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화
“단장님, 아틀란티코 마드리드에 이적 금액 입금했습니다. 그리고 각 선수들에게도 계약금을 주었고, 축구 협회에 이적 신고 완료했습니다.”
아틀란티코에서 많은 선수들의 영입이 확정되었다. 운영 팀 직원의 보고를 받은 아담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 다행이군.”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 영입이 무산되었던 건이 얼마나 많았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구단이 이적을 허락하고 선수가 옹호적인 분위기였는데, 마지막에 틀어버렸던 적도 많았고, 소속 구단이 선수와의 계약 도중에 말을 바꾸었던 적도 많았다.
특히, 웨스트 릴링은 다른 구단들이 경계하다 보니… 이런 계약 무산이 더 잦은 편이었다. 그래서 계약을 성공한 것이 더욱 뜻깊게 느껴졌던 것이다.
아담은 약간 느긋해진 표정으로 축구 매니저를 실행하였다. 축구 매니저에서도 다섯 명의 선수들이 공식적으로 영입이 확정되어 있었다.
“변수는 없군.”
그리고 팀의 상황을 확인하였다.
“예산 문제없고, 시설 문제없고, 큰 문제는 없네.”
그렇게 여유롭게 살펴보던 아담의 눈에 랜덤 아이템 박스가 들어왔다.
“…한번 사볼까?”
저번에 운 좋게 유니크 아이템을 뽑았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랜덤 아이템 박스를 하나 구입하였다.
[랜덤 아이템 박스를 구입하셨습니다. 계좌에서 2억이 자동으로 지출됩니다. 랜덤 아이템 박스를 바로 오픈하시겠습니까? (Y/N)]
아담은 바로 오픈하려다가, 잠시 멈추었다. 그러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전화를 받은 사람은 데이비드였다. 그리고 아담은 간단하게 부탁했다.
“데이비드, 오늘 포춘 쿠키 안 먹었지? 좀 가져와 봐라. 내가 사용하자.”
- 내 소중한 포춘 쿠키인데.
“너, 안 먹고 아끼다가 버린 적이 몇 번 있잖아! 그러니 특별한 일 없으면 가져와. 급하니까, 빨리 와.”
5분 후.
구단주실에서 데이비드가 내려왔다. 그러고는 포춘 쿠키를 아쉬운 표정으로 아담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갑자기 포춘 쿠키는 왜 찾으세요, 아버지?”
“랜덤 아이템 박스 한번 뽑아보려고.”
“그래요?”
데이비드는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아담은 포춘 쿠키를 입에 넣고 씹어 삼켰다.
“과연, 뭐가 나올지… 오픈!”
축구 매니저의 오픈 칸에서 랜덤한 아이템의 이미지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멈추었다.
[축하드립니다. 레전드 아이템 ‘코치 보고서(L)’를 획득하셨습니다.]
“레전드?”
“뭐라고요? 레전드 아이템이요?”
생각지도 못한 레전드 보고서가 나왔다.
대칸이 급하게 단장실로 소환되었다. 그리고 아담과 데이비드가 그에게 레전드 코치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하… 이런 사기스러운…….”
이름 : 조나단 나르슨(남성), 직책 : 보조 코치
스킬 : 레전드 스킬 생산(L), 설명 : 5년 계약을 하면, 랜덤 레전드 스킬 교환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세부 설명 : 이 코치와 5년 계약을 하면, 스킬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는 랜덤 레전드 스킬 교환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코치가 계약서에 서명할 때, 가장 가까이 있는 유저에게 교환권이 지급됩니다.
“이번 업데이트 이후에 랜덤 요소가 엄청 늘어났네요.”
하지만, 랜덤 스킬이라고 해도, 레전드 스킬은 참을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담이 리버풀 북쪽 크로스비에 위치한 로세트 파크에 방문하였다.
“아… 전형적인 하부 리그 축구장이네.”
사실, 축구장이라기보다는 그라운드에 가까웠다. 벽이 따로 없이 그라운드만 땅에 깔려있었고, 관중석은 양쪽 골대 뒤쪽에 나무로 만든 4단 단상이 전부였다.
이 그라운드는 노던 프리미어 리그 프리미어 디비전, 7부 리그에서 있는 마린 AFC의 홈구장이었다.
“전화를 받지 않으니… 쩝.”
아담은 전화 통화가 안 되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경기장 주변에 있는 사무실을 노크하였다.
똑똑똑.
하지만, 사무실 안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아담은 고민했고, 동행했던 윌리엄 운영 팀장이 아담에게 질문했다.
“부재중인 것 같은데… 제가 남아서 기다릴까요?”
“흠, 같이 기다리시죠.”
아담이 직접 기다리겠다는 말에 윌리엄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해가 지는 시간…….
터벅터벅…….
한 40대 초반의 남자가 지친 기색으로 사무실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서는 사무실 문을 열었다.
“저, 혹시 조나단 나르슨 씨이신가요?”
윌리엄이 말을 걸자, 조나단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제가 조나단이 맞긴 한데. 누구시죠? 혹시… 사무실 임대가 끝났나요? 구단주가 돈 입금 아직도 안 했어요?”
경계하는 그에게 아담이 명함을 꺼내주면서 말했다.
“웨스트 릴링 FC의 단장인 아담 바커입니다.”
“웨… 웨스트 릴링? 혹시 그 웨스트 릴링?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한?”
조나단의 말에 아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당황하면서 아담의 명함을 만지작거렸다.
조나단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 하나에 3인용 소파 하나가 간신히 들어가 있는 작은 공간이 드러났다.
“앉으시죠.”
조나단의 말에 아담과 윌리엄은 소파에 앉았고, 조나단은 급하게 물을 끓여서 차를 대접하였다.
“다른 직원은 없나요?”
“네, 없습니다. 제가 이 팀의 감독이자, 코치이자, 행정 직원이자, 구단 관리인입니다. 그것도 주급이 25만 원밖에 안 돼서 비시즌과 남는 시간에는 파트타임으로 다른 일을 하고 있지요.”
그는 이 팀의 감독이자 코치이자 선수로 뛰고 있었다.
아담의 지시에 윌리엄 운영 팀장은 바로 계약서를 꺼내었다.
“저희는 조나단 나르슨 씨를 보조 코치로 영입하고자 합니다. 저희의 조건은 5년 계약에 주급 120만 원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희 구단에서 제공하는 직원 복지와 웨스트 릴링에 거주할 작은 집까지 제공해 드립니다.”
“하… 저를요? 그런 조건으로요?”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조나단은 계약서를 차분히 살펴보았다. 깔끔한 계약서로 독소 조항도 없었고 조건도 많지 않았다. 그는 만족스럽게 계약서를 다 보고 나서는 말했다.
“여기에서 3년 동안 있으면서 7부 리그로 승격시켰더니, 이런 식으로 인정받는군요.”
그는 포인트를 잘못 잡고 있었지만, 어떻게 생각하든지 아담의 입장에서는 영입을 해서 랜덤 레전드 스킬권을 얻는 것이 중요했다.
좋은 계약 조건이었지만, 조나단은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아담과 윌리엄에게 말했다.
“저, 제가 바로 이 팀을 떠나면, 팀이 마비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후임자를 받아서 인수인계를 하고 떠나도 될까요?”
“네, 그러시지요.”
“그리고 웨스트 릴링에 남는 훈련 도구나 축구용품은 없을까요? 프리미어 리그 팀이다 보니, 넉넉할 것 같은데…….”
맥락이 안 맞는 질문에 윌리엄 운영 팀장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물어보시는 건가요?”
“그게… 여기 팀에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제가 데리고 온 선수들입니다. 리버풀에 있는 하부 리그 팀에서 잘한다는 선수들을 꼬셔왔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냥 팀을 떠나면 그 선수들에게 미안해서 무언가 남기고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첫 주급만큼만 남는 훈련 도구나 축구용품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요.”
남겨진 선수들에게 선물을 주고 떠나고 싶은 조나단의 마음이었다.
조나단의 말에 아담은 그가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아무리 스킬 때문에 능력과 상관없이 영입한다고 하지만, 인간성까지 안 좋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었고 얼마 전에 신체 단련실의 기구를 교체했던 것이 기억났다.
“교체하고 남은 기구들 여기로 보내드리죠. 그리고 금액은 괜찮습니다. 조나단 씨를 모셔가는 이적료로 생각하겠습니다.”
“배려에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나단은 계약서에 서명을 하였다.
[5년 계약 체결에 따른 조나단 나르슨의 스킬이 발동됩니다. 아담 유저에게 랜덤 레전드 스킬 교환권이 지급됩니다.]
아담이 확인해 보자, 스킬 포인트 1로 교환 가능한 랜덤 레전드 스킬 교환권이 지급되어 있었다.
그 시간, 데이비드는 런던에 있었다.
“아, 아깝네!”
아담의 랜덤 레전드 스킬 교환권이 탐나기는 했지만, 레전드 보고서를 뽑은 그가 본인이 가지겠다고 말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이나 영입해야겠네.”
데이비드는 축구 매니저 정산 때, 자신이 받았던 유니크 코치 보고서를 읽고 거기에 적혀있던, 팀 닥터를 영입하러 온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병원에서 데이비드는 그를 만날 수가 있었다.
이름 : 스콧 안드레슨(남성), 직책 : 팀 닥터
스킬 : 신의 손(U), 설명 : 선수의 부상에 대한 진단이 명확하며,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로 부상 회복 시간이 소폭 감소합니다.
세부 설명 : 선수의 부상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외부로 자주 치료를 보냅니다. 대신에 가장 적절한 병원과 의사에게 보내어 부상 회복 시간이 소폭 감소합니다.
“스콧 안드레슨 닥터시지요? 저는 웨스트 릴링 FC의 데이비드 구단주라고 합니다.”
스콧은 젊은 남자가 구단주… 그것도 프리미어 리그 팀의 구단주라는 소리에 살짝 놀랐지만, 다시 평정심을 찾고 말했다.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
“다름이 아니라 닥터를 저희 팀의 팀 닥터로 모시고 싶어서 왔습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스콧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스콧은 스포츠 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여러 축구팀에서 팀 닥터로 오랜 기간 일했던 경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자신의 전공을 버리고 대학 병원에 정착한 이유는 팀들과의 잦은 충돌 때문이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좋은 치료를 해줘야 한다고 믿고 행동했다. 팀 닥터로서 선수의 병명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내부에서 치료할 만한 정도면 내부에서 치료했지만, 조금이라도 외부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최고의 전문의가 있는 외부 병원으로 보냈는데, 그러다 보니 비용이 많이 발생하였다.
구단 운영진은 그에게 외부로 선수를 보내는 일을 줄여달라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과는 다른 그런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선수가 잘 치료받아서 조금이라도 더 그라운드에서 뛰게 하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계속되는 구단 운영진과의 충돌에 그는 결국에 여러 팀에서 나오게 되었고, 대학 병원에서 자리를 잡고 제자를 키우게 된 것이다.
고민을 마친 스콧이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구단주님, 저는 주급이 조금 비쌉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저번에 있었던 팀에서 700만 원을 받으셨더군요. 저희도 700만 원을 맞춰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구단이 리그나 컵 대회에서 우승하면 보너스도 드릴 겁니다.”
“구단주님, 그리고 저에게는 필요한 스태프가 두 명이나 있습니다.”
“네, 그것도 사전 조사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와 계약하시면 데려오시죠. 그분들의 주급도 예전 수준인 300만 원 선을 맞춰드릴 예정입니다.”
“구단주님, 무엇보다… 저는 고집이 아주 강합니다. 외부 병원으로 선수 치료를 자주 보내서, 치료비가 두 배 이상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치료 기간도 늘어나겠죠.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것도 괜찮습니다. 저희 팀의 단장님과 감독님도 모두 동의하신 사항입니다. 스콧 닥터님의 판단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차라리 외부 팀 닥터의 진료를 받아서 다른 판단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스콧 닥터님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지 않겠습니다.”
데이비드가 그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서 모든 것이 괜찮다고 하자, 그는 계약서를 챙기고서는 말했다.
“제 모든 조건을 다 들어준다는 팀은 처음이군요. 그래도 계약서를 아는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아야겠고, 저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만, 2일 안에 결정해 주실 수는 있으시죠. 저희 팀 선수들이 복귀하는 날에는 닥터님께서 출근해 주셨으면 해서요.”
“충분합니다. 2일 내에 결정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확히 3일 뒤에 스콧 안드레슨은 자신의 스태프 두 명과 함께 웨스트 릴링 FC에 합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