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기자회견.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임시로 만든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대칸 감독님 승격을 축하드립니다. 한 말씀 해주시죠.”
기자의 질문에 대칸은 6부 리그 때부터… 여태까지의 일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감상을 말했다.
“아직 이게 현실인가 싶네요. 솔직히… 너무 기뻐서… 제대로 말이 안 나옵니다.”
그러고는 잠시 물을 먹고서는 진정하고 말을 이었다.
“먼저 항상 응원해 준 웨스트 릴링 FC의 팬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번 시즌… 저희 팀은 여러 일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믿고 따라준 선수들… 코치들과 스태프들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저희에게 최고의 영광의 순간은 아닙니다. 저희 웨스트 릴링 FC가 간신히 2등이라는 성적으로 챔피언십으로 승격했습니다만 저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라는 거대한 산을 오르기 위해 계속해서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그러고는 프레스룸 구석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던 아담과 데이비드를 보고서 외쳤다.
“여태까지 고생하신 아담 단장님과 데이비드 구단주님!! 이제 우리 더 높은 곳으로 같이 올라가시죠!”
그런 대칸의 말에 아담과 데이비드는 웃음으로 대답하였고, 기자들은 그런 아담과 데이비드의 모습도 사진으로 찍었다.
그 시각… 어느 중국인 부호의 회장실.
“마화윙 회장님, 영국 리그 2의 두 번째 승격 팀이 결정되었습니다.”
비서의 말에 그는 보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래?”
“네, 지금 인터뷰 중입니다.”
비서는 바로 TV를 켜서 대칸과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승격 인터뷰를 하는 생중계를 마화윙 회장에게 보여주었다.
“흠…….”
마화윙은 대칸의 인터뷰를 보고서는 비서에게 물었다.
“저 팀이 하부 리그부터 챔피언십까지 바로 승격한 팀이라고?”
“네, 6부 리그인 컨퍼런스 북부 리그부터 2부 리그인 챔피언십까지 바로 승격한 신화적인 팀입니다.”
마화윙은 비서가 가져온 서류를 슬쩍 보고서는 말했다.
“호오? 생각보다 괜찮은 팀인데? 더 자세히 조사해서 보고해!”
“네.”
웨스트 릴링 FC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생겼다.
* * *
피융~ 피융~
펑~ 펑~
“와~”
웨스트 릴링 FC의 승격을 축하하는 거대한 불꽃이 하늘을 갈랐다. 그리고 웨스트 릴링 지역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대규모 파티가 열렸다. 이번 시즌에는 비록 리그 우승은 못 했지만, 챔피언십 승격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고 이것을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는 파티였다.
“마셔~ 마시라고! 죽도록 마시자고!”
이번에도 아담은 작정하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구입해 놓았고 사람들은 무료로 술을 먹었다.
“무료입니다! 무료 음식 드시고 가세요!”
웨스트 릴링 FC와 협의한 음식점들은 작년과는 다르게 가벼운 안주들 위주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넉넉하게 준비해서 사람들에게 음식까지 무료로 제공하였다.
이번 승격 파티에는 이벤트도 여러 가지 준비되어 있었다.
“맥주 마시기 대회입니다. 현재 최고 기록자는 일곱 잔입니다! 여덟 잔 마시는 분! 상금 100유로 드립니다!”
대형 맥주잔을 들고서 주량을 겨루는 대회가 열렸고.
“웨스트 릴링 FC 응원가를 가장 크게 부르는 분께 고급 양주 상품 나갑니다!”
응원가의 데시벨이 가장 높은 사람을 뽑기도 했고.
“자자~ 돈 놓고 돈 먹기입니다! 정확하게 에드워드가 그려진 구슬이 있는 곳을 맞히시면 두 배 드립니다.”
전형적인 야바위꾼들까지 등장하였다.
이런 식으로 웨스트 릴링 지역의 곳곳에서 크고 작은 이벤트가 있었고… 단장인 아담은 웨스트 릴링 중앙 거리에서 미쳐가고 있었다.
촤악~ 쏴~
“다들 맥주 세례와 함께 소리 질러~”
“오우~ 그레이트!”
“와!!”
아담은 거대한 맥주 트럭에 호스를 연결해서 사람들에게 맥주를 물처럼 마구 뿌리고 있었고.
삐삑비삑~
초청한 유명 DJ가 옆에서 음악을 틀면서 파티 클럽 분위기까지 조성하였다.
“호우~”
그리고 거의 벗다시피 한 여자들은 맥주를 입으로는 마시고 몸으로는 맞으면서 춤을 추었고, 그런 분위기에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맥주로 샤워하면서 여자들에게 딱 달라붙어서 찐하게 춤을 추었다.
“나이스~ 좋다! 좋아!! 나도 참여한다!”
대니얼도 미친 듯이 흔들며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었고.
“대니얼! 대니얼!”
환호를 받으며 여자들과 함께 맥주로 샤워를 하면서 춤을 추었다. 그리고 그 외 다른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도 수많은 팬들의 환호와 함께 춤을 추며 승격 파티를 즐겼다.
흥분과 열정의 중앙 거리와는 다르게 외곽 거리는 상대적으로 조금 정돈된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웨스트 릴링 FC의 승리를 축하하였다. 그러다가 한 테이블에서…….
“웨스트!”
를 외치자, 다른 테이블에서.
“릴링!!”
그러고는.
“고! 고! 고!”
를 동시에 외치며 신나게 승리의 기쁨을 즐겼다. 그리고 이 웨스트 릴링 지역의 파티 현장에는 당연히 외부 사람들과 한국 팬들도 같이 있었고 그들도 같이 즐겁게 파티를 즐겼다.
저녁 열 시.
“하… 으…….”
한참 웨스트 릴링 마을 사람들에게 끌려다니면서 술을 마시던 대칸이 사람들에게서 벗어났다.
“아우… 죽겠네.”
아무리 주량이 센 대칸이라고 해도… 엄청난 술 세례… 무려 네 시간 동안의 폭음으로 인하여 술기운이 많이 올라온 상태였다.
“도망친 게 다행이네… 아오, 죽겠다.”
그래서 대칸은 간신히 사람들 사이에서 도망쳤고, 빈 테이블에 놓인 냉수를 마시고는 정신을 차리고 멀리서 중앙 거리를 바라보았다.
파티가 시작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선수들과 웨스트 릴링 마을 사람들, 수많은 외지인들은 여전히 흥겹게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있었다.
“마셔~ 마시라고~”
술에 취한 아담은 커다란 위스키병을 들고 다니면서 모든 선수들에게 한 잔씩 권유하고 있었고.
“저희도 같이 마십시다~”
파티에 참석한 BJ 축구광과 김종일 수석 코치도 아담과 같이 다니면서 분위기를 즐겼다.
철썩철썩.
“이랴~ 이랴~”
술에 취한 BJ 예지는 대니얼의 등에 올라타서는 자신의 가방 줄을 채찍 삼아서 대니얼를 때렸고,
“히잉~ 이히잉~”
대니얼도 술에 취해 엎드린 자세로 말소리를 내었다.
“하하하하.”
그리고 그 모습을 사람들은 배꼽이 빠져라 웃으면서 보았다.
“저, 같이 춤추실래요?”
“아니요.”
“저… 연락처라도?”
“안 됩니다.”
“에드워드 선수! 사진이라도…….”
“사진만 허락해 드리겠습니다.”
최고 인기 스타인 에드워드는 수많은 여자들에게 대시를 받았지만 철벽 방어를 하면서 동료들과 맥주만 가볍게 마셨고.
“하하하, 우리는 최고라고! 웨스트 릴링 FC가 최고라고! 하하하하.”
“그래!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부상에서 회복 중인 게리도 파티에는 참석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한가운데에서 맥주잔을 들고 잔뜩 업 된 상태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조용하던 칼슨까지도 술에 취해서는 흥겹게 춤을 추었고, 샘을 비롯한 가론, 니키, 피터도 같이 흥겹게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번리 출신 선수들은 공원 구석에서 멋진 포즈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분위기를 잡고 맥주를 훌쩍거리고 있었고.
그 외의 선수들도 여기저기 흩어져서 술과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헐…….”
구석에는 스문트… 루파까지 있었는데…….
“저 녀석들… 미성년자라서… 술 마시면 안 되는데…….”
다행히, 지나가던 데레사 여사가…….
“스문트! 루파!”
“헐……!!”
구단의 살림을 도맡아 했던… 지금도 여전히 구단 일을 든든하게 해주시는 데레사 여사님이 미성년자 녀석들을 찾았다.
“아… 그… 그게 아니라…….”
“데레사 여사님… 그게…….”
변명하려던 스문트와 루파는 등짝을 한 대씩 맞고서는 데레사 여사에게 끌려 나갔고 그 모습을 대칸은 웃으며 지켜보았다.
그리고 에드워드 선수의 어머님이자, 아담의 부인인 바커 부인이 나타나셨다. 그녀는 윗옷을 벗어젖힌 채로 죽어라 술을 마시는 남편을 보고서는 ‘오늘 같은 날에는 참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는지 쓴웃음을 짓다가… 에드워드를 발견하고는!
“넌 그만 마셔!”
“…….”
에드워드는 변명을 하려다가… 그냥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파티는 계속되었다.
맑은 달빛과 흐릿한 조명이 비치는… 낡은 유럽식 주택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은 웨스트 릴링의 거리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사람들의 대화 소리… 웃는 소리와 어우러져서 현실 같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대칸은 이 분위기를 즐겼다.
대칸이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서 물을 마시면서 술에 취한 정신을 가다듬고 있을 때에 그의 테이블에 레이첼이 찾아왔다.
“감독님~”
레이첼은 대충 봐도 술에 취한 모습이었다.
“아이고, 수석 스카우트님, 술 많이 드셨네요?”
대칸은 비틀거리는 레이첼을 부축하여 의자에 앉도록 도와주었다. 그러자 레이첼은 헤헤거리면서 아찔한 미소로 웃었다.
“감독님, 정~말 잘하셨어요. 챔피언십으로 승격이라니 대단해요~”
“하하… 감사합니다.”
오늘 평생 들었던 칭찬보다 많은 칭찬을 들은 대칸이었다. 레이첼은 평소에 보여주지 않았던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감독님~? 근데 나 싫어요?”
“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레이첼 스카우트님? 정신 차리세요!”
대칸의 대답에 레이첼은 평소에 자신의 마음에 담고 있던 말을 하였다.
“저처럼 차갑고 냉정한 여자는 별로죠? 예쁘고 적극적인 여자가 좋은 건가요? 하…….”
“아… 그… 그건 아닌데…….”
“그게 아니면?”
“레이첼 스카우트 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이죠.”
“헤헤… 정말요?”
대칸의 말에 레이첼은 그의 바로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그러고는 어깨에 기대고서는 말했다.
“그런데… 왜? 저를 싫어하세요?”
“아… 아니라니까요. 오늘 왜 이럽니까? 레이첼?”
“뭘요! 처음부터 저를 밀어내셨잖아요! 그리고… 계속… 날 찬밥 취급했잖아요.”
레이첼은 여태까지 대칸에게 당했던 것이…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던 것이 서운해서 말했다.
“내가 얼마나 많이… 나를 봐달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는데…….”
“아… 그게… 언제 그런 적이 있다고…….”
“그리고 옷차림도 매번 신경 쓰고… 일부러 다가가서 말도 걸고…….”
“아… 우리가 업무적인 말만 했지…….”
“내가… 수시로 흘렸는데…….”
대칸은 속으로 ‘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에 취한 그녀가 한참 동안 자신이 얼마나 속상했는지를 말하다가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자존심 상해. 나… 갈래요.”
비틀거리던 레이첼이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려는 순간, 대칸은 빠르게 일어나서 그녀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가지 마요!”
“네?”
대칸이 강하게 잡아당겨서… 레이첼이 자연스럽게 그의 품에 안겼다. 그러자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대칸을 바라보았다.
긴 금발 머리에 눈은 풀려있고 오뚝한 코와 어울리는 발그레한 뺨… 붉은 입술까지… 그녀의 모습은 섹시한 배우같이 보였다. 아니 웬만한 배우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칸이 감탄하면서 레이첼의 얼굴을 보고 있자, 그녀가 먼저 대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입술이 부딪쳤다.
쪼옥~
“음!”
갑작스러운 키스에… 처음에는 당황하던 대칸도 이내 눈을 감고서는 팔로 레이첼을 안으면서 한참 동안 둘의 키스는 계속되었다.
두 남녀가 달빛과 이 아름다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동안에도 웨스트 릴링은 시끄러웠다. 이 작은 마을의 축제는 밤새도록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