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대칸은 레이첼을 비롯한 스카우트들과 이적료 120억(900만 유로)을 생각하고 선수들을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안녕하세요. 웨스트 릴링 FC입니다. 저희가 스콧 안드레슨(23살, 미드필더, 427/471) 선수에 대해서 문의를 드리고 싶어서 전화드렸는데요. 이적료가… 네? 150억(1,125만 유로)이요? 저희가 알기로는 다른 팀에 100억(750만 유로)을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그사이에 올랐다고요?”
분명히 이적료 100억(750만 유로)인 선수였다. 하지만 레이첼이 웨스트 릴링 FC의 소속으로 문의하자, 몸값이 바로 150억(1,125만 유로)으로 상승하였다.
“뭐야!! 이거 너무한 것 아냐?”
그런데, 다음 날 그 선수는 이탈리아에 있는 유벤투스와 140억(1,050만 유로)의 이적료에 선수 협상이 들어갔다고 하였다.
이적 시장 초반에 선수 가격이 가장 싸기 때문에 대칸과 스카우트 팀은 계속 밤을 새워가며 선수를 찾고 회의하고 이적을 문의하였다. 하지만 다들 비슷한 상황이었다.
“네? 이적료가 130억(975만 유로)이라고요? 분명 90억(675만 유로)으로 알고 전화드렸는데?”
“흠… 임대는 안 되냐고요? 저희는 영입을 하려고 합니다. 이적료는 하… 140억(1,050만 유로)이라고요? 저희가 문의하니 110억(825만 유로)인 선수가 140억(1,050만 유로)이 되었군요.”
“…170억(1,275만 유로)이라고요. 알겠습니다.”
레이첼이 스카우트로서 공식적인 오퍼가 아닌 문의만 했는데, 선수들의 몸값이 껑충 뛰어올랐다. 웨스트 릴링 FC가 문의하기 무섭게, 그것만으로 프리미엄이 붙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었다.
정말 엿 같은 이적 시장 상황이었다.
대칸과 스카우트들이 3일 동안 밤을 새워가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준비해 봤지만, 의미가 없는 시간이 되었다.
“…다들 퇴근하시죠.”
대칸은 선수를 다른 구단에서 영입하는 것은 포기하는 방향으로 선택하였다. 그래서 스카우트들에게 모두 쉬라고 집으로 돌려보내기까지 하였다.
“하아…….”
대칸도 피곤하긴 했지만, 내일은 코치들이 휴가에서 복귀하는 날이고 4일 뒤에는 선수들도 복귀하는 날이라 다른 업무가 있어서 집에 바로 가지 않았다.
저녁 시간.
대칸이 퇴근 준비를 하려고 할 때, 누군가가 감독실의 문을 두드렸다.
“아, 제이크 스카우트님.”
“허허허, 대칸 감독님 오래간만입니다.”
휴가에서 복귀한 노스카우트 제이크가 감독실을 방문하였다.
제이크는 아담의 설득으로 일주일에 2일이나 3일만 출근하는 조건으로 웨스트 릴링 FC에 남았다. 그리고 휴가도 길게 받아서 원래라면 내일 복귀하는 날인데 오늘 회사에 들른 모양새였다.
“레이첼 팀장한테 들었는데, 선수 영입이 쉽지 않은 모양인가 봅니다.”
“그러게요. 우리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비쌉니다. 다른 구단들이 우리에게 쉽게 선수를 주고 싶지 않은 모양인가 봐요.”
“허허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레스터에서 데려온 토미 선수만 해도, 레스터 팬들이 구단 운영진을 두고두고 욕하는 이적 사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안셀모 선수도 레알 팬들이 ‘저 정도 뛸 수 있는데 왜 방출했냐!’고 엄청나게 욕을 했었죠. 우리가 저번 시즌에 영입한 유망주들의 원 소속 구단들도 너무 헐값에 넘겼다고 다들 난리인 상황입니다. 우리 팀과의 거래에 있어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축구 매니저라는 사기 능력 덕분에 적은 비용으로 좋은 선수를 쏙쏙 뽑았던 대칸이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 해주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니, 가성비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답한 마음에 대칸이 말했지만, 제이크는 의외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건, 감독님이 알아서 하셔야 하실 일이죠. 여태까지 일을 너무 잘해서 생긴 문제니, 더 잘하시면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충분히 하시겠죠.”
“…하하하.”
어이가 없어서 대칸은 그저 웃었고, 제이크도 같이 웃었다.
“그래도 스카우트로서 일은 해야겠죠.”
제이크가 수기로 만든 작은 보고서를 대칸에게 건넸다.
“누구인가요? 우드 포레스트? 혹시 그 유리 몸 선수?”
“네 맞습니다. 이번에 그의 소속 팀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우드 선수를 방출 이적 명단에 올려놨습니다.”
우드 포레스트(27살, 미드필더, 441/465)
기술 157/165, 정신 175/181, 신체 109/119
스킬 : 유리 몸(R), 설명 :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 확률이 급상승합니다.
세부 설명 : 체력 40% 이하일 경우에 부상 확률이 2배 이상 증가합니다.
우드 포레스트. 햄스트링이 아주 고질적으로 안 좋은 선수이다. 그의 선수적인 기량은 분명 톱클래스였다. 오죽하면 뉴캐슬 팬들은 건강한 우드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도 부럽지 않다는 말까지 하였다.
하지만 저번 시즌에 절반 이상을 부상 상태로 보냈고, 그 이전 시즌도 많은 부상으로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했던 선수이다.
“저번 시즌, 안셀모 선수도 큰 부상 없이 시즌에서 잘 사용하셨던 감독님이시니… 우드 포레스트 선수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말씀드립니다.”
사실, 안셀모도 저번 시즌에 불안하긴 했다. 하지만 대칸은 그에게 많은 휴식을 부여하고 교체도 많이 해주었다. 엄청나게 신경 써서 관리한 덕분에 큰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제이크의 말에 대칸은 우드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대칸은 결심하고 아담 단장에게 요청했다.
“뉴캐슬에 있는 우드 포레스트 선수를 영입하려고 합니다.”
“우드 포레스트 선수요?”
아담은 보고서를 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리 몸인 선수… 안셀모 선수에 이어서 너무 리스크가 높은 것 아닐까요?”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축구 매니저가 있고… 아담 단장님의 스킬까지 있으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킬 : 대회복(L), 설명 : 부상당한 선수를 일부 치료합니다.
세부 설명 : 선수가 당한 부상의 일부를 치료하여 회복 기간을 줄여주고, 부상 후유증이 없도록 해줍니다.
제한 조건 : 스킬 1회 사용 시 3개월의 쿨 타임이 있습니다.
축구 매니저로 선수들의 상태를 확실하게 알 수 있고, 아담의 스킬로 회복이 가능해서 괜찮다고 생각한 대칸이었다.
“그럼, 한번 영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적정 가격에 영입해야겠죠.”
“네, 당연합니다. 이적료 50억(375만 유로)이 상한선입니다.”
우드 포레스트의 능력을 생각하면 싼 가격이었지만, 그의 부상 위험성을 생각하면 적정 가격이었다.
“네, 이적 협상은 제게 맡겨주시죠.”
아담이 우드 포레스트 영입에 나섰다.
아담에게 지시를 받은 윌리엄 운영 팀장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공식적인 오퍼를 보냈다.
“웨스트 릴링에서 우리 팀 선수를 영입하고 싶다고 합니다.”
“오? 그래요? 누구인가요?”
직원의 보고를 받은 뉴캐슬의 단장은 기대를 가득 하면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우드 포레스트 선수입니다.”
“에? 정말요?”
본인들이 방출 명단으로 공식적으로 발표하긴 했지만, 그의 3년간 부상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다른 팀에 팔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웨스트 릴링이 튀어나왔다.
“…….”
뉴캐슬 단장의 고민이 길어졌다. 다른 팀이었다면 별생각 없이 바로 이적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웨스트 릴링은 달랐다. 저 팀은 이상하게 선수들을 잘 발굴하고 잘 사용했다. 우드 포레스트에게도 뉴캐슬이 알아차리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단장님, 어떻게 할까요?”
“일단, 웨스트 릴링이 제안한 금액은 얼마죠?”
“이적료 40억(300만 유로) 일시불로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40억(300만 유로).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뉴캐슬 단장은 일단 가격을 더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적료는 안 된다고 하세요.”
“그럼, 얼마를 우리 팀의 하한액으로 정할까요?”
“45억(337.5만 유로)은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서도 뉴캐슬 단장은 직원에게 물었다.
“그런데, 보내도 될까요? 웨스트 릴링인데? 부활하면 어떻게 하죠?”
“단장님, 어차피 우드 선수가 우리 팀에 남아도 다음 시즌에 몇 경기를 못 뛴다고 의사들이 예상하였습니다.”
팀 닥터들과 유명 외부 전문의들에게 물어봤지만, 그는 유리 몸이었다. 햄스트링 부위에 잠재적인 부상 요소가 많았던 것이다. 솔직히 그를 판매하는 것 자체가 확률이 낮은 복권을 파는 것과 비슷한 행위였다.
만약, 웨스트 릴링으로 우드가 이적해서 잘 뛴다면 그것은 웨스트 릴링이 정말 잘하는 거지, 뉴캐슬이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팬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겠지만…….”
“네?”
단장의 혼잣말에 직원이 물어보자.
“아닙니다. 45억(337.5만 유로)을 준다면 보낸다고 협상하세요. 그리고 그 금액에서는 단 1원도 못 깎아준다고 선언하시고요.”
“네.”
“아담 단장님, 45억(337.5만 유로)에 이적 협상 완료했습니다.”
윌리엄의 보고에 아담은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군요.”
뉴캐슬이 순순히 응할 만큼 리스크가 있는 선수였다. 그럼에도 대칸 감독을 믿고 아담은 다음 단계를 진행시켰다.
“우드 선수와 협상을 진행하시죠. 계약 기간 3년, 계약금 10억(75만 유로)에 주급 4,000만 원이 상한선입니다. 그 이상을 원하면 뉴캐슬에 남아있으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계약 준비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다음 날.
웨스트 릴링에 우드 포레스트와 그의 에이전트가 방문했다. 그리고 아담 단장과 윌리엄 운영 팀장이 계약을 담당했다.
“반갑습니다. 우드 포레스트 선수.”
“네, 반갑습니다.”
아담과 윌리엄은 우드와 그의 에이전트와 공손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고, 그들은 바로 협상에 들어갔다.
“저희 우드 포레스트 선수에 대한 경력과 능력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드릴까요?”
“흠… 저희가 모르는 부상 경력이라도 있다면 감사히 듣죠?”
윌리엄 운영 팀장의 말에 에이전트는 웃으면서 설명을 생략했다.
“뉴캐슬에서 우드 선수가 받았던 주급은 7,000만 원입니다. 주급만 적당히 맞춰주시면 우드 선수가 웨스트 릴링으로 이적하도록 하겠습니다.”
에이전트의 제의에 윌리엄 운영 팀장이 한번 아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담이 어림도 없다는 의미로 웃자, 준비한 계약서를 꺼내었다.
“계약 기간 3년, 계약금 10억에 주급 3,500만 원입니다.”
“…….”
주급이 절반으로 내려갔다. 우드는 실망한 표정이 가득했고, 에이전트는 전투 모드로 변경하여 협상을 시작하였다.
“아무리 우드 선수가 부상이 심했다고 하지만, 주급 3,500만 원을 받을 선수는 아닙니다.”
“우드 선수에 대해 저희가 많이 분석하였습니다. 부상 빈도가 높아서 1경기를 뛰면 최소 일주일의 휴식이 필요하더군요. 그래서 한 시즌에 24경기 정도 출전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저희가 영입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기량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경기를 많이 소화 못 하는 선수에게 거금을 줄 수는 없죠.”
윌리엄의 말에 에이전트와 우드는 귓속말로 여러 가지 대화를 주고받았다. 솔직히, 우드 본인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도… 햄스트링 부상이 심각한 편이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말을 하였다.
“제 부상을 걱정하시고 휴식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3,500만 원은 너무 적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양보해서 4,000만 원까지 올려드리겠습니다.”
약간 상승했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계약 조건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담이 나섰다.
“우드 선수, 저희 팀에 안셀모 선수가 있는 것은 아시지요?”
“네,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안셀모 선수도 우드 선수와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너무 주급이 적다고 불만이 있었죠. 대신에 저희 팀에서는 높은 출장 수당을 보장했습니다.”
높은 출장 수당이라는 말에 우드가 움찔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아담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저에게도 출전 수당을 통한 옵션 조정을 해주실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정확합니다. 출전 수당을 거의 주급 수준으로 책정하겠습니다. 그러니, 경기에 뛰는 만큼 추가로 받아가시죠.”
아담의 말에 에이전트는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면서 반발하였지만, 우드는 차라리 이 계약이 마음이 편할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팬이 별로 없는 웨스트 릴링이라지만, 이적해서 부상을 당할 때마다 욕을 먹을 것을 생각하면 이런 계약 조건이 훨씬 마음의 부담이 덜했다.
“저희는 절대 이런 계약 조건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우드의 에이전트는 얼굴이 붉게 붉어진, 흥분된 상태로 항의를 하였다. 그리고 계약 조건을 높여달라고 했지만, 아담 단장과 윌리엄 운영 팀장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싫으면 그만두시죠. 저희 팀도 아쉽지 않습니다.”
“네? 네! 그러죠. 저희 계약 안…….”
에이전트가 계약을 파기하기 직전에 우드가 그의 손을 잡았다.
“에이전트님, 잠시 대화를 하시죠.”
우드는 아담과 윌리엄에게 양해를 구하고 에이전트와 잠시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두 사람이 급하게 상의하였고 우드는 에이전트에게 웨스트 릴링 FC와의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우드 선수… 당신이 고작 이런 조건에 이적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부상만 없다면 프리미어 리그에서 손색이 없는 선수이십니다!”
“하지만, 제게 부상이 있으니까요.”
자신에게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는 우드였다.
“게다가 다음 시즌에 남아서 부상을 당하면, 뉴캐슬에서 팬들의 비난을 받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차라리 웨스트 릴링에서 제안하는 것처럼 뛰는 만큼 돈을 더 받는 게 좋겠네요.”
우드의 말에 에이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돌아와서, 에이전트가 말했다.
“네, 웨스트 릴링이 제안하는 계약 조건인 3년 계약에 계약금 10억, 주급 4,000만 원 받아들이겠습니다. 대신에 출전 수당을 비롯한 옵션을 조정했으면 합니다.”
우드의 에이전트는 최선을 다해서 조금이라도 많은 옵션을 원했다. 그리고 윌리엄 운영 팀장도 아담의 허락을 받아 적당한 수준에서 계약을 체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