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 * *
“비겼다.”
“우리가 올라간다고! 올라가자!!”
“결승전이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뉴레인 스타디움의 그라운드에서 버티고 있던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이 환호하였다.
[정말 이변입니다. 이변!]
[웨스트 릴링 FC가!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리그 컵 4강 2차전… 홈에서 무승부를 기록합니다.]
리그 컵 4강 2차전은 웨스트 릴링 FC의 홈구장인 뉴레인 스타디움에서 치러졌다. 그리고 이 경기는…….
[정말 힘겨운 경기였습니다.]
[90분, 추가 시간까지 95분 동안…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죠.]
[그래도, 웨스트 릴링 FC가 1:1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리그 컵 결승에 진출합니다.]
1차전에서 웨스트 릴링 FC가 승리했기 때문에, 2차전의 무승부로 리그 컵 결승 진출이 확정되었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모두 자랑스럽다! 너희들은 큰일을 해낸 거야!”
코치들도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메이슨 임시 수석 코치를 비롯한 모든 코치들은 경기를 마치기 무섭게, 그라운드로 뛰어나가서 선수들과 부둥켜안고서 기쁨을 나누었다.
“와~”
“나는 너희가 해낼 줄 알았다고!!”
“웨스트 릴링 FC는 최고야!!”
“웨스트~ 웨스트~ 웨스트~ 릴링!! 릴링!! 릴링!!”
그렇게 좋아하는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경기장을 채우고 있었던 웨스트 릴링 FC의 홈팬들도 환호해 주었다.
[이변입니다.]
[네, 이변이네요. 리그 컵 4강전에서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 팀인 레스터 시티가!! 챔피언십에 있는 웨스트 릴링 FC에게 침몰당합니다.]
[정말이지, 웨스트 릴링 FC가 엄청난 일을 벌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고 행복해하는 뉴레인 스타디움에서… 레스터 시티의 선수들만 축 처진 모습으로 조용히 경기장에서 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
토미는 저번 시즌에 자신을 버렸던 레스터 시티의 선수들과 코치들을 보면서, 뭔가… 후련한 감정이 들었다.
“토미! 뭐 해!! 관중들에게 인사하러 같이 가자!”
그러고는 다른 선수들과 같이 관중들에게 인사하러 움직였다.
리그 컵 4강전 다음 날.
선수들에게는 달콤한 휴식이 주어졌지만, 감독인 대칸과 코치들은 아니었다. 어제 경기를 통해서 달콤한 승리를 쟁취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었다.
“일단, 리그 컵 결승에 진출한 일… 선수들이 이루어 냈지만, 코치님들께서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대칸은 회의 시작 전에 코치들에게 인사를 하였고, 코치들도 대칸 감독에게 칭찬을 돌려주면서 자축을 하였다. 그렇게 좋은 시간을 먼저 보냈다.
“하지만, 우리가 흥분해서는 안 되겠죠?”
선수들은 기뻐하고 흥분된 상태가 더 지속되어도 되지만, 감독과 코치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리그 컵 결승 진출은 엄청난 성과지만, 리그 컵 결승전도 있었고 FA 컵 경기도 있었고, 제일 중요한… 다음 시즌 프리미어 리그로의 승격을 위한 챔피언십 리그의 경기는 많이 남아있었다.
축배를 들기에는 이른 시기였던 것이다.
“메이슨 수석 코치님은 선수들을 잘 관리해 주시고요.”
어제 같은 분위기를 경험한 선수들… 축구 매니저로 확인하니, 대부분이 흥분 상태라서 감정 컨트롤이 필요했다. 그래서 메이슨에게 부탁하였는데…….
“흠… 네.”
수석 코치 경력이 없던 그는… 어떻게 선수들을 달래야 할지가… 머릿속에 그려지지가 않았다. 코치 경력은 많았지만, 전술 코치 경력만 많았던 그였기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대칸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를 믿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 후반기, 질주 】
웨스트 릴링 FC의 질주는 계속되었다.
27차전 카디프 시티 FC전.
[아~ 멋집니다. 너무 환상적이에요.]
[토미 선수의 크로스를 스트롱 선수가 멋지게 받아서, 딜런 선수가 마무리를 합니다.]
[웨스트 릴링 FC, 전반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3:0입니다.]
그리고 카메라가 밝게 웃고 있는 토미를 보여주었다.
[토미 선수… 정말 좋은 수비에… 빠른 돌파, 그리고 타이밍 좋고 낮은 환상적인 크로스였습니다.]
[이 선수…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레스터 시티가 리그 컵에서 패배하고 이적시킨 것을 후회하는 눈물을 흘렸다는 소문이 있어요.]
해설진이 칭찬하는 줄도 모르고, 토미는 웃으면서 동료들과 골 세리머니를 같이하고 있었다.
28차전 위건 애슬레틱 FC전.
“오늘 컨디션 좋은데요?”
딜런의 말에 대니얼이 웃었다.
“야, 오늘 칼슨 나오는데? 또 뛰어야지?”
“…그래도 저 아저씨… 예전보다는 패스가 좋아졌어요.”
후반 11분.
공을 빼앗은 칼슨이 전방… 딜런을 보고 공을 길게 찼다.
펑~
“젠장!!”
하지만, 역시나 많이 길게 뻗어나가는 롱패스에… 딜런은 미친 듯이 달렸고.
촤악~
공을 잡는 타이밍에 들어오는 수비수의 좋은 태클, 하지만.
“이 정도는 예상했지!”
예상을 했던 태클이라 딜런이 피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타… 타타탁… 촤악~ 펑!
개인기로 두 번째 수비수를 살짝 제치고 각이 나오자 바로 슛을 때렸다.
철렁~
딜런의 골! 웨스트 릴링 FC의 추가 골이 터지면서 2:0으로 앞서갔다.
29차전 스완지 시티 FC전.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너!”
“…이 미친 감독… 요즘 조용해졌나 싶었는데, 여전하구나.”
대칸의 재미없는 유머에… 대니얼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오래간만에 반말을 하였다. 그래도 대칸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는데… 경기에 들어가자,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대니얼 선수, 오늘 좋은데요? 벌써 몇 번째 볼 커트인가요?]
[웨스트 릴링 FC, 오늘 철벽 수비를 보여줍니다.]
[딜런 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출장을 못 해서,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걱정했는데…….]
[수비진이 해줍니다.]
웨스트 릴링 FC는 철벽 수비를 보여주며, 샘이 넣은 골을 지키며 1:0으로 승리하였다.
30차전 더비 카운티 FC전.
[아… 이제는 잔인합니다.]
[전반 종료 직전에… 터진 에드워드 선수의 골… 역시나 환상적입니다. 믿을 수가 없는 골이에요.]
[거리가 30m는 넘어 보이는데, 엄청난 중거리 슛으로 네 번째 골을 기록하는 에드워드 선수입니다.]
삐익!
[그리고, 전반전이 종료되네요.]
솔직히 경기는 전반전 만에 끝나버렸다. 미친 것처럼 좋은 컨디션의 에드워드가 4골을 넣으면서 4:0… 에드워드와 딜런은 후반전에 교체되어 휴식을 취했지만, 경기는 그대로 4:0으로 아무런 변화 없이 종료되었다.
31차전 아스톤 빌라 FC전.
하프타임 라커룸.
전반전은 아스톤 빌라의 끈끈한 수비로 0:0으로 마친 상황,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에드워드의 몸이…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거참… 저번 경기에서는 그렇게 컨디션이 좋더니, 오늘은 왜 이래? 체력 문제가 큰가?’
“에드워드, 오늘은 쉬자! 교체다.”
“네? 에…….”
에드워드는 불만이 있어 보였지만,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칸이 선택한 카드는…….
“칼슨 선수! 교체 투입 준비하세요.”
전반전에 수비적이었던, 아스톤 빌라의 수비를 무너트리기 위해서 대칸이 선택한 카드는 칼슨이었다.
“네.”
칼슨은 묵묵히 몸을 풀면서 준비했고…….
“딜런! 너는 원 톱으로 들어간다.”
“아… 아… 아… 미친 듯이 뛰겠구나.”
딜런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었고, 그래도 칼슨의 레전드 스킬은 좋은 타이밍에 패스를 보내주어 웨스트 릴링 FC의 승리를 이끌었다.
32차전 허더즈필드 타운 FC전.
[딜런 선수의 킬 패스! 크로스를 머리로 받은 에드워드가 쉽게 골을 넣습니다!]
[전반 25분에 터진 웨스트 릴링 FC의 선취골입니다.]
축구광은 리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감탄사를 엄청나게 집어넣었다.
[아… 멋지네요! 정말 최고입니다! 이런 환상적인 선수가 있나요!! 발이면 발! 머리면 머리! 몸의 모든 구성이 골을 넣기 위해 만들어진 선수입니다.]
[에드워드 선수, 이번 시즌에 자신이 머리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하네요. 헤딩골이 벌써 여섯 번째입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두 번째 골이 터집니다. 에드워드!]
[아! 이번에도 머리로 넣었어요! 이 선수 도저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가 않는군요. 분명히… 테크니션 선수라고 평가받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시즌은 완벽하게 피지컬로 밀리지 않는 모습! 헤딩으로 ‘공중에서도 보여줄게’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 * *
리그 컵 4강전 승리 이후로… 웨스트 릴링 FC는 질주하였다. 무려 6개 팀을 상대로 6연승을 기록! 그것도 30차전 더비 카운티, 31차전 아스톤 빌라, 마지막 32차전 허더즈필드 타운은 승격 직행이나 플레이오프를 노리는 상위권 팀들, 그런 상위권 권 팀들도 기세를 탄 웨스트 릴링 FC에게는 제대로 반항을 하지 못하고 승리를 내주었다.
팀명 / 승 / 무 / 패 / 골득실 / 승점
1. 웨스트 릴링 / 23 / 5 / 4 / +32 / 74
2. 노리치 시티 / 23 / 5 / 5 / +23 / 74
3. 셰필드 웬즈데이 / 21 / 4 / 8 / +25 / 67
4. 허더즈필드 타운 / 19 / 9 / 5 / +21 / 66
5. 더비 카운티 / 18 / 7 / 8 / +22 / 61
6. 노팅엄 포레스트 / 16 / 8 / 9 / +24 / 56
챔피언십 리그는 상위권 팀들이 하위권 팀들을 학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하위권 팀들은 이미 프리미어 리그 승격보다는 리그 잔류에 만족하거나, 강등 탈출에 힘을 쓰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위권 팀들의 경쟁에서 웨스트 릴링 FC는 김종일 수석 코치와 버나드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십 리그에서 1위를 지키고 있었는데… 팀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부상자 명단과 회복 상황입니다.”
메이슨 임시 수석 코치가 가져온 보고서… 거기에는 웨스트 릴링 FC의 부상자 명단과 회복 상황이 적혀있었다.
“린든 오셔 선수 1주 부상, 샘 2주 부상, 루크 1주 부상, 맥과이어 2주 부상, 브레이 아처 2주 부상, 게다가… 에드워드와 딜런의 체력 문제까지…….”
계속되는 경기에 선발 선수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큰 부상은 없었지만, 작은 부상들이 계속 이어졌다.
챔피언십 리그의 살인적인 경기 수에 리그 컵과 FA 컵까지 모든 대회를 포기하지 않고 진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긴 문제였다.
“무엇보다 진짜 문제는 다음 주부터네요.”
“네…….”
대칸이 일정표를 보자, 끔찍한 일정이 있었다.
“어떻게 2주 동안 5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건지… 박싱 데이도 아니고!”
2월 25일 챔피언십 리그 33차전, 레딩 FC
2월 28일 리그 컵 결승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3월 03일 챔피언십 리그 34차전, 셰필드 웬즈데이 FC
3월 07일 FA 컵 5라운드(16강), 노리치 시티 FC
3월 10일 챔피언십 리그 35차전,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FC
2월 25일부터 3월 10일까지 2주 동안 무려 5경기가 잡혀있었다.
메이슨 임시 수석 코치도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담 단장님께 일정 조정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부탁드렸는데, 축구 협회에서 조정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런 살인적인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아담 단장이 나서봤지만, 협회에서는 리그 컵 결승 일정은 못 건드리고, A매치데이가 기간 내에 포함되어 있어서 다른 경기의 일정 조정도 불가하다는 답변을 하였다.
“우리 팀만 가지는 박싱 데이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에게 의도하지 않았던 박싱 데이가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