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챔피언십 3차전이 다가왔다. 이번 경기의 상대 팀은 왓포드 FC, 저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당한 팀이다.
대칸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왓포드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전력이 많이 약화되었네.’
다행히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었던 주전 선수들은 대부분이 이탈하였다. 몇몇 선수들이 잔류는 했지만, 전력이 눈에 띄게 급감된 것이다. 그래도 남은 선수들과 새로 영입한 선수들로도 플레이오프가 예상되는 팀이긴 했지만.
‘우리 팀에게는 안 되겠네.’
대칸은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안셀모의 데뷔전인데, 당연히 이기겠지.’
레알 마드리드 출신인 안셀모의 데뷔전이었다.
신체 단련실.
안셀모는 마지막 회복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대칸이 찾아왔다.
“안셀모 선수, 다음 리그 3차전에는 선발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칸은 든든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언론에서는 안셀모 선수가 2경기 결장했을 뿐인데… 온갖 소설을 다 작성하고 있습니다.”
안셀모도 이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웨스트 릴리 FC가 부상자를 5년 장기 계약에 영입했다는 비난하는 분위기, 안셀모는 이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
“네, 제가 확실하게 다음 경기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안셀모는 당당하게 말했다.
챔피언십 리그 3차전 왓포드전 경기 날.
챔피언스맨과 축구광, 그리고 차현우 편집자는 웨스트 릴링 FC의 홈경기라서 유X브 영상을 찍기 위해 경기장에 먼저 도착한 상태였다.
두 사람은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설명을 하였다.
“저기 몸 풀고 있는 등번호 5번이 대니얼 선수입니다.”
“주장이죠. 아주 좋은 선수입니다. 벌써 5시즌,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9번은 누구나 알고 있는 에드워드 선수네요.”
“이제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번 시즌 부상으로 월드컵 명단에는 못 들어갔지만, 누구나 예상하는 차기 영국 국가 대표 선수입니다.”
그렇게 선수들에 대해서 설명하다가 한 선수에게 멈추었다.
“아… 웨스트 릴링 FC의 새로운 6번이네요.”
축구광의 말에 챔피언스맨은 크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 네, 안셀모 피사니 선수죠! 정말 저는 이 선수를 웨스트 릴링 FC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분명히 4시즌, 아니 3시즌 전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미드필더였거든요. 부상으로 고생하다가… 방출당하기는 했지만, 웨스트 릴링에 오다니. 안셀모 선수 큰 결심을 하고 왔습니다.”
“웨스트 릴링도 5년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단합니다. 안셀모 선수가 잘하는 선수이긴 하지만, 유리 몸이거든요. 게다가 서른두 살이면 이제 점점 떨어지는 일만 남은 선수에게 5년 계약, 과감한 투자입니다.”
축구광과 챔피언스맨은 한참 동안 안셀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만큼 오늘 경기에 있어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레알 출신인 안셀모의 웨스트 릴링 FC 데뷔였다.
삐삑~
[웨스트 릴링 FC와 왓포트 FC의 챔피언십 리그 3라운드 경기 시작합니다.]
FW : 에드워드 바커(457/482)
LWF : 프리드리히 시만스키(386/450), RWF : 스트롱 포터(403/396)
MF : 칼슨 고트(366/358)―마르크 헤닐라(379/467)
DM : 안셀모 피사니(442/469)
LWB : 토미 스미스(392/419), RWB : 아브론 막시(374/439)
DF : 대니얼 보얀(423/?)―피터 존슨(382/383)
GK : 윌프로 드퍼(379/371)
[웨스트 릴링 FC의 진형은 4-1-2-3입니다. 아주 독특한 진형이죠.]
[1차전과 2차전에서 사용한 4-3-3과 비슷해 보이는데, 안셀모 선수가 약간 처진 형태입니다.]
[안셀모 선수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네요.]
이 진형은 대칸과 코치들이 고민 끝에 결정한 진형이었다. 무엇보다 이 진형은 안셀모의 경기 조율 능력을 믿고 세팅한 진형이었다.
‘안셀모,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
대칸은 안셀모를 믿었다.
안셀모는 오래간만에 경기에서 밟아보는 그라운드의 잔디… 이 고양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자! 오늘은 나의 날이다!”
안셀모는 스스로에게 외쳤다.
왓포드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뛰었던, 파스칼 그리뇽(411/421)이었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 활용 영역이 겹칠 것으로 예상되는 안셀모를 보면서 비웃었다.
‘안셀모? 레알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한물간 늙은이잖아. 오늘 제대로 꺾어주지.’
그는 오늘 안셀모의 화려한 웨스트 릴링 FC에서의 데뷔전을 짓밟을 생각에 기뻤다.
하지만, 경기에서의 안셀모는 여유로웠다.
[파스칼 선수 공을 잡습니다.]
약간 자신의 포지션보다 처진 지역에서 공을 잡은 파스칼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안셀모와 대치했다.
‘어디 한번?’
타… 타… 탁!
파스칼이 자신이 좋아하는 헛다리 짚기를 하자, 안셀모의 몸이 움찔거렸다.
‘좋아!’
안셀모의 몸이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파스칼이 치고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팍!
[안셀모! 발로 툭 건드리면서 공을 빼냅니다.]
공을 빼낸 안셀모는 바로 패스를 하면서 웨스트 릴링 FC의 역습을 만들어 냈다.
[공을 잡은 칼슨 선수! 길게 공을 찹니다. 에드워드~]
칼슨의 공은 이번에는 비교적 에드워드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는 가볍게 뛰어올라 공을 머리로 옆에 떨어트려 주었다. 그리고 프리드리히가 타이밍 좋게 달려와서 바로 슛을 때렸다.
펑~
[프리드리히 선수 슛!]
철렁!
[골! 골입니다. 전반 12분, 웨스트 릴링 FC의 첫 골이 터집니다.]
[안셀모 선수가 커트한 공을 빠르게 프리했던 칼슨 선수에게 패스했고, 그 공은 바로 공격 진형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에드워드 선수와 프리드리히 선수가 마무리합니다.]
프리드리히와 웨스트 릴링 FC의 모든 선수들은 골 세리머니를 같이하였고, 안셀모도 여유롭게 그들에게 합류하여 축하를 하였다.
“젠장!”
파스칼은 자신의 실수로부터 실점까지 이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거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다가… 한 번 있었던 실수일 뿐이야.’
그는 그때라도 자신이 안셀모보다 못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잠시 후 파스칼이 다시 공을 잡았다.
[파스칼 선수! 다시 공을 잡습니다.]
이번에는 파스칼이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윙 선수와 2:1 패스를 시도했다. 그런데.
탁!
[아! 안셀모 선수! 패스 경로를 예측하고 공을 막아냅니다.]
파스칼의 패스는 바로 안셀모에게 막혔고, 그는 이번에도 거침없이 공을 날렸다.
[긴 패스~ 아! 스트롱 선수에게 바로 연결됩니다!]
[스트롱 선수! 바로 중거리 슛~ 아, 아쉽습니다.]
[골키퍼에게 막히기는 했지만, 정말 좋은 플레이였습니다. 안셀모 선수가 빈 공간을 정확하게 보고 찔러준 공이 스트롱 선수의 슛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안셀모의 경기가 되어버렸다.
[안셀모는 안셀모네요. 중원에서 경기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레벨이 다르다는 것을 순간순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여유롭죠? 어떻게 저런 압박에서 여유롭죠?]
[안셀모 다시 한번 풀어냈습니다. 가벼운 터치 한 번으로 압박에서 벗어나죠.]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 안셀모는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계속되는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에 왓포드 선수들은 위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파스칼도 마찬가지였다.
‘하… 이 늙은이가… 왜 이렇게 잘해…….’
그리고 안셀모는 파스칼이 위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타… 타… 탁!
공을 잡은 안셀모는 파스칼이 예상하지 못한 드리블을 하였고, 그를 가뿐하게 제쳤다.
[안셀모 선수! 몸놀림을 이용한 페이크로 파스칼 선수의 균형을 무너트립니다.]
안셀모는 공을 몰고 계속 들어갔다. 그리고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도 동시에 전방으로 들어가자, 왓포드 선수들은 자신이 담당한 지역을 중심으로 방어했지만 안셀모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허점도 다 보였다.
“마르크!”
안셀모가 마르크에게 패스하고, 바로 전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마르크는 눈치로 다시 그에게 백패스를 하였다.
[2:1 패스! 안셀모가 더 깊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수비보다 공격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생겼고, 왓포드 선수들은 한 선수를 놓치고 있었다.
펑~
[롱패스~ 아, 저 자리에 왜 칼슨 선수가 있나요?]
공을 잡은 칼슨은 좌측 코너 라인까지 공을 몰고 들어갔다. 그리고 에드워드만 보고 크로스를 날렸다.
[크로스~]
문제는 그의 크로스는 부정확했고 에드워드의 머리에 닿지는 않았다는 거다. 하지만, 그 공은 반대편 윙어인 스트롱의 가슴에 부딪쳤다.
[가슴 트래핑! 슛~]
철렁~
[골~ 골입니다! 칼슨 선수의 크로스를 받은 스트롱 선수가 골을 성공시킵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골을 넣은 축하를 서로서로 나누었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안셀모가 있었다.
[정말, 안셀모 선수가 그림 같은 플레이를 하였습니다.]
[수비수가 많은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공격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패스할 곳이 없으면 스스로 반대편의 허점을 만드는 선수입니다. 무엇보다 시야가 너무 넓어요.]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지만, 후반전에도 안셀모의 활약은 계속되었다.
[안셀모 선수! 대지를 가르는 패스가 나옵니다.]
[사실, 패스가 엄청나게 좋은 선수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시야가 너무 넓어요! 좌측, 우측, 중앙, 적재적소에 공을 배급합니다.]
[그리고 줄 곳이 없다 싶으면 본인이 몰고 들어가니까요.]
왓포드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안셀모를 억제하기 위해서 선수를 붙였다. 하지만.
[아… 저 탈압박은 뭐죠? 붙어있던 선수를 가볍게 털어냅니다.]
[압박이 쉬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더 어려운 건 압박을 해서 공백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패스로 이어져요.]
[왓포드 감독의 실수입니다. 안셀모 선수의 주특기가 볼 관리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에도 월드 클래스들 사이에서도 끈끈한 수비와 영리한 축구 지능, 볼 키핑 능력으로 중원에서 숨통을 틔워주었던 선수입니다.]
그리고 그의 그런 능력은 웨스트 릴링의 세 번째 골도 그의 발끝에서 시작되게 만들었다.
[후반전 31분, 웨스트 릴링 FC의 추가 골이 터집니다. 3:0.]
[이번에도 안셀모 선수입니다. 후방에서 좌우로 공을 뿌려주다가, 한 번의 결정적인 패스가 골로 연결됩니다.]
[아무리 봐도, 챔피언십에서 보기 힘든 클래스의 선수입니다. 유리 몸이 아니었다면 웨스트 릴링에 오지 않았겠죠.]
안셀모가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미드필더를 자신의 영토로 선언하였다. 그리고 그가 중원을 지배하자, 왓포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였고, 웨스트 릴링 FC에게 질질 끌려갔다.
[딜런 선수가 빠른 속도를 기반으로 활동량과 창조적인 킬 패스를 뿌리면서 경기를 지배했다면, 안셀모 선수는 빠르지도 않고 창조적인 킬 패스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볼 키핑 능력과 뛰어난 축구 지능으로 원하는 타이밍에 적재적소에 볼을 배급하며 경기를 조율합니다.]
그렇게 안셀모의 노련한 플레이가 돋보이면서 웨스트 릴링 FC는 왓포드를 상대로 경기에서 운영으로 승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