 대칸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대니얼도 편하게 말했다.
“음, 알았어.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말하자.”
그리고, 대니얼은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였다.
“그런데 감독님 그, 너한테 분신처럼 따라다니던 사람이 요즘 안 보이네.”
“아, 차현우 씨? 한국 가면 다시 볼 거야. 지금 조금 바쁘거든.”
“그래?”
대니얼이 차현우에 대해 언급을 하는 순간, 그는 한국에 있는 작업실에서 유X브에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었다. 그가 업로드하는 동영상의 제목은 ‘신화의 웨스트 릴링. EP 1’이었다.
“자! 나의 2년을 투자한 야심작이다. 세상을 흔들어라!”
중2병이 가득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의 얼굴에는 며칠 밤을 새우며 작업한 여파로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뿌듯함도 함께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인천 국제공항.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들이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장으로 들어오자, 수많은 기자들의 카메라 불빛이 터졌다.
“2년 만에 한국에 방문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 리그 감독이 되셨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한 말씀 해주시죠.”
“전지훈련에 불참한 에드워드 선수의 이적설이 돌고 있습니다. 사실입니까?”
“다음 시즌 프리미어 리그 잔류가 목표이신가요? 다른 목표가 있다면 말해주세요.”
기자들이 좀비 떼처럼 대칸 감독에게 달라붙어서 질문을 퍼부었다. 그리고 대칸 감독은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서, 구단을 통해서 문의하라고만 하였고,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울산 FC에 준비한 버스에 안전하게 탑승하였다.
“후… 극성이네. 극성!”
대칸이 땀을 닦고 앉았는데, 대니얼이 감탄하며 말했다.
“오! 역시, 대칸 감독! 모국에서는 인기 정말 좋다니까.”
“하… 아무래도 국뽕의 대명사 중에 한 명이 되다 보니, 노인찬 선수가 같이 왔으면 기자들이 조금 갈렸을 건데, 자리가 부족해서 다음 비행기로 오게 되니… 나한테 모두 몰려오네.”
대칸은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이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해서 받은 관심이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서울 명동에 있는 호텔에 자리 잡은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서울 스케줄부터 소화하였다.
“자, 모두 웃으세요. 치즈~”
오전 스케줄은 CF 촬영이었다. 선수들은 정해진 보수를 받는 조건으로 촬영감독의 지시에 따라 억지로 웃으면서 CF 촬영을 두 개나 하였다.
“자, 한 분씩 천천히 움직이세요. 모든 선수들에게 사인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스폰서의 후원 조건인 사인회를 명동에서 열어서 팬들에게 서비스도 하였다.
“자! 오늘의 게스트는 대칸 감독님과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입니다!”
저녁에는 일부 유명 선수들과 대칸 감독이 한국에서 유명한 예능 프로에도 출연했다.
하루 만에 네 개의 스케줄을 소화한 그들에게 쉴 틈은 없었다. 다음 날은 전북으로 이동했다.
전북 FC의 홈구장인 전주 월드컵 경기장.
점심 무렵에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도착하자, 반가운 얼굴이 그들을 맞이했다.
“대칸 감독님!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전북에 잘 오셨습니다.”
김종일 수석 코치! 이제는 전북 FC의 감독인 그와 차승진 체력 코치가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김종일 감독은 직접 그들을 경기장으로 안내하였고, 관중들의 함성을 들으며 그라운드에 입장하였다.
“경기 시작 시간은 두 시간 정도 후입니다. 그때까지 그라운드 편히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김종일 감독은 일부러 직접 그들을 안내하였고, 대칸 감독을 비롯한 친한 코치들과 선수들은 그와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자, 그러면 다들 스트레칭하세요. 코치님들이랑 스태프분들도 도와주시고요.”
대칸 감독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은 오랜 시간 버스에 타고 있어서 굳은 근육을 천천히 풀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치들과 물리치료사, 마사지 전문가들은 그들의 몸의 뭉친 부분을 손으로 풀어주었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몸을 푸는 동안에 플램 수석 코치는 전북의 벤치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김종일 감독에게 다가갔다.
“김종일 감독님이시죠?”
플램의 질문에 김종일 감독은 능숙한 영어로 답변했다.
“네, 맞습니다.”
“저는 현재 웨스트 릴링 FC의 수석 코치인 플램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고, 가볍게 대화를 시작하였다.
“사실, 감독님을 찾아온 이유는 대칸 감독님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어서입니다.”
“대칸 감독님이요…….”
김종일 감독은 웃으면서 말했다.
“1시즌 같이 보내셨으면 아시지 않나요? 저분 아주 대단한 감독님이라는 거요.”
“네, 정말 대단한 감독님이죠.”
플램 수석 코치가 그렇게 받자, 김종일 감독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저는 진심으로 말한 겁니다.”
“네, 저도 진심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는 비슷했다.
“아마추어 같은 면이 있는데, 천재입니다.”
“네, 천재죠. 제가 나름 영국에서 코치 생활부터 시작해서 유소년 감독, 감독 대행까지 하면서 저 스스로에 대한 능력은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칸 감독님은 제가 절대로 못할 것 같은 능력이 있습니다.”
플램 수석 코치는 대표적으로 안셀모를 가리키며 말했다.
“안셀모 선수와 같이, 노장인데 부상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모습, 선수 상태에 대한 이해와 분석 능력은 그 누구도 못 따라갈 겁니다.”
그러자, 김종일 감독이 동의하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죠.”
“전술적인 부분 말씀이시죠? 약간 미스가 있긴 하죠. 대신에 엄청난 창의적인 전술을 보여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대칸 감독님은 일반적인 잣대로 판단할 수가 없는 사람이죠.”
“언론에서는 대칸 감독님을 유망주를 잘 알아보는 감독 정도로 알지만, 그는 천재입니다.”
“네, 동의합니다. 그는 천재입니다. 우리가 판단할 수 없는!”
플램 수석 코치는 김종일 감독과 대화를 하면서 전 수석 코치도 자신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대칸은 오래간만에 휴대폰으로 방송을 시작하였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칸입니다.”
대칸이 방송을 시작하자, 사람들이 빛의 속도로 몰려왔다.
- 여기가 전설의 대칸 방송인가요?
- 연례행사에 당첨되었다!!
- 오늘 대박이네요! 프리미어 리그 팀의 감독 방송을 보다니!
- 대칸! 대칸! 대칸!
대칸은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말을 하였다.
“관심 있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오늘은 웨스트 릴링 FC와 전북 FC의 친선경기가 있는 날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북 FC의 홈구장인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중계하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 방송 오래 하는 건가요?
-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 인터뷰해 주세요.
- 영국 감독 생활 썰 푸시는 건가요?
- 요즘, 신화의 웨스트 릴링이 대세던데? 리얼인가요?
대칸은 눈에 띄는 시청자들의 채팅에 반응을 해주면서 느긋하게 친선경기를 준비하였다.
삐삑~
심판의 휘슬과 함께 친선경기가 시작되었다.
“자~ 오늘 경기에는 주전급 선수와 로테이션급 선수들, 육성군 선수들까지 섞여있습니다. 그리고 교체 카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교체할 예정입니다.”
- 에드워드는 안 왔나 보네요?
“네, 에드워드 선수는 안 왔습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영국에 잔류했습니다.”
- 딜런 선수가 이적한 자리는 누가 채우나요?
“딜런 선수의 자리를 특정한 선수로 메울 생각은 없습니다. 팀의 전술적인 방향을 변경할 예정입니다.”
- 안셀모 선수의 몸 상태는 괜찮나요?
“안셀모 선수요? 지금 경기에 잘 뛰고 있는 거 보시면 알겠지만, 괜찮습니다. 아무런 문제 없어요.”
대칸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해주면서 친선경기를 중계하였다. 그리고 전반 22분에 좋은 장면이 나왔다.
“자, 안셀모 선수가 공을 잡습니다.”
안셀모가 공을 잡자, 전북 선수들이 그를 압박하였다. 그러자 안셀모는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개인기로 가볍게 탈압박을 하였다.
“역시! 안셀모입니다. 가볍게 탈압박을 하네요.”
- ㄷㄷㄷ 레알 출신 클래스는 어디 안 가네.
- 이거 정말 공놀이하네요. 가볍게 두 선수를 바보로 만드네.
- 여유가 넘치네요! 정말 즐기고 있어요!
- 눈 호강하네요. 정말 여유 있는 테크니션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네요.
반대편 선수 두 명을 제친 안셀모는 넓은 시야로 비어있는 공간을 향해 공을 찼다.
“오~ 아주 적절한 패스가 날아갑니다. 그리고 이 공을 자카리스 선수가 잡습니다.”
- 누구지? 처음 보는데?
- 저번 시즌에 챔피언십 리그 경기에 나온 선수는 아님. 어려 보이니 육성군인 듯. 그런데 겁나 빠르다.
- 웨스트 릴링 FC의 윙백들은 죄다 스피드가 좋네.
- 대칸 감독이 선호하는 스타일인 듯
자카리스는 경험이 부족했지만, 패기를 가지고 무조건 중앙을 보고 공을 올렸다.
“오~ 자카리스 선수! 크로스 좋은데요?”
그 크로스가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나사로가 잘 예측하고 움직여서 뛰어올랐다.
“나사로 헤딩~”
나사로의 머리에 공이 맞으면서 골키퍼가 막을 수 없게 굴절되었다. 그리고 골망을 흔들었다.
“골입니다! 나사로 선수가 머리로 선취골을 만드네요.”
- 플레이 정말 시원하다.
- 골 결정력이… 레벨이 다르네.
- 나사로가 저번 시즌 챔피언십 리그에서 10골 이상 넣은 수준급 공격수이니…….
- 안셀모의 패스가 시작이었음!
대칸도 마지막 채팅에 반응해 주었다.
“네, 한 분이 잘 말해주셨는데, 안셀모 선수의 패스가 시작이었습니다. 좋은 타이밍에 좋은 패스로 기회까지 연결해 주었죠.”
그리고 대칸은 선수들의 특징에 대해서 계속해서 설명하였다.
“안셀모 선수에 대한 설명은 안 해도 잘 아시겠지만, 테크니션에 경험이 많은 미드필더입니다. 살짝 체력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선수입니다.”
“나사로 선수도 톱클래스 유망주? 아니 나이는 20대 초반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망한 선수죠.”
“칼슨 선수는 슈퍼조커입니다. 좋은 플레이를 기반으로 팀의 승리를 지키거나, 경기 흐름이 이상할 때에 전환을 해줄 수 있는 선수죠.”
“마르크 선수는 강력한 신체를 기반으로 미드필더를 장악해 주는 선수죠. 저 선수가 있으면 미드필더는 든든합니다.”
“스트롱 선수는 너무나 좋은 선수죠. 감독 입장에서 모든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가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대칸이 계속해서 선수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때, ‘슈퍼스타(L)’가 발동한 루카스가 중거리 슛을 때려서 골을 넣었다.
“아! 루카스 선수! 슛~ 골입니다! 골! 역시~ 브라질의 새로운 재능! 루카스가 이번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웨스트 릴링 FC가 두 번째 골까지 쉽게 넣자, 채팅 창에는 점점 분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너무 쉽게 넣는 거 같은데? K리그랑 비교되는 듯…….
- 뭐? K리그 무시하냐?
- 솔까, 프리미어 리그 팀이랑 붙으면 어른이랑 아이랑 경기하는 거지
- 그래도 전북이 전 시즌 아챔 4강인데…….
- 아챔 4강이랑 프리미어 리그 팀이랑 비교하냐? 진짜 축알못이네
채팅 창의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지자, 대칸은 급하게 옆에 있던 차현우 편집자에게 부탁했다.
“현우 씨, 채팅 창 정리 좀 해주실래요?”
“네, 아주 깔끔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차현우 편집자가 매니저로 들어가서, 분란들을 강퇴하거나 경고하면서 채팅 창은 다시 진정되었다.
이날 친선경기는 웨스트 릴링 FC가 3:1로 가볍게 승리를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