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 거대한 유혹 】
웨스트 릴링 FC는 승격이 확정되자 바로 다음 시즌인 챔피언십 리그에서의 경기 준비에 들어갔다.
대칸은 선수단 방출과 영입을 비롯한 전술적인 부분을 검토하였고, 이제는 완전히 언론과 방송에 익숙해진 데이비드는 여러 방송에 나와서 웨스트 릴링 FC를 홍보하느라 바빴다.
아담은 여태까지 모았던 돈으로 새로운 구장 건설 1년 차 중도금 100억(750만 유로)을 지불하였다. 겨울 이적 시장에 선수들을 팔았던 돈과 리그 1, 리그 컵 대회, 그리고 FA 컵 대회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100억(750만 유로)을 만들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엄청난 돈이 들어간 웨스트 릴링 FC의 신구장 공사 현장을 방문하였다.
신구장 공사 현장.
“허허허, 어서 오십시오.”
공사장 관리자는 아담을 맞이해 주었고, 아담은 형식적인 악수와 인사를 하였다. 그러고는 공사 현장을 지켜보았다.
“경기장… 부지가 엄청나군요.”
“네, 이제 터 공사, 부지를 다지는 공사가 끝나갑니다.”
엄청난 규모의 공사장… 그런데 공사가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건물이 거의 올라가 있지 않았다.
공사장 관리자는 아담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설명을 하였다.
“여태까지 터를 다지는 지반 공사와 지하 시설 공사를 완료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대규모 경기장을 건설하는 일이다 보니, 지반을 다지는 작업이 많이 요구되었습니다.”
넓은 부지에 지하 1층에 지상 1층으로 설계된 경기장은 연면적 4만 제곱미터를 자랑하는 대규모 경기장이었다. 지금 이 예정된 규모에서도 무려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올 수가 있었고, 향후 지상 4층까지 확장한다면 7만 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 가능한… 프리미어 리그 팀들도 가지고 있지 않은 대규모 경기장이었다.
이런 500억(3,750만 유로)짜리 경기장의 기초공사 시간이 길 수밖에 없었다. 아담도 이런 사실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면서 말했다.
“저희 구장 건설에 특별히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네, 당연하죠.”
경기장 공사 현장을 나서면서 아담은 웨스트 릴링 FC의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즐거운 상상을 하였다.
대규모 경기장…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웨스트 릴링 FC의 환상적인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진 것이다.
이 모든 것에는 저번 시즌의 위기에도 승격을 성공한 대칸 감독의 공이 컸다.
“하… 그런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았구나.”
작년 은행의 대출 100억(750만 유로)과 내년에 지불할 준공금 150억(1,125만 유로)이 남은 미션이었지만, 그래도 아담은 충분히 할 만하다는 생각에 희망이 가득했다.
아담이 경기장 공사장을 갔다가 사무실로 돌아오니, 운영 팀장인 윌리엄이 급하게 그에게 보고했다.
“단장님, 손님이 방문하셨습니다.”
“손님?”
“네, 그게… 손님께서…….”
운영 팀장 윌리엄은 잠시 뜸을 들이고서는 말했다.
“웨스트 릴링 FC… 우리 구단을 인수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아담의 눈이 커졌다.
단장실.
아담이 옷차림을 다듬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자, 윌리엄이 직접 손님 일행을 모시고 방으로 들어왔다.
손님 일행은 늙은 중국 부호와 젊은 그의 여자 비서, 그리고 비서 겸 변호사인 동양인 남자였다. 아담은 자연스럽게 늙은 중국인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면서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십니까! 웨스트 릴링 FC의 최대 주주이자, 단장인 아담 바커입니다.”
아담의 정식 인사에 영어를 전혀 못하는 중국 부호는 악수를 받았지만, 대답은 그를 대신해서 그의 비서가 하였다.
“마화윙 회장님께서도 아담 단장님을 만나서 반갑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마화윙 회장, 그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사업을 하는 화교였다. 그런 그에게는 환산하기 어려운 재산이 많아서 정확한 공식적인 재산이 산정이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거부였다.
마화윙 회장과 그 일행은 단장실의 테이블에 앉아서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본론을 이야기하였다.
“저희 회장님께서는 웨스트 릴링 FC를 인수하기를 원하십니다.”
여비서의 말에 아담은 겉으로는 여전히 웃으면서 담담하게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웨스트 릴링 FC를 팔 생각이 없습니다.”
아담이 너무 간단하게 거절하자, 비서가 되물었다.
“금액도 안 들으셨는데? 그리고 주주분들의 의향을 안 들으셔도 되나요?”
구단의 최대 주주이자, 다른 주주들의 의사를 대신할 권한이 아담에게 있었기 때문에 괜찮다는 식으로 아담이 다시 대답하자, 그녀의 옆에 있던 남자 비서가 추가로 말했다.
“저희 마화윙 회장님께서 웨스트 릴링 FC를 인수하기 위해 준비한 금액은 2,100억(15,750만 유로)입니다.”
“……!”
아무리 판매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아담이라지만, 금액에 일단 입이 쩍 벌어졌다.
아무리 최근 들어서 축구 선수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축구 구단의 가치가 높아졌다지만,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이제 승격한 구단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웨스트 릴링 FC의 시장가격은 절대로 1,000억(7,500만 유로)을 넘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마화윙 회장의 제안이 더욱 엄청나고 대단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아담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어떻게 이런 금액을 제안하신 거죠?”
남자 비서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희가 판단하기에 웨스트 릴링 FC의 가치는 850억(6,375만 유로) 정도로 측정됩니다. 하지만 유망주들의 성장세가 높고 세계적인 선수인 에드워드와 딜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구장 건설까지 고려해서 높은 가치를 측정했습니다.”
“…….”
이미 웨스트 릴링 FC의 높은 가치를 모두 고려한 마화윙 회장의 비서였다.
“그래도 지금 금액이 엄청난 오버페이라는 것은 아시죠?”
여비서의 말에 아담은 절로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엄청난 금액에… 아담은 그 자리에서 대답을 할 수 없었고, 마화윙 회장의 일행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3일 뒤에 다시 방문하겠다고 하면서 아담의 단장실에서 나갔다.
“2,100억(15,750만 유로)…….”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금액에 단장실에 남은 아담은 한참 동안 온갖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날 저녁, 아담은 주주들… 대칸과 데이비드를 소환하여 긴급 회담을 추진하였다.
“2,100억(15,750만 유로)요?”
엄청난 액수에 데이비드는 일단 육성으로 놀라움을 표현하였고 대칸도 커다란 눈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아담은 상황을 추가적으로 설명하였다.
“마화윙 회장의 제안… 솔직히 너무 엄청난 금액이라서… 저 혼자서 결정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2,100억(15,750만 유로)이라는 거금으로 구단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은 아담이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안건이 아니었다.
웨스트 릴링 FC는 대칸과 데이비드가 10억(75만 유로)도 안 되는 자금으로 인수했던 구단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6부 리그 소속의 팀에 불과했고, 선수들의 자원도 매우 열악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많은 양질의 선수를 영입하거나 발굴하였으며, 주주들의 300억(2,250만 유로)이 넘는 투자가 이어졌다. 게다가 새로운 대규모 경기장 건설까지 추진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2,100억(15,750만 유로)은 엄청난 금액이었다.
구단을 팔고서 돈방석에 앉을 수 있는 기회… 작년에 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던 아담의 입장에서는 안 흔들릴 수가 없었다.
아담은 솔직한 마음을 먼저 말했다.
“저는… 이번 구단 매각을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2,100억(15,750만 유로)이라는 거금은 아무리 지역 유지였던 아담이라고 해도 상상하기 힘든 금액이다. 이런 금액에 인수를 하겠다는 제안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무조건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아담의 말에 대칸과 데이비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졌다.
이성적으로는 판매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여태까지 힘겹게 챔피언십까지 올려놓은 팀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축구 매니저라는 능력을 감안하면, 더 가치가 높은 팀으로 만들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을 투자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구단을 팔고 다른 구단을 인수해서 성장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인 상황까지 온 것이다.
대칸이 한참 고민하는 동안에… 데이비드가 의외로 다른 것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구단을 팔아도 축구 매니저 능력은 계속되는 건가?”
“……!”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데이비드가 체크하였고, 그런 그의 말에 축구 매니저가 즉각 메시지로 대답했다.
[웨스트 릴링 FC를 판매할 경우에도 축구 매니저 능력을 원래 가지고 계셨던 대칸 님과 데이비드 님은 여전히 가지고 계십니다.]
“그럼? 아담은?”
대칸의 질문에 축구 매니저는 역시나 정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아담 유저는 더 이상 축구 매니저 능력을 가지실 수 없습니다.]
“…….”
[아담 유저는 웨스트 릴링 FC라는 구단을 운영하면서 받은 능력이라, 타 구단에서는 적용이 안 됩니다.]
아담은 웨스트 릴링의 특수한 상황… 구단주인 에드워드보다 단장인 아담이 더욱 구단 운영에 많이 관여했기 때문에 주어졌던 권한이었다. 그래서 다른 팀으로 이동할 경우 그 권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축구 매니저의 메시지였다.
이러한 축구 매니저의 메시지에…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2,100억(15,750만 유로)이라는 돈은 엄청나지만, 아담이 축구 매니저 능력을 잃는다면 완전 다른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데이비드가 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이 의견을 내뱉었다.
“그럼, 더 고민할 것도 없네요.”
데이비드는 다른 두 사람을 보면서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돈보다는 능력이죠! 아닌가요? 대칸 형님? 아버지?”
데이비드의 말대로 2,100억(15,750만 유로)은 엄청난 돈이었지만, 축구 매니저의 능력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축구에 있어서 초능력 이상의 능력… 축구 매니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2,100억(15,750만 유로)? 우리 능력이라면 조가 넘는 구단도 만들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가 오래간만에 맞는 말을 하였다. 그의 말대로 축구 매니저의 능력이라면 현재 웨스트 릴링 FC의 구단 가치는 숫자에 불과했다.
“우리 모두! 해보죠! 프리미어 리그 우승,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 만들어 보죠! 유럽을 제패하자고요!”
데이비드의 말에 다른 두 사람… 대칸과 아담도 동의를 하면서 다시 해보자는 생각을 다졌다.
- 안 팔도록 하겠습니다.
“네?”
전화기로 들려오는 아담의 말에 여비서는 놀라서 되물었다. 그러자, 남비서가 대신해서 전화를 받아서는 물었다.
“무려 2,100억(15,750만 유로)입니다! 저희 마화윙 회장님께서는 축하하는 의미로 거액의 선물도 준비해 놓으신 상태입니다.”
- 죄송합니다만, 뭐라고 말씀하셔도 구단을 팔 생각은 없습니다.
“단장님? 단장님?”
그렇게 아담은 미안하다면서 전화를 끊어버렸고…….
그 전화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화윙 회장은 얼굴에 힘줄이 드러난 표정으로 말했다.
“뭐? …안 판다고?”
“네, 금액을 더 올려도 팔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마화윙은 들고 있던 술잔을 집어 던졌고, 그 잔이 벽에 부딪쳐서 산산조각이 나자… 그 파편을 보면서 말했다.
“두고 보자고… 저 술잔처럼 박살 내줄 테니…….”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웨스트 릴링 FC에 대한 보복을 생각하는 마화윙 회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