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 * *
챔피언십 리그가 점점 후반전에 들어가면서 모든 팀들은 비상 상황에 들어가 있었다. 상위권 팀들은 승격을 직행하기 위해서, 중위권 팀들은 플레이오프에 참여하기 위해서, 하위권 팀들은 강등을 피하기 위한 경쟁이 심해지고 있었다.
웨스트 릴링 FC는 압도적인 1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41차전인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경기를 앞두고 대칸과 코치들은 회의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뭐… 악연이라고는 하지만, 한 수 아래 팀인 셰필드 웬즈데이 FC와의 대결입니다.”
대칸의 말에 메이슨 전술 코치가 이야기했다.
“그래도 셰필드 웬즈데이는 현재 리그 3위 팀입니다.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플램 수석 코치도 말을 이어받았다.
“맞습니다. 이 경기에서 우리가 승리하면 우리 팀의 순위가 최소 2위가 확정되면서 승격도 확정됩니다. 반면에 셰필드 웬즈데이는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 2위 경쟁을 하고 있는 더비 카운티와 승점 7점 차가 되면서 2위가 멀어집니다.”
사실, 웨스트 릴링 FC는 압도적인 1위를 하고 있는 입장이라 이번 경기에 모든 것을 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셰필드 웬즈데이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지면 승격 직행이 멀어지는 경기였던 것이다.
“그러면, 더욱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네요.”
대칸이 불타오르는 느낌이 들었지만, 코치들도 셰필드 웬즈데이에게 좋은 상황을 조금이라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 경기 선발 선수들을 한번 살펴보시죠.”
제이든이 먼저 말했다.
“일단, 프리드리히 선수와 나사로는 저번 경기 레드카드를 받아서 출전 불가입니다.”
“그렇죠. 사실 저번 경기에서만 이겼어도 벌써 승격 확정이었죠.”
사실, 이전 경기에서도 승격을 확정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나사로와 프리드리히가 나란히 퇴장당하고 경기는 간신히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이번 시즌 웨스트 릴링 FC가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기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지거나 무승부를 기록한 경기들을 분석해 보면, 선수들의 퇴장이 있었던 경기가 많았다.
여기서 가장 많이 퇴장당한 선수들이 네 명의 문제아들… 딜런, 나사로, 프리드리히, 그리고 마르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선수들로 한 시즌을 보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세금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다른 각 파트 선수들은 모두 이상 없죠?”
“공격수 이상 없습니다.”
“수비수들 다 괜찮습니다.”
“미드필더에서는 안셀모 선수 체력 문제가 약간 있습니다.”
그 외 선수들에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면, 다음 경기 선발진은 이렇게 하겠습니다.”
FW : 에드워드 바커(467/482)
LMF : 헨드릭 젠슨(374/432), RMF : 딜런 덱스터(470/465)
MF : 마크 보셀(433/437)
DM : 안셀모 파사니(442/469)―스트롱 포터(404/396)
LWB : 토미 스미스(401/419), RWB : 아브론 막시(389/439)
DF : 대니얼 보얀(427/?)―피터 존슨(385/383)
GK : 디비드 토비(384/449)
이번 선발 라인업의 가장 큰 특징은 마크와 딜런이 동시에 들어가는데, 딜런의 포지션이 더 공격적이라는 점이었다.
“딜런과 에드워드의 경우 포지션과 상관없이 프리롤로 움직일 예정이며, 마크의 플레이는 헨드릭과 스트롱이 서포트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부러 수비적인 윙 소화가 가능한 헨드릭을 투입하고 스트롱의 지원을 통해서 마크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
경기 전날.
훈련장에서 대칸이 선수들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였다. 그리고 에드워드의 상태를 확인하다가 생각하였다.
‘에드워드의 컨디션이 낮음이네…….’
아무래도 계속되는 경기를 소화하다 보니, 컨디션이 살짝 떨어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래서 대칸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컨디션 회복 음료를 꺼내었다.
컨디션 회복 음료(R)
효과 : 복용한 선수의 컨디션을 1단계 상승
기간 : 복용 다음 날 효과 적용
“에드워드! 몸은 괜찮아?”
대칸의 질문에 그는 하던 훈련을 멈추고 잠시 대칸에게 다가와서 말을 하였다.
“뭐, 시즌 도중이라 항상 비슷한 상태죠. 아프거나 체력이 너무 빠진 것 같지는 않은데, 컨디션이 최고는 아니네요.”
대칸은 자연스럽게 에드워드에게 컨디션 회복 음료를 건네었고, 그가 그것을 마시자 웃으면서 계속 말을 하였다.
“그럼 다음 경기 쉬게 해줄까?”
“무슨 말씀을? 셰필드전인데 무조건 나가겠습니다.”
에드워드의 말에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그러면 컨디션 조절 잘하고. 영 별로다 싶으면 그냥 집에 가서 쉬어.”
“안 그래도, 오늘 루카스 코치님한테 가볍게 몸만 풀고 집에 가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조금만 공을 가지고 놀면서 볼 감각만 살리고 들어갈 겁니다.”
대칸은 자신이 할 일은 다 했다는 생각으로 에드워드에게 잘하라고 말하고서는 감독실로 돌아왔다.
* * *
다음 날.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챔피언십 41차전 웨스트 릴링 FC와 셰필드 웬즈데이 FC의 경기가 있는 날입니다.]
요크 시티 TV의 토마스 캐스터와 조슈아 해설은 밝은 표정으로 중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정말, 중요한 날입니다.]
[네, 그렇지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면 웨스트 릴링 FC의 순위가 남은 경기를 다 패하더라도 2위가 되기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 승격이 확정되는 날입니다.]
[저희 요크 시티 TV와 함께 웨스트 릴링 FC의 승격을 같이 지켜보시죠.]
그라운드에는 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셰필드 웬즈데이에 아치, 가론 그리고 테오가 출전하지 않은 상태였다.
‘팀이… 반토막 났나 보네.’
대칸이 예상한 대로 셰필드 웬즈데이의 팀워크는 박살 난 상태였다.
가론과 아치, 테오는 무서울 것이 없었는지, 다른 선수들과 계속해서 트러블을 만들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는 웨스트 릴링 FC를 상대하다 보니, 세바스찬과 아치가 훈련장에서 서로 멱살을 잡을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졌었다. 결국 아치를 비롯한 가론과 테오를 선발 명단에서 빼버린 것이다.
“로테이션급 선수들이 많이 투입된 셰필드라… 이거 살짝 맥 빠지는데요?”
플램 수석 코치의 말에 대칸은 그의 말이 맞았지만,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됩니다.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준비했을 수도 있어요.”
“뭐, 심판을 매수한 것만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플램 수석 코치는 농담으로 말했지만, 대칸은 그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삐삑~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다들 조심스럽게 움직여.”
주장인 대니얼이 말했지만, 이미 모든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
전반 15분.
‘음… 별거 없네.’
딜런은 오늘의 셰필드가 그냥 평범한 챔피언십 팀처럼 느껴졌다. 우려했었던 더러운 플레이도 없었고, 심판의 판정도 무난했다.
사실, 마화윙 회장은 짜증 나서 구단에 신경을 안 쓰고 있는 상태였다. 선수 영입 자금으로 900억(6,750만 유로)을 사용했는데, 챔피언십 3위에 있는 모습에 화가 나서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선수들의 팀워크도 나쁘다 보니, 그냥 이번 웨스트 릴링 FC와의 경기에는 아무런 일을 벌이지 않았다.
‘그러면, 오늘 같은 날… 혼을 내주자!’
딜런은 공격 모드에 들어갔다.
공을 잡은 마크가 동료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딜런이 노골적으로 공을 받기 위해 그에게 다가왔다.
툭.
가볍게 패스를 해서 딜런이 공을 받았다.
[딜런 선수, 공을 받아줍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턴을 하면서 상대편 골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촤악~
[태클! 하지만 딜런! 엇박자로 태클을 피합니다.]
“멈춰!”
팍!
“으윽!”
[아 몸으로 막아보지만, 딜런 선수 견디면서 계속 치고 들어갑니다.]
딜런은 특유의 몸싸움을 보여주며 수비수들의 태클과 몸싸움을 버티며 치고 들어갔다. 그리고 에드워드를 보고 가볍게 패스했다.
[에드워드~ 원터치 리턴패스!]
하지만, 에드워드가 눈치채고 바로 딜런에게 리턴패스를 하자, 딜런은 그 공을 바로 때렸다.
펑~
딜런의 슛은 낮게 골대의 구석을 향했고, 키퍼는 역동작에 걸려서 반응도 못 하였다.
철렁!
[골! 골입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취골! 딜런 선수가 오늘은 직접 해결합니다!]
선취골이 터지자, 웨스트 릴링 FC의 기세는 더욱 높아졌다.
오늘 마크는 아주 좋은 볼 배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빈 공간을 확인하였다.
펑~
[아, 마크 선수의 그림 같은 패스! 딜런 선수가 공을 잡습니다.]
공을 잡은 딜런은 수비수와 공격수의 수가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공을 잡고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자~ 딜런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듭니다.]
딜런이 셰필드 웬즈데이의 수비수보다 빠른 속도로 외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자, 골키퍼는 그에게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그는 빠르게 오른쪽으로 패스했다.
[반대로~ 슛~]
같이 침투하던 에드워드가 패스를 가볍게 때렸다.
철렁~
[골인!! 역시 에드워드입니다!]
[딜런과 에드워드! 멋진 골을 보여줍니다.]
전반 39분에 웨스트 릴링 FC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이제, 후반전 시작합니다.]
[셰필드 웬즈데이에는 선수 교체가 있었습니다.]
[가론 선수가 투입되네요. 아무래도 윙백에서 해줄 역할을 못 해주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가론이 들어오자, 에드워드와 딜런은 그를 괴롭힐 생각에 즐거웠다.
[딜런 덱스터, 공을 잡습니다.]
딜런이 공을 잡고서는 머뭇거림이 없이 바로 움직였다. 그것도 노골적으로 가론이 위치하고 있는 우측 사이드로 향했다.
[딜런 선수과 가론 선수의 1:1 상황!]
딜런은 가론을 보며 비웃었고, 가론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타… 타탁!
[돌파 시도!]
첫 돌파는 가론이 운 좋게 방향을 맞춰서 실패하였다. 하지만, 공을 빼앗지는 못해서 다시 1:1 상황이 되었다.
“운 좋네? 그럼 이번에도 해봐!”
타… 탁!
[딜런 선수 치고 달립니다.]
사이드로 치고 달리자, 달리기 싸움이 되었다. 그리고 딜런이 약간 빨랐고, 가론이 급하게 태클로 공이 아닌 그의 발을 걸려고 했지만.
“어림없지!”
그것도 예상한 딜런이 공중으로 뛰면서 태클을 피했다.
[사이드로 빠져나왔습니다. 딜런 올려줍니다!]
딜런이 올린 크로스가 에드워드의 머리로 정확하게 향했다.
팍!
[헤딩~ 정면!]
에드워드가 헤딩을 잘했지만, 안타깝게 공이 골키퍼의 정면으로 가면서 골이 터지지 않았다.
[오우… 아까운 장면이죠?]
[딜런 선수의 기가 막힌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에드워드 선수의 머리에 맞았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갑니다.]
골에는 실패했지만, 딜런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가론을 보면서 손가락을 흔들었다.
“넌 안 돼. 쓰레기 같은 자식아.”
“…….”
가론은 분했지만,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를 노린 사람은 딜런만이 아니었다.
“젠장! 오늘 왜 이렇게 나만 노리는 거야?”
가론의 투덜거림이 에드워드의 귀에 들렸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피식 웃었다.
가론이 투덜거릴 만한 것이, 후반전에 교체되고 벌써 일곱 번째다. 에드워드도 노골적으로 우측 돌파를 시도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다섯 번이나 성공했고, 그중에 한 번이 골로 이어졌으니, 가론의 투덜거림이 이해될 만도 했다.
‘그렇다고, 너를 용서해 주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
하지만, 에드워드에게 자비란 없었다.
[에드워드 선수 또 공을 잡고 우측으로 들어갑니다.]
공을 잡은 에드워드가 또 가론이 담당하는 우측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치 상황에서 몸을 살짝 움직였다.
움찔.
에드워드의 몸이 흔들거리는 페인트에 가론이 살짝 역동작에 걸렸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칠 에드워드가 아니었다.
탁!
빈틈이 있는 방향으로 공을 먼저 치고 들어갔다. 그러자, 가론은 이번에도 놓칠 수가 없다는 생각에 어깨를 강하게 들이댔다.
퍼억~
두 선수의 어깨가 강하게 부딪쳤지만, 에드워드는 절대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가론이 몸을 휘청거리는 사이에 에드워드는 공을 따라 적진으로 치고 들어갔다.
[에드워드 선수! 몸싸움을 이기고 돌파합니다.]
균형을 잃은 가론이 넘어져서 에드워드가 치고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FXXK! FXXK! FXXK!”
가론이 절규했지만, 에드워드는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막아선 센터백을 두고 여기서 에드워드는 의외의 선택을 하였다.
[뒤로 패스?]
에드워드가 평소와는 다르게 사이드로 침투하다 보니, 사이드로 2선에서 따라 들어오던 토미에 대한 마크가 없었던 것이다.
[토미 스미스 선수! 공을 받습니다.]
토미가 사이드에서 공을 받았지만 뒤쪽이다 보니, 중앙으로 파고들 공간이 충분했다. 그래서 중앙으로 침투하였고 조금 들어가서 생긴 좋은 타이밍! 그것을 토미는 놓치지 않았다.
[중앙으로 파고들어 옵니다. 그리고… 슛!!]
토미가 바로 강하게 때린 낮은 슛은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했다. 그런데, 무회전이라서 공이 살짝 아래로 휘어졌고, 골키퍼가 손으로 막았지만, 굴절되면서 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토미 스미스! 멋진 골입니다.]
“나이스!”
토미가 자신이 준비한 멋진 골 세리머니와 함께, 골을 자축하였고 동료들은 그의 골을 축하해 주었다.
삐삐삑!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셰필드 웬즈데이 FC를 5:0으로 격파하면서 프리미어 리그 승격을 확정 짓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 모두 기뻐합니다. 다 같이 모여서 어깨동무를 하고 경기장을 돌아다닙니다.]
[대칸 감독을 비롯한 코치들도 매우 기뻐하네요.]
드디어! 웨스트 릴링 FC의 프리미어 리그 승격이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