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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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적 시장이 오픈되고 많은 팀들이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 헌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특히, 셰필드 웬즈데이에 새로운 구단주가 오면서… 많은 돈을 풀었기 때문에 챔피언십 레벨의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한 것이 큰 특징이었다.
만약, 대칸이 초반에 영입한 토미 스미스도 지금 영입하려고 했다면 훨씬 많은 가격을 주고 영입해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시끄럽고 정신없는 이적 시장에서 웨스트 릴링 FC는 초반에 세 명의 선수를 이적시킨 것 외에는 다른 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대칸 감독은 아담 단장을 비롯한 운영 팀에 자신의 영입 전략을 미리 전달해서 허락을 받은 상태였고, 그 전략에 따라 천천히 선수 영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의 선수 영입 모토는 필요한 즉전감 선수를 정확하게 영입하자, 그 외에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선수 영입이었다.
“레이첼 수석 스카우터님, FA 선수들은 확인하고 있죠?”
“네, 시장이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챔피언십에서 활약이 가능한 FA 선수들의 리스트는 체크하고 있습니다.”
FA 영입 전략은 매우 단순했다. 다른 구단이 노리는 어리고 유망하고 능력 있는… 비싼 선수들의 영입은 이미 포기했다. 계약금과 주급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 이적 시장이 끝나갈 무렵에 다른 구단과 계약하지 못한 수준급 선수들과 협상을 통한 영입을 대칸은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육성군 모집 계획은 실행되고 있나요?”
대칸의 두 번째 질문에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말했다.
“네, 특급 외부 스카우트들을 고용했고, 그들은 감독님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칸은 다른 구단의 유망주들을 영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른 구단이… 잉글랜드를 넘어선 다른 나라의 구단이라는 것이 이번 준비의 특징이었다.
대칸이 유망주를 잘 알아본다는 것은 이미 잉글랜드 리그의 축구 전문가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칸이 여태까지는 하부 리그 소속 팀의 감독이었기 때문에 리그 밖에서 명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대칸이 최대한 적은 금액을 주고 유망주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영국이지만 약간 다른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아일랜드 유소년 팀을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잉글랜드가 아닌 타 지역 유소년 팀의 유망주들을 노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대칸은 서류를 보면서 레이첼에게 물었다.
“그럼, 내일 제가 가볼 첫 번째 팀은?”
“비교적 가까운 스코틀랜드의 셀틱 FC와 레인저스 FC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최고 명문인 셀틱 FC와 그 라이벌이자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최다 우승 팀인 레인저스 FC였다. 외부 스카우트를 통해서 두 팀의 유소년의 훈련 일정을 입수하였으며, 대칸이 직접 유소년들을 관찰할 예정이었다.
“다음은?”
“웨일스 지역의 더 뉴 세인츠 FC 유소년 팀의 연습 경기입니다.”
웨일스 지역의 컴리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더 뉴 세인트 FC 외에는 괜찮은 팀이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 더 뉴 세인트 FC 유소년 팀의 연습 경기 일정을 알아냈고, 대칸은 그 경기를 관람하고 영입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마지막은 아일랜드인가요?”
“네, 리그 오브 아일랜드 퍼스트 디비전에는 던도크 FC와 코크 시티 FC가 강팀으로 있습니다. 두 팀의 유소년들을 살펴보실 예정입니다.”
아일랜드 지역의 스카우트는 리그의 최다 우승 팀인 던도크 FC와 그런 던도크에 밀려서 만년 2인자의 자리에 있는 코크 시티 FC의 유소년 팀의 훈련을 직접 방문하여 살펴볼 기회를 마련하였다.
스코틀랜드, 웨일스, 그리고 아일랜드의 모든 유소년 선수들을 살펴볼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위권 팀의 유소년 선수들을 관찰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아직 프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유소년 선수들과 협상을 통해서 웨스트 릴링 FC의 육성군으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다음 날.
대칸은 레이첼과 함께 바로 스코틀랜드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허허허, 안녕하세요. 지미입니다.”
스코틀랜드의 토박이이자, 이 지역의 선수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지미 스카우트가 대칸과 레이첼을 맞이하였다.
지미 스카우트는 먼저 셀틱의 훈련장이 있는 글래스고로 이동하였다.
“모두 아시겠지만, 셀틱은 스코틀랜드의 최고의 팀이며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도 들어 올린 명문 팀입니다.”
이동하면서 그는 계속해서 설명을 더했다.
“셀틱의 유소년 시스템은 상당히 뛰어난 편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유소년 선수에 대한 보호도 뛰어난 편이지요.”
그러고는 대칸을 보고서는 말을 더했다.
“아마, 싹수가 보이는 선수라면 대부분이 프로 계약을 체결했을 것입니다.”
지미의 말… 좋은 선수를 구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말에도 대칸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래도 찾아야죠.”
대칸의 심정과 딱 맞는 말이었다. 6부 리그부터 챔피언십까지… 항상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흙 속에 숨겨져 있던 진주를 찾아서 팀을 운영하는 일은… 대칸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지미의 차가 셀틱의 홈구장인 셀틱 파크를 지나쳐서 그 옆에 있는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훈련장에는 유소년 선수들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와… 사람이 많네요.”
레이첼의 감탄처럼… 셀틱 유소년 축구단이 훈련하는 훈련장의 외곽에는 팀을 응원하는 많은 지역 팬들이 훈련을 구경하고 있었다.
“팬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네요.”
그런데 역시나… 대칸 감독의 말처럼, 대충 봐도 타 팀 스카우트나 에이전트들도 간간이 보였다.
대칸 감독 일행은 훈련장이 잘 보이는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서는 선수들을 관찰했다.
지미 스카우트는 대칸과 레이첼이 프로 계약이 아닌 선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아서 유소년 계약 선수들에 대해서 콕 집어서 설명을 했다.
“라말 선수가 괜찮습니다. 윙백과 수비 포지션이 소화가 가능하며, 경험도 많은 편입니다. 저기 저쪽에 있습니다.”
지미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있는 라말… 그의 능력치는 346/372. 당장의 기량은 좋은 편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는 선수였다.
‘셀틱… 코치들과 스태프들이 바보는 아니지.’
그냥 프로 계약을 하지 않고 두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탈락이었다.
지미는 대칸이 라말에게 관심이 없음을 바로 캐치하고서는 다른 선수를 가리켰다.
“맥과이어 슈미트 선수는 어떻게 보이십니까? 나이가 스무 살이긴 하지만 무난한 미드필더입니다. 수미나 중미에서의 적응력도 상당합니다.”
맥과이어 슈미트(20살, 미드필더, 344/386)
기술 117/132, 정신 126/141, 신체 101/113
‘나쁘진 않지만… 애매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선수가 있네? 프리미어 리그에서 경쟁력은 없겠지만, 챔피언십 레벨은 충분해 보이네. 프로 계약을 맺으면 이득이겠는데?’
대칸은 이 정도 선수가 왜 프로 계약을 하지 않았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런데… 셀틱 유소년 훈련장을 살펴보다가… 이해했다.
‘경쟁자들이 미쳤네.’
셀틱 미드필더 유소년들과 U-23 선수들의 잠재 능력이… 모두 400을 넘었고, 440대 선수도 있었다.
“레이첼, 맥과이어 슈미트 선수 메모해 주세요.”
“네.”
대칸의 말에 지미는 자신이 역할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첫 번째 영입 선수가 결정되었다.
지미는 셀틱에 있는 대부분의 유소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프로 계약을 하지 않은 괜찮은 선수에 대해서 여러 명을 추천하였지만…….
‘셀틱에 쓸 만한 유망주들은… 대부분이 프로 계약을 체결했군.’
대칸이 살펴보니, 셀틱의 코치들과 스태프들이 일을 똑바로 하고 있는지… 잠재 능력이 높은 유망주는 보는 족족 프로 계약이었다.
그런데!
‘찾았다.’
대칸의 눈에 한 선수가 들어왔다.
린든 오셔(16살, 미드필더-수비수, 319/419)
기술 121/163, 정신 108/154, 신체 90/102
스킬 : 프리킥 장인(R), 설명 : 프리킥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세부 설명 : 프리킥 능력치가 3 상승합니다.
그냥 보면… 너무나 가냘픈 몸에 작은 키가 특징적인 선수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이 매우 뛰어나고 성장 기대치도 높은 선수였다. 하지만 너무 신체적인 스펙이 떨어졌다.
“저기 드리블하는 선수는 어떤가요?”
대칸의 질문에 지미는 린든을 보고서는 말했다.
“아… 린든 오셔 선수요? 어린 나이에 발재간이 매우 좋은 선수죠. 하지만…….”
“하지만?”
지미는 대칸을 보면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감독님이 눈으로 지금 보셔도 아시지만,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입니다.”
잉글랜드… 아니 영국 전체 프로 축구팀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신체적인 스펙이었다. 아무리 현대 축구가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전술적인 분석이 중요해졌다고는 해도 축구 선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적인 능력이었다.
그러다 보니 신체적인 스펙이 떨어지는 유소년들이 저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았고, 린든도 그런 케이스였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몸싸움이 안 될 것 같은 체구에 작은 키는… 프로 선수로서 성공이 힘들었다.
하지만 대칸은 그런 선수 영입을 선호했다. 그가 가진 감독 스킬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이 컸고, 신체적인 불리함을 극복할 만큼 린든의 기술 잠재 능력치는 높았다.
특히, 그가 가진 스킬과 기술 능력치로 프리킥 20을 찍었을 때… 그의 기대치는 매우 높았다.
대칸은 레이첼에게 또 말했다.
“저, 린든 선수도 영입 리스트에 넣으시죠.”
“네.”
대칸의 말에 지미는 약간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10분 정도… 대칸이 셀틱 유소년 팀의 훈련을 더 보다가, 말했다.
“이제 더 볼 것은 없어 보이네요. 지미 스카우트님은 두 선수와 협상 테이블을 열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대칸의 질문에 지미는 바로 대답했다.
“맥과이어 슈미트 선수는 스코틀랜드 현지 에이전트가 있습니다. 아마 오늘 저녁에라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린든 선수는…….”
지미가 수첩을 한참 뒤적이다가 말했다.
“에이전트가 없는 상태입니다. 다행히 부모님 연락처가 있군요. 선수의 아버지를 통해 계약을 요청해 보죠.”
확실히 지미는 스코틀랜드에서는 정보가 많은 스카우트였다.
그날 저녁.
맥과이어 선수는 그의 에이전트와 함께 대칸 일행을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그 장소에서 먼저 대기하고 있었다.
“헤이 맥, 긴장하지 말고 내가 말했지? 널 알아봐 주는 팀이 나타날 거라고?”
스무 살까지 프로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맥과이어는 항상 자신이 부족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셀틱에서의 같은 포지션 경쟁자들이 440포텐과 430포텐이었으니… 스스로 한계를 느꼈던 것이다.
그런 경쟁자들 때문에 맥과이어가 더 인정받지 못했던 경향도 있었다.
“그래도, 셀틱에서 인정받고 싶었는데…….”
맥과이어의 아쉬워하는 말에 에이전트는 ‘널 알아주는 팀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렇게 맥과이어와 그의 에이전트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에 대칸을 비롯한 레이첼과 지미까지 나타났다.
지미의 소개로 대칸 일행은 맥과이어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바로 계약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셀틱에서는 맥과이어 선수가 다른 팀과 프로 계약을 해도 괜찮다는 의사 표현을 분명하게 했었습니다. 그러니 바로 계약 이야기를 하시죠?”
맥과이어의 에이전트는 바로 원하는 계약 조건을 말했다.
“3년 계약에 계약금 2억, 주급 700만 원, 거기에 바이아웃 100억을 요구합니다.”
정석적인 계약을 요구하는 그의 에이전트의 말에 레이첼은 세부 계약 조건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저희 구단에서 준비한 계약은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3억, 주급 500만 원입니다. 일부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맥과이어의 에이전트와 레이첼은 계속해서 세부 협상에 들어갔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와는 다르게, 맥과이어가 대칸 감독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감독님, 제가 그 팀에 가면 당장 경기에서 뛸 수가 있나요?”
대칸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마 25인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경기에 나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겠지, 그래서 U-23 경기를 뛰면서 내년을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런 대칸의 말에 맥과이어는 불안했지만, 솔직하게 더 물어보았다.
“그럼 제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요? 훈련만으로… 제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맥과이어는 불안했다. 셀틱에서 천재적인 다른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그리고 그 한계를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경기를 뛰고 싶었던 조급함이 같이 몰려왔던 것이다.
맥의 불안한 마음에서 나온 질문에 대칸은 대답했다.
“너의 한계? 그래, 선수라면 한계가 있지. 하지만 나만 믿고 따라온다면… 네가 생각한 것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내 밑에서는 가능해.”
선수들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자신의 감독 스킬이 있다면 챔피언십 레벨의 선수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게 만들 수 있는 대칸이었다.
그런 대칸의 말에 맥과이어는 살짝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웨스트 릴링 FC와 맥과이어의 계약은 이날 바로 이루어졌다. 에이전트는 웨스트 릴링 FC의 계약 조건을 가지고… 다른 팀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웨스트 릴링 FC의 입장에서는 에이전트들이 간 보는 것이 싫어서 바로 협상을 요구했다.
게다가 맥과이어도 계약을 원해서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3억 5천만 원, 주급 500만 원, 바이아웃 100억(750만 유로)에 적당한 옵션을 추가로 적용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