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 나가고 싶으면 나가! 】
마화윙 회장실.
“하… 이런 쓰레기들!”
셰필드 웬즈데이의 시즌 결산 보고서를 읽다가, 마화윙 회장은 보고서를 던지고 욕을 하였다.
“내가 투자한 돈이 얼마인데? 승격도 못 해! 구단 꼬라지가 말이 아니네!!”
웨스트 릴링 FC에게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하고, 그는 화가 아주 잔뜩 나있었다. 이윽고 그는 비서에게 물었다.
“그 빌어먹을 웨스트 릴링은 어떻게 되었어? 승격했어?”
마화윙 회장의 입장에서는 다행히, 비서의 입에서는 그가 원하던 말이 나왔다.
“웨스트 릴링 FC도 마지막 승격 결정전에서 패배해서 챔피언십에 잔류했습니다.”
“그래! 그건 마음에 드네! 하하하! 내 말을 들었어야지!”
그러고는 크게 웃었다.
비서가 다시 가져온, 셰필드 웬즈데이의 시즌 결산 보고서를 다시 읽다가… 마화윙 회장이 비서에게 말했다.
“이 팀… 이거… 다음 시즌에는 승격하겠지?”
“투자한 금액은 프리미어 리그급입니다. 당연히 다음 시즌에는 승격해야죠.”
“그래, 그렇지…….”
그리고, 다시 웨스트 릴링 FC에 대한 생각에 꽂혔다.
“그럼? 여기를 다시 괴롭혀 볼까?”
그의 얼굴에 비열한 웃음이 깃들었다.
* * *
리즈에 있는 작은 카페.
웨스트 릴링 FC의 윙인 샘과 윙백인 가론, 이 두 선수는 입단 동기에 동갑내기 친구로 3년 동안 같이 지내면서 절친이 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같은 에이전트와 계약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 에이전트와 미팅이 있는 날이다.
“샘! 왔어!”
먼저 도착해 있던 가론이 말하자, 샘이 털썩 의자에 주저앉으면서 대답했다.
“빌어먹을 웨스트 릴링… 너무 촌구석에 박혀있다 보니, 오는 시간이 너무 걸려!”
“야야, 내가 말했지. 빨리 그런 시골에서 벗어나라고! 나처럼 리즈에 자리 잡지 그랬어?”
가론의 말에 샘은 투덜거리면서 시원한 물을 마셨다. 그리고 잠시 후에 그들의 에이전트가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파곤 씨!”
“파곤 씨 오래간만입니다.”
약간 살이 있고, 얼굴에는 탐욕이 넘치는 에이전트 파곤이 땀을 흘리며 도착해서는 자리에 앉았다.
“두 선수 다 오래간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파곤은 땀을 닦으면서 시원한 음료를 주문했고, 가론과 샘은 그런 파곤에게 불평과 불만을 터트렸다.
“파곤 씨! 웨스트 릴링! 너무 거지 같습니다.”
“팀이 개판이에요! 개판! 어린 녀석들이 지 세상인 줄 안다니까요.”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한다고 해서… 참고 있었는데, 더는 못 참겠습니다.”
“저번에 부탁드렸던 일은 잘되고 계시죠?”
두 사람은 파곤 에이전트에게 다른 팀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였고, 파곤은 그 소식… 타 팀으로 이적하면 돈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몸과는 다르게 재빠르게 행동하고 있었다.
“이미, 웨스트 릴링 FC 구단에는 우리 의사를 표현해 두었습니다.”
파곤은 샘과 가론이 구단을 떠나고 싶다는 의미와 함께 미팅을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잘하셨어요! 이런 거지 같은 구단! 저희가 없으면 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네요.”
“이런 쥐꼬리만 한 주급으로 선수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구단에는 더 있고 싶지 않습니다.”
“불만을 가진 친한 선수들에게 도움을 청해놓았습니다. 저희를 안 보내주면 단체 행동을 해야겠어요.”
적폐와 악습! 이 두 가지는 모든 종류의 스포츠 선수들과 팀에 있어서 항상 골치 아픈 존재였다. 그리고 유럽의 오래된 전통 있는 축구팀에도 대부분 적폐와 악습은 존재했다.
그래도, 웨스트 릴링 FC는 올드 팀 중에서 몇 안 되는 이 두 가지가 없는 팀이었다. 그 이유는 데이비드와 대칸이 웨스트 릴링 FC를 인수하면서 시작되었다.
대칸이 감독이 되면서, 팀의 기존 코치들을 쳐내고, 고참급 선수들을 대부분 바로 잘라냈다. 그리고 데이비드도 대칸의 조언을 들어서 적폐급 인사들을 쳐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의 명맥이 끊겼지만, 적폐와 악습도 사라졌다.
그 이후에도 대칸은 자유분방한 BJ 출신에 비선출, 게다가 동양인 감독이다 보니, 권위적인 모습과 적폐를 전혀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감독과 코치, 선수가 수평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도록 조율하면서 팀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다.
여기에 김종일 수석 코치가 한국식 문화를 약간 주입했지만, 그가 선수 시절에 부조리에 많이 당했기 때문에… 팀에 부적절한 부분이 없도록 잘 조정했다. 무엇보다 선수 간에 선후배 관계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코치들의 강압적인 부분도 최소화시켰다.
마지막으로 게리 주장의 역할이 컸다. 프로 의식이 매우 뛰어나고, 전형적인 영국 신사인 게리는 주장으로서 최선의 역할을 다하였다. 그리고 그는 김종일 수석 코치의 영향을 받아서, 새로운 선수에게 텃세를 부리거나 심부름을 시키는 일이 전혀 없었고, 팀의 모든 일원들도 게리의 리더십을 따라서 문제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고 유지하고 관리했다지만, 팀에서 점점… 조용히 아주 조용히 적폐 세력과… 새로운 악습이 생기고 있었던 것을 대칸은 미처 알지 못했다.
샘과 가론! 이 두 사람이 새로운 적폐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샘과 가론의 불만, 이것은 파곤 에이전트에게는 큰돈을 벌 기회였다. 그래서 그들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받아서 이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단 기다려 보시죠. 웨스트 릴링 FC에서 미팅 날짜가 확정되면 보자고 합니다. 그때, 샘 선수와 가론 선수의 이적 약속을 꼭 받아오겠습니다. 이렇게 적은 주급은 더 이상 용납 못 한다고 버텨야죠.”
“네! 저희도 이제는 스포츠카를 몰면서 다녀야죠!”
“무엇보다 팀이 개판이라니까요! 애들이 개념이 없어서!”
그렇게, 파곤이 두 선수의 불평과 불만을 들어주며, 미팅을 진행하는 동안에… 휴대폰이 울린다.
‘누구지?’
모르는 번호지만, 에이전트라는 직업 특성상… 중요한 전화일 수도 있어서 파곤은 샘과 가론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에이전트 파곤입니다.”
- 파곤 에이전트님? 블루윙 에이전시 소속으로 웨스트 릴링 FC의 샘 필립스 선수와 가론 아망스 선수를 담당하고 계시죠?
어느 정도 자신의 정보를 알고 한 전화…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파곤이 정중하게 통화를 하였다.
“네, 맞습니다. 누구시죠?”
- 저는 셰필드 웬즈데이의 구단주이신 마화윙 회장님의 비서입니다. 회장님께서 에이전트님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마화윙 회장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에 파곤의 입은 찢어지듯이 벌어졌다.
* * *
다음 날.
대칸이 공식적으로 업무를 재개했다. 그리고 메이슨 임시 수석 코치, 윌리엄 운영 팀장과 레이첼 스카우트 팀장, 마지막 타일러 전력 분석 팀장과 함께 회의를 시작하였다.
“딜런 이적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대칸의 질문에 윌리엄 운영 팀장은 자신의 수첩을 보면서 말했다.
“딜런 선수의 건은… 바이아웃 200억(1,500만 유로)에 협상을 하겠다는 팀이 세 곳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바이아웃이라 계약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딜런 선수 측, 그의 에이전트에게 넘기라는 아담 단장님의 지시에 따라, 넘겼습니다.”
딜런의 이적과 관련해서는 보고서를 통해 예상했던 상황이었다.
“안 오블락, 루크 오니엔, 크리스 알비알 선수 이적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역시, 윌리엄 운영 팀장은 수첩을 몇 장 넘겨 살펴보았다.
“세 선수들 모두 에이전트를 통해서, 계약 조건에 맞는 이적 팀과 협상 중이라고 합니다. 이적 금액이 모두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담 단장님께서도 이 건들에 대해서는 선수들과 에이전트에게 선택권을 넘기셨습니다.”
이 세 명의 선수들도 보고서와 동일하게 이적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칸이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려 할 때, 윌리엄이 말을 먼저 꺼내었다.
“선수 이적과 관련해서 이슈가 더 있습니다.”
“네? 제 책상 위의 보고서에는 없던데요?”
“그게… 어제 연락이 왔던 일입니다. 가론 선수와 샘 선수의 에이전트가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두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가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고 합니다.”
가론과 샘, 두 사람에 대해서 말이 나오자, 대칸은 잠시 생각을 하였다.
‘가론… 비가 안 오는 날에 선발 출전을 몇 번 안 시켰더니, 불만이 있었지…….’
가론 아망스(24살, 윙백, 389|397/420)
기술 134/148, 정신 148/162, 신체 107/110
스킬 : 포세이돈의 축복(U), 설명 : 비 또는 눈 오는 날에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합니다.
비나 눈이 안 오는 날에는 가론의 스킬이 발동되지 않기 때문에! 대칸이 후보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고, 가론의 피로도를 관리하기 위해서 선발 출장을 안 시켰던 경기가 몇 번 있었다. 그리고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약간의 불만이 있었다는 것은 알았는데… 이적까지 요청할 줄은 몰랐다.
‘샘도 플레이 스타일에 있어서 트러블이 몇 번 있어서 경고성 교체와 선발 출전을 몇 번 안 시킨 것이 불만이었지…….’
샘 필립스(24살, 윙, 387|377/415)
기술 133/144, 정신 142/153, 신체 112/118
샘은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과 대칸과 코치들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의 방향이 달라서 트러블이 자주 있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주전 자리에서도 자신의 마음대로 플레이하다가, 대칸에게 질책성 교체를 몇 번 당하고, 다음 경기에 후보 선수가 출전하는 일도 있었다.
두 선수의 불만은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팀을 운영하고 경기를 이겨야 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모든 선수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가 없었고, 불만을 해결해 줄 수도 없었다.
그래도 대칸은 두 선수가 오랜 기간 웨스트 릴링에 있었던 만큼, 서로 불만을 잘 달래가면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선수들이 불만이 있으니… 일단 재계약을 통한 주급 협상으로 유도를 하시죠. 그래도 혹시 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이적 시 상황도 준비하시고요.”
“네.”
대칸의 말에 윌리엄 운영 팀장이 열심히 수첩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대칸의 지시에 따라 다음 준비할 것을 메모하는 것이었다.
“이적료는 최대한 높게 잡도록 하겠습니다. 샘과 가론의 가치는 현재 챔피언십 주전 레벨이지만, 성장 가능성도 남아있고, 나이도 24세로 어린 편입니다. 최소 100억(750만 유로) 이상으로 산정해야 합니다.”
대칸의 말에 윌리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너무 높은 금액을 잡는 것이 아닌가요?”
“그래도 그 정도 금액이 아니라면 팔 이유가 없습니다. 최소한의 금액은 받아야죠.”
그렇게 대칸과 윌리엄은 내일 미팅을 준비하였다.
다음 날, 가론과 샘의 에이전트인 파곤과 미팅이 있었다.
“저희 선수들은 웨스트 릴링 FC의 노예 계약에 묶여서 형편없는 낮은 금액으로 팀에 봉사하고 있으며, 불합리한 전술로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비전문적인 훈련으로 인하여 기량 상승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계산하지도 못할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지요.”
온갖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지껄이는 쓰레기 에이전트 파곤이었다.
“두 선수가 착해서, 언론에 따로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 상황을 에이전트인 저는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당장 다른 팀으로 이적해 주세요. 아니면, 부조리가 가득한 이 현실에 대해서 언론에 인터뷰하겠습니다.”
파곤의 말에 아담과 대칸은 대답할 가치를 잃었고, 윌리엄 운영 팀장이 나서서 그를 진정시키려고 하였다.
“두 선수의 주급이 적어서 불만이 있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선수들도 알겠지만, 두 선수가 저희 팀과 최초 계약을 맺은 리그가 리그 2(4부 리그)였으며, 그 당시 괜찮은 주급으로 계약했고, 승격 시 재계약으로 계약금과 더 높은 주급을 계속 주었던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재계약으로 두 선수의 불만을 달래드렸으면 합니다.”
윌리엄의 아주 정중한 변명과 주급 재계약 제안에도 파곤은 여전히 자신의 주장만 말했다.
“재계약? 필요 없습니다! 무조건 이적을 해주십시오. 저희 고객들에게 이런 부족한 팀은 과분합니다.”
막무가내인 파곤의 태도에… 윌리엄 운영 팀장은 대칸의 눈치를 한번 보고, 아담을 보자, 두 사람은 모두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는 신호를 주었다.
“네, 그러시면… 이적을 허가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이라는 말에 파곤은 귀를 열고 집중했다. 여기서부터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가론 아망스 선수는 최소 110억(825만 유로)의 이적료, 샘 필립스 선수는 100억(750만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받아야, 저희 팀에서 보낼 수가 있습니다.”
작년 챔피언십 최대 이적료가 80억(600만 유로)이었다. 그것도 셰필드 웬즈데이가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를 빼앗기 위해서 세바스찬에게 80억(600만 유로)을 제안했던 그 금액이다.
그 외에 챔피언십 레벨의 에이스급 선수들도 60억(450만 유로) 정도에 거래되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었는데… 웨스트 릴링 FC가 제안한 이적료는 최소 100억(750만 유로)부터 시작한 것이다.
가론과 샘이 아직 성장하는 나이인 24세에 성장 잠재력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에 대칸이 주장한 금액이다. 그들이 1년 또는 2년만 더 제대로 성장해도 150억(1,125만 유로)은 기본인 선수들이었다.
“저희가 정한 이적료를 주는 팀이 있으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대칸이 ‘해볼 테면 해봐!’라는 심정으로 정한 금액… 윌리엄 운영 팀장이 약간 과한 이적료를 제안했는데도 파곤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 정도 금액을 지불할 팀이 없는 줄 아십니까? 있습니다. 이 이적 금액을 지불할 팀을 알아오죠!”
파곤은 너무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회의실에서 나가면서 어제 일을 회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