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 * *
챔피언십 시즌 개막전에서의 승리 이후에… 계속해서 치른 6경기에서 웨스트 릴링 FC는 패배가 없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팀명 / 승 / 무 / 패 / 골득실 / 승점
1. 웨스트 릴링 / 5 / 1 / 0 / +9 / 16
2. 노리치 시티 / 5 / 0 / 1 / +10 / 15
3. 허더즈필드 타운 / 4 / 1 / 1 / +7 / 13
4. 셰필드 웬즈데이 / 4 / 1 / 1 / +6 / 13
5. 더비 카운티 / 4 / 0 / 2 / +6 / 12
6. 노팅엄 프레스트 / 3 / 3 / 0 / +4 / 12
웨스트 릴링 FC가 5승 1무로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리그 초반이라서 상위권 팀들의 승점이 다들 높은 상태, 그래서 언제든지… 1위를 빼앗길 수가 있는 상황이라 방심할 수 없었다.
회의실.
“차현우 편집자님 오셨나요?”
차현우 편집자가 먼저 대칸에게 미팅을 요청해서, 기다리고 있었고… 대칸은 회의실로 들어가면서 밝은 표정으로 그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네, 대칸 감독님!”
차현우도 같이 웃으면서 말했다. 차현우 편집자는 차를 한 잔 마시고서는 오늘 자신이 준비해 왔던 의견을 강하게 말했다.
“감독님, 혹시 예전에 하셨던 이벤트 기억나시나요?”
“제가 했던 이벤트요?”
대칸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혹시? 시청자 초청 이벤트요?”
대칸은 5부 리그를 진행하던 시절에 했던 시청자 초청 이벤트가 기억이 났고, 차현우 편집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주 재미있고 좋은 이벤트를 하셨더라고요.”
차현우 편집자가 웨스트 릴링 FC와 관련된 과거 자료를 살펴보다가, 대칸이 그 당시에 했었던 시청자 초청 이벤트가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대칸이 상위 리그로 올라가면서 감독 일로 바쁘다 보니, 추가적인 이벤트를 하지 않았는데, 그 이벤트를 다시 살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제2차! 웨스트 릴링으로 시청자를 초청하는 이벤트 추진하시죠?”
편집자의 말에 대칸은 그의 이벤트 안을 살피면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 날.
대칸의 유X버에는 차현우 편집자가 주기적으로 올리던 웨스트 릴링 FC의 일상 영상이 올라왔다. 그런데, 동시에 한 가지 독특한 영상이 추가로 올라왔다.
- 예전에… 웨스트 릴링으로 초대되었던 시청자분들을 기억하시나요?
그 영상에는 5부 리그 당시에 초청받았던 시청자들의 행복한 모습… 이제는 BJ가 된 예지의 모습부터 돈 많은 열혈 형님들이 즐겁게 축구를 보는 모습과 예전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과 술을 마시는 모습까지 올라왔다.
- 이번에 다시 웨스트 릴링으로 시청자분들을 초대합니다! 기다리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내용이 나왔다.
- 하단에 적힌 메일로 동영상 사연을 신청해 주시는 분들 중에서 10분을 선정하여 웨스트 릴링으로 모십니다!
대칸의 유X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폭발적으로 인기가 있었다.
BJ 예지의 방송.
“안녕하세요, 애청자 여러분~ 오늘도 예지 방송 시작합니다!”
이제는 완벽한 인터넷 방송인이 된 예지가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 예하~ 예하~
- 오늘 제시간에 왔네?
- 누나~ 너무너무 기다렸어요~
- 오늘은 뭐 하냐?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 그럼에도 예지는 이제는 익숙하게 자신의 방송 순서대로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잠시 제 카페를 보면서 이야기하고요, 본 콘텐츠는 역시나! 웨스트 릴링 FC의 경기 리뷰, EPL 주요 경기 리뷰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축구 게임 약간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예지가 방송을 시작하자, 시청자들이 그녀를 놀리는 영상을 후원하기 시작한다.
- 10,000원 후원, 이건누구 : 유X브 영상 링크
“아… 뭔가 예상되는 영상인데, 그래도 열어봐야겠죠? 꺄악~”
역시나, 영상에서는 예지가 예전에 대칸 방송에 나온 모습이 나왔다. 아주 풋풋한 모습이었고… 어색한 모습이었다.
- 크크킄크크크크
- 미치겠다? 누구냐?
- 새로운 스트리머인가요? 아니면 대륙 BJ?
- 여캠해도 되겠네? 예지야~ 저분처럼 예뻐져라
시청자들의 놀림에 예지는 그저 웃으며 이야기했다.
“하하하하… 미치겠네요. 말은 왜 이렇게 어색하게 하는 거지? 살도 엄청 빠져있네요. 그때는 메이크업을 잘 못해서… 너무 촌스럽지 않나요?”
그러고는 그 당시, 대칸의 이벤트에 참여했던 감회를 말하였다.
“그때, 대칸 감독님의 이벤트! 재미있긴 재미있었죠. 제가 유럽은 처음 가봤던 거라… 뭐든지 다 신기하고 흥미로웠어요. 게다가 작지만 엄청난 열기의 경기장도 멋졌고! 선수들과 만나서 맥주 한잔했던 것도 좋았네요. 그리고 그 이벤트 덕분에 제가 BJ를 하게 되어 우리 애청자 여러분과 이렇게 같이 놀고 있지 않나요?”
그러고는 에드워드와 찍은 사진도 자랑하면서 이런저런 썰을 풀었다. 그러자… 채팅 창은 자연스럽게 이번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 이번에 시청자 이벤트 2탄 하던데?
“그래요? 시청자 이벤트 2탄?”
시청자의 말에 예지는 바로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 접속해서는 사실을 확인해 보았다.
“어? 진짜네? 대칸 감독님 유X브에 영상이 올라와 있네요?”
- 예지야! 너도 신청해라!
- 인맥이라도 써봐!
- 최초 시청자 이벤트의 주인공인 예지가 빠질 수가 없지~
- 당장 고고고고
유X브 영상과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며, 예지는 속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자, 이건에 대해서는 저도 편집자님과 MCN과 이야기해 봐야겠네요. 그리고 이야기가 잘되면,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시청자들은 또 놀리기 시작했다.
- 또 영국 가나요?
- 매년 서너 번씩은 꼭 가네?
- 이번에 제대로 건수 잡았다는 거지?
- 여기에! 콘텐츠 핑계 삼아서 외국 여행을 다니는 방송인이 있다?
“야! 너희들 어차피 내가 뭘 해도 놀리잖아! 집에만 있으면, 축구 전문 BJ가 집에만 있다고! 한국 경기 위주로 중계하면, 야? 축구는 한국에서만 하냐? 유럽 현장을 느끼게 해주려고 유럽에 야방 가면, 여행 갔네… 초심 잃었네……! 너네가 사람이냐!!”
- 크크크크크
- 린정 린정
- 이건 인정이지! 예지 돌려 까기 크크크
- 무엇을 해도 깔 게 많은 뇨자
그렇게 그녀는 이번 이벤트 참가를 준비하였다.
BJ 축구광의 방송.
“안녕하세요! 애청자 형님들! BJ 축구광 인사 박습니다!”
이 방은 역시, 거친 시청자들이 많다 보니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 축구광아!! 대칸 유X브 봤냐!!
- 난리인데? 너 버림받았지?
- 역시, 버러지 같은 축구광…….
- 축구광 불쌍해 축구광 불쌍해 축구광 불쌍해 축구광 불쌍해
온갖 더러운 어그로성 채팅 창에도 축구광은 멘탈을 유지하면서 방송을 이었다.
“아, 네~ 다들 너무 걱정 마십시오. 다행히! 이번 이벤트에는 저도 참여하기로 되어있습니다.”
- 오올…….
- 역시!! 대칸빨로 먹고사는 축구광
- 피를 쪽쪽 빨아먹는구먼. 크크크
- 축구광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 대칸이다.
이제는 단련된 멘탈로 축구광은 시청자들의 필요한 채팅만 보고 대답했다.
“네, 맞죠! 제가 여태까지 살면서 제일 잘했던 일이 대칸 형님과 친해진 거죠! 그 덕분에 유럽 현지에서 생중계도 하고! 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진성 축구 덕후인 축구광에게 있어서 대칸과 친했던 이유로 BJ로 자리 잡고, 인터넷 방송 한정이지만… 유럽 현지에서의 축구 중계까지! 그는 요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저는 이번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되어있습니다. 대칸 감독님이 워낙 바쁘시다 보니, 이벤트의 주최는 하지만 같이 일정을 다니실 수가 없어서. 참가하시는 분들을 제가 직접 모시고 다닐 예정입니다.”
- 오~ 가이드네
- 가이드를 좋게 포장했네 크크크
- 그래도, 축구광아 출세했다!
“네네, 형님들 칭찬 감사합니다. 가이드 일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애청자 형님들도 이벤트에 많이 참여해 주십시오.”
이렇게, 대칸의 시청자 이벤트는 축구 관련 방송과 커뮤니티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었다.
일주일 뒤.
“하…….”
차현우 편집자는 엄청난 수의 유X브 메일에 일단 감탄부터 하였다.
“잡다한 광고나 어그로 글, 동영상이 누락된 글을 제외해도… 700개가 넘네.”
시청자들이 700개가 넘는 동영상을 만들어서 이벤트를 참가한 것이다.
“화제성, 참신성 그리고 사연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야지.”
차현우는 이틀에 걸쳐서 모든 동영상을 보고 열두 명의 이벤트 참가자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메일과 일정, 그리고 출발 장소를 알려주고 참여 여부를 확인받았다.
* * *
인천공항.
이날은 시청자 이벤트가 시작되는 날이다. 차현우 편집자와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들을 데리고 다닐 축구광은 아침 일찍 공항에 나와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현우 편집자는 지금도 작은 소형 카메라를 들고서, 촬영을 하면서 축구광과 대화를 나누었다.
“축구광 님, 이번 이벤트는 풀 버전으로 촬영하여 업로드할 예정이니, 조심해 주세요.”
평소 과격한 언행을 한 번씩 사용하던 축구광이었기 때문에, 편집자의 충고에 찔끔하면서 대답했다.
“저도 이제 사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막 행동하지 않아요.”
축구광의 말에도 차현우는 불안했지만, 그대로 그의 진행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저기 오네요.”
공항에서 기다리던 장소에 제일 처음 등장한 사람은 BJ 예지였다.
“안녕하세요. 축구광 님도 오래간만이네요.”
“오래간만입니다. 예지 님, 이번 이벤트 참가자 인솔은 제가 담당합니다.”
“반갑습니다. 촬영을 책임진 차현우입니다.”
예지는 차현우 편집자와 축구광에게 인사를 하였고, 두 사람도 간단하게 소개를 하면서 인사를 하였다.
예지를 시작으로 이벤트 참가자들이 약속 장소에 모이기 시작했다.
“크룸 님! 어서 오십시요!”
100만 유X버 크룸, 축구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서 올리는, 떠오르는 신성이라 불리는 유X버다.
“김신화 님, 반갑습니다.”
고등학교 선출로 다시 프로에 도전하고 있는 아마추어 축구 선수, 김신화의 짠한 사연은 차현우가 그를 뽑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정찬우 님 그리고 정신우 님, 두 형제분께서도 잘 와주셨습니다.”
쌍둥이 형제, 정말 축구를 사랑하는 그들은 유럽 축구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싶어서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았는데… 친구 어머니가 아프다는 말에 그 돈을 그냥 그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돈을 받은 친구가 이 사연으로 동영상을 만들어서 대신 이벤트에 참가했고, 차현우는 당연히 그들을 선택하였다.
“이은정 님이시죠? 반갑습니다.”
K리그 서울 FC의 빠순이로 유명한 그녀는 이번에 유럽 축구를 한번 경험하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아주 센스 있는 동영상을 만들어서 업로드하였고, 당연히 선택되었다.
“유케이 님! 이쪽으로 오시죠.”
이번에도 유X버인 유케이, 영국 유학생 출신으로 영국에 대한 정보와 EPL에 대한 소식을 전달하는데, 이제는 공중파까지 진출한 방송인이다.
“강정화 님, 여기에 서시면 됩니다.”
인터넷 축구 기자 출신, 이제는 축구 커뮤니티의 네임드 인사가 된 그녀는 소문만큼 아름다운 외모와 함께 화사하게 등장하였다.
“백기우 아버님, 백찬성, 백우성 아드님이시죠? 반갑습니다.”
약간 불편해 보이는 백기우와 그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초등학생 백찬성과 백우성이었다.
백기우는 장애가 있는 몸이었지만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한집안의 가장이었다. 그런 그가… 원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면 축구를 너무 좋아하는 두 아들에게 유럽 축구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열한 명의 참가자들이 모이자, 축구광이 간단하게 진행을 하였다.
“여기 계신 열한 분이 이번 이벤트 참가자입니다. 유X브에서는 열두 명의 참가자가 선정되었다고 공지했는데요. 한 분은 사정상 참가를 못 하셨습니다.”
그리고, 축구광의 주도하에 참가한 사람들은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자, 그러면 바로 출국장으로 들어가시죠. 영국으로 가시죠!!”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항에서 당당하고 크게 외치는 축구광! 그의 모습에 출연자들은 웃기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면서도… 그를 따라 출국장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