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천재 감독이 되다-166화 (166/445)

166화

웨스트 릴링 FC의 겨울 이적 시장은 순조로웠다. 많은 구단에서 가성비가 좋은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을 찔러봤지만, 저번 여름에 모든 선수들과 재계약을 해두었고, 코치들이 선수들을 단속하고 있어서 문제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선수들도 웨스트 릴링 FC가 계속해서 1위를 달리고 있자, 다음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생각에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 이적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전혀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수석 코치님? …뭐라고요? 제가 잘못 들은 거죠? 팀을 떠나겠다고요?”

대칸의 질문에… 김종일 수석 코치는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자신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서 솔직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대칸은 속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김종일 수석 코치… 대칸이 6부 리그에 있을 때 영입했던, 진정… 프로 팀의 코치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던 사람이다.

대칸이 그를 처음에 영입했을 때는 코치로서 잠재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수비 관련 능력이 좋아서 영입했었다. 하지만, 그는 대칸이 예상했던 것보다 뛰어났고, 그 이상을 해주었다.

국가 대표 출신 선수라 그런지는 몰라도, 단순히 능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경력이 별로 없었지만, 코치로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능력도 뛰어났고 주장 경력이 많아서 선수들을 다스릴 줄 아는 좋은 수석 코치였다.

대칸이 직접 선수를 살펴보고 코치 인재들을 보려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많은 일을 벌일 수가 있었던 이유도… 김종일 수석 코치가 팀의 선수들을 문제없이 관리해 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떠난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대칸은 한동안 조용했다. 그리고 최대한 침착하게 물을 한 잔 마시고서는 다시 말을 이었다.

“왜 갑자기 한국으로 가시겠다는 거죠?”

“제 전 소속 팀인 전북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북 FC, 한국 K리그에 상주하고 있는 명문 프로 팀으로 리그 우승 경험도 많고,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 경험도 세 번이나 있는 명문 팀이다. 문제는 이런 명문 팀도 항상 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저번 시즌 감독은 팀을 거의 망치고 경질당했고, 그 과정에서 팀에서 머물던 코치들을 많이 데리고 나가는 바람에…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감독이 필요했다.

그런 전북이 감독감을 알아보다가, 모 기업에서 내려온 구단주가 혁신적인 감독을 원하다 보니… 현재, 웨스트 릴링 FC의 수석 코치인 김종일 코치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한국 축구 리그는 봄에 시작하기 때문에… 겨울 이적 시장 기간에… 리그 도중에 김종일 수석 코치가 감독직을 제안받은 것이다.

‘하… 미치겠군.’

사정을 들어보니, 대칸은 더욱 난감해졌다. 사적인 부분이나 금액적인 부분, 그것도 아니라 다른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면… 재계약을 하든, 장기 휴가를 주든, 그것도 싫으면 편의를 봐주는 형태로 그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고향 팀에서 부른다니… 그것도 감독직으로…….’

무엇보다, 모든 코치들의 꿈과 목표인 감독직! 그 자리를 제안받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칸은 그를 설득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대칸의 고민이 길어졌지만,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이 별로 없었다.

“하… 어쩔 수 없네요.”

“대칸 감독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칸의 입에서 순순히 허락하는 말이 나오자, 김종일 수석 코치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들었다.

자신보다 어린 감독이지만… 감독은 감독! 게다가 시즌이 한참 진행되는 이 시점에 수석 코치인 자신이 나가겠다는 말을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었다.

대칸은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자신의 감독직을 김종일 수석 코치에게 주지 않는 이상은… 그를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대칸은 김종일 수석 코치가 떠나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였다.

“그럼, 언제까지 우리 구단에 있으실 거죠?”

“다음 주 수요일에는 한국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 경기도 한 번 못 치르고 떠나야 하는 급박한 일정이었다. 그럼에도 대칸은 충분히 그를 이해하였다. 한 팀을 책임지는 감독 자리! 단 1분 1초라도 팀에 빨리 합류하고 싶은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대칸의 입장에서는 아쉽긴 했다.

“오늘 지금 바로 인수인계를 해주셔야겠습니다.”

당연한 말에 김종일 수석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매튜 코치에게 수비 선수들을 지도하던 부분은 인수하겠습니다. 그리고 수석 코치 일은 메이슨 전술 코치에게 인수인계해야겠죠?”

다음 코치 서열이 메이슨 전술 코치였기 때문에, 김종일 수석 코치가 물었고, 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동안 메이슨 전술 코치님이 임시 수석 코치를 해주셔야겠네요.”

“그러면, 메이슨 전술 코치에게 수석 코치 일을 인수인계하겠습니다.”

그렇게 대칸은 그가 떠나는 것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웨스트 릴링 FC 구단은 챔피언십 리그에 있는 것치고는 매우 작은 구단이다. 6부 리그에서 챔피언십, 2부 리그까지 단 4년 만에 승격한 탓에… 직원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이 작은 구단에서 수석 코치인 김종일 코치가 떠난다는 사실은 빅 이슈가 되었다.

구단주실.

“하… 어쩔 수가 없네요.”

급하게 모인 데이비드 구단주와 아담 단장, 대칸 감독은 긴급회의를 하였지만, 솔직히… 대책은 없었다.

“일단 메이슨 전술 코치님이 수석 코치직을 맡아주셔야 하는데…….”

대칸은 그가 전술 코치로서의 능력은 아주 괜찮지만, 수석 코치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코치들의 경력과 직책에 따라 정해진 서열을 무너트리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다. 조직의 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그 누구도 조직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석 코치님을 영입하기 전에는 메이슨 전술 코치님이 맡으셔야 합니다.”

“그러면 혹시 지금이라도 급하게 새로운 수석 코치님을 영입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데이비드가 간만에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아이디어를 냈지만, 아담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대칸도 동의했다.

“수석 코치란 자리는 팀을 조율하는 자리다. 감독이 팀의 모든 부분을 다 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선수들과 연결까지 해주는 역할… 그런 자리를 팀에 대해서 이해 못 하는 외부인에게 바로 맡길 수는 없다. 그것도 시즌 도중에…….”

수석 코치는 감독을 보좌하는 역할부터 감독의 전술을 이해하고, 선수들과 감독을 이어주고, 전술을 조언하고, 선수들을 관리하는 역할에… 감독 대행 업무까지 맡게 되는 중요한 자리이다. 이런 자리를 시즌 도중에 팀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한동안… 어떻게든 해봐야죠.”

대칸의 말에 아담은 그를 보며 말했다.

“감독님, 이번에도 어떻게든 잘 극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데이비드도 믿는다는 눈빛으로 대칸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형님! 형님이라면 어떻게든 하실 겁니다! 형님은 진정한 능력자니까요!”

두 사람의 말에 대칸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훈련장.

김종일 수석 코치는 열심히 매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매튜 씨도 아시겠지만, 대니얼은 특유의 플레이에 있어서 고집이 조금 있는 편입니다. 그걸 조절해 주셔야 하고…….”

김종일 수석 코치가 수비 코치직을 역임하다가 수석 코치가 되었기 때문에… 여전히 수비 훈련과 수비 전술 훈련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다음 수비 코치 서열인 매튜에게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 흠…….”

매튜가 괜찮은 수비 코치이긴 했지만, 머리가 조금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제 코치 3년 차… 플레잉 코치 기간이 있긴 했지만, 수비를 전담하는 코치를 맡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였다.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봐도, 아직 코치로서 성장이 더 필요한 사람이었고…….

다행히, 김종일 수석 코치도 매튜가 아직 힘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트 씨! 제이든 씨! 여기 잠시 와주세요.”

그런트 수비 코치는 경력은 적었지만 매튜와 비슷한 능력을 지닌 코치였고 제이든 코치는 기강 유지 20이라는 능력 외에는 다른 코칭 능력은 떨어졌지만, 여태까지 수비 훈련을 계속해서 보좌해 왔던… 그리고 멘탈이 아주 좋은 코치였다.

두 사람이 모이자, 김종일 수석 코치는 매튜, 그런트, 제이든… 이렇게 세 코치를 두고서 다시 인수인계를 시작하였다.

“매튜 수비 코치가 리더 역할을 하시겠지만, 두 분께서 매튜 코치를 잘 보좌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세 분께 동시에 인수인계를 해드리겠으며, 다 같이 수비진을 맡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종일 수석 코치의 말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김종일 수석 코치는 그들에게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진에 대한 인수인계를 시작하였다.

코치실.

“메이슨 코치님, 잘 부탁드립니다.”

대칸 감독으로부터 임시 수석 코치직을 부탁받은 메이슨 전술 코치는… 한숨을 몇 번 쉬고서는 말했다.

“감독님, 꼭 제게 수석 코치직을 맡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전술 코치가 적성에 맞습니다만…….”

메이슨 전술 코치는 본인 스스로가 수석 코치나 감독직에 맞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조금 젊은 시절에 감독으로도 실패를 해보고, 수석 코치로도 실패를 해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인정하는 최상위 전술 코치가 될 수는 있었지만, 감독이나 수석 코치는 아니었다.

그러자, 대칸은 그를 설득하였다.

“메이슨 코치님도 아시겠지만, 우리 팀에 수석 코치를 맡을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에는 젊은 코치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그만큼! 경험이 많은… 수석 코치를 맡을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김종일 수석 코치도 비교적 어린 나이 수석 코치가 되긴 했지만, 그는 그만큼 능력이 있었고 웨스트 릴링이 하부 리그에 있을 때라… 같이 경험치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아무리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경험도 무시할 수 없죠. 젊은 코치들에게 부탁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위시드 감독님께 부탁드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 수석 코치를 부탁드릴 수 있는 사람은 메이슨 코치님밖에 없습니다.”

지금 현재, 웨스트 릴링 FC의 수석 코치직을 맡을 사람은 메이슨 전술 코치밖에 없었다.

“네,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메이슨 전술 코치가 임시 수석 코치가 되었다.

그리고 저녁까지 정신없는 일이 벌어졌다.

“감독님, 저도 김종일 수석님과 같이 한국으로 가면 안 될까요? 전북에 자리 하나 주신다는데… 보좌할 사람도 필요하다고 하시고…….”

차승진 체력 코치가 대칸 감독을 찾아와서 부탁한 것이다.

대칸은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그가 답답하긴 했지만… 차승진 코치가 향수병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대답했다.

“가세요. 가버리라고요.”

대칸이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갑자기 코치 자리가 비는 것은 짜증 났지만, 체력 코치는 언제든지 충원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래서 그냥 가라고 한 것이다. 그러자, 차승진 코치는 고개를 90도로 꾸벅이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독님!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오갈 곳이 없던 저를 키워주시고 보내는 것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칸은 짜증을 더 내려다가… 그가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리즈 브래드포드 국제공항.

출국장에는 웨스트 릴링 FC의 주요 인원들이 다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는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나가는 김종일 수석 코치와 차승진 코치가 있었다.

“감독님, 아담 단장님, 데이비드 구단주님… 이렇게 떠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종일 수석 코치는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차승진 코치도…….

“감사합니다!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대칸 감독을 비롯한 구단 사람들에게 큰절을 하고서는 크게 울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웨스트 릴링을… 영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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