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 * *
대칸의 집.
저녁을 먹은 두 사람은 거실에서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저 배우 너무 예쁘네요.”
“그래요? 저는 레이첼이 더 예쁜데?”
대칸의 입에 발린 말이었지만, 그녀는 좋다고 피식 웃었다.
영화가 끝나자, 대칸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다.
“으~ 잘 봤다.”
“생각보다는 재미가 없네요.”
그리고 레이첼이 다른 볼만한 영화를 찾기 시작했고, 대칸은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가지고 왔다.
“마시면서 볼까요.”
“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괜찮은 영화를 찾고 있거든요.”
레이첼이 영화를 찾는 동안에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자연스럽게 여름 이적 시장에 대한 대화가 나왔다.
“내일이면 여름 이적 시장이 시작되네요.”
“네, 하… 이번에는 어떤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지… 걱정이네요.”
“감독님, 그래도 내부 선수들 단속은 해놓은 상태니, 이탈은 없지 않을까요?”
“네, 아담 단장님이 100억(750만 유로)이 넘는 이적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하자고는 하셨지만, 올해 그 정도 규모의 계약이 들어올 것 같지도 않고…….”
“혹시, 셰필드 웬즈데이가…….”
“물론, 그 팀은 예외입니다. 돈을 더 줘도 안 팔아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띠리리~ 띠리리~
“흠… 데이비드의 전화네?”
대칸이 레이첼에게 ‘전화를 받아도 될까?’라는 의미로 그녀를 보자, 레이첼은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데이비드 밤중에 무슨 일이야? 지금 한국이라고? 스폰서? 서브 스폰서 제안이 들어왔다고? 그건 네가 알아서 하면 되잖아. 아~ 광고도 같이 들어왔다고? 나 촬영해도 괜찮냐고?”
대칸의 통화가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심심했던 레이첼이 눈치를 주었다.
그런 레이첼의 눈치에 대칸은 급하게 데이비드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데이비드, 내가 화장실이 급해서 자세한 내용은 메일로 보내.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대칸이 다급하게 전화를 끊자, 레이첼이 약간 야릇한 표정으로 말했다.
“화장실요? 감독님 제가 화장실인가요?”
“그건 절대 아니죠. 제 사랑하는 연인이죠?”
그리고는 두 사람이 사랑스럽게 눈빛을 마주치다가 입술을 맞췄다.
【 여름 이적 시장 - 3 】
다음 날, 7월 1일. 어김없이 여름 이적 시장이 열렸다.
첫날부터 웨스트 릴링 FC는 사전 협의가 완료되어 있었던 딜런과 피터, 펠리센, 젠스 한슨 그리고 호베제를 이적시켰고, 라이언을 공식적으로 FA로 영입하였다.
그리고 정말 시끄럽게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을 영입하려고 요청하는 구단이 많았다. 비록 두 시즌을 챔피언십에서 머물긴 했지만, 6부 리그부터 프리미어 리그까지 승격한 웨스트 릴링 FC였다. 이런 팀의 명성이 이제는 유럽 전역으로 퍼진 것이다.
게다가 작년에 북유럽과 동유럽의 어리고 가성비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웨스트 릴링 FC의 어리고 가성비 좋은 선수들을 탐내었다.
“에드워드 선수에 대한 이적 요청입니다. 무려 500억(3,750만 유로)을 제안하네요.”
“그 녀석들은 학습 효과가 없는 건가요? 에드워드는 절대 이적 불가인데!”
“나사로 선수에 대한 문의가 있습니다. 60억(450만 유로)의 이적료를 제안합니다.”
“대답할 가치도 없네요.”
“프리드리히 선수도 비교적 싸게 평가받는 몸값이 마음에 든 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50억(375만 유로)부터 80억(600만 유로)까지 무려 다섯 개의 팀에서 다양한 가격에 이적 문의를 합니다.”
“그것도 딱히 대응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윌리엄 운영 팀장의 계속되는 보고에 대칸은 확실하게 기준을 만들어 주었다.
“에드워드는 절대 이적 불가입니다. 차라리 아담 단장님하고 이야기를 해보세요.”
에드워드는 웨스트 릴링 FC의 대주주 중에 한 명이었으며, 아버지인 아담 단장이 알아서 더 챙길 것이다.
“작년에 25인 로테이션에 들었던 선수들은 최소 100억(750만 유로)입니다. 그 이하 금액은 듣지도 말고 거절하세요. 아니, 100억(750만 유로)도 조금… 싼 거 같은데… 그래도 100억(750만 유로) 이상이면 아담 단장님과 대화를 하기로 했으니, 검토해야겠네요.”
로테이션급 이상 선수들의 기준 가격은 100억(750만 유로)이었으며.
“육성군 선수들은 최소 50억(375만 유로)입니다.”
경기에 거의 뛰지 않았던 육성군 선수들까지 50억(375만 유로)이라는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은 사실상…….
“네, 말도 안 되는 금액이 아니라면 모조리 거절하겠습니다.”
별로 팔고 싶지 않다는 대칸의 의지가 보이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제의도 몇 가지가 들어왔다.
“무료 임대를 해주겠다고요?”
“네,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웨스트 릴링 FC가 원하는 유망주 선수가 있다면 무상으로 임대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대칸 감독의 선수 육성은 이미 유명해진 상황, 그에게 선수 육성을 위한 무료 임대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허… 참…….”
사실, 레알 마드리드와 뮌헨의 유망주 팜은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대칸의 목표가 프리미어 리그 잔류였다면, 평범한 승격 팀이었다면 당연히 괜찮은 유망주를 임대해서 잔류에 성공하는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혹시 임대 후 이적 조항은 되나요?”
당연히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거부하였고, 대칸도 임대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흠, 우리 팀 선수를 임대하고 싶다고요?”
저번 시즌 요크 시티 FC는 웨스트 릴링 FC의 유망주 두 명을 임대하여, 그 두 선수의 활약으로 리그 1 승격에 성공하였다. 그러다 보니, 하부 리그 팀에서 임대 요청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리그 2에서는 무려 5개 팀이 임대를 요청했습니다. 리그 1 팀에서도 2개 팀이 우리 팀과 임대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합니다.”
대칸은 잠시 고민을 하였지만, 딱, 하나! 요크 시티가 눈에 걸렸다.
“요크 시티를 두고 다른 하부 리그 팀으로 임대를 보내면… 브라더십에 별로 좋지 않겠죠?”
“…….”
윌리엄 운영 팀장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요크 시티가 마음에 걸려서 대칸은 차라리 임대 보낼 선수가 있으면 요크 시티에 보낸다는 마음으로 다른 팀의 요청을 거절하였다.
타 구단의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대칸은 스카우트 팀과 선수 영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우리 팀이 프리미어 리그에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선수 충원이 무조건 필요한 상황입니다. 스카우트 팀에서 미리 작성한 대상 선수 리스트를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칸의 말에 레이첼이 대답했다.
“감독님이 지시하신 내용과 우리 구단의 올해 이적 자금 350억(2,625만 유로)을 기반으로 이적료 70억(525만 유로)으로 예상되는 로테이션급 이상의 선수들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특히, 저번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당한 허더즈필드 타운 FC,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FC 그리고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의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습니다.”
강등 팀 위주로 선수를 영입하려는 레이첼의 방향에 대칸도 동의하여 진행된 조사였다. 그리고 레이첼이 선수 리스트와 함께 설명하였다.
“첫 번째로 대상 선수는 허더즈필드 타운 FC의 뤽 후페 선수입니다. 주 포지션은 센터백이며,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한 27세의 선수입니다.”
뤽 후페(27살, 수비수-수비형 미드필더, 404/418)는 무난한 피지컬을 기반으로 무난한 수비수, 특징이 별로 없다는 말은 장점도 별로 없는 선수라는 뜻이었다. 직접 보지 않아서 스킬이 있는지 여부를 알지는 못했지만, 있어도 특별한 스킬일 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예상 이적료는 얼마나 되나요?”
“약 50억(375만 유로)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적료 50억(375만 유로)에 선수 계약금은 10억 정도에 주급 5,000만 원 정도가 예상되었다.
솔직히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선수다. 다음 시즌 웨스트 릴링 FC의 주전 수비수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업 선수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나지 않았고, 잠재 능력도 상대적으로 낮아서 1년만 더 지나도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는 것이 예상되는 이런 선수를 50억(375만 유로)에 사는 것은 가성비가 너무 떨어졌다.
“다음은 선수는 누구인가요?”
“필립 파브스트 선수입니다. 이 선수도 허더즈필드 타운 FC 소속이며, 미드필더 선수입니다.”
필립 파브스트(26살, 미드필더, 402/420). 피지컬은 조금 부족하지만, 기술이 뛰어나고 똑똑한 선수이다. 스킬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스킬이 없다면 마크보다 떨어져서 딜런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많이 부족한 선수다.
“예상 이적료는?”
“네, 55억(412.5만 유로)에 계약금 10억, 주급 5,000만 원 수준일 겁니다.”
이전에 보았던 뤽 선수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번 시즌에 초반에 주전으로 사용하겠지만, 웨스트 릴링의 유망주들이 성장하면 다음 시즌은 바로 로테이션… 게다가 플레이 메이커의 능력이 있는지도 검증이 안 된 선수이다.
‘정말이지… 가성비가 안 맞아.’
대칸과 스카우트 팀은 다음 선수들을 계속 살펴보았다.
“앤드류 클레멘트 선수입니다. 울버햄튼 원더러스 FC 소속으로 27세에 미드필더로 예상 이적료는 45억(337만 유로)입니다.”
앤드류 클레멘트(27살, 미드필더, 406/429)도 이전 선수들보다 가성비가 약간 좋은 편이었지만, 대칸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 1시즌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지는 선수인 것은 여전했다.
“올레스 아자로프입니다.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FC 소속, 24세에 이적료는 60억(450만 유로) 정도입니다.”
올레스 아자로프(24살, 윙백-수비수, 401/434)는 빠른 속도가 인상적인 수비수다. 다행히 피지컬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축구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이 선수도 1시즌만 반짝할 것 같았다.
“다음은…….”
대칸은 레이첼과 스카우트 팀과 함께 여러 선수들을 살펴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선수들이 없었다. 평균 능력치 400 초반에서 410 정도 되는 선수들… 챔피언십에서는 에이스급이며, 프리미어 리그 하위권 팀의 무난한 주전이나 로테이션급의 선수… 이런 레벨의 선수들은 대칸의 마음에 안 들었다.
“더 좋은 선수들은 없나요?”
“하… 그게…….”
레이첼은 한숨을 크게 쉬고 말했다.
“이적 시장 첫날에 셰필드 웬즈데이에서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FC에서 두 명 그리고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에서 한 명의 선수를 영입했습니다. 이 선수들의 평균 이적료가 120억(900만 유로)입니다.”
셰필드 웬즈데이에서 420에서 430대 능력치를 가진 20대 초반의 선수를 120억(900만 유로) 이상을 주고 쓸어갔다. 지금 대칸이 원하는 레벨의 선수는 최소 120억(900만 유로)의 이적료가 형성되어 버린 것이다.
여기서도 셰필드 웬즈데이라니, 도움이 안 되는 팀이었다.
대칸은 잠시 고민하였다.
사실, 여태까지 살펴본 선수들의 능력치는 현재 웨스트 릴링에서 키우고 있는 유망주 선수들이 1년만 더 성장해도 도달이 가능한 능력치이다. 그런데, 이런 선수들을 비싸게 주고 산다고?
그렇다고 탱킹 시즌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비싼 선수를 구입하는 게 더 좋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래도, 애매한 선수 여러 명보다는 확실히 뛰어난 선수를 적은 수라도 영입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하지만, 대칸 감독님이 생각하는 레벨의 강등권 팀의 선수들은 이미 더 좋은 팀들과 협상 중입니다.”
강등하는 팀들의 에이스급 선수들은 이미 상위권 팀들과 협상 중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더 조사해서 결정하시죠. 괜찮은 선수가 나올 겁니다.”
레이첼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감독님, 값싸고 좋은 선수는 없습니다.”
“네, 하지만, 값싸고 제약이 있는 좋은 선수는 있을 수가 있습니다. 저번 시즌에 영입한 안셀모 선수처럼요. 그런 선수들을 찾아보시죠.”
대칸의 말에 레이첼은 일이 엄청나게 늘어나겠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며 노트북을 접었고, 다른 스카우트들도 ‘얼마나 더 알아봐야 할까.’라고 생각하며 힘이 빠진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하면서 아담이 평소보다 많은 이적 자금을 챙겨주었지만, 가성비를 따지는 대칸은 절대 이 금액을 쉽게 사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