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휴가에서 복귀한 대칸은 감독실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업무에는 윌프로 골키퍼의 방출에 대한 건도 포함되어 있었다.
“흠… 윌프로는 어쩔 수가 없지.”
윌프로 드퍼(30살, 골키퍼, 371|379/371)
기술 141/141, 140/140, 신체 90/90
대칸의 휴가 기간에 윌프로가 아담 단장과 면담을 통해서 자신의 방출을 요청하였다. 저번 시즌 중반부터 많이 성장한 디비드 토비(386|394/449)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빼앗겼고, 더 이상 이 팀에서 자신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다른 팀으로 이적을 결심했던 것이다.
“아담 단장님이 위로금과 프리미어 리그 승격 보너스도 따로 챙겨주겠다고 했으니, 다른 것을… 더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네.”
사실, 대칸도 그에게 할 말이 딱히 없었다. 하나뿐인 골키퍼 자리를 두고서 팀 내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에 대칸이 해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저번 시즌에 웨스트 릴링 FC에 잔류해 주었던 고마운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아담이 충분히 해주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약간 옅어졌다.
“그동안 고마웠다. 다른 팀에서도 잘되기를 바란다. 윌프로.”
대칸은 그저 그가 좋은 팀을 만나서 좋은 경기를 더 뛰었으면 하는 바람밖에 해줄 것이 없었다.
대칸이 다른 밀린 서류를 확인하고 있을 때.
똑똑똑.
누군가 감독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감독실로 들어온 선수는 마크였다.
대칸은 마크를 반갑게 맞이하고서는 따뜻한 밀크티를 한잔 대접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마크? 비시즌 휴가 기간인데? 무슨 일로 찾아왔어?”
대칸의 질문에 마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감독님, 저 리즈로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생각지도 못한 마크의 말에 대칸은 마시는 밀크티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마크 보셀(21살, 미드필더, 423|433/437)
기술 146/148, 정신 170/181, 신체 107/108
스킬 : 창조적 패서(U), 설명 : 패스, 예측력, 천재성 능력치가 4 상승합니다.
세부 설명 : 타고난 창조적인 패서로 패스, 예측력, 천재성 능력치가 4 상승합니다.
저번 시즌 겨울 이적 시장에 원 소속 구단인 리즈유나이티드에서 웨스트 릴링으로 임대를 왔던 마크에게는 임대 후 이적 조항이 붙어있었다. 그 이적료는 무려 80억(600만 유로)이었지만, 마크가 모든 잠재 능력을 개발한다면, 프리미어 리그에서 준수한 미드필더로 활약할 수가 있기 때문에 대칸은 나쁘지 않은 금액이라 생각하였다.
기존 플레이 메이커인 딜런의 이적도 확정된 상황, 그래서 대칸은 아담에게 마크의 임대 기간이 끝나는 겨울 이적 시장 기간에 그의 완전 이적에 대해서 논의를 하였고, 영입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크가 임대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리즈유나이티드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칸은 일단 그에게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흠… 무언가 팀에 불만이 있니? 아니면 다른 문제라도 있어?”
대칸의 질문에 마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저…….”
“그저……?”
마크는 담담하게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했다.
“리즈로 복귀해서, 리즈에서 주전 경쟁에서 이겨야지, 제가 가슴에 가지고 있는 아쉬움이 풀릴 것 같아서요.”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마크는 예전 소속 팀인 웨스트 릴링 FC로 임대를 왔다. 그리고 저번 하반기 시즌 동안에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부활의 날개를 펼쳤지만, 그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진정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리즈에서 주전 경쟁을 이기고 성공해야 했다.
다행히, 그는 여기서 자신의 능력을 깨달았다. 마크가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할 수 있는 플레이와 못하는 플레이를 확실하게 인지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강점을 스스로 깨달았고 동 포지션의 다른 선수와 경쟁을 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어떤 장점을 더 살려야 하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특히 딜런의 플레이와 안셀모의 플레이, 전혀 다른 두 선수의 모습을 직접 경기를 뛰면서 느꼈는데, 미드필더로서 어떤 플레이가 어느 상황에 필요한지를 확실하게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대칸은 마크가 이미 마음이 떠나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를 설득시켜 봐야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축구 매니저의 상태 창을 보고 확인하였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플램 수석 코치님은 알고 있어?”
“네, 어제 직접 만나서 말씀드렸습니다.”
플램 수석 코치와도 대화가 끝났다면 더 체크할 사항이 없었다. 대칸은 일어나서 마크에게 악수를 권하였고 마크가 손을 내밀자, 잡고 흔들면서 말했다.
“리즈에 가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네. 감사했습니다, 감독님.”
마크는 웨스트 릴링 FC와 좋은 이별을 다시 결정하였다.
아담과의 면담까지 마치고 웨스트 릴링 FC의 구단 건물에서 나온 마크가 자신의 차를 타고 향한 곳은 자신의 집이 아니었다. 그곳은 바로 에드워드의 집이었다.
똑! 똑! 똑!
“에드워드! 에드워드!”
마크가 문을 두드리자,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에드워드가 떡 진 머리로 문을 열고 나왔다.
“마크? 무슨 일이야? 놀러왔어? 간만에 축구 게임이나 한판 할까?”
에드워드가 반갑게 마크를 맞이했지만, 마크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나 인사하려고 왔어.”
“인사?”
“응, 나 다시 리즈로 복귀해.”
“아… 그래?”
생각지도 못한 마크의 말에 에드워드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원 소속 구단으로 복귀하는구나. 이번 시즌 재미있었는데…….”
아쉬워하는 에드워드에게 마크가 말했다.
“내년 시즌에 우리 프리미어 리그에서 제대로 붙어보자.”
마크의 반짝이는 눈빛에 에드워드도 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대답했다.
“그래, 내년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붙어보자! 정말 제대로!”
그렇게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을 약속하는 악수를 나누고서는 헤어졌다.
그날 오후, 대칸의 감독실에는 누군가 또 노크를 하였다.
똑똑똑.
‘오전에 마크가 왔다 갔는데… 오후에는 누가?’
감독실에 예상하지 못한 방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감독님, 저 피터입니다.”
이번에 감독실로 들어온 선수는 피터였다.
피터는 리그 2(4부 리그)에 웨스트 릴링 FC에 합류하였고 여태까지 충실하게 팀의 수비를 책임져 주었던 선수이다. 뭐, 저번 시즌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칸에게 사과를 했고 팀에 잔류하면서 저번 시즌에도 승격에 충분히 많은 공헌을 했던 고마운 선수이다.
하지만 그는 고민을 가지고 대칸 감독을 찾아왔다.
대칸은 마크와 마찬가지로 밀크티를 피터에게 대접하였고, 그는 차를 마시면서 대칸에게 질문을 하였다.
“감독님, 솔직하게 하나만 대답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음? 무슨 질문이기에?”
피터는 자신의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던 그 질문을 꺼내었다.
“제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버틸 수가 있을까요?”
피터 스스로에게도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피터 존슨(31살, 수비수-윙백-미드필더, 378|386/383)
기술 148/150, 정신 148/151, 신체 82/82
스킬 : 팀워크(N), 설명 : 경기에 뛰고 있는 같은 팀 선수의 팀워크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피터는 피지컬은 많이 떨어지지만, 나쁘지 않은 기술에 센스가 좋은 준수한 수비수… 하지만, 그것은 챔피언십 리그에서 그를 평가할 때 쓸 수 있는 수식어지, 프리미어 리그급의 수비수는 아니었다.
피터의 질문에 대칸은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축구 매니저라는 냉정한 능력을 기반으로 그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버틸 수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팀을 위해 충성을 다 바친 선수에게 ‘너의 한계는 여기까지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저번 시즌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팀을 떠날 때, 잔류해 준 선수다. 그런 선수라서… 대칸은 그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피터는 대칸의 고민이 깊어지자, 바로 눈치를 채버렸다.
“알겠습니다! 감독님이 대답하지 않으셔도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독님, 감사했습니다. 저는 다른 팀으로 가겠습니다. 아담 단장님과 거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피터 선수! 그게 아니라…….”
대칸이 변명하려고 했지만, 피터가 웃으면서 그의 말을 끊었다.
“안 그래도 에이전트를 통해서 챔피언십 팀들에서 저를 원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 현재 에이전트도 솔직히 제가 웨스트 릴링 FC에 남아서 프리미어 리그로 올라가면, 적은 주급에 벤치 멤버가 될 것이라며 걱정하더군요.”
솔직히, 피터의 에이전트의 말이 사실이었다. 아무리 주급을 재협상해도 크게 상승하지는 못할 상황이며, 프리미어 리그에 올라가면 그의 자리는 유망주나 더 능력이 좋은 선수가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피터는 웃으며 대칸에게 말했다.
“저도 돈 아주 좋아합니다. 이제 제 나이도 서른한 살인데, 마지막 전성기에 기회를 잡아서 높은 계약금과 높은 주급을 받으면서 이적해야죠.”
피터의 말에 대칸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피터 선수가 원하는 대로… 이적료와 상관없이 원하는 팀으로… 계약료와 주급을 많이 주는 팀으로 가세요. 제가 아담 단장님께는 확실히 말해드리겠습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피터는 웃으면서 감독실을 나갔다.
피터는 아담 단장과도 만나서 자신이 이적을 원한다는 것을 알렸고, 아담은 대칸 감독과 통화를 한번 한 다음에 그에게 에이전트와 상의해서 가고 싶은 팀으로 가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피터가 건물 밖으로 나가서 자신의 차가 주차된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웅… 웅…….
휴대폰이 울렸다.
“대니얼, 이 녀석 하와이로 휴가 갔을 건데, 하… 아마 범인은 대칸 감독님이겠지?”
대칸 감독이 대니얼에게 전화를 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불같은 그가… 동갑내기 친구인 그가… 주장인 그가… 그리고 4시즌 동안 센터백 파트너였던 그가 피터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피터는 잠시 전화기를 보다가 들었다.
“어이~ 대니얼!”
- 야! 너 이적한다며!!
대니얼의 큰 목소리에 피터는 전화기를 귀에서 살짝 떼고서는 말했다.
“야, 조용히 말해! 귀 아파.”
- 왜? 왜? 왜 가는 거야! 이제 프리미어 리그가 눈앞에 있는데? 꿈에도 그리던 프리미어 리거가 되고 싶지 않아?
대니얼의 말에 피터는 피식 웃고서는 말했다.
“야, 난 여기까지야. 난 내 주제를 안다고.”
- 하… 무슨 주제는… 우리! 챔피언십 우승 팀 센터백 듀오야! 이 정도면 충분하지! 뭘 주제를 따져?
대니얼이 좋게 말해주었지만, 피터는 담담하게 사실을 말했다.
“네 덕분이지, 네가 오프사이드 라인도 컨트롤하고 몸싸움도 하고 공중 볼도 걷어내고 수비수들 위치도 조율하고, 난 너의 지시에 따라 잘 움직인 것뿐이잖아.”
- 야… 그게 어디야. 그것도 못하는 녀석들이 널렸는데.
피터는 그저 대니얼의 전화가 고마웠다.
“야, 고맙긴 한데, 나 돈을 좀 벌어야겠어.”
- 뭐? 돈?
“그래, 나 돈 엄청 좋아해! 그래서 저번 시즌에 기자회견에도 나갔었잖아. 다른 팀으로 이적하려고.”
- 아니, 그게 아니잖아. 너 후회했잖아.
“아니야, 나 거금의 계약금을 받고 이적하고 싶었어. 다만, 배신자가 되어서 나가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그래서 이제는 당당하게 다른 팀으로 가려고.”
피터의 말에 대니얼은 할 말이 없었다. 아니, 그의 말은 현실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31세… 이제 몸값이 떨어지는 날만이 남아있었다. 마지막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지금 이적해야 했다.
- 그래, 그렇게 갈 거면 돈 아주 많이 주는 곳으로 가라. 내가 대칸 감독에게 전화할게, 너 계약금이랑 주급 많이 주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지가 양심이 있으면 그렇게 해주겠지.
“벌써 이야기 끝났다. 대칸 감독님이랑 아담 단장님이 이적료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조건의 팀으로 가라고 했어.”
이야기가 여기까지 오자, 대니얼은 더 할 말이 없었다.
- 야, 고생했다. 잘 가라.
“그래, 너 지금 휴가 중이지? 나중에 영국 돌아오면 한잔하자.”
- 그래, 다음 주에 영국에 돌아가면 바로 연락할게, 한번 보자. 아니 꼭 보자.
그렇게 피터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건물 밖에서 웨스트 릴링 FC의 건물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계속 떠나가지가 않았다.
“잘 있어라. 웨스트 릴링! 난 떠난다!”
그렇게 피터는 웨스트 릴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