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 * *
AD 세우타의 홈구장인 호세 마르티네즈 피리 축구장에는 아침부터 관중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경기장 입구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샌리는 오래간만의 벌이에 신이 나있었다.
“오늘 친선경기가 있다고?”
“네, 영국 챔피언십 팀인 웨스트 릴링 FC와 경기가 있습니다.”
“오? 그래? 괜찮네?”
지나가던 사람들도 시간이 있으면 경기를 보고 싶어서 몰리면서 오래간만에… 경기장이 시끄러워졌다.
AD 세우타, 1956년에 창단된 팀으로 약소 팀으로 평가받는 팀이다. 저번 시즌에 스페인 4부 리그인 SPA T10에서 뛰었으며, 중간 순위를 기록하면서 이번 시즌에도 4부 리그에서 뛸 예정이었다.
이 지역의 준프로 선수들과 일부 외부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은… 성적은 평범했지만, 좋은 기후처럼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헤이~ 다들 오래간만이야!”
“다들 잘 지내셨죠!”
대부분 준프로 선수들은 개인 훈련을 하느라 오늘 처음 구단에 합류했고, 반갑게 안부 인사를 나누었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도 차를 타고 호세 마르티네즈 피리 축구장에 도착했다.
“자, 다들 나가자!”
“네!”
대니얼 주장의 호령에 따라,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했다. 편이 단 한 명도 없는 적지라고 긴장하고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오호~ 친구들 반가워!”
“좋은 경기 부탁해~”
“할라할라~”
관중들은 친근하게 웨스트 릴링 FC를 맞이해 주었다. 밝은 분위기의 관중들… 영국에서 독한 팬들만 경험했던 웨스트 릴링의 선수들에게는 당황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았다.
AD 세우타의 감독인 페란도 아주 활기차며 가식 없는 표정으로 대칸을 비롯한 웨스트 릴링 FC의 코치들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었다.
“세우타 감독인 페란입니다. 오늘 경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웃으면서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 대칸은 물론, 코치들도 경계를 자연스럽게 풀었다.
삐익~
심판의 휘슬과 함께 친선경기가 시작되었는데…….
“잘해라!”
“세우타~ 세우타~”
“좋은 경기 부탁한다!!”
온화한 성격의 팬들이 마치 축제처럼 환호성을 하며 경기를 관람했다.
“하… 정말 적응 안 되네…….”
광기에 가까운 팬들 사이에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했던… 에드워드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착한 관중들이었다.
친선경기는 아주 무난하게 흘러갔다. 특히, 세우타의 감독인 페란과 코치들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를 하고 있었다.
철렁~
에드워드의 첫 골이 전반 22분에 터졌다. 그런데… 세우타의 감독 페란은 격렬하게 칭찬의 박수를 쳤다.
짝짝짝.
“나이스 플레이! 멋진 돌파다!”
에드워드의 플레이에 박수를 쳤고.
“오호~ 저 녀석 잘하는데?”
“영국에서 유명한 선수라네요.”
“그래? 더 멋진 것을 보여줘라!”
관중들도 에드워드의 플레이에 환호했다.
“…….”
적진에서 골을 넣었는데… 환호라? 역시, 이해가 안 되는 에드워드였다.
세우타 페란 감독은 에드워드를 칭찬하고서는 자신의 선수들을 독려했다.
“다들 괜찮아. 좋았어! 개인기로 뚫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조직력 좋았어! 수비들은 계속 그런 폼 유지해!”
정말 교과서같이 자신의 선수들을 욕심 없이 양성하는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이 경기장의 분위기와 반대편 감독과 선수들의 매너 플레이에… 대칸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김종일 수석 코치도 조용히 대칸에게 말했다.
“이번 경기는… 악을 쓰며 선수들에게 지시하기 싫은 경기네요.”
“저도 그렇네요. 가만히 놔둬도 이기는 경기인데, 선수들도 그냥 축구를 즐기게 놔두죠.”
대칸도 모든 코치들과 선수들에게 편하게 경기하라고 지시했다.
“좋아, 좋아!”
“잘하고 있어!!”
“멋지다!! 최고다!!”
“굿 플레이!!”
경기장에는 칭찬만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관중들은 술을 마시면서 웃으며 경기를 관람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대칸도 그렇게 편하게 경기를 보다 보니…….
‘뭐야. 축구 매니저도 실행 안 하고 있었네?’
그래도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니, 축구 매니저를 실행하였다.
‘다행히, 우리 선수들에게 큰 문제는 없고.’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자, 대칸은 세우타 선수들을 살펴보았다.
‘대다수가 300에서 320 사이의 능력.’
평범한 하부 리그 선수들이 관찰되었다. 그러던 도중에 한 선수에게서 대칸의 시선이 멈추었다.
‘어? 저런 유망주가 있어? 그런데 벤치 멤버?’
줄리오 자코민(16살, 공격수-공미-윙, 310/446)
기술 106/156, 정신 109/170, 신체 95/120
스킬 : 인자기의 유전자(U), 설명 : 스트라이커 위치 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세부 설명 :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할 시에 골 결정력, 공 없을 때 움직임, 예측력, 집중력이 3 상승합니다.
대칸이 아주 괜찮은 유망주를 발견하였다.
대칸은 줄리오에 대한 상태 창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열여섯 살의 어린 선수의 잠재력이 저렇게 높아? 게다가 유니크 스킬까지? 이런 녀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것도 준프로네?’
대칸은 이 선수가 왜 주목을 못 받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체적인 조건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보통 하부 리그에 썩고 있는 인재들의 경우에 피지컬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줄리오는 신체적인 능력과 성장 가능성도 준수했다.
대칸은 신기한 듯 그에 대해서 자세히 관찰하였다.
그리고 후반전, 대칸은 그가 주목받지 못한 첫 번째 이유를 알았다.
“줄리오~ 오른쪽 윙으로 들어가! 네가 잘하는 것을, 너의 스피드를 보여달라고!”
세우타 페란 감독은 줄리오를 오른쪽 윙어로 출전시켰다. 그것도 사이드로 돌파해서 코너킥을 올리는 클래식 윙어로!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재능을 윙어로 사용하다니… 미치겠군!’
감독이 전혀 그와 맞지 않는 포지션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세우타의 주전 공격수는 330대 능력치를 가진 에이스! 그에게 밀린 줄리오는 윙어로 경기를 뛰고 있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니 평범한 아마추어 선수처럼 보이지.’
대칸은 줄리오가 왜 이 팀에 머물고 있는지 첫 번째 이유를 확인했다.
대칸은 경기 중에도 전화기를 꺼내서 레이첼에게 급하게 전화했다.
“레이첼!”
- 감독님? 지금 친선경기 중 아닌가요?
“네. 그런데 한 선수 조회해 주세요. 빨리 정보를 주세요.”
- 네, 세우타 팀 소속이죠? 선수 이름이랑 특징 말해보세요.
대칸이 이런 적이 많았기 때문에 레이첼은 익숙하게 대응하였고, 대칸은 줄리오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특징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10분 후.
대칸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감독님, 줄리오 선수의 프로필과 특징에 대해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레이첼의 문자에 대칸은 바로 메일을 열어서 줄리오에 대한 보고서를 확인하였다.
‘아…….’
줄리오가 완전히 다른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안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스페인에 있는 레알 소시에다드의 유소년 팀에서 3년 정도 있었다.
‘향수병이 심했군. 다른 유소년 선수와 갈등도 있었고, 게다가 그 당시에는 키까지 작다 보니, 잠재력도 낮게 평가되었고…….’
어릴 때 세우타의 축구 신동으로 불려서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열한 살부터 유소년 생활을 했던 줄리오는 3년의 유소년 선수 생활 동안 팀 내 동료들의 파벌 싸움에 중립을 지키다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았고, 그 과정에서 향수병까지 생겼다.
그런 줄리오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자, 레알 소시에다드 유소년 코치들은 그의 신체가 워낙 작다 보니, 성장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그를 순순히 놓아주었던 것이다.
그 후 줄리오는 고향인 세우타로 돌아와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면서 준프로 선수로 세우타 AD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와서 무려 20센티가 자랐네?’
이제는 181센티의 키를 가지게 되면서 신체적인 불리함은 사라졌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었네.’
향수병의 흔적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럼 영입해야지!”
대칸은 줄리오의 영입을 결심했다.
친선경기는 웨스트 릴링 FC의 4:1 승리로 종료되었다. 대패했지만, 세우타 페란 감독은 웃으면서 대칸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먼저 다가왔다.
“오늘 좋은 경기였습니다. 역시, 에드워드 선수는 멋진 선수군요! 화려한 기술에 빠른 스피드!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페란의 칭찬에 대칸도 웃으면서 칭찬을 넘겨주었다.
“세우타에도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군요. 이 팀이 왜 4부 리그에 머물고 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좋은 선수들과 좋은 분위기! 아마 이번 시즌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칸의 칭찬에 페란 감독이 웃으면서 제안했다.
“허허허!! 그렇게 저희 팀을 좋게 평가하신다면, 저희 선수들 영입을 조금 해가시죠? 허허허.”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대칸은 바로 받았다.
“네, 그래서 한 선수를 영입해 갈 생각입니다.”
“네?”
생각지도 못한 대칸의 말에 페란 감독이 놀랐다.
두 시간 뒤.
세우타 페란 감독은 줄리오를 데리고, AD 세우타 구단 건물 내 회의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줄리오 선수. 대칸 감독입니다.”
“아, 네…….”
방금 전 친선경기를 했던 팀의 감독이라 줄리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칸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대칸은 줄리오에게 말헀다.
“줄리오 선수, 혹시 에이전트가 있으신가요?”
현재, 줄리오에게 에이전트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대칸은 그에게 바로 급하게 준비한 가계약서를 꺼내었다. 그 종이에는 간략하게 줄리오에 대한 영입 제안 조건들이 있었다.
“저희는 줄리오 선수를 저희 팀의 선수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준프로인 자신을 영입한다는 말에… 줄리오는 어안이 벙벙했다.
“일단 줄리오 선수를 육성군으로 영입할 예정이며, 성장을 한 다음에 저희 팀의 주요 선수로 뛰게 할 겁니다.”
그러고는 금액을 강조했다.
“프로 계약치고는 대우가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가 있겠죠?”
대칸이 제안한 주급은 200만 원, 게다가 계약금 1억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준프로 선수가 꿈꾸던 계약 조건이었다.
줄리오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U-15에서 실패한 자신에게 2부 리그이긴 하지만, 챔피언십 소속인 웨스트 릴링 FC의 제안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런 줄리오의 상태를 보던, 대칸은 그에게 시간을 주었다.
“그러면, 제가 오늘은 제안만 하고 갈 테니, 보호자분과 상의하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페란 감독도 줄리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좋은 기회다! 하지만, 천천히 어머니와 이야기해 보고 결정하도록 해라.”
“네.”
줄리오는 대칸이 건넨 가계약서를 소중하게 손에 들었다.
줄리오의 집.
세우타의 외곽에 있는 작은 집… 이 집에서 줄리오는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었다.
“엄마! 나 왔어요!”
줄리오가 들어오자, 저녁을 준비하고 있던 엠마는 밝게 웃었다.
“그래? 오늘 경기 잘했어?”
“네.”
줄리오는 웃으면서 식탁에 앉았다.
줄리오와 엠마는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교도소에 들어가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경기를 보러 가지 못해서 미안해.”
세우타 교도소에 음식을 납품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엠마는 일이 바빠서 아들의 경기를 보러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줄리오는 전혀 상관없었다.
“친구들도 많고 내 팬들도 많아서 상관없어요. 그리고 정규 리그 경기도 아니잖아요.”
그러면서 줄리오는 엠마가 만든 스파게티를 입에 집어넣었고, 그런 그의 모습을 엠마는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줄리오는 웨스트 릴링 FC의 프로 계약을 제안받은 것을 자랑하고 싶으면서도… 말하는 것이 불안했다. 그가 스페인 본토로 넘어가서 고생했던 것을 엠마가 알고서는 너무나 후회했기 때문이다.
‘내가… 내 욕심에 너를 보내서… 미안하다.’
엠마가 했던 사과를 줄리오는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밥을 다 먹은 줄리오는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엄마.”
“응? 아들 무슨 일이야? 후식 줄까?”
전혀 예상도 못 하는 그녀에게 줄리오는 말했다.
“나, 오늘 프로 계약 제안받았어요.”
“뭐? 프로 계약?”
“네, 영국 챔피언십 팀인 웨스트 릴링 FC에서 저를 영입하고 싶어 해요.”
줄리오는 엠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고, 그녀는 크게 환호하며 말했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아이고 내 아들! 자랑스럽다!”
엠마는 엄청나게 기뻐했고, 줄리오는 예상과는 다른 그녀의 반응에 좋으면서도 궁금했다.
“어… 엄마? 제가 외지로 나가서 축구하는 거 걱정되지 않으세요?”
줄리오의 말에 엠마는 진심으로 말했다.
“아들, 우리 아들이 얼마나 축구를 하고 싶어 하는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어떻게 그걸 막겠어.”
“엄마…….”
울먹이는 줄리오에게 엠마는 안아주면서 말했다.
“나가서 하고 싶은 축구 마음껏, 걱정 없이 하렴.”
“네.”
그렇게, 줄리오의 웨스트 릴링 FC 행이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