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 * *
코너킥 자리에 축구공이 놓여있다. 그리고 토미가 멀리 달려와서는 공을 강하게 때렸다.
펑~
공은 빠르게 골문으로 날아갔고,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흰색 조끼와 노란색 조끼를 나누어 입고 있었는데, 모두 같이 뛰어올랐다.
흰색 조끼를 입은 나사로의 머리에 공이 맞았는데, 그 공은 골대를 향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란색 조끼를 입은 대니얼이 공을 걷어냈다.
“수비는 좋았어! 하지만, 공격은 아쉬웠다. 공격은 다들 더 빠르게! 나사로는 공을 떨어트리는 자리를 예상하고 움직이라고. 한 타이밍 더 빠르게 움직여야 공을 잡을 수 있다.”
플램 수석 코치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약속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플레이를 연습하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스트롱도 열심히 뛰고 있었다.
스트롱 포터(25살, 전 포지션, 396|404/396)
기술 146/146, 정신 149/149, 신체 101/101
웨스트 릴링 FC가 리그 1에 있을 때 번리에서 임대로 팀에 합류한 선수로, 멀티 포지션이라는 아주 좋은 포지션을 기반으로 그가 합류한 이후 모든 시즌에서 팀이 원활하게 리그를 치르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에게 안타까운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타고난 체력이 4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타고난 체력 4라는 능력치는 아직 25세인 그에게 지금 영향을 주는 능력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28세… 아니 빠르면 27세만 되어도 에이징 커브가 나올 수 있는 아쉬운 수치였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까지 불행하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에 그에게 딱 맞는 아이템이 나왔네.’
대칸에게 오래간만에 아이템이 배달되었는데, 그 아이템은 제한된 조건으로 타고난 체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이었다.
자양 강장제(R)
효과 : 복용 시 선수의 타고난 체력 능력치가 4 상승합니다.
조건 : 복용하는 선수의 타고난 체력이 5 이하일 경우에만 효과가 정상적으로 발동합니다. 만약, 복용하는 선수의 타고난 체력이 5를 초과할 경우에 타고난 체력이 1만 상승합니다.
이번 축구 매니저 업데이트로 랜덤 아이템 박스가 패치되고 나서, 대칸은 무료로 랜덤하게 제공되는 아이템의 퀼리티가 유독 낮아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오래간만에 괜찮은 아이템이 배달되었다. 그런데, 이 아이템의 제약 조건이 타고난 체력이 5 이하인 선수에게 좋게 적용되는 것이었고, 웨스트 릴링 FC에서 이 조건에 맞는 선수는 스트롱밖에 없었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팀에 의리를 지켰던 스트롱이 어린 나이에 노쇠화가 온다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그를 구제할 아이템이 나온 것이다.
“휴식!”
플램 수석 코치가 지휘하는 세트피스 훈련을 드디어 마치고 선수들이 잠시 휴식 시간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칸은 조용히 스트롱을 향해 다가갔다.
“스트롱? 오늘 컨디션이 조금 별로인 거 같은데?”
“아~ 감독님도 아시는군요. 조금 힘이 떨어지네요. 생각해 보니 어제 체력 단련을 과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스트롱의 말에 대칸은 자연스럽게 자양 강장제(R)를 꺼내서 그에게 건넸다.
“그럼, 이거 먹어봐. 내 고향인 한국에서 만드는 아주 성능이 좋은 체력 회복제인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 보면 아주 생생할 거야.”
스트롱은 일단은 대칸이 주는 자양 강장제(R)를 받았다. 하지만, 평소에 다른 사람이 주는 음료를 먹지 않았다, 그 음료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거절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대칸 감독은 그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라서 약간 망설였다.
스트롱이 잠시 머뭇거리자,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던 칼슨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바로 말을 걸었다.
“흠… 흠… 감독님, 저도 체력이 별로인데 제가 먹어도 될까요?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데요?”
예전에 대칸이 주는 음료를 먹어서 효과를 보았던 칼슨은! 이 음료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수가 있다고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레전드 스킬이… 그라운드라서 발동해서 그에게 알려주었다.
“…….”
스트롱은 당황해서 말을 못 했지만.
“안 됩니다.”
대칸이 단호하게 끊었다. 이 물약은 스트롱이 먹었을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칼슨은 아쉬워했고, 스트롱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대칸이 그에게 다시 말했다.
“스트롱, 나는 웨스트 릴링 FC의 감독이야. 선수에게 불법적인 약물을 권유할 리가 없잖아. 나를 믿고 마셔봐. 내일 분명히 느낌이 다를 거야.”
스트롱은 평소 자신의 신념과는 달랐지만, 대칸 감독을 믿었다. 그리고 그가 평소에 엄청나게 신임하던 칼슨의 부탁까지 거절하면서 이렇게까지 권유를 하자, 조용히 자양 강장제(R)를 마셨다.
[스트롱 포터 선수가 자양 강장제를 마셨습니다.]
[스트롱 포터 선수의 타고난 체력이 4 상승합니다.]
그렇게 스트롱의 타고난 체력은 9가 되었다. 이 정도면 30살까지는 무난하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치였다.
칼슨은 스트롱이 자양 강장제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아쉬움에 다시 레전드 스킬인 ‘신의 축복’이 발동하였다. 그 레전드 스킬은 대칸에게 영향을 주었다.
다음 날 새벽.
대칸은 이유 없이 빠르게 일어났다. 그리고 잠이 오지 않아서 호텔 앞에 있는 베니테즈 해변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산책을 나왔다. 그리고 한 선수와 마주쳤다.
“어라~ 감독님 안녕하세요.”
이른 아침부터 해변을 조깅하는 선수는 칼슨이었다.
칼슨은 스스로 자신이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알고 있는 선수였다.
팀을 잘 만나고 감독을 잘 만나서 프리미어 리거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되었지만, 자신의 수준은 리그 1… 잘 봐줘야 챔피언십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조용히 혼자서 훈련을 많이 했었다. 시즌 도중에는 물론, 휴가 기간에도 그는 꾸준히 훈련을 하였다. 그럼에도 발전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이미 성장의 한계가 왔다는 것을 알았는데, 예전에 대칸이 주었던 음료수, 유니크 성장 물약을 먹고 나서 자신이 성장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대칸 감독은 자신을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딜런과 대화를 하면서도 느낀 적이 있었다.
‘대칸 감독이 선물한 이 아대를 차니까, 몸이 좋아진 느낌이야. 확실히 우리 감독이 뭔가 있어. 상식적이지 않은 미스터리한 무언가가. 동양의 신비한 주술이 담긴 아대라고 했는데, 어디서 구해왔을까?’
그래서 칼슨은 대칸에게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제도 대칸이 스트롱에게 건네주는 음료를 레전드 스킬의 도움을 받아서 본능적으로 먹고 싶다고 느꼈다. 하지만, 대칸은 단호하게 그 음료를 스트롱에게 주었다. 그것이 너무 아쉬웠다.
“좋은 아침이네요. 아침부터 열심히 운동하시네요?”
대칸의 인사에 칼슨은 웃으면서 말했다.
“네, 팀에 아주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려면, 열심히 뛰어야죠.”
칼슨의 이 말이 대칸의 가슴에 박혔다. 사실, 어제부터 마음에 걸렸다. 칼슨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안 주냐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칼슨의 레전드 스킬의 효과이기도 했다.
“역시, 칼슨 선수는 성실하시네요.”
칼슨은 웃고서는 다시 해변을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칸은 그의 뒷모습을 한참 보다가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작은 물약을 하나 꺼냈다.
능력 향상 물약(N)
효과 : 복용 시 선수의 무작위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 복용 즉시 효과 발동
대칸이 아껴두었던 물약. 예전에 칼슨에게 주었던 능력 향상 물약의 노멀 버전이다. 1이라는 능력치지만, 노력하는 칼슨의 모습에 이 물약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대칸은 그 자리에서 한참 기다렸다. 그러자, 해변의 반대편까지 칼슨이 갔다가 돌아왔다.
“칼슨 선수, 땀도 많이 흘리신 것 같은데, 음료수 한 잔 드시고 더 뛰시죠.”
대칸이 음료수를 권하자, 칼슨은 속으로 환호를 질렀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음료를 받았다.
“아,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음료를 마셨다.
[칼슨 선수가 노멀 등급의 능력 향상 물약을 마셨습니다.]
[대칸 감독 유저가 보유하고 있는 ‘한계 이상 성장을 유도하는 토너먼트에 강한 육체파 감독의 지휘 능력(E-성장형 3레벨)’ 스킬과 반응합니다. 한계 이상의 성장을 유도합니다.]
[칼슨 선수가 보유하고 있는 스킬 ‘신의 축복(L)’과 반응합니다.]
[여태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훈련했던 경험치가 누적 적용됩니다. 선수가 원하는 능력인 기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능력 향상 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드리블 +1, 일대일 마크 +3, 태클 +3, 패스 +1, 퍼스트 터치 +1이 상승합니다.]
갑작스럽게 많은 메시지가 축구 매니저 창에 올라왔다.
대칸의 감독 스킬에는 분명히 ‘선수의 한계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런데 대칸은 여태까지 자신의 팀에서 단 한 번도 한계 이상의 성장을 하는 선수를 보지 못했는데, 여기서 터진 것이다.
게다가 칼슨이 지닌 레전드 스킬도 그의 성장을 도왔다. 그라운드는 아니었지만, 어제 훈련장에서 대칸에게 발동되었던 스킬의 효과가 지금 여기서 나타난 것이다.
‘뭐야… 이 사기적인 능력 향상은.’
그렇게 칼슨은 이번에도 운이 좋게 대폭 능력이 상승하였다.
* * *
전지훈련 마지막 날, 이번에도 전지훈련의 마지막은 AD 세우타와의 친선경기였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AD 세우타의 홈구장인 호세 마르티네즈 피리 축구장의 분위기는 축제 분위기였다.
“이번 친선경기 상대가 프리미어 리그 팀이라던데?”
“2년 전에도 한번 친선경기를 했었지!”
“그리고, 그때 우리 팀에서 뛰던 줄리오가 이 웨스트 릴링으로 이적했잖아!”
“오! 이번 친선경기… 재미있겠는데!”
오래간만에 세우타 주민들은 축구장으로 몰려왔다.
삐삑~
웨스트 릴링 FC와 AD 세우타의 친선경기는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교체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과 후보 선수들이 모두 편하게 경기에 출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웨스트 릴링 FC가 당연히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는데, 세우타 홈 팬들은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더 응원해 주는 특이한 장면도 나왔다.
그렇게 행복한 분위기에서 친선경기를 하고 있는데, 플램 수석 코치가 대칸에게 말을 걸었다.
“대칸 감독님.”
“네? 무슨 일이시죠?”
“지금 경기에서 뛰고 있는… 저기 이번에 임대에서 복귀한 루카스 선수, 정말 장난 아닌데요?”
루카스 마르티네스(17살, 미드필더, 375|383/488)
기술 128/166, 정신 140/194, 신체 107/128
스킬 : 슈퍼스타(L), 설명 : 관중이 많은 경기나 중요 경기에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세부 설명 : 관객이 3만 명 이상이거나,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대회 준결승 또는 결승, 국가 대표 경기 등 중요 경기에서 천재성, 판단력, 집중력이 7 상승합니다.
플램 수석 코치도 선수 보는 눈이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레전드 스킬이 발동하지 않았는데도, 엄청난 재능을 가진 루카스가 그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괜찮죠? 우리 팀에서 일부러 브라질에 직접 가서 열다섯 살에 영입한 재능이 아주 뛰어난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아마 백업 멤버로 경기를 뛸 예정입니다.”
대칸의 말에 플램의 눈이 반짝였다. 이윽고 그가 먼저 제안하였다.
“저 선수, 제 전담 선수로 주시죠.”
플램의 말에 대칸이 살짝 놀랐다. 여태까지 그 어떤 선수가 있어도 먼저 달라는 말은 처음 하는 플램이었다.
“저 선수, 월드 클래스의 자질이 있습니다. 최고의 미드필더가 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마크 선수의 상위 호환이 되겠네요.”
플램은 오래간만에 보는 다이아몬드 원석에 확신을 가지고 대칸에게 말했다. 아직 루카스가 어렸지만, 그의 자질은 엄청난 선수였다.
“전술 코치직을 겸임하느라 바쁘실 건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선수 한 명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어차피, 1년은 전술 공부만 잔뜩 해야 합니다. 제가 봐주는 것보다는 혼자 숙제로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을 겁니다.”
플램의 교육 방식이 지식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대칸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성장기인 루카스에게 있어서는 더 적합한 방식이라고 느껴졌다.
“그럼, 코치님이 맡아보시죠.”
“감사합니다. 미래의 발롱도르 컨택터를 만들어 보죠.”
그렇게 루카스는 플램 수석 코치의 전담 선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