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 * *
웨스트 릴링 FC와 셰필드 웬즈데이의 시즌 12차전이 열리는 날.
이제는 챔피언십 팀이라는 것이 익숙해지듯이… 뉴레인 스타디움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관중들이 가득 차있었다.
“와~”
“웨스트! 웨스트!! 웨스트!! 릴링~ 릴링~”
이미 흥분한 관중들은 열심히 함성과 응원가를 부르며 웨스트 릴링을 외치고 있었고, 그런 관중들의 모습을 이제는 익숙하게 즐기는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유독 즐기지 못하는 한 선수가 있었다.
“하아… 하아…….”
칼슨 고트, 웨스트 릴링 FC의 고참으로 대니얼과 함께 팀의 노장들과 어린 선수들을 연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 그리고 경기에서는 후반전에 이기고 있을 경우에 승리를 굳히기 역할을 주로 하는 선수이다.
즉, 선발 출전은 거의 없던 선수다. 그런데, 오늘 선발 명단은… 평소와는 달랐다.
FW : 에드워드 바커(434/482)
AM : 딜런 덱스터(439/465)
MF : 샘 필립스(381/415)―버나드 스콧(420/414)
DM : 안 오블락(399/421)―칼슨 고트(360/358)
LWB : 토미 스미스(376/419), RWB : 가론 아망스(377/420)
DF : 대니얼 보얀(405/404)―루크 오니엔(390/390)
GK : 윌프로 드퍼(375/371)
칼슨의 이름이 당당하게 선발진에 들어가 있었다.
대칸이 칼슨에게 능력 향상 물약을 먹이자, 그의 능력이 급상승하였다.
[칼슨 선수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여태까지 훈련했던 경험치가 누적 적용됩니다. 선수가 간절히 원하는 능력인 기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드리블 +2, 일대일 마크 +1, 태클 +2, 패스 +4, 퍼스트 터치 +1, 헤더 +1이 상승합니다.]
무려 11이라는 능력치가 상승하였다. 게다가!
‘패스가 늘었어? 그것도 4나?’
기존 칼슨의 패스 능력은 13… 여기서 17까지 상승하였다.
‘이 정도 패스에… 레전드 스킬이라면!’
칼슨의 경쟁력은 확실히 생겼다.
삐삑~
[웨스트 릴링 FC와 셰필드 웬즈데이 FC의 경기가 시작합니다.]
오래간만에 선발로 나온 칼슨은… 좌측 수비형 미드필더인 자신과 가장 많이 부딪칠 것 같은 선수를 바라보았다.
아치 바커스… 작년까지 웨스트 릴링 FC의 우측 윙인 그가 오늘 선발 멤버였다.
아치도 칼슨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대칸 감독이 이유 없이 많이 쓰는 무능력한 선수…….’
아치가 생각하는 칼슨의 이미지였다.
‘내가 오늘 박살 내주겠어!’
아치는 자신이 망한 이유가 웨스트 릴링 FC 때문이라고… 근거 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안 좋은 감정이 가득했다. 그래서 기술도 신체도 형편없는 칼슨을 상대로 박살 내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공 줘!!”
아치는 경기가 시작되고 수시로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외쳤다. 그리고 전반 15분, 아치에게 좋은 타이밍에 공이 들어갔다.
[아치 바커스 선수! 들어갑니다.]
역습 상황, 아치는 중앙선을 돌파하며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에게 칼슨이 다가오자.
‘이 새끼 정도는 가뿐하지.’
라고 생각하며 살짝 틀어서 스피드로 돌파를 시도했는데…….
[칼슨 선수! 완벽한 태클!]
칼슨이 태클로 아치의 공을 빼내었다.
웨스트 릴링 FC에서 나간 아치와 잔류한 칼슨… 훈련 때에는 두 선수가 동시에 대칸의 감독 스킬의 영향을 받은 상태였지만, 지금은 칼슨만 모든 신체 능력이 +1이 된 상태였다. 게다가 능력 향상 물약까지! 아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공을 빼앗은 칼슨은 적진에 에드워드와 딜런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바로 때렸다.
[칼슨 선수 길게 찹니다!]
“빌어먹을 패스!”
이제는 칼슨의 거친 패스를 예상하고 딜런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런데…….
“어라… 백스핀?”
칼슨이 찬 롱패스는… 정확도는 여전히 떨어져 있었지만, 적절한 스핀이 걸려있어서 딜런이 공을 잡기가 편했다.
[딜런 선수, 완벽하게 공을 받아냅니다.]
그리고 딜런은 여유롭게 에드워드를 보고 낮은 패스를 주었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과 위치에서 공을 받고 슛을 때렸다.
[에드워드 선수 슛!!]
[골입니다! 골!!]
[칼슨 선수의 긴 패스부터 시작된 역습을 딜런 선수와 에드워드 선수가 멋지게 마무리합니다.]
그렇게 칼슨의 패스를 시작으로 첫 골이 터져 나왔다.
하프타임 라커룸.
전반전을 1:0으로 앞선 상태로 선수들이 라커룸에 들어왔다.
“자~ 다들 아주 좋아. 잘하고 있어!”
대칸은 선수들에게 칭찬을 하였고, 선수들은 목을 축이며, 코치들과 마사지사들에게 근육을 풀면서 대칸의 말을 들었다.
“전반전에 셰필드 웬즈데이의 압박이 심했는데, 잘 버텼다. 후반전에 저 팀 선수들의 체력이 부족해서 더 할 만할 거다.”
그러고는 에드워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에드워드는 후반전에는 미드필더 지역에는 잘 내려오지 말고 적진에서 타깃형으로 위치하고.”
이번에는 딜런에게 말했다.
“딜런은 프리롤이다.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면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만들어라.”
다음 차례는 미드필더 선수들이었다.
“샘, 버나드, 칼슨, 안! 모두 좋았다. 아주 잘하고 있어. 그리고 스트롱 몸 풀고.”
대칸이 오늘 교체 멤버였던 스트롱에게 몸을 풀라고 말하자, 미드필더 선수들 중에 한 명이 후반전에 교체될 것이라고 누구나 다 예상하였다.
그리고 칼슨은…….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뭐 실수도 없었고… 역습에 기여도 했으니, 괜찮았네…….’
그렇게 생각하는데, 전혀 다른 사람의 이름이 불렸다.
“샘의 몸이 조금 무겁다. 그러니, 스트롱이 샘의 자리에 들어가고.”
누구도 생각지도 못한 교체, 샘은 대칸에게 ‘저 괜찮아요. 멀쩡한데요?’라고 말했지만,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그의 컨디션이 낮고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샘이 불만이 있긴 했지만, 더 항의하지 않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칼슨은 먹던 바나나를 두고, 대칸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저는 후반전에도 뛰는 건가요?”
“응? 당연하지. 오늘 플레이 좋잖아.”
대칸의 말에 칼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웨스트 릴링 FC의 플레이는 더욱 좋아졌다.
[아… 후반전 20분인데… 셰필드 웬즈데이 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진 모습이 보입니다.]
[전반전에 너무 무리했어요. 엄청난 압박으로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제대로 된 플레이는 못 했지만, 선취골을 빼앗기고… 체력 소모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렇게 체력이 떨어진 셰필드 웬즈데이의 선수들… 특히, 저번 시즌에 웨스트 릴링 FC에서 뛰었던 세바스찬과 아치는 서로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세바스찬! 나한테 공을 달라고!”
오른쪽 윙인 아치가 오른쪽 윙백인 세바스찬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하지만 세바스찬도 지지 않았다.
“하… 전반전에 날린 공격 찬스가 몇 개인데요?”
“뭐? 그렇다고 나한테 공을 안 주겠다는 거야?”
세바스찬은 상대하지 않으려다가… 화가 나서 말했다.
“그렇게 형편없는 위치에 있는데 어떻게 공을 줘요! 차라리 내가 들어가서 크로스 올리는 게 낫지!”
“이 자식이…….”
경기 도중에 말싸움을 했고, 그 장면이 카메라를 통해서 전 세계적으로 중계되는 상황까지 되었다.
[아~ 셰필드 웬즈데이 선수들… 분열됩니다.]
[경기가 안 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더 팀워크가 발휘되어야 하는데요.]
[게다가, 저 두 선수는 웨스트 릴링 FC 출신 선수들이네요.]
상대편이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그걸 봐줄 필요는 없었다. 이 사실을 칼슨은 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반대편 수비수가 많지만… 그래도 한번 때려보자.’
수비 진형에서 공을 잡은 칼슨이 골대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에드워드를 노리고 높고 빠르게… 하지만 여전히 부정확한 패스를 때렸다.
[칼슨 선수! 또 롱패스!!]
[아! 셰필드 웬즈데이 선수들 예상하지 못한 거 같습니다.]
에드워드를 향해 날아오는 패스에 수비수들은 공이 날아오는 자리를 예측하고 빠르게 달려갔다. 그런데, 에드워드는 오히려 예측하지 않았다.
‘예측해 봐야 의미 없는데…….’
그러다 보니, 공은 생각보다 사이드로 향했고, 에드워드는 오히려 기다렸다가 움직였는데도 수비수들보다 빨리 공을 잡을 수 있었다.
[에드워드 선수! 각이 없는 지역에서 공을 잡습니다.]
슛을 때리기에는 각도가 좋지 않은 지역, 하지만… 에드워드에게는 영혼의 파트너가 있었다.
“막아!!”
셰필드의 수비수들이 다급하게 에드워드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탁~
에드워드는 수비수들이 거의 다가오자, 여유롭게 중앙으로 패스했고…….
“좋았어, 에드워드!”
침투하던, 버나드가 유연한 몸놀림으로 공을 때렸다.
펑~ 철렁!
[버나드 선수! 에드워드 선수의 패스를 멋지게 골로 성공시킵니다.]
스코어가 2:0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칼슨의 레전드 스킬의 황금색 빛이 사라졌다. 칼슨이 가진 사기 스킬의 오늘 치 유효 시간이 끝난 것이다.
그리고 대칸은 선수 교체를 지시하였다.
“아직 더 공격해야겠네요. 니키! 막시! 교체 준비하세요.”
공미, 중미, 수미까지 미드필더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 니키와 백업 윙백인 막시가 대칸의 지시에 몸을 풀기 시작했다.
“수석 코치님, 가론 대신에 막시 투입하고요.”
오늘 조용했던 가론 대신에 막시의 투입을 결정했다.
“니키는…….”
김종일 수석 코치는 당연히 칼슨을 생각했다. 미드필더 선수들 중에서 가장 기량이 떨어지고, 다른 미드필더 선수들의 컨디션과 체력이 오늘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니키는 안 오블락 선수와 교체합니다.”
“하… 역시…….”
김종일 수석 코치는 이번에도 예측이 안 되는 대칸의 행동에 그저 웃으며 메모로 교체 선수를 확정하였다.
삐삑!
선수 교체를 하는데… 자신의 번호가 없다?
칼슨은 그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제는 교체할 때가 되었는데… 교체를 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교체도 자신이 아니었다.
‘풀타임? 얼마 만에 풀타임이지?’
리그 1에서도 대부분 교체 출장이거나, 선발 출장을 해도 교체가 되었다. 최고의 조커라고 대칸 감독이 말하고 코치들도 그를 인정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백업 선수에 불과했다. 언론에서는 그를 토템이라고까지 했으니… 칼슨은 웨스트 릴링 FC가 챔피언십에 승격한 뒤, 자신의 풀타임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자신은 부족한 선수니까…….
칼슨이 자신도 모르게 대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대칸은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며 외쳤다.
“칼슨!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최고의 조커니까! 더 날뛰어 봐!”
평소에 감정 기복이 거의 없고… 냉정한 칼슨이었지만,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셰필드 웬즈데이! 이제는 경기를 포기한 분위기입니다.]
[2골 차로 지고 있는데, 수비에 더 치중하네요…….]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기세에서 밀리다 보니… 더한 참패를 막자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 하지만, 셰필드 웬즈데이가 필사적으로 걷어냅니다.]
후반 47분… 추가 시간, 웨스트 릴링 FC의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코너킥 공격 찬스가 왔다.
“다들 올라가! 모두 다!”
주장인 대니얼의 지시에 따라 모든 선수들이 공격진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칼슨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들 담당 선수 막아!”
셰필드 선수들에게는 자기가 담당해야 하는 선수나 포지션 선수가 있었다. 그리고 가론에게는 그 선수가 칼슨이었는데…….
‘저 녀석… 헤딩은 더럽게 못하니, 다른 선수나 막아야겠다.’
그렇게 칼슨은 자연스럽게 노마크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코너킥을 차기 위해 대기하던 딜런의 눈에 그 모습이 들어왔다.
[딜런 선수… 코너에서 킥을 찹니다!]
코너킥이 그림같이 날아갔다. 그런데?
“어?”
“뭐야?”
동시에 뛰어오른 선수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공… 그리고 그 공은 약간 바깥쪽에 자리 잡고 있던 칼슨이 머리로 때려… 아니 머리에 맞았다.
[칼슨!! 헤딩!! 골!!]
[골입니다! 칼슨 선수의 멋진 헤딩골!]
[웨스트 릴링 FC의 세 번째 골이 터집니다!]
칼슨의 골에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의 과격한 축하가 이어졌다.
“오! 칼슨 잘했어!! 아주 잘했다고!!”
“대박!! 축하드려요!!”
“나이스 헤딩!!”
“다 내 덕분이라고! 내가 제대로 코너킥을 찼다고!”
유독 축하하는 선수들과 최대한 미소를 참으려는 칼슨… 그리고 웨스트 릴링 FC에도 평소 골과는 다르게 엄청난 환호성으로 골을 축하하였다.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 그리고 코치들도 모두 아주 좋아합니다.]
[그렇네요, 다들 평소의 골보다 훨씬 기뻐하는 모습이네요.]
그러다가, 조슈아 해설이 기록지를 살펴보고서는 해설을 추가했다.
[아… 칼슨 선수… 정말 오래간만의 골입니다.]
[얼마 만의 골인가요?]
[무려 510일 만의 골입니다.]
칼슨은 이번 시즌 챔피언십에서는 물론, 저번 시즌… 리그 1에서도 골을 못 넣었다. 아무리 윙백과 수미라는 골과 거리가 있는 포지션이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골을 못 넣었던… 칼슨이었다.
[칼슨 선수가! 셰필드 웬즈데이를 상대로 챔피언십 리그 공식 골을 기록합니다.]
언성 히어로! 칼슨이 오래간만에 사람들에게 많이 언급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