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 플레이오프 】
잉글랜드 챔피언십 플레이오프는 3위부터 6위까지의 네 개 팀이 토너먼트 형태로 붙어서 우승한 한 팀만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하는 아주 험난한 일정이었다.
3위 팀과 6위 팀이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승자를 가리고, 4위 팀과 5위 팀도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승자를 가린다. 두 경기에서의 승자가 마지막에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단판인 마지막 경기를 통해서 최종 승자가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하였다.
프리미어 리그 승격 직행은 못 한 아쉬움이 컸지만,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기 위해서 대칸 감독과 코치들은 바로 회의를 시작하였다.
“우리 팀은 이번 시즌에 챔피언십 리그 3위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오프를 해야 하는데… 그 상대가 6위 팀인 셰필드 웬즈데이입니다.”
여기서 정말 악연인 셰필드 웬즈데이와 경기를 붙게 되었다.
“일주일 뒤에 셰필드 웬즈데이의 홈구장인 힐즈버리 스타디움에서 1차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일주일 후에 우리 홈구장인 뉴레인 스타디움에서 2차전이 예정되어 있고요.”
1주 간격으로 웬즈데이의 홈구장에저 먼저 경기가 있고, 웨스트 릴링 FC의 홈구장에서 두 번째 경기가 있었다.
“여기서 승리한 팀은 10일 뒤에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최종전이 있었는데… 일단! 4강전에 셰필드 웬즈데이부터 이기고 시작합니다!”
대칸의 말에 코칭스태프들은 최대한 힘을 내서 의견을 내었다.
“다행히, 주전 선수들에게 큰 부상이나 문제는 없습니다.”
“우리 베스트 멤버에게는 4-5-1 진형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전반기 경기에서는 압승을 기록했고, 후반기에 붙었던 경기에서는 고전했지만, 그때는 주전 선수가 몇 명 빠진 상태였습니다.”
“칼슨 선수가 셰필드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칸은 코치들의 의견을 들으며 어떤 선수들로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 토론하기 시작했다.
* * *
5월 11일, 웨스트 릴링 FC와 셰필드 웬즈데이 FC의 플레이오프 4강전 첫 경기… 이 경기는 예상한 대로 여전히 더러웠다.
[아~ 심판 뭔가요?]
[에드워드 선수가 절대로 반칙을 받을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도, 심판은 웨스트 릴링 FC의 반칙을 선언하네요.]
항상…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셰필드 웬즈데이의 홈구장에서는 심판들의 셰필드에 대한 판정이 너무 후했다. 아니, 일방적이었다. 하지만, 웨스트 릴링 FC의 주전 선수들은 실력으로 극복했다.
[딜런 선수~ 슛!]
[아~ 공이 골대를 맞고 나옵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마무리~]
[전반 42분에 웨스트 릴링 FC, 벌써 두 골을 집어넣습니다.]
[정말이지… 딜런 선수와 에드워드 선수는… 웨스트 릴링 FC가 챔피언십 레벨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실력으로 주장하네요.]
[셰필드 웬즈데이의 수비가 나쁜 편이 아니거든요? 이번 시즌 경기당 실점이 1.2점밖에 되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전반전에만 벌써 2골을 먹힙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여유롭게 경기를 리드합니다.]
여유롭게 앞서가는 웨스트 릴링 FC, 후반전도 여전히 강세를 보여주었다.
[칼슨! 환상적인 태클!]
[아~ 칼슨 선수, 이 선수는 셰필드만 만나면 날아다닙니다.]
[오늘 볼을 커트한 게 몇 번째인가요? 항상 중요한 부분에서 공격을 중단시킵니다.]
그리고 좋은 수비에 좋은 공격은 항상 따라왔다,
[스트롱 선수, 오늘 무섭습니다.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까요?]
[크로스~ 에드워드 선수~ 아쉽지만 공을 흘립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토미 선수가! 슛~]
[펀칭~ 하지만 다시 슛!]
[골입니다. 오늘 조용했던 딜런 선수가 마무리합니다.]
[웨스트 릴링 FC, 너무 좋은데요.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앞서갑니다.]
그렇게 1차전은 웨스트 릴링 FC가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5월 17일, 웨스트 릴링 FC와 셰필드 웬즈데이 FC의 플레이오프 4강전 두 번째 경기가 뉴레인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자~ 한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축구광입니다. 오늘은 웨스트 릴링 FC와 셰필드 웬즈데이의 플레이오프 4강전 두 번째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홈경기다 보니, 축구광과 챔피언스맨까지 합류하여 뉴레인 스타디움에서 웨스트 릴링 FC가 결승전에 올라가는 모습을 중계하려고 하였다. 그리고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의 자신감도 좋았다.
대칸도 마지막으로 축구 매니저를 보면서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선발 선수들, 다들 체력은 괜찮고…….’
아무래도 체력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잘 관리되어 괜찮았다. 그리고 컨디션은…….
‘에드워드만 빼고 괜찮네. 컨디션 관리를 확실하게 하고 복귀했어야 했나?’
에드워드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보통 이상의 좋은 상태였다. 에드워드만 낮음으로 저번 경기에서도 딜런과 다른 선수들이 기회를 만들어 줘서 골은 넣었지만, 예전처럼 자신이 혼자서 다 해먹을 수 있는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번 경기는 충분히 이긴다!’
저번 경기랑 비슷한 선수들의 상태, 이 선수들이라면… 대칸은 이번 경기에서도 낙승을 예상하였다.
셰필드 웬즈데이의 벤치는 분위기가 별로 좋지 못했다.
감독은 오늘 경기에 패배하면 경질이 분명해서 신경이 날카로웠고, 선수들도 시즌 도중과 저번 경기에서도… 웨스트 릴링 FC에게 벽을 느꼈기 때문에 이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아치 바커스는 예전 소속 팀인 웨스트 릴링 FC에 대해 분하면서도 이길 수가 없어서 답답한 상황이었다.
‘하… 그냥 이대로 질 수는 없는데…….’
아치 바커스는 불길한 기운을 가지고 경기에 들어왔다.
삐삑~
[휘슬 소리와 함께 웨스트 릴링 FC와 셰필드 웬즈데이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시작됩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늘 급한 팀은 셰필드 웬즈데이였다. 홈경기인 1차전에서 3:0으로 패배했기 때문에, 오늘 네 골 이상의 골을 넣고 승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격은 웨스트 릴링 FC가 더욱 활발했다.
[안 오블락 선수, 공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바로 올립니다.]
펑~
안이 올린 패스는 약간 사이드였지만, 딜런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지역에 떨어졌다.
[딜런 선수 공을 잡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몰고 들어가다가… 중앙으로 밀어줍니다.]
딜런의 공은 스트롱의 발에 들어갔고, 스트롱은 상대편 수비수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평소에 잘하지 않았던 중거리 슛을 때렸다.
[슛~ 하지만 골키퍼 걷어내는데… 공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튕겨 나온 공을 놓칠 에드워드가 아니었다.
[에드워드! 슛!]
철렁~
[골입니다. 에드워드 선수가 오늘도 멋진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전반전 33분에 웨스트 릴링 FC가 먼저 선취골을 기록합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취골이 터지자, 셰필드 웬즈데이의 선수들의 사기는 급속도로 꺾였다. 안 그래도 네 골이나 넣어야 이기는 힘든 경기… 이런 경기에서 웨스트 릴링 FC가 먼저 골을 넣은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웨스트 릴링 FC에게 자신들의 실력이 안 된다는 벽에 부딪쳐서 더욱 좌절하고 있었다.
게다가 감독과 코치들도 제대로 선수들을 케어하고 있지 못하니… 점점 패배를 향해 가는 것은 당연한 일 같아 보였다.
하프타임 라커룸.
대칸은 활기차게 선수들에게 말했다.
“다들 잘하고 있어! 아주 좋아. 후반전에는 무리하지 말고, 경기 감각만 살리면서 결승전을 준비하는 느낌으로 가자.”
“네!”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몇 번이나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다행히 체력 문제가 약간 있는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나마 아쉬운 점이라면…….
‘에드워드가… 아무리 경기를 뛰어도 컨디션이 안 올라오네? 오히려 휴식이 더 필요한 건가? 후반전은 쉬게 해줘야 하나?’
에드워드의 컨디션이 여전히 ‘낮음’이라는 점이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웨스트 릴링 FC의 우세는 계속되었다.
[대니얼 선수 볼을 뺏어냈습니다.]
[아! 지금은 수비가 정말 좋았네요.]
반대편 공격수의 공을 빼앗은 대니얼은 안 오블락에게 패스를 하였고, 안은 최대한 좋은 리듬으로 공을 몰고 점점 전진하였다.
[안 오블락 선수, 천천히 밀고 들어옵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 적진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네요!]
안 오블락은 선수들이 움직이면서 생긴 공간을 바로 확인하였다.
텅~
[패스! 공은 에드워드 선수의 발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에드워드가 수비수가 앞에 있지만 슛을 때렸다.
[슛~… 아, 그런데? 샘 선수!]
슛을 때렸는데, 침투하던 샘의 발에 맞아버렸다. 그리고 그 공이 골대로 들어갔다.
[샘 선수의 득점입니다.]
[하하하,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네요. 에드워드 선수가 슛을 때린 거 같거든요. 그런데 무작정 뛰어 들어오던 샘의 선수의 발에 맞고 골대에 들어갑니다.]
[후반 23분, 웨스트 릴링 FC의 추가 골이 터집니다.]
추가 골이 터지자, 대칸은 바로 선수 교체부터 하였다.
“에드워드 대신에 니키를 투입합니다. 공격수 자리에는 딜런이 들어가고, 공미 자리를 니키가 채웁니다.”
대칸의 지시에 에드워드가 교체되었지만, 무난하게 2:0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 흐름… 하지만 경기는 평화롭게 끝나지 않았다.
후반전 30분, 셰필드 웬즈데이에서도 신체적인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여 윙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서… 윙백으로 나왔던 아치는 계속되는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 타임에 공격 진형에 자리 잡은 딜런을 마크하려고 붙었다.
“FXXK! FXXK! 쪼다 같은 새끼! 거기까지다!”
아치가 달라붙어서 욕설을 내뱉었지만, 더티 토크에 익숙한 딜런은 능숙하게 무시하였다. 그러고는 공을 받기 위해 몸을 재빠르게 움직였는데, 아치가 끈질기게 그에게 붙어서 계속해서 더티 토크를 하였다.
“야~ 웨스트 릴링에 있으면 좋냐? 그 근본 없는 팀에?”
“…….”
“네가 그러니까, 동양인 감독 코치가 X같이 굴지!”
“…….”
익숙한 딜런은 참았다. 지금의 딜런에게 이런 말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음 말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마약 중독자 아빠에 스트립 댄서 출신 창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서 그런가?”
“……!”
“그러니까 존심도 없이 대칸 감독의 똥꼬나 빨지. 크크크.”
마약 중독자… 그리고 스트립 댄서 출신 창녀…….
‘이걸 어떻게 아치가 알지?’
딜런은 머리가 복잡했다. 그의 가정사는 에이전트에서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막았던 극비 정보였다. 언론에서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정도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딜런에게 아치는 마지막 치명타를 날렸다.
“너네 아빠가 너 돈 받고 팔았다며? 애비 애미가 그따위니, 네가 쓰레기에 망나니지. 크크크.”
“뭐 이~ 개새끼가!”
딜런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주먹을 들어서 아치의 얼굴을 제대로 날렸다.
퍽~
“악!!”
딜런에게 맞은 아치는 쓰러졌고, 딜런은 그의 위에 올라타서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더 가격했다.
퍽! 퍽!
“그만!! 악!!”
아치가 반항했지만, 딜런의 주먹은 계속 움직였고… 주변의 선수들이 달려와서 그들을 떼어놓을 때까지 딜런은 분노의 주먹을 휘둘렀다.
삐삐삑!
심판이 현장으로 다가왔고, 당연히 그는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빨간 카드를!
“딜런 퇴장!”
[아! 이게 뭔가요?]
[딜런 선수! 아치 선수의 말에 화가 난 것일까요? 갑자기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그리고 딜런 선수는 퇴장을 당합니다.]
“오우 홀리 쉣!”
“젠장… 왜 이런 일이!!”
“딜런!!”
웨스트 릴링 FC의 벤치에서도 경악했다. 딜런이 거친 플레이로 카드를 자주 받긴 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다른 팀 선수를 주먹으로 가격한 적은 없었다. 실수로 팔꿈치로 가격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주먹을 휘두른 적은 없었던 것이다.
딜런은 나가면서까지 분노에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치, 아치를… 눈빛으로 죽일 수 있다는 듯이 살벌하게 바라보았다.
아치는 그런 딜런의 눈빛에 비열하게 웃어주었다. 주먹으로 맞은 것은 분했지만, 속으로는 평소 마음에 안 들었던 딜런에게 그리고 웨스트 릴링 FC에게 엿을 먹인 것이 기분이 좋았다. 3일 전에 구단 이사와 같이 식사를 하다가 들었던 정보… 그 정보로 딜런을 일부러 화나게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