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어제, 마화윙 회장실.
마화윙 회장의 회장실에는 오래간만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두가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전트라는 사실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마화윙 회장님께서 여러분들에게 아주 좋은 제안을 드리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그의 비서가 먼저 말을 꺼내자, 에이전트들은 도대체 그가 어떤 제안을 할 것인지가 너무 궁금했다. 그들도 이번 소집이 웨스트 릴링 FC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알았기 때문이다.
마화윙 회장은 성격처럼 바로 말을 꺼냈다.
“여러분, 담당하고 있는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가 있죠?”
파곤이 가론과 샘을 담당하듯이, 니키 로어, 테오 킹스턴, 피터 존슨, 킹슬리 바버, 브레이 아처, 바너 코필드, 린든 오셔의 에이전트들이 모여있었다.
“여러분에게 제가 제안드리는 것은… 그 선수들을 저희 팀으로 오게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동시에! 웨스트 릴링 FC를 흔들어서!”
마화윙 회장의 제안에 에이전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선수 이적! 이 달콤한 단어는 에이전트들에게 있어서 축복의 단어와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이 잘한 성적을 가지고 구단에 돈을 뜯어내는 일… 그들의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의 권익을 보호해 주는 좋은 에이전트도 있고, 선수가 필요한 구단에 좋은 선수를 소개해 주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악덕 구단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도록 선수들을 도와주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에이전트들은 좋은 에이전트보다는 욕심이 가득한, 선수의 권익을 보고하거나 적합한 구단에서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해주겠다는 것보다는 그들의 몸값만 어떻게든 올려서 수수료를 받아먹는 것이 중요한 에이전트들이었다.
마화윙 회장의 제안은 달콤했다. 하지만, 아무런 보장 없는 제안은… 믿을 수가 없었다. 사기꾼의 습성을 가질수록… 남을 더 믿지 못하는 것처럼, 이 쓰레기 같은 에이전트들은 행동을 하기 위해 확신이 필요했다.
“셰필드 웬즈데이에 저희 선수들이 다 들어갈 자리가 있나요? 그리고 금전적인 부분도?”
일단, 여덟 명의 선수가 모두 이적한다는 것은 선수단의 자리 문제도 있었지만, 금액적인 문제… FFP(Financial Fair Play)도 걸렸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가치가 아주 높았다. 대부분 나이가 어리고 기량이 뛰어나고 성장 가능성도 남아있는데, 주급이 적어서 가성비가 높은 선수들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들의 이적료를 웨스트 릴링 FC가 적게 잡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선수들이 이적을 해달라고 해도! 적은 돈으로는 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웨스트 릴링에서 보내줄까요?”
웨스트 릴링에서 보내준다는 보장도 없었다. 계약 기간이 적은 선수는 2년… 많은 선수는 4년이 넘게 남아있는데, 다음 시즌을 고려한다면 여기 있는 모든 선수들을 보내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만약, 보내준다고 해도… 셰필드 웬즈데이에서 안 받아주면, 저희만 망하는 그림인데요?”
지금 구두 약속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도 무서운 점이었다. 웨스트 릴링 FC에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가 못 나가면, 다음 시즌에 미움을 받아서 경기에 출전을 못 해서 선수의 가치가 떨어지면 받는 피해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에이전트들의 질문에 마화윙 회장의 비서가 미리 준비한 말을 하였다.
“다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서는 미리 그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셰필드 웬즈데이의 FFP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화윙 회장님의 지인이 운영하시는 기업에서 광고료를 엄청나게 내릴 예정입니다.”
클럽의 수익을 높여서 FFP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마화윙 회장의 전략이었다.
“그리고, 셰필드 웬즈데이만 이적 팀으로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회장님께서는 레딩 최대 주주와 이야기를 마치신 상태고.”
역시나, 같은 중국계 구단주인 레딩 구단주에게 부탁을 완료한 상태였다.
“회장님께서는 중국 슈퍼리그에 팀을 하나 가지고 계십니다. 그 팀으로 이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엄청난 계약금과 주급을 자랑하는 중국 슈퍼리그로도 이적은 가능했다.
“대신에 웨스트 릴링 FC에서 선수들을 보내주기 위해서 아주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고는 비서가 강조해서 말했다.
“기자회견으로 웨스트 릴링 FC를 고발할 겁니다. 그 것은 당신들과 당신들의 선수가 해주어야 하고요.”
극단적인 방법으로 웨스트 릴링 FC와 선수들을 척지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웨스트 릴링 FC가 지쳐서 돈이라도 벌자는 심정으로 선수들을 이적시키는 그림을 그린 것이다.
비서는 그 근거로 웨스트 릴링 FC의 적은 주급을 언급하였다. 챔피언십치고는 적은 주급… 아무리 웨스트 릴링 FC가 6부 리그부터 챔피언십까지 승격한 팀이라고 해도… 작년에 받았던 주급은 챔피언십 평균 주급인 2,00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그럴듯하군요.”
적은 주급으로 불만을 가진 선수들… 장기 계약으로 악독한 클럽의 이미지로 선수들이 들고일어나는 그림에 에이전트들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은 웨스트 릴링 FC의 계약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웨스트 릴링 FC는 주급은 적었지만, 매년 재계약으로 후한 재계약금을 선수들에게 지급하였고, 다른 팀에 비해 옵션이 좋아서 생각보다 수입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욕심 많은 에이전트들은 이적과 그 이적으로 인한 거금의 수수료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비서는 마지막으로 서약서와 계약서를 꺼내었고…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여기 서약서와 계약서에 사인해 주시면, 여태까지 말했던 것이 모두 현실이 됩니다. 그것을 보장하는 계약서구요.”
계약서에는 확실하게 마화윙 회장이 제안한 내용이 작성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마화윙 회장이 돈이 많았기 자존심과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에이전트들이 알았기 때문에, 이 계약서면 충분히 안전장치가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게다가 몇몇 에이전트들은 지금 상황을 녹취하여 보험에 들고 있었다.
“대신에 선수들이 이적하기까지 최선을 다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일로 내일 오후에 단체 기자회견을 해주셔야 합니다.”
“기자회견…….”
“네, 웨스트 릴링 FC의 부당한 대우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입니다! 수많은 기자들과 언론을 이용해서 웨스트 릴링을 흔들어야죠!”
많은 선수들의 행동으로 여론을 만들고 탈출하려는 마화윙 회장의 더러운 계략이었다.
파곤은 웨스트 릴링 FC와 미팅을 마치고 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마화윙 회장의 비서에게 전화했다.
“네, 방금 미팅 마쳤습니다. 네, 당연히 잡으려고 하죠. 그래도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네… 네… 그리고 비서님이 예상하신 대로, 엄청난 금액의 이적료를 요구하더라고요. 이 부분도 오늘 기자회견에서 터트릴까요?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후에 뵙겠습니다.”
파곤의 표정은 아주… 아주… 더럽게 웃고 있었다.
* * *
파곤 에이전트와 미팅을 마치고, 아담과 대칸, 윌리엄 운영 팀장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잠시 단장실에 모여있었다.
“저 에이전트… 인상부터 더럽더니, 결국에 문제를 일으키네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하부 리그에서 썩고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서 키워주고 챔피언십에서 유명 선수로 만들어 주었는데… 그리고 매년 주급을 거의 두 배씩 올려줬는데요.”
“그래도… 두 선수를 보내는 방향으로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가론과 샘은 이적시키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윌리엄 운영 팀장이 나갔다.
그리고 단장실에 남은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두 선수가 빠졌을 때의 선발진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아담도 축구 매니저로 구단 재정 상황을 확인하여 두 선수가 이적했을 경우에 영입 자금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 뭐지?”
아담은 뭔가 특이점을 발견하였다.
“단장님 무슨 일이세요?”
“그게…….”
아담은 자신의 스킬인 호감도로 선수들이 구단에 대한 충성도와 호감도를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스킬 : 호감도(R), 설명 : 대화하는 사람이 가진 자신의 구단에 대한 호감도를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다들… 빨간색이죠?”
“네?”
많은 선수들의 호감도가 빨간색… 불만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왜지?”
분명 저번 시즌 종료 직전까지도 약간 불만인 노란색이 일부가 있어도 대부분이 초록색이었다. 구단에 선호적인 선수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똑똑똑!!
단장실에 다급하게 누군가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무슨 일이세요?”
대칸의 질문에 다급히 들어온 윌리엄 운영 팀장이 말했다.
“지금 잘 알고 있는 언론사로부터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저희 선수들이 단체 행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체 행동?”
단장인 아담과 대칸 감독에게 보고가 안 된 선수들의 단체 행동? 그 단어부터 싸하게 들렸다.
“네, 총 아홉 명의 선수들이 웨스트 릴링 FC의 부조리한 현실과 노예 계약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여 폭로하겠다고 합니다.”
“뭐? 기자회견? 폭로?”
“네, 우리 구단을 겨냥하여 폭탄을 떨어트리겠다는 것입니다.”
폭탄! 폭탄이 제대로 웨스트 릴링에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자회견장.
가론과 샘을 선두로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총 아홉 명. 니키 로어, 테오 킹스턴, 피터 존슨, 킹슬리 바버, 브레이 아처, 바너 코필드, 린든 오셔가 기자회견장에 있었다.
가론과 샘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웨스트 릴링 FC가 저희를 착취한 증거로 작년 재계약서를 공개합니다.”
그리고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샘과 저의 작년 주급은 800만 원(0.6만 유로), 계약 기간이 3년이나 남았는데… 형편없는 주급으로 강제로 재계약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챔피언십에서 활약했던 선수들 주급치고는 적은 금액이긴 했다. 그리고 웨스트 릴링 FC 상황과 선수들과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금액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으로 말을 꺼낸 선수는 니키 로어였다.
“웨스트 릴링 FC는 아주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팀입니다.”
저번 시즌 좋은 백업 선수였던, 니키 로어… 그에게 가장 큰 불만은 바로 출전이었다.
“능력은 부족하지만, 감독과 친한 선수는 무조건 사용하는 아주 형편없는 팀입니다. 그러면서도 선발 출전은 감독의 권한이라고 선수의 의견을 개무시하더군요. 솔직히, 모든 전문가들이 알고 있고 말하고 있습니다. 칼슨 선수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고!”
니키 로어(23살, 미드필더, 380|388/424)
기술 145/164, 정신 156/180, 신체 79/80
스킬 : 분발(R), 설명 : 10분 동안 자신의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그가 저번 시즌에 성장한 능력치만 39! 그 정도로 급성장한 니키가 보기에 칼슨의 능력이 부족해 보였고, 그와 백업 위치를 두고 경쟁했던 것에 불만이 많았던 것이다.
그다음 나선 사람은 테오였다.
“구단과 코치들의 강압적인 태도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주장인 대니얼도 그들의 하수인입니다.”
테오 킹스턴(22살, 윙, 377|385/397)
기술 142/154, 정신 153/160, 신체 82/83
스킬 : 체력 회복(R), 설명 : 하프타임에 체력을 10% 회복합니다.
테오도 이번 시즌에만 30이 넘는 능력치가 상승했을 정도로 성장하다 보니, 선수 출신이 아닌 감독은 무능력해 보이고 하부 리그 출신 코치들도 낮게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것이 싫었다.
바너 코필드와 킹슬리 바버, 브레이 아처… 트라이아웃 3인방도 불만이 많았다.
“웨스트 릴링 FC는 차별이 많은 팀입니다.”
“저희와 같은 트라이아웃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과 편애가 많습니다.”
바너 코필드(30살, 수비수-윙백, 339|347/349)
기술 120/126, 정신 119/120, 신체 100/103
킹슬리 바버(25살, 미드필더, 351|359/352)
기술 120/120, 정신 129/130, 신체 102/102
브레이 아처(26살, 미드필더, 356|364/360)
기술 126/128, 정신 126/127, 신체 104/105
이 트라이아웃 출신 세 선수는 사실 실력이 부족해서 출전을 못 했다. 그래도 대칸이 백업 선수지만, 출전 시간을 최대한 배려해 주었는데… 그마저도 불만이었던 것이다. 실력은 부족한데 자존심과 생각만큼은 주전 이상이었다.
그리고 피터 존슨이랑 린든 오셔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기자회견의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