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천재 감독이 되다-165화 (165/445)

165화

【 겨울 이적 시장 - 4 】

이번 시즌에도 겨울 이적 시장이 다가왔다. 시즌을 잘 보내고 있는 웨스트 릴링 FC에서는 선수 영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었지만, 선수가 이동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버나드는 오래간만에 리즈에 있는 자신의 에이전트 사무실을 방문했다.

“버나드 선수, 얼마 전에 임대 종료 관련해서 준비해 달라고 하셨죠?”

“네.”

버나드의 임대 기간은 1년! 저번 시즌 겨울에 임대를 와서, 얼마 후… 임대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이었다. 그런 그의 임대는 임대 후 이적 허용 조항이 있었는데, 여기서 선수의 의사가 있을 경우에 이적 가능이라는 조항이라서, 버나드의 선택이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임대 종료 시기가 다가오자, 웨스트 릴링에 남을지, 리즈로 복귀할지 고민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도, 버나드는 지금 웨스트 릴링 FC에서 주전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에이전트에 우선은 웨스트 릴링 FC 잔류를 중심으로 준비해 달라고 했었다.

“웨스트 릴링 FC의 계약을 담당하는 운영 팀장과 접촉을 한번 해봤습니다.”

그래서, 에이전트는 웨스트 릴링 FC와 협상한 최초안을 버나드에게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리즈로 복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운영 팀이 버나드의 완전 이적을 위해 제안한 조건은 2년 계약에 35억 계약금, 주급 2,000만 원이라는 기본 계약 조건이었다.

“2년 계약에 35억 계약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해가 되는 레벨입니다. 하지만 주급이 문제입니다.”

계약금은 괜찮았지만, 주급이 문제였다.

“버나드 선수가 지금 리즈에서 받고 있는 주급이 2,0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웨스트 릴링 FC에서 동일한 주급을 제안한다는 것은 협상하기에는 너무 차이가 납니다.”

버나드와 에이전트가 생각했던 주급은 최소 4,000만 원, 현재 주급의 두 배였다. 현재 그의 나이는 23세,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프로로서 진정한 축구 인생이 시작되는 나이였다. 이런 시기에 기존 주급과 동일한 계약 조건을… 만족할 리가 없었다.

“현재, 버나드 선수가 챔피언십에서 최고급 윙이자, 사이드 미드필더 선수란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예전에 리즈에서 계약할 때보다 선수의 위상도 훨씬 높은 상태였다. 그 당시에도 리즈에서 주급 2,000만 원을 주었는데…….

“그런데, 웨스트 릴링 FC의 제안이 이렇다는 것은… 버나드 선수가 리즈로 복귀하는 것이 옳은 판단입니다.”

에이전트의 말이 틀린 것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웨스트 릴링에 남는 것을 1순위로 생각했던 버나드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웨스트 릴링 FC가 좋은 팀인 것은 맞았지만, 계약 조건은 현실이고 선수의 자존심이나 다름없었다.

다음 날.

버나드는 훈련을 준비하다가… 옆에 있는 에드워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에드워드, 나 조금 민감한 거 물어봐도 돼?”

에드워드와 버나드는 리즈에서 유소년 시절을 같이 보냈었다. 그러다 보니, 친했던 에드워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뭐? 어떤 걸 물어보고 싶은데?”

에드워드가 편하게 대답하자, 버나드는 다른 사람이 못 듣도록 조용히 물었다.

“에드워드, 너 주급이 얼마나 돼?”

“내 주급? 하… 그런 건 그냥 물어봐도 되지. 나 천만 원이야.”

“뭐? 천만 원?”

아무리 챔피언십 구단이지만, 에드워드라는 선수의 유명세와 실력을 감안하면 너무 적은 주급이었다.

“나, 매년 두 배씩 오른 금액이야. 6부 리그부터 시작했더니 기본 주급이 워낙 적었어야지.”

“아…….”

물론, 그러다 보니, 그에게 구단에서 지분도 일부 주었고, 옵션이 주급만큼 다양하게 많아서 더 많은 금액을 받았지만, 버나드의 머릿속에는…….

‘에드워드가 주급을 천만 원밖에 못 받는다고?’

웨스트 릴링 FC의 계약 조건이 야박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구단의 주급 체계가 너무 낮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훈련을 마치고, 버나드는 다시 리즈에 있는 에이전트의 사무실에 방문했다.

“오~ 버나드 선수 오셨나요?”

그가 방문하자, 에이전트가 그를 반기면서 차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이미 결심한 버나드는 말했다.

“저, 리즈로 복귀하겠습니다.”

“…조금 더 고민 안 해보시고요? 아직 2주나 시간이 있습니다.”

에이전트의 권유에도 버나드는 고개를 저었다.

“웨스트 릴링 FC가 좋은 팀인 것은 맞고 프리미어 리그 승격이 유력한 것도 압니다. 하지만, 이 팀의 주급은… 주급의 체계가 너무 낮습니다.”

다음 날.

대칸 감독도 운영 팀과 버나드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버나드 선수에게 계약 기간 2년에 35억의 계약금, 주급 2,000만 원을 제안하셨다고요?”

“네, 그게 구단의 입장입니다. 감독님이 최대한 양보하라고 하신 수준이고요.”

윌리엄 운영 팀장의 말에 대칸은 머리를 살짝 만졌다.

“리즈에서 버나드가 받고 있던 주급이 2,000만 원인데…….”

“네,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팀의 주급 체계를 무너트릴 수는 없습니다. 버나드 선수에게 더 많은 주급을 주면, 다른 선수들도 더 줘야 합니다.”

현재, 웨스트 릴링 FC의 주급을 지급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버나드에게 많은 주급을 줘서 팀을 분열시킬 수는 없었다.

“우리 팀의 주급 체계가 꼬여있다는 것은 압니다. 챔피언십 팀치고는 적은 편이죠. 하지만, 4부 리그나 3부 리그에서 계약했던 선수들입니다. 승격하면서 보너스도 챙겨주고 옵션도 추가해 주고 주급 재계약도 해주면서 보완해 준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버나드의 에이전트에게 계약금을 최대한 주는 계약을 제시했던 윌리엄 운영 팀장이다.

세부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정리해야 하는 대칸의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다.

버나드 스콧(23살, 윙-공미-중미, 411/414)

기술 150/151, 정신 155/156, 신체 106/107

스킬 : 좋은 기분(R), 설명 : 컨디션이 최악으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버나드는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대부분 개발한… 빠르게 능력이 만개한 케이스이다. 그렇다는 말은 이 선수가 더 성장할 기대치가 없다는 의미였다. 지금 당장은 챔피언십에서 최상급 윙, 사이드 미드필더지만, 프리미어 리그로 올라가면 백업이 최대 기대치였기 때문이다.

만약, 대칸이 축구 매니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절대로 가장 비싼 시기에 해당되는 어린 나이에 만개한 선수를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선수는 가치가 떨어지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물론, 후반기에 어떻게 팀을 꾸려야 할지가 걱정이긴 했지만, 현재 챔피언십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서 버나드가 이탈해도 큰 문제까지는 없었다.

그럼에도 대칸이 그의 영입을 고민한 것은 지금 당장 팀에 필요한 선수였고… 인간적인 관계에서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민하는 대칸에게 윌리엄은 살짝 물어보았다.

“계약 조건을 더 좋게 제안해서라도 잡을까요? 아니면 이 계약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복귀하라고 할까요?”

그런 윌리엄의 질문에 대칸이 대답하지 못하고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똑똑똑.

회의 중인데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급한 일! 대칸은 ‘들어오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레이첼 수석 스카우트가 들어왔다.

“버나드 선수의 에이전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네, 뭐라고 하던가요?”

“버나드 선수가 리즈로 복귀하겠다고 확정했다고 합니다.”

버나드가 먼저 결정하였다. 그의 의사가 없다면 어차피 영입이 불가능한 상황… 버나드를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혹시 모르니 한 번 더 협상하자고 할까요?”

윌리엄의 질문에 대칸은 고개를 저었다.

“선수가 먼저 선택했지 않습니까? 선택을 존중해 줘야죠.”

대칸은 그렇게 버나드의 영입을 포기하였다.

* * *

다음 날 훈련장.

버나드가 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감독실을 먼저 찾았다.

“감독님, 버나드입니다.”

“버나드 선수, 잘 오셨어요.”

대칸은 버나드에게 차를 한 잔 내주고서는 그가 부담 가지지 않게 말했다.

“버나드 선수의 의사는 어제 에이전트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저랑 웨스트 릴링 FC는 당신의 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절대 부담 가지지 마세요.”

“감독님, 감사합니다.”

버나드의 말에 대칸도 답했다.

“여태까지 우리 팀을 위해 열심히 뛰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지요.”

그러고는 다음 경기만 치르고 리즈로 복귀하는 일정을 서로 확인하였다.

버나드가 방을 나가자, 대칸은 미묘한 심정이었다. ‘버나드가 먼저 떠난다고 해서 다행이다.’라는 이성적인 생각과 ‘그래도 같이 보낸 시간이 있는데 돈 때문에 떠나다니…….’라는 서운하다는 감정 그리고 스스로 이해가 안 되는 이율배반적인 이 이성과 감성 사이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날 저녁, 대칸은 오래간만에 데이비드와 술을 한잔하기로 했다.

“형님, 오래간만이네요? 레이첼 씨랑 만나면서부터 퇴근 후 항상 바쁘시더니?”

“아… 오늘은 간만에 술을 미친 듯이 마시고 싶어서…….”

대칸의 말에 데이비드는 웃으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그럼, 잘 선택하셨네요. 오늘 형님 집에서 죽을 때까지 먹을까요?”

대칸은 자신의 집에서 데이비드와 술 한잔하면서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풀어냈다.

“하… 내가 축구 매니저 능력을 얻었을 때만 해도… 완벽할 줄 알았어… 선수의 잠재력과 능력, 그리고 특징을 아는데… 축구 매니저 폐인이었던 내가 감독으로 완벽하지 못할 수가 있겠냐고?”

“그런데 데이터가 아니라 선수를 상대하다 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 돈이 안 된다고 과감하게 자르고 팔고… 그런 게 안 되더라고.”

“그래도, 논리적으로는 우리 팀이 계속 승격하다 보니… 부족한 선수들이다 보니… 어떻게든 보냈어. 좋게 보내든… 안 좋게 보내든… 그런데, 그러다 보니… 내가 너무 냉정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대칸의 말에 데이비드는 반론하였다.

“아닙니다. 형님, 잘하고 계신 겁니다. 형님 정도면 인간적인 감독이죠. 여태까지 우리 팀을 거쳐간 모든 선수들을 손해 보면서 챙겨준 것을 보면, 이런 팀이 어디 있습니까?”

데이비드의 말이 사실이었다. 자유계약을 원하는 선수는 풀어주고, 이적을 원하는 선수는 본인이 원하는 팀 위주로 보내주었다.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 아담이 챙기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선수의 의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팀은 드물었다.

“게다가, 이번 시즌 재계약! 그거 전부 다 형님이 한 것 아닙니까? 운영 팀이랑 저희 아버지는 비용 절감을 위해 꼭 필요한 선수만 하자고 했지만, 형님이 모든 선수 재계약을 해서 챙겨줘야 한다고 해서 했잖습니까?”

챔피언십 승격에 따라, 구단 내부에서 선수 재계약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때 아담 단장과 운영 팀은 핵심 선수와 계약 기간이 적게 남은 선수만 재계약을 하자고 했다.

웨스트 릴링 FC가 하부 리그부터 급격히 승격한 탓에, 승격 시 계약 연장 등의 옵션으로 인하여 선수들의 계약 기간은 많이 남아있었는데, 주급은 상당히 적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계약 기간이 3년 이상이 대부분이라 재계약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칸의 고집스러운 주장 때문에 전 선수가 재계약을 하였고, 기간은 동결하거나 1년만 늘리는 혜자스러운 조건에 주급은 두 배 가까이 올려줬다.

“나는… 우리 팀 선수들이 리그 평균 주급보다 너무 적게 받으면서 뛰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렇게 올려줘도 평균 주급보다 낮잖아.”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손해 보는 짓을 대칸이 주장해서 한 것이다. 만약, 이게 게임이었다면 대칸도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다른 기억도 꺼내었다.

“게다가 유망주 대우는 어떻고요? 형님의 육성군 사랑은 유명하잖아요.”

대칸은 육성군으로 데려온 선수들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최고급 시설의 숙소에 요리사를 따로 고용할 정도로 식사도 지원하고, 어학 교육만이 아니라 학업에 대한 투자도 많이 하시고.”

챔피언십 팀이었지만, 유소년 선수 대우만큼은 프리미어 리그급이었다.

“게다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수당 지급 항목입니다. 품위 유지비? 주급과 상관없이 따로 품위 유지비라는 항목으로 용돈을 주시잖아요.”

대칸이 살펴보니… 자신이 받은 주급을 모두 집으로 송금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집이 어렵다 보니, 생활비로 자신이 받은 주급을 보냈던 것이다.

그래서 대칸은 그들이 주급을 보내더라도 생활할 수 있도록 품위 유지비 항목을 옵션으로 추가하여 용돈 느낌으로 따로 지급하였다.

“솔직히, 저희 아버지가 진짜 사업가죠.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업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칼 같으시니까요. 그런데, 형님은… 정말 좋은 분입니다. 절대로 선수들에게 미안해 않으셔도 된다고요. 버나드에게도!”

데이비드의 말에 대칸은 스스로를 다잡으려고 하였다.

“그래… 그렇지…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지…….”

“네!”

“공은 공이고… 사는 사! 버나드가 좋은 녀석이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고, 놓아주더라도… 그게 좋을 수도 있는 거지.”

버나드는 냉정하게 생각하면 잘 사용한 카드였고, 웨스트 릴링 FC가 급한 상황에 임대 와서 잘해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놓아주는 게… 웨스트 릴링 FC 입장에서는 더 가치가 안 오를 선수를 구입하지 않는 선택, 버나드는 더 좋은 계약을 할 수 있는 선택… 서로서로 윈-윈이었다.

데이비드는 대칸의 표정이 조금 풀어지는 것을 보고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스킬인 ‘언변’이 제 역할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자, 그러면 형님 한잔 더 하시죠! 이제는 기분 좋게! 웨스트 릴링을 위하여!”

“그래, 웨스트 릴링을 위하여!”

두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한잔하였고, 대칸은 기분 좋게 취할 수가 있었다.

* * *

하지만, 다음 날.

김종일 수석 코치가 아침부터 찾아왔다. 그러고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던졌다.

“감독님, 저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예상하지 못한 폭탄! 그것도 핵폭탄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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