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개막전을 앞둔 기자회견.
보통 웨스트 릴링 FC의 기자회견은 인기가 없었다. 웨스트 릴링이 6부 리그부터 챔피언십까지 직행으로 올라와서 인지도는 높았지만, 지역 팬이 적었고 역사가 있는 팀도 아니라서 비인기 팀에 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비시즌에 관련 사고도 있었고, 프리미어 리그 승격 후보 팀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기자들이 예전보다는 많이 모여있었다.
시간이 되자, 대칸 감독과 대니얼 주장이 대표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서 준비가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저번 시즌에 주전 선수들이 불만을 말하고 대규모로 빠져나갔습니다. 그에 대한 심정과 할 말이 있으신가요?”
“불만이 있어서 나간 선수에 대해서 할 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별다른 감정도 없습니다.”
대칸이 재미없게 대답했지만, 기자들은 자극적으로 ‘대칸 감독 이적 선수들 신경 안 쓴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작성할 예정이었다.
“웨스트 릴링의 이적 시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수의 선수들에게 오퍼를 했고, 실제 25명의 선수를 영입했습니다. 새로운 선수들에 대한 평가와 계획은 어떠신가요?”
“다들 우수한 선수들입니다. 나간 선수들보다 재능도 아주 뛰어나고요. 다혈질인 선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성도 최대한 고려해서 영입했습니다. 기존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맞춰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자들의 타자 소리가 매섭게 기자회견장을 울렸다. 그들은 실시간으로 ‘나간 선수들은 쓰레기! 새로운 선수들은 다혈질이지만 훨씬 뛰어나다!’라고 기사를 작성하였다.
“지난 시즌에 아쉽게 프리미어 리그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셨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승격이 가능하실 거라 생각하십니까?”
“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제 옆에 있는 대니얼 주장을 비롯한 에드워드와 딜런, 안셀모 선수까지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통하는 선수들이 다수 있고 그에 준하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저번 시즌의 아쉬운 모습을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기자들은 역시나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는 프리미어 리그급, 챔피언십의 수준은 너무 낮아서 승격이 가능하다.’라고 기레기 짓을 하였다.
대칸과 기자들의 질문과 답변이 끝나고, 대니얼에 대한 질문과 답변까지 진행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나자,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벤자민 기획 팀장이 마무리하였다.
“시간이 완료되어, 마지막 질문 받겠습니다.”
그러자, 한 기자가 손을 재빠르게 들었고, 벤자민이 지명하자 질문을 하였다.
“대칸 감독님,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을 두고 하실 말이 있으시다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헤드라인에 사용하겠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대칸은 생각하고 있던 말을 하였다.
“이번 시즌, 저희 팀이 얼마나 대단한 축구를 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웨스트 릴링 FC, 웨스트 릴링 FC의 뉴 제너레이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대칸이 선언하였다.
* * *
개막 전날.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여기는 헐시티 AFC의 홈구장인 KCOM 스타디움입니다.]
[기다리던 날이 왔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와 헐시티 AFC의 26/27 챔피언십 리그의 개막전이 열리는 날입니다.]
요크 시티 방송의 토마스 캐스터와 조슈아 해설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캐스터는 저 토마스, 해설은 조슈아 해설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허허허, 반갑습니다. 올해도 다행히 토마스 캐스터와 중계를 할 수 있겠군요.]
CF가 나오고, 다시 중계방송으로 돌아오자, 캐스터가 선발진을 소개하였다.
[웨스트 릴링 FC의 개막전 선발 라인업입니다.]
FW : 에드워드 바커(457/482)
LWF : 프리드리히 시만스키(386/450), RWF : 나사로 오돈(385/465)
MF : 칼슨 고트(366/358)―스트롱 포터(403/396)―마르크 헤닐라(379/467)
LWB : 토미 스미스(392/419), RWB : 아브론 막시(374/439)
DF : 대니얼 보얀(423/?)―피터 존슨(382/383)
GK : 윌프로 드퍼(379/371)
[못 보던 선수가 몇 명 늘어났죠?]
[여름 이적 시장 기간 동안에 많은 선수의 영입이 있었던 웨스트 릴링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수비진이 작년에 있던 선수들이라, 수비 조직력이 살아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딜런 선수가 출장 정지를 받고 있는 상태라서, 에드워드 선수를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받쳐주는지가 중요하겠네요.]
[경기가 시작됩니다.]
개막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처음 영국 축구를 경험하는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퍽!
“윽!!”
나사로는 상대편 수비수의 강력한 어깨 차징에 신음을 내뱉었다. 그런데, 심판은 휘슬도 안 불고, 다른 선수들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계속 플레이를 한다. 자신이 있었던 리그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오히려, 반대편 수비수가 나사로를 도발하였다.
“뭐야? 애송이잖아? 크크크.”
영어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나사로는 그가 자신을 비웃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망나니인… 그의 인내심이 날아간 것은 당연했다.
공격 기회가 왔을 때, 또다시 반대편 수비수는 경합을 하려는 척 어깨를 강하게 들이밀었다. 그런데.
퍽~!!
“아악!!”
나사로는 아예 작정하고 몸으로 완전히 그를 밀어버렸고, 반대편 수비수가 그냥 밀린 것이 아니라, 아예 멀리 튕겨나갈 정도였다. 마치, 강제로 밀어버린 그림이 되었다.
삐삑~
심판이 다가와서는 파울을 선언하였다. 아무리 강한 몸싸움을 허용하는 영국이라지만, 이 정도는 반칙이었다.
“아니, 이게 왜 파울이에요? 아까 저도 당했다고요!”
나사로가 독일어로 강렬하게 항의했지만, 심판은 고개를 저였다. 그리고 흥분 상태로 더 항의하려는 것을 다른 동료들이 말려서 참았다.
‘거…참…….’
대칸은 저 망나니 녀석이 엄청나게 흥분한 상태라는 것을 축구 매니저로 확인했다.
이적하고 첫 경기 출전에 거친 몸싸움까지 리그 적용 과정이라, 이해해야 했지만,
삐삑!
전반 35분에 나사로가 옐로카드까지 받자, 대칸은 빠르지만, 선수를 바로 교체해 주었다.
아그만트 체서스(20살, 공격수-윙, 357/426)
기술 127/152, 정신 130/155, 신체 100/119
“아그만트, 바로 투입이다.”
“네!”
교체 신호에 나사로는 투덜거리면서 그라운드에서 나왔는데, 제이든이 딱 한마디 하였다.
“나중에 훈련장에서 보자.”
“아! 진짜 코치님, 그게 아니라… 하아…….”
나사로는 한숨을 쉬었고, 제이든은 그를 더 굴릴 생각을 하였다.
다행히 경기에서는 웨스트 릴링 FC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그리고 전반 44분.
치익~ 타악~
[칼슨 선수! 멋진 태클입니다.]
계속되는 압박 속에서 헐시티 선수가 틈을 보였고, 그 순간 태클로 공을 빼앗은 칼슨이 바로 공을 길게 찼다.
“아… 이 패스는!”
딜런이 매번 투덜대면서 받았던 그 근본 없는 막무가내 롱패스가 날아갔고, 이번에는 에드워드가 열심히 달려갔다. 그리고 다행히 골라인에 아웃되기 전에 코너킥 위치 근처에서 에드워드가 달려가서 잡았다.
텅~ 텅! 텅!
[아~ 공을 높이 올립니다. 무릎으로 한번 트래핑, 머리로 한번 트래핑하면서 수비수를 제칩니다!]
여유롭게 수비수를 제친 에드워드가 골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골라인에 붙어있고 골키퍼가 나오고 있어서 각이 없는 상태, 하지만 에드워드는 과감하게 공을 찼다.
펑~
[슛~ 아… 이게 뭔가요!]
에드워드가 찬 공은 스핀이 걸려있어서 골키퍼 옆을… 골대 쪽이 아닌 반대쪽으로 통과하였다. 그런데, 땅에 떨어지자, 회전이 걸려있어서 공의 방향이 골대 쪽으로 휘어졌고,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아주 멋진 골입니다. 들어갈 각이 없는 사각에서 오히려 골대 반대 방향으로 골키퍼가 못 잡게 가볍게 차는데, 스핀을 걸었어요.]
[아… 대단한데요. 저 짧은 순간에 저런 판단력이라니! 에드워드 선수 정말 멋집니다.]
“좋았어!”
“에드워드 멋지다! 넌 최고의 공격수야!”
“웨스트~ 웨스트~ 웨스트~ 릴링! 릴링! 릴링!”
홈 관중들은 환호했고, 에드워드는 여유로운 골 세리머니로 답하였다.
전반전은 그렇게 1:0으로 웨스트 릴링 FC가 앞선 상태로 종료되었다. 그리고 후반전도 전술적인 변화나 추가 선수 교체가 없었다.
[후반전 시작됩니다. 헐시티, 세 개의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했습니다.]
[그만큼, 전반전에 무엇을 해보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웨스트 릴링의 전반적인 압박에 자신들의 플레이를 못하는 헐시티입니다.]
헐시티는 웨스트 릴링 FC의 압박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선수도 교체하고 진형과 전술도 변경하였다. 하지만…….
“우리 팀 선수들의 평균 기량이 뛰어난데, 약간의 전술적인 변화로 커버되는 게 아니지.”
단 세 명만 교체해서 변경될 전술과 전략으로 웨스트 릴리 FC의 압박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헉… 헉… 헉…….”
답답한 상황에 힘겹게 뛰던 헐시티 선수들은 후반전 20분이 지나가자 피곤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 헐시티… 걷는 선수가 보입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압박에 버티기 위해서 전반전부터 같이 많이 뛰었거든요.]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아직 괜찮은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지구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죠.]
[헐시티… 여태까지 잘 버텼지만, 이제는 힘들어 보입니다.]
헐시티 선수들의 몸동작이 느려지자,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토미 선수! 크로스~]
[골! 골입니다. 프리드리히 선수~ 이적한 첫 경기에서 골을 기록합니다.]
후반 25분 웨스트 릴링 FC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그리고 역시나…….
[아, 그런데, 프리드리히 시반스키 선수! 흥분했나요? 반칙입니다.]
[역시, 심판은 옐로카드를 꺼냅니다.]
역시나, 이 녀석들은 한번 흥분하면 불안한 상태가 된다. 대칸은 첫 경기부터 퇴장당하도록 할 수가 없었다.
데이네스 산도르(21살, 윙, 357/427)
기술 121/148, 정신 131/157, 신체 105/122
“데이네스 산도르 선수, 프리드리히 대신 투입됩니다.”
프리드리히가 교체되어 들어오고, 그에게도 제이든은 추가 훈련을 외쳤다.
[아~ 에드워드 선수! 대단합니다. 수비수 세 명을 끌고 다니다가 동료에게 패스합니다.]
[헐시티 선수들 정신을 못 차립니다.]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헐시티… 그래서 웨스트 릴링 FC에게 찬스가 계속 생겼다.
[에드워드 선수 돌파합니다!]
에드워드가 작정하고 돌파해서 들어갔다. 그리고 헐시티 선수들이 육탄 방어를 하였지만, 에드워드에게 통하지 않았다.
[수비수들의 견제에 버티면서 들어갑니다!]
그리고 페널티 에어 라인까지 가자, 탄력적인 몸을 활용하여 공을 때렸다.
펑~
[슛!!]
헐시티의 골키퍼는 간신히 에드워드의 공을 쳐냈다. 그런데…….
[2선에서 들어오던, 마르크!!]
마르크가 루즈 볼을 발끝으로 건드렸다.
[골~ 골입니다. 후반 32분에 웨스트 릴링 FC의 추가 골이 터집니다.]
[신입생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네요. 마르크 선수도 골을 넣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5분 후…….
[아… 마르크 선수도 뭔가요?]
[미드필더 지역에서 전반전부터 헐시티 미드필더들과 신경전이 계속되었거든요. 결국에는 터지네요.]
[공중 볼 경합 때, 헐시티 선수가 위험한 플레이를 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화난 마르크 선수 밀어버립니다.]
마르크가 헐시티 선수를 밀어버리자, 그 선수도 화가 나서 부딪쳤고, 선수들이 모두 몰려와서는 두 선수를 말렸다.
삐삐삑!!
심판이 다가와서는 결국에 양 선수를 보고서는 레드카드를 꺼냈다.
[아, 두 선수 다 잘못했다고 판단하나요?]
[마르크 선수가 먼저 당하기는 했지만, 밀면 안 되죠.]
[두 선수 서로를 노려보면서 나란히 퇴장합니다.]
“하… 하… 하…….”
마르크의 퇴장까지 대칸은 기가 막혔다.
“그냥, 딜런이 세 명으로 늘었네… 늘었어!”
대칸의 혼잣말에 제이든은 무표정했지만, 속은 불타고 있었다. 그는 세 망나니 녀석들을 어떻게 처벌할지를 고민하였다.
삐삐삑~
[경기 종료됩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3:0으로 헐시티에게서 승리를 거둡니다.]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대칸의 머리에는 퇴장당한 마르크와 팀 전체가 받은 옐로카드 4장에 반칙이 무려 21개가 남았다. 심판이 조금만 판정이 빠듯했다면 퇴장당한 선수가 더 나왔을 수치였다.
아주 제대로 진가를 보여주는 망나니 녀석들이었다. 딜런 같은 시한폭탄이 무려 세 명이나 더 생겼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