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포츠머츠를 상대로 웨스트 릴링 FC가 승리한 다음 날.
똑똑똑.
감독실에 누군가 노크를 하였다.
“들어오세요.”
서류를 보고 있던 대칸은 들어온 사람을 보고서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리 주장!”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있는 게리가 환하게 웃으면서 감독실로 들어왔다.
대칸은 직접 커피를 내리면서 게리에게 물었다.
“에스프레소? 아니면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주세요.”
대칸은 예상했다는 듯이 커피를 게리에게 건네며 말했다.
“게리 주장이라면 에스프레소라 말할 줄 알았어요.”
게리는 웃으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었다.
“부상은 어때요?”
“골절이긴 한데… 다행히 단순골절이라 후유증은 없을 거라고 하네요. 다만 몸이 근질근질하네요.”
게리는 웃으면서 말했고 대칸은 미안한 표정을 살짝 지었다.
“팀을 위해 뛰다가 부상이라니… 왠지 감독으로서 미안하네요.”
“아닙니다~ 감독님, 선수로서 부상은 어쩔 수 없는 사고입니다. 감독님이 미안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번 시즌의 매튜 부상도 그렇고… 이번 게리의 부상도 그렇고… 아무리 선수의 부상을 자신이 입게 한 것은 아니라지만… 대칸은 감독으로서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잡담을 하던 게리는 오늘 자신이 방문한 목적에 대해서 말하였다.
“제게 이번 시즌은 끝났습니다. 의사가 시즌 아웃이라더군요.”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대칸은 그저 안타까움만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이 제가 웨스트 릴링 FC에서 뛰는 마지막 시즌입니다. 저번 여름에 감독님과도 협의한 이야기죠?”
그랬다… 이번 시즌은 게리의 웨스트 릴링 FC에서의 마지막 시즌이다.
“이제는 주장직을 내려놓겠습니다.”
게리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짐인 주장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대칸은 게리를 설득하려 하였다.
“게리 주장! 내년에도 팀에 남아있을 수가 있잖아요?”
하지만 게리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내년에는 절대로 이 팀에 없습니다. 그리고 남은 시즌 경기를 무사히 치르기 위해서는 오늘이라도 새로운 주장을 임명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게리는 단호했고, 대칸은 더 이상 그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칸은 게리가 주장을 내려놓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다음 주장은 누가 좋을까요?”
대칸의 말에 게리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인물에 대해서 말했다.
“정말… 그 녀석이 최선이라 생각하나요?”
“네, 그는 차기 주장으로 최고의 인물입니다.”
게리의 추천에 대칸은 고민했지만,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했다.
다음 날.
회복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대칸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자, 모두 알겠지만! 게리 주장이 장기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했다. 그래서 오늘 우리 팀의 새로운 주장을 발표하겠다.”
그리고 대칸의 말에 커다란 덩치… 머쓱한 얼굴의 대니얼이 어색하게 앞으로 나왔다.
“새로운 주장! 대니얼이다!”
“오?”
“진짜?”
“대니얼이 주장이라고?”
평소에 장난기가 많고 가벼운 대니얼… 하지만 경기에서만큼은 열혈이며 수비진의 리더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흠… 흠… 대칸 감독이 너무너무 부탁해서 주장을 맡았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대니얼의 주장 등극에 많은 선수들이 웃었고 환영하였다.
* * *
웨스트 릴링 FC의 45차전 상대는 현재 3위인 볼턴 윈더러스와의 경기이다.
포츠머츠가 리그 1위를 확정하고, 리그 2위를 두고서 웨스트 릴링과 로더럼 유나이티드, 볼턴 윈더러스가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로더럼 유나이티드가 어제 치른 45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이번 경기에서 웨스트 릴링 FC가 승리한다면 2위를 확정 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물론, 한 경기가 남아있어서 이번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2위를 노릴 수가 있었지만… 웨스트 릴링 FC의 모든 선수와 코치들은 오늘 경기에서 승격을 확정하고 싶었다.
대칸 감독은 경기 시작 전에 선수들과 코치들을 모아서 말했다.
“오늘은 정말 사력을 다해서 뛰자! 승격! 승격을 향해 가자고!!”
“네!!”
그리고 아직 주장이 어색한 대니얼이 선수들을 모았다.
“다들 파이팅하자!”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선수들은 파이팅을 크게 외치고 경기장으로 뛰어나갔다.
[자,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옵니다.]
[네, 오늘 선발진은 웨스트 릴링 FC의 베스트입니다.]
[그리고 볼턴 윈더러스도 베스트 선수들이 출전했군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입니다.]
[네, 불리한 상황이지만, 아직 2위 가능성이 남아있거든요.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면 볼턴은 플레이오프로 떨어집니다.]
볼턴도 포기할 수 없는 경기!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분위기는 뜨겁게 타올랐다.
삑~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는 치열… 아니 살벌했다.
[태클~! 아 위험해 보입니다.]
[아! 강하게 부딪칩니다.]
[선수들이 넘어져 있습니다. 심판도 경고를 주네요.]
양 팀의 선수들은 파이팅이 넘치다 못해 과해서 잦은 반칙을 하였다. 그리고 노란색 카드가 몇 장 나오자 잠잠해졌다.
이런 치열한 경기의 균형을 깨는 득점은 역시나 웨스트 릴링 FC가 먼저 기록하였다.
스로인을 받은 대니얼, 그의 눈에 순간적인 공간이 보였다.
펑~
[아, 롱패스!]
대니얼이 기습적으로 찬 공은 바로 왼쪽 윙어인 샘의 발까지 도착하였다.
다다닥!!
[샘 선수! 빠르게 들어갑니다! 돌파!!]
샘은 빠른 스피드로 수비수를 제치고 중앙으로 파고들었고, 그리고 공격수인 에드워드이 반대편으로 들어오고 딜런은 사이드로 빠지면서 볼턴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과연 패스? 아니면?]
평소에 샘은 주로 크로스를 많이 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펑~
[샘~ 중거리 슛!!]
샘의 슛을 고려하지 않았던 수비수가 공간을 주자, 샘은 바로 슛을 때렸다. 그런데.
텅!!
그 공은 골대를 맞았다.
[아~ 골대.]
하지만, 아직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이 끝나지 않았다. 오늘 에드워드의 위치 선정은 확실했다.
[에드워드 선수가 루즈 볼을 잡습니다.]
튕겨 나온 공을 잡은 에드워드, 그에게 태클로 달려드는 수비수를 에드워드는 한번 접어서 피했다. 그리고.
[에드워드 선수 슛!!]
에드워드가 작정하고 때린 공이 골대 구석을 노리고 날아갔다.
철렁~
[골인!!]
[에드워드 선수, 끈질긴 집중력으로 웨스트 릴링 FC의 첫 골을 완성시킵니다.]
전반전 30분, 에드워드의 시원한 선취골이 터졌다.
웨스트 릴링 FC의 좋은 흐름은 계속되었다.
[대니얼의 태클! 태클로 공을 걷어냅니다. 아!]
그런데, 그 걷어내려던 공이 운 좋게 윙백인 세바스찬의 발아래로 들어갔다. 그리고 반대편 수비수가 적은 것을 보고 그는 바로 뛰었다.
[바로 뜁니다! 빠른 속도로 역습.]
세바스찬이 사이드라인을 타고 뛰기 시작하자, 동시에 에드워드와 딜런도 반대편 골대를 향해 뛰었다.
[웨스트 릴링의 공격수는 세 명, 볼턴의 수비수는 네 명입니다.]
수비수들이 빠르게 뛰어서 복귀하지만, 속도는 에드워드와 딜런이 더욱 빨랐다. 오히려 두 선수는 오프사이드를 피하기 위해 적당히 맞춰서 뛸 정도였다.
[수비수들도 빠르게 복귀하지만, 세바스찬 선수!]
세바스찬은 사이드에서 정석적인 크로스를 올렸다. 그리고 그 크로스는 정확하게 반대편 사이드로 뛰어 들어가던 에드워드의 발에 도착했다.
[에드워드! 에드워드! 버티네요!]
수비수들이 에드워드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어깨로 강하게 밀었지만, 에드워드는 버티면서 다시 중앙으로 공을 띄웠다.
[에드워드 크로스~]
‘좋은 타이밍이다!’
그리고 그 공은 딜런에게 적당한 속도로 날아왔고, 딜런은 다이렉트로 공을 때렸다.
[딜런!! 발리 슛!!]
펑!!
강렬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철렁~
그리고 골키퍼가 반응도 못 하는 강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골!! 딜런 선수의 추가 골입니다! 깔끔한 마무리! 골을 성공시킵니다.]
전반전이 종료되기 전에 웨스트 릴링 FC의 추가 골이 터졌다.
라커룸.
좋은 전반전을 보냈고… 승격이 걸려있는 경기라서 코치들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들은 그저, 선수들의 몸을 마사지해 주고, 필요한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주면서 체력을 최대한 회복하도록 도와주었다.
대칸도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번 감독 지시 점수는 66점입니다.]
감독의 한마디에 좋은 영향을 받는 선수가 더 많다는 축구 매니저의 판단을 보고서는 후반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말했다.
“자! 다들 전반전에 잘했다. 남은 후반전에도 계속 좋은 플레이로… 승격! 챔피언십으로 올라가자!”
챔피언십이라는 말에 선수들의 사기가 더욱 올라갔다.
“네!!”
특히, 열혈 주장인 대니얼이 외쳤다.
“우리 모두… 가자!! 가자고!! 챔피언십으로 그동안 우리를 무시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자고!!”
많은 선수들이… 진흙 속에 묻혀있던 선수들이었다. 그런 선수들에게 있어서 챔피언십이라는 무대는 꿈의 무대였는데… 이제는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선수들의 함성이 라커룸을 부술 듯이 울려 퍼졌다.
삐익~
[후반전 시작합니다.]
[자, 웨스트 릴링 FC! 챔피언십 승격까지 45분이 남았습니다!!]
조슈아 해설의 말대로 대망의 챔피언십 승격까지 후반전만 버티면 되는 순간! 경기장의 선수들과 코치들만이 아니라… 모든 관중들까지 손에 땀이 나도록 집중해서 경기를 구경하였다.
[크로스! 대니얼 머리로 걷어냅니다!]
[아~ 피터 선수의 몸을 던지는 플레이~]
[서튼 선수! 결정적인 패스를 막아냅니다!]
[어렵게 버티는 웨스트 릴링 FC입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확실히 수비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볼턴은 계속해서 골문을 두드렸지만, 결코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교체 투입된 칼슨은 이번에도 공을 잡고서는 전방을 보고 길게 공을 찼다.
뻥~
[칼슨 선수의 크로스!]
그와 동시에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칼슨의 스킬인 ‘신의 축복’이 밝게 빛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기회야! 딜런 어서 뛰어가서 잡아!!”
높이 떠있는 공… 딜런은 공의 낙하지점을 예측하고.
“오우 쉣! 젠장!!”
잡기 위해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딜런 공을 잡습니다!]
공을 잡은 딜런은 빠른 스피드로 수비수가 없는 사이드 지역을 파고 들어갔다.
[딜런! 딜런!! 라인을 타고 빠르게 침투합니다.]
그리고 같이 역습으로 들어온 선수는 역시 최고의 파트너인 에드워드! 딜런은 코너 라인까지 공을 몰고 와서 연속 동작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펑~
시원한 소리와 함께 빠르고 낮은 크로스가 이어졌다.
[크로스~]
그 순간이 대칸은 스킬을 사용할 타이밍이었다.
[에드워드 선수에게 ‘이번 경기의 주인공은 너다’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중앙으로 들어온 에드워드는 스킬로 인하여 능력치가 상승하여 가벼운 기분을 느꼈다.
“안 돼!!”
반대편 수비수가 에드워드의 옷을 잡는 반칙을 하였지만, 에드워드는 유니폼이 찢어지는 것도 불사하며 뛰어올랐다.
[에드워드 선수의 헤딩 슛!]
에드워드가 머리로 공을 찍듯이 헤딩하였고, 공은 골키퍼의 손 아래로 통과하였다.
철렁!
[에드워드~ 에드워드! 골!!]
[에드워드 선수! 단 한 번의 역습 찬스에서 놓치지 않고 완벽한 골을 보여줍니다.]
[리그 28번째 득점이자, 웨스트 릴링 FC의 승격을 선언하는 골입니다!]
그렇게 웨스트 릴링 FC의 쐐기 골을 에드워드가 마무리하였다.
삐삐삑~
[경기 종료합니다!]
“와~”
“이겼다!!”
“챔피언십!! 승격이다!!”
종료 휘슬과 함께 선수들은 그 감동을 동시에 터트렸다. 코치들과 벤치에 있던 선수들도 그라운드로 뛰어나갔고, 경기에 뛰고 있던 선수들도 서로 포옹을 하며 축하를 하였다.
몇몇 선수들은 혼자서 기도를 하거나 눈물을 흘리며 이 감동적인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웨스트 릴링 FC가 3:0으로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합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십으로 올라갑니다! 결국에는 챔피언십으로 올라가네요.]
[리그 1에서 2위를 확정 지으며 요크 지역 팀 최초! 챔피언십 팀이 탄생하였습니다!]
[정말 최고의 날입니다!!]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자, 토마스 해설과 조슈아 해설은 자리에서 펄쩍 뛰며 웨스트 릴링 FC의 승격을 축하하였다.
“와~”
“미친 녀석들!!”
“너희들이 해냈다!!”
“웨스트~ 웨스트~ 웨스트~ 릴링!!”
홈구장인 뉴레인 스타디움도 난리가 났다. 경기를 지켜보던 홈팬들도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고, 경기장이 살짝 울릴 정도로 격하게 축하하였다. 그리고.
[관중들이 뛰어 내려옵니다.]
[경찰들이 막을 수가 없네요!]
“웨스트 릴링! 웨스트 릴링!! 웨스트 웨스트 웨스트 릴링!! 릴링!!”
관중들은 웨스트 릴링을 외치며 경기장의 그라운드로 들어왔고, 막던 경찰들도 포기하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에드워드! 넌 최고의 선수다!”
“대니얼 이 미친 새끼!!”
“딜런! 웨스트 릴링으로 와줘서 고맙다!”
관중들은 선수들과 포옹을 하거나 악수를 나누었고… 마지막에는.
“대칸!! 대칸!! 대칸!! 대칸!! 대칸!!”
대칸 감독에게 다가가서 선수들과 관중들이 다 같이 환호하였다.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