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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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십 리그 시작이 얼마 안 남은 이 시점에, 웨스트 릴링 FC의 마지막 팀 전력을 점검하기 위한 친선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 대상은 역시나 매년 전통적으로 한 번씩은 꼭 친선경기를 했던, 저번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에 잔류를 성공하여… 이제는 프리미어 리그의 안정권으로 평가받는 리즈유나이티드 FC였다.
리즈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앨런드 로드.
대칸 감독과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단이 앨런드 로드 구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광적인 리즈의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친선경기가 시작하기 다섯 시간 전인데도 그들은 대부분의 좌석을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Everyday, we're al gonna say.”
“We love you Leeds! Leeds! Leeds!”
리즈유나이티드의 공식 응원가인 Marching On Together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 웅장한 분위기에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감탄하였다.
“와, 정말 멋지네요.”
3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부르는 응원가에 압도된 것이다.
리그 1(3부 리그)에서도 대형 경기장을 가진 구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앨런드 로드에 가득한… 3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모두 한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그 장면이 주는 느낌은 뭔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더 압도적인 느낌이 들었다.
리즈유나이티드가 속해있는 프리미어 리그의 개막도 얼마 안 남았고, 웨스트 릴링 FC가 챔피언십 리그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리즈 팬들의 입장에서도 예전처럼 하부 리그 팀과의 몸을 푸는 친선경기가 아닌, 시즌 마지막 점검 같은… 출정식과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진지하게 리즈유나이티드를 응원하고 있었다.
대칸은 동요하는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에게 말했다.
“다들, 이제 익숙해져야지? 챔피언십 리그에는 이런 팀들이 넘친다고. 이런 대형 구장을 가진 팀도 많고.”
리그 2(4부 리그)나 리그 1(3부 리그)에서도 광적인 팬을 가진, 그들이 하는 응원은 많이 봤다. 하지만 대형 경기장, 3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가는 경기장을 가진 팀은 드물었다. 그래서 3만 명이 넘는 팬들의 광적이고 일방적인 응원을 처음 느껴보는 선수들이 당황하자, 대칸이 그들을 다독였다.
“뭐… 이 정도는 아직 별거 아닙니다. 경기에 들어가면 더해지죠. 더 과격해지고… 더 무서워지죠.”
임대로 리즈 팬들의 응원을 경험해 보았던 에드워드가 말을 더하자, 딜런도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이 앨런드 로드의 그라운드에 나가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칸과 코치진은 이미 이번 친선경기의 선발 선수들과 진형까지 정해서 경기장에 왔다.
FW : 에드워드 바커(429/482)
AM : 딜런 덱스터(434/465))
LMF : 샘 필립스(377/415), RMF : 버나드 스콧(419/414)
DM : 안 오블락(400/421)―스트롱 포터(378/396)
LWB : 토미 스미스(372/419), RWB : 가론 아망스(372/420)
DF : 대니얼 보얀(404/404)―루크 오니엔(390/390)
GK : 윌프로 드퍼(374/371)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웨스트 릴링 FC의 베스트 멤버! 그럼에도 대칸과 코치들은 마지막까지 리즈유나이티드 팀에 대한 분석을 하였다. 최대한, 실전처럼… 리그 진입에 앞서서 선수들의 진형과 능력에 맞춰서 경기를 준비하는 웨스트 릴링 FC였다.
그렇게, 경기장의 선수들을 살펴보던 대칸에게 익숙한 선수들이 다가왔다.
“대칸 감독님, 안녕하세요!”
“오! 마크, 오래간만이다. 키가 많이 컸네! 덩치도 많이 커졌고?”
이제는 예전의 어린 모습이 거의 사라진 마크가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었고.
“감독님! 저도 왔습니다.”
“알피! 이제는 거의 주전급이더라.”
리그 2에서 보냈던 시즌에 웨스트 릴링에 임대를 왔었던 알피 부시도 대칸에게 인사를 하였다.
두 선수는 대칸을 시작으로 코치들을 비롯한 선수들과도 인사를 나누었고, 오래간만에 코치로 복귀한 루이 코치와는 여러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긴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저번 시즌에 리즈로 임대를 갔었던 에드워드와 딜런도 리즈 코치진과 선수들과 인사를 주고받았고, 원 소속 팀이 리즈인 버나드도 당연히 친한 동료들과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대칸의 눈에 띄는, 유독 어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에드워드와 마크였다. 어릴 적 친한 친구였지만, 마크가 리즈로 이적한 이후에 약간 어색해진 모습… 저번 시즌에 에드워드가 리즈로 임대도 갔었지만, 두 사람은 아직도 살짝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왔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구호 한번 외치고 들어가자!”
주장인 대니얼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동그랗게 원형으로 모였다. 그러고는 모두 같이 외쳤다.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삐삑~
심판의 휘슬과 함께 웨스트 릴링 FC와 리즈유나이티드 FC의 친선경기가 시작되었다.
팟!
에드워드가 공을 뒤로 돌리면서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와!!”
“이 개자식들에게 본때를 보여줘라!!”
“달려들어! 개처럼 뛰라고!”
“리즈!! 리즈!! 리즈!!”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거대한 함성과 같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공을 잡은 선수는 딜런!
“모두 천천히! 침착하게!! 관중들의 개소리는 무시하고!”
천천히 공을 돌리면서 외치는 딜런이었다.
그라운드의 망나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당당한 그의 모습은 같은 편 선수들에게 신뢰를 주었다.
관중들의 응원에도 웨스트 릴링 FC는 안정적인 경기를 풀어갔다.
“지역 방어! 일단은 자신이 맡은 선수! 구역을 확인해!”
대니얼이 크게 외쳤지만, 관중들의 함성에 그 소리가 묻혀버렸다. 그리고 리즈의 공격수가 가론을 제치고 돌파하였다.
‘기회다!’
선발 출전한 마크는 중앙으로 같이 파고들면서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공이 오자, 바로 연계를 하려고 했는데.
탁~!
“하!”
마크에게 공이 올 것을 예측하고 있었던 안 오블락이 공을 빼앗았다.
안은 베테랑답게, 자신이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이 애송이만 잡으면 되는 거다.’
오늘 중앙 미드필더에서 볼 배급을 맡은 마크만 제대로 된 플레이를 못 하게 만들고.
펑~
연속적으로 공을 앞쪽으로 찔러주었다. 아깝게 속도가 살짝 맞지 않아서, 에드워드가 공을 잡지 못했지만, 에드워드는 박수를 쳐주었다.
“나이스! 아주 좋았어요!”
아직 호흡이 맞지 않아서 그렇지… 안 오블락의 플레이가 에드워드의 머릿속에 들어온다면, 좋은 공격 옵션이 될 것이다.
‘오늘 컨디션도 좋은데? 몸도 괜찮고!’
안은 대칸의 감독 스킬 덕분에 모든 신체 능력치가 향상되어 더욱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리즈의 코너킥 상황.
펑~
마크가 찬 공이 빠르고 날카롭게 올라왔다. 그리고 그 코너킥의 궤적을 보는 순간, 대니얼은 아차 싶었다.
‘젠장, 저 방향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를 향해서 공이 날아간 것이다. 하지만.
‘텅!’
웨스트 릴링 FC의 유니폼을 입은 다른 선수가 공을 머리로 걷어냈다. 그리고 대니얼이 외쳤다.
“좋았어!”
루크는 대니얼의 환호를 받으면서 살며시 웃었다.
루크 오니엔도 안 오블락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오늘 몸 상태가 아주 좋은데?’
감독 스킬로 신체 능력치가 상승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은 대니얼에게도 든든했다.
오랜 센터백 파트너였던 피터에게는 미안했지만, 루크의 중량감이 달랐다. 피터는 대니얼이 컨트롤하고 백업해야 하는 피지컬이 약한 수비수였다면, 루크는 알아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방금 전과 같은 코너킥의 공중 볼 상황은 몸싸움이 약하고 서전트 점프가 높지 않은 피터라면 걷어내지 못했을 상황이다. 하지만 루크는 대니얼이 신경 쓰지 않아도,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을 확실하게 방어하였다.
대칸의 감독 스킬을 체감하는 선수가 한 명 더 있었다.
‘어… 오늘… 이상하네. 너무… 몸이 너무! 가볍다.’
우측 윙백에 자리 잡은 토미는 컨디션이 너무 좋다고 느꼈다. 사실, 대칸이 확인한 그의 컨디션은 보통에 불과했지만, 대칸의 스킬 덕분에 신체 능력이 오르고…….
스킬 : 언더독 체질(U), 설명 : 팀 평균 전력이 낮으면 신체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그가 가진 스킬이 리즈라는 상위 팀을 상대로 발동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모든 신체 능력이 2씩 상승하였다.
전반전 36분, 토미가 공을 잡았다.
웨스트 릴링 FC의 골대와 가까운 깊은 지역에서 패스를 받은 토미, 그는 리즈의 선수들이 자신을 신경 쓰지 않고… 방심한다는 느낌을 받고서는 공을 몰고 들어갔다.
“어라? 마크해!”
리즈 선수들도 살짝 조심하는 느낌으로 그를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미드필더 선수가 더 접근하기 전에 토미가 빠르게 뛰었다.
타타탁!!
갑작스러운 사이드라인을 타고 들어오는 돌파에 리즈 선수들이 당황했다.
“막아!!”
하지만, 토미의 스피드는 아주 빨랐다. 그리고.
최악~
“핫!!”
반칙을 각오하고 들어오는 태클도 가볍게 공과 같이 뛰어서 피했다. 평소라면 하기 힘들었을 플레이지만, 오늘의 토니는 가능했다. 그리고 적진으로 들어가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에드워드가 보였다.
펑~
토니의 멋진 크로스가 나왔고, 그 공을 에드워드는 완벽한 볼 컨트롤로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다.
“젠장!!”
에드워드의 공격 능력을 아는 리즈 선수들이 협력 수비를 시도하려 했지만, 에드워드는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 백패스를 하였다.
“딜런!”
그리고 뒤에서 달려오던 딜런이 에드워드의 패스를 바로 때렸다.
펑~
딜런이 제대로 찬 공은 괴음과 함께 리즈의 골대로 향했고,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구석을 꿰뚫었다.
철렁~
웨스트 릴링 FC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선취점이 터졌다. 일방적인 리즈의 공격을 받다가, 역습 상황에서 터진 멋진 골!
“오우…….”
“아…….”
“하… 이럴 수가…….”
관중석에서는 탄식만 흘러나왔다. 웨스트 릴링 FC의 예상하지 못한 멋진 역습에 당한 것이다.
“좋았어~”
“딜런 굿 플레이!”
“멋진 슛이야!”
악역이 익숙한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은 조용히, 그리고 가볍게 딜런에게 축하하는 골 세리머니를 하였고, 딜런도 토미와 에드워드에게 박수를 치며 좋은 플레이였다고 말했다.
VIP 룸.
“와… 멋지게 한 방 먹었네요.”
라서프, 리즈유나이티드 단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있던 데이비드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저희 팀의 저력이 이 정도입니다.”
데이비드가 너무 크게 웃자, 아담이 눈치를 주고서는 말했다.
“운이 좋았네요.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으니… 결과는 모르겠습니다.”
아담의 말에도 라서프 단장은 탐욕이 가득한 눈빛으로 에드워드와 딜런을 바라보았다.
데이비드와 아담은 라서프 리즈 단장과 같이 VIP 룸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
라서프 단장은 아담에게 계속해서… 에드워드나 딜런의 이적, 그게 안 되면 임대라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토미를 시작으로 에드워드와 딜런이 만든 골이 터진 것이다.
“아담 단장님, 이번에는 임대 비용으로 30억(225만 유로)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번 시즌만 에드워드나 딜런을 저희 팀으로 보내주시면 안 됩니까?”
저번 시즌 잘 써먹었던 선수들이라, 더욱 욕심이 나는 라서프 단장이었다. 하지만 아담의 태도는 일관적이었다.
“이번 시즌! 아니 매 시즌! 저희 팀은 더 높은 곳을 노리고 있습니다. 저번 시즌과 같이 재정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팀의 핵심 선수를 보내드릴 수는 없죠.”
아담의 대쪽 같은 반응에 라서프 단장은 아쉬움을 표현하였다.
“아쉽네요. 아깝네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역할을 해주는 선수들인데…….”
그런 그의 말에 만족감을 느끼는 아담과 데이비드였다.
이날 친선경기는 결국 2:3으로 리즈유나이티드가 승리를 거두었다. 웨스트 릴링 FC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전체적인 기량은 열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 팀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웨스트 릴링 FC였고, 실전에 가까운 베스트 멤버를 가용해 본 좋은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