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경기는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웨스트 릴링 FC와 위건 애슬래틱의 경기…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네요.]
일단 미드필더에 무게를 둔, 수비적인 포지션의 웨스트 릴링 FC이다 보니, 위건의 공격이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길게 공격수를 향해 공을 차면.
[대니얼 선수 공을 받습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수들이 공을 잡았다.
그리고 전반 17분…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딜런, 살짝 처진 위치에서 공을 받습니다.]
약간 밑으로 내려와서 공을 받은 딜런은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전진하였다. 그리고 그런 딜런을 선두로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올라갑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공격진으로 올라가자, 위건 수비수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특히!
“에드워드!! 에드워드를 막으라고!!”
에드워드에게는 무려 두 명의 수비수들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딜런은 마치 산책하듯이 드리블을 했다. 그런데.
[아~ 멋지네요. 파괴적입니다. 선수가 붙자, 바로 자연스러운 몸싸움으로 수비수를 밀어내고 들어갑니다.]
딜런이 가볍게 드리블을 하다가, 수비수가 붙자, 그 수비수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 것이 명장면이었다.
“반칙이라도 해!”
감독의 명령대로, 위건 선수들의 거친 태클이 들어갔다.
[슬라이딩 태클! 하지만 딜런 선수! 예상했다는 듯이 태클을 피합니다.]
하지만 수비수의 태클도 자연스럽게 피하는 딜런이었다.
[아~ 딜런 선수 계속 달립니다.]
딜런이 계속해서 들어갔지만, 남은 수비수들이 침투하는 다른 핵심 공격수인 에드워드를 견제하느라, 그에게 제대로 달라붙지 못했다.
‘타이밍이다.’
수비수들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딜런은 자신의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비수들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바로 슛!! 아~ 아닙니다!]
딜런이 슛하려는 자세를 취하자, 수비수가 몸을 날렸지만, 딜런은 그것도 예상했다는 듯이 접었다. 해설자도 속을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의 페인트였다.
“막아!!”
그러자, 에드워드를 밀착 마크하던 마지막 수비수도 뒤늦게 딜런에게 달라붙었지만, 딜런은 한 타이밍 빠르게, 그리고 아까보다 더 좋은 위치에서 공을 때렸다.
펑~
[들어가서! 다시 슛!!]
철썩~
위건 수비수들을 완벽하게 바보로 만드는 딜런의 골이 터졌다.
[골~ 골입니다! 딜런 선수의 멋진 왼발 슈팅이 들어갔습니다.]
[아~ 수비수들의 표정이 허망하죠. 다섯 명의 수비수가 있었는데, 딜런 선수가 모두 바보로 만들고 골을 넣습니다.]
[에드워드 선수의 플레이도 영리했어요. 모든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켰거든요. 이런 수비수들이 분산된 상황을 잘 이용한 딜런 선수!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호우~”
골을 성공한 딜런은 덤블링을 하며 멋지게 골 세리머니를 하였고, 그런 그에게 웨스트 릴링 FC의 홈구장인 뉴레인 스타디움의 팬들은 큰 소리로 환호해 주었다.
웨스트 릴링 FC가 1골을 성공시키자, 분위기는 일방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 멋지네요. 에드워드 선수!]
[네, 순식간에 위건 수비수 세 명을 제칩니다. 마지막 골은 아쉽게 키퍼의 손에 막혔지만, 정말 그림 같은 플레이였습니다.]
에드워드는 틈만 나면 반대편 수비수들의 혼을 빼놓았고.
펑~ 탱!
[아쉽습니다. 딜런 선수! 멋진 중거리 슛입니다.]
[위건 질리엄 키퍼! 간신히 손끝으로 공을 건드립니다.]
[키퍼의 손에 맞고 골대에 부딪쳤는데도… 어지간한 슛보다 강합니다. 아주 강력했어요! 아직도 골대가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딜런도 쉬지 않고 중거리 슛으로 위건의 골문을 노렸다.
“젠장!!”
대니얼과 루크의 협력 수비! 강력한 두 수비수의 움직임에 위건 공격수들은 수시로 공을 빼앗겼다.
[수비도 좋습니다. 대니얼 선수 벌써 공을 커트한 것이 몇 번째인가요?]
[루크 선수가 공간을 줄이는 플레이도 좋았습니다. 공간이 없어요!]
[안 오블락 선수까지! 수비수들의 호흡도 좋습니다. 다들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란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렇게 전반전이 일방적으로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자… 위건에서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위건! 도박수를 두네요.”
김종일 코치의 말에 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건에서 미드필더 선수를 빼고 공격수를 추가로 투입한 것이다.
“그러면 진형은 4-3-3이 되겠네요?”
“하지만 사실상… 이제 위건은 무조건 공을 길게 찰 겁니다. 새로 투입된 공격수도 공중권 장악에 특기가 있고요.”
하지만, 대칸이 생각하기에는…….
“공중으로 공을 찰 기회나 제대로 있을까요?”
미드필더에서의 열세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위건에 있던 기회도 앗아갈 것이 예상되었다.
그리고 경기는 대칸의 예상대로… 웨스트 릴링 FC의 압도적인 분위기로 흘러갔다.
후반 22분.
미드필더에서 공을 잡고 있던 스트롱이 주변을 살펴보다가… 순간! 버나드와 눈빛이 마주쳤다.
펑!
그리고 버나드가 바로 뛰기 시작했다.
[멋진 스루패스!]
그리고 뒤처진 수비수를 두고서 버나드가 공을 잡았다. 그리고 계속 달렸다.
[버나드! 버나드! 버나드!!]
버나드는 거침없이 골대를 향해 달렸고, 골키퍼가 살짝 나오자 바로 공을 찼다.
펑~
[슛!]
“와!!”
버나드의 시원한 슛이 골망을 갈랐고, 모든 관중들이 웨스트 릴링 FC의 추가 골에 환호하였다.
2:0… 웨스트 릴링 FC의 승리는 점점 굳어져 갔다. 그리고 상대편인 위건 감독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마치 토마토처럼 터질 것 같아 보였다.
“야! 공을 잡으라고! 어떻게 해서든 잡아!! 밀라고!!”
감독의 지시가 거칠어지자, 선수들의 플레이도 조금씩 거칠어졌다.
[아! 강하게 부딪칩니다. 봄멜 선수와 안 선수가 부딪쳤어요.]
[안 오블락 선수, 다행히 일어납니다. 하지만, 표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아! 이건 뭔가요?]
[리플레이로 확인해 보니, 불필요한 반칙입니다. 그리고 아주! 아주 위험했어요! 조금만 잘못 떨어졌어도 크게 다쳤을 반칙입니다.]
[심판은 결국 옐로카드를 봄멜 선수에게 꺼냅니다.]
경기가 점점 거칠어지자, 대칸은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비를 위해 선수를 교체시켰다.
“칼슨 선수! 들어가세요. 흥분된 선수들을 진정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후반 30분, 안 오블락 선수가 칼슨 선수로 교체됩니다.]
[안 선수, 웨스트 릴링 FC에 이적하고 첫 경기인데 오늘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짝짝짝짝.
안 오블락은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나오지만, 아까 넘어졌던 고통이 아직 살짝 남아있어서 얼굴이 굳어있었다.
“수고했어!”
대칸과 코치들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안은 물을 마시면서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다들, 침착해! 천천히! 천천히 하자고!”
칼슨이 투입되자, 역시나…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이 침착함을 찾았다. 그가 가진 레전드 스킬의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었다.
[오… 웨스트 릴링 FC, 여유 있습니다. 아주 여유 있어요.]
[공을 돌리는데, 위건 선수들… 못 따라갑니다. 벌써 지쳤어요.]
[영리하게, 무리하지 않는 플레이! 확실한 공격 기회가 아니면 무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경기는 더욱 일방적으로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후반 36분!
[딜런 선수! 또 들어갑니다.]
공만 돌리던 딜런이 공을 몰고 들어갔다. 그리고.
[아! 튕겨나갑니다. 불도저예요!]
수비수를 빗겨내고, 더 깊이 들어갔다. 그러자, 수비수들이 사방에서 몰려왔다.
‘멘탈이 무너졌군.’
자신의 역할은 생각지도 않고 달려드는 수비수들의 모습에 딜런은 자신의 역할을 100%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탁!
[패스! 아!! 킬 패스입니다.]
딜런의 공은 에드워드의 발에 떨어졌는데… 그의 앞에는 수비수가 없었다. 딜런이 수비수들의 진형을 무너트린 것이다.
에드워드는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공을 두 번 툭툭 치고서는 바로 공을 때렸다.
[에드워드 슛!!]
거의 무회전에 가깝게 공이 골대로 날아갔고, 마지막에 미묘하게 휘어지면서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공이 통과했다.]
[골!! 에드워드 선수! 개막전에! 웨스트 릴링 FC의 승리를 확정 짓는 세 번째 골을 기록합니다.]
“젠장! 이런 제기랄 FXXK! FXXK! FXXK!!”
위건 감독은 애꿎은 물병을 차버린다. 그리고 계속해서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반대편 벤치에 있던 대칸과 눈이 마주친다.
“재수 없는 동양인!!”
그러고는 눈을 쭉 찢으면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 저러면 안 되죠?]
[감독이 저런 행동을 하면 선수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행동하겠습니까?]
모든 중계진들이 일제히 위건 감독을 비난했지만, 거칠고 나이 많은 꼰대 스타일의 영국 남자인 위건 감독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위건 감독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대칸은 속으로는 불타올랐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 화를 참고서 최대한 냉정하게… 그리고 그 타이밍에 칼슨과 눈이 마주쳤는데, 대칸은 그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기분 더럽네…….’
하지만 칼슨의 눈에는 그것이 신호로 보였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자신에게 하는 신호! 칼슨은 그 신호를 받고서는 위건 선수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안에게 거칠게 고의적으로 반칙했던 녀석이… 에이스인가?’
위건에서 그나마 사람답게 플레이하는 미드필드에 있는 봄멜… 하지만, 거친 플레이로 안에게 부상을 입혔던 그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칼슨 선수의 태클!! 아!!]
[봄멜 선수!!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칼슨 선수! 공을 걷어내는 태클입니다. 하지만, 봄멜 선수의 발목도 같이 건드립니다.]
심하게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발목은 민감한 부위였다. 그래서 대칸이 축구 매니저로 확인해 보자, 봄멜에게 3주 부상이라는 딱지가 붙어있었다.
“심판!! 퇴장이라고 퇴장!! 젠장, FXXK! FXXK!”
위건 감독은 실려 나오는 봄멜을 보고서는 이성을 잃고서 격렬하게 항의하다가, 대기심에게 경고를 받았다.
“뭐라고 경고? 이 쓰레기 새끼들아!!”
하지만, 그는 더욱 화를 내었고, 결국 퇴장까지 당했다.
[위건 감독… 오늘 정말 실망입니다.]
[상대편 감독을 비하한 것도 모자라서… 항의하다가 퇴장이라니요.]
[칼슨 선수의 태클은 공을 먼저 건드리는 정상적인 플레이였습니다.]
그렇게, 웨스트 릴링 FC는 개막전 홈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위건은 이 경기로 인하여 축구 협회의 경고성으로 과한 징계를 받았으며, 에이스인 봄멜의 부상으로 3주 동안, 단 1점의 승점도 얻지 못하였다.
대칸 감독을 무시한 대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