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1월 2일.
[속보 파비오 총액 45억(337.5만 유로) 이적료에 웨스트 릴링 FC에서 아스톤 빌라로 이적!]
[파비오,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팀으로 가서 기쁘다]
[아스톤 빌라 달라스 감독, 파비오는 파괴적인 선수! 후반기 때 팀의 강등을 막아줄 선수! 바로 다음 경기부터 투입하겠다]
[강등권의 아스톤 빌라? 패닉바이? 아니다! 최고의 영입이다!]
파비오의 이적이 바로 결정되었다.
라커룸.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모여있는 이 공간 분위기는 평소와는 달랐다.
“파비오는 결국 바로 떠났네요?”
“인사도 안 하고 쿨하게 갔네…….”
어제 파비오가 거액의 이적료를 남기고 프리미어 리그 소속인 아스톤 빌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분위기가 살짝 붕 뜬 느낌… 그러자 팀의 주장인 게리와 고참인 대니얼이 나섰다.
“모두, 떠난 선수는 잊고 오늘 경기를 준비하시죠.”
“다들 집중하자! 우리가 리그 9위지만, 아직 승격 경쟁에서 멀어진 것은 아니야! 오늘 리그 경기에 집중하자고!”
하지만, 그렇게 분위기를 진정시키려는 게리와 대니얼의 말에 살짝 비웃는 선수들이 있었다.
“솔직히, 우리 팀이 승격은 무리지! 파비오도 떠났는데!”
“…그런 것 같죠?”
“구단이 승격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파비오를 어떻게든 잡았어야지.”
“맞아. 딜런과 에드워드, 라이언을 보낸 것부터가 이미 포기한 거 아니었나?”
크게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모든 선수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대화를 나누는 선수들… 게리는 한숨을 쉬며 그들을 지켜보았다.
도널드 파울러.
전반기에 파비오가 리그 1에서 최고의 핫이슈였다면, 다크호스는 도널드였다. 전반기에 리그 경기와 컵 대회에서 무려 11골에 7어시를 기록하였다. 현재 득점 4위로 파비오와 둘이서 팀의 공격 포인트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치 바커스.
대부분의 능력치가 개발되면서 이번 시즌에 포텐을 만개한 리즈 출신 유망주. 윙과 사이드 미드필더에서 빠른 스피드로 리그 1의 풀백들을 박살 내었다. 전반기에 5골에 11어시, 파비오의 훌륭한 조력자였다.
버로스 킴.
주전 중앙 미드필더로 세트피스의 키 역할을 확실하게 했던 선수다. 2골 8어스, 하지만 스텟보다 더욱 뛰어난 연계를 보여준 선수로 전반기에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와 공격을 연계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 세 명의 선수는… 확실하게 웨스트 릴링 FC가 리그 컵 8강에 진출과 FA 컵에서 생존, 그리고 리그에서 9위로 버티는 핵심적인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점점 오만해져 갔고, 안하무인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웨스트 릴링 FC는 우리가 없으면 안 되는 것 아냐?”
“그렇지. 크크크.”
도널드의 예의 없는 말에 동조하는 버로스… 그리고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아치였다.
“이제 그만하지? 경기를 준비하자고.”
최고참이자 플레잉 코치인 이삭이 참다못해 그만하라고 하자 세 사람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리고 게리와 대니얼은 그들의 행동을 불만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다른 특별한 행동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대칸이… 이번 겨울 이적 시장만 지나면 다 해결된다고 했으니…….’
그들은 대칸 감독에게 들었던 말을 믿고서는 조용히 참고 있었다.
20차전.
오늘 경기 상대는 블랙풀 FC, 현재 리그 10위로 웨스트 릴링 FC와 비슷한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팀이었다.
블랙풀 FC는 13/14시즌에는 프리미어 리그에 있었을 정도로 한때는 높은 곳에 있었던 팀이었다. 하지만 현재 기량은 웨스트 릴링 FC와 비슷한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3연승 중이지?’
연승을 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팀이었고 그에 반해서 파비오가 이적한 웨스트 릴링 FC의 분위기는 미묘했다.
삐삑~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경기는 예상했던 대로… 웨스트 릴링 FC가 블랙풀 FC에게 맥없이 끌려다녔다.
“하아… 하아…….”
중미에서 빡세게 고생하는 게리는 원망스럽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파비오에게 안 좋은 부분만 배워서 공격 진영에서 꼼작도 하지 않는 공격수 도널드!
역습 시 공격 담당이라는 이유로… 역시나 공격 포인트만 노리고 수비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 윙 아치!
원래 수비적인 능력이 떨어졌지만, 이제는 수비하는 시늉도 하지 않는 미드필더 버로스!
팀이 밀리는 상황에서도 세 명의 선수나 수비에 가담하지 않으니… 공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수비하는 선수들의 가중은 매우 높았다.
“공~ 패스!”
“나한테 줘!”
어쩌다가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그저 콜을 하면서 공만 요구하는 돼지 새끼들!
그럼에도, 팀의 역습 전술을 수행하기 위해서 게리는 꾹 참고 아치에게 공을 패스하였다.
“가자! 넣자고!”
사이드에서는 아치가, 중앙에서는 버로스, 최전방에 있는 도널드는 그때서야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펑~
도널드가 때린 슛은 허무하게… 아니 어처구니없을 만큼 위력적이지 않은 슛으로 반대편에게 공을 넘겨주었다.
“아니! 그걸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
힘들게 빼앗은 공을 쉽게 넘겨주는 모습에 게리는 한탄스럽게 말했다.
‘파비오는 골이라도 잘 넣었지!’
파비오가 빠지자, 이 새끼들은 찬스를 잘 살리지도 못하였다. 그러면서.
짝짝짝.
“잘했어~ 잘했어~”
“다음에 더 잘해보자!”
서로 박수를 치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서 여유를 보여주는데… 정말 꼴 보기 싫을 정도였다.
삑~
전반전이 종료되는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은 터덜터덜… 라커룸으로 들어온다.
라커룸에서 대칸 감독은 0:1로 지고 있는데도… 아주 유쾌한 분위기인 문제아 3인방… 도널드, 버로스 그리고 아치와 완전 냉랭한 분위기인 게리와 대니얼을 보았다.
그리고 게리와 대니얼의 눈빛에서 점점 참을성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리해 주었다.
“후반전에는 버로스 대신에 이삭, 아치 대신에 스트롱, 도널드 대신에 라일리가 투입된다.”
문책하는 의미로 세 선수를 모두 교체해 버린 것이다.
이러한 대칸의 경고에도.
“오 교체? 쉬면 좋지.”
“그래… 어차피 지는 경기 푹 쉬자.”
“지는 경기라서 주전 체력 보존하려는 것 같네.”
도널드, 버로스, 아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오히려 쉬면 좋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자식들이…….”
참다못한 대니얼이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게리가 말렸다.
“참아… 참자고.”
게리도 그렇게 말하고서는 대칸 감독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에 대칸은 살짝 웃어만 주었다.
그러자, 게리가 대니얼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대칸 감독이 알아서 할 거야… 우리는 팀에서 아무런 잡음이 안 나도록 조용히 참고 있자고… 기다리자고.”
대니얼은 없던 인내심을 만들어서 참았다.
후반전.
“자! 다들 파이팅하자!”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경기에 들어간 팀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좋아졌다.
“자! 찬찬히 동점골부터 만들자~”
베테랑의 여유를 가진 이삭.
“미드필더에서 제대로 만들어 보죠.”
활동량이 많고 모든 포지션 백업이 가능한 스트롱.
“전방에서 적극적으로 압박할게요.”
적극적인 포워드 라일리.
세 선수가 높은 체력을 바탕으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후반 35분.
펑~ 철렁~
이삭이 시원하게 골을 성공시키고는 슬라이딩을 하는 세리머니를 하였다.
[골! 골입니다. 이삭 선수의 시원한 골이 터졌습니다.]
토마스 캐스터가 흥분해서 소리치자, 조슈아 해설이 옆에서 기분 좋은 목소리로 설명하였다.
[이삭 선수의 아주 센스 좋은 골이 나왔습니다. 블랙번 FC의 수비수들이 라일리 선수와 사이드로 침투하는 샘 선수에게 시선이 쏠렸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센스 좋은 라일리가 골대 앞에서 수비수들을 혼란시켰고, 왼쪽 윙인 샘도 훈련받은 대로 사이드로 치고 들어가서 시선을 분산시켰다.
[앞쪽 공간이 널널해지자, 이삭 선수가 침투하면서 수비진을 무너트렸습니다. 그리고 슛 때릴 각이 보이자, 바로 슛을 때렸네요.]
캐스터가 전광판을 보면서 추가적인 말을 하였다.
[스코어는 1:1이지만 시간이 10분이나 남아있습니다. 역전이 가능하겠죠?]
[네, 지금 웨스트 릴링 FC의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기회만 잘 잡는다면 역전도 가능할 겁니다.]
중계진이 말했듯이, 동점을 만든 것도 좋았지만… 팀의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인 부분이었다. 그것을 대칸을 비롯한 코치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감독님, 솔직히… 세 선수가 빠지니, 팀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결단하시죠?”
김종일 수석 코치의 말에 대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도 오늘 경기로 확실하게 결정했습니다. 세 선수… 모두 보내야겠네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썩은 사과는 빨리 솎아내야죠. 안 그러면 팀 전체가 썩어버립니다.”
세 선수 중에 누구를 보낼지 고민했던… 대칸은 이번 경기를 통해서 모두 다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 * *
1월 10일… 웨스트 릴링 FC에 또 하나의 선수 이적이 발생하였다.
[도널드 파울러, 중국 리그로 진출하다]
[광저우 FC 이적료 40억(300만 유로)에 웨스트 릴리 FC의 젊은 공격수를 품다]
[웨스트 릴링 FC는 두 명의 공격수를 모두 이적시키다?]
[도널드, 내 가치를 알아주는 팀으로 이적하게 되어 기쁘다]
팀의 문제가 되었지만, 두 번째 공격수로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던 도널드의 이적이 결정된 것이다.
그가 이적한 팀은 중국 슈퍼리그의 광저우 FC.
광저우 FC에는 이미 수준급 외국인 용병이 두 명이나 있었다. 하지만, 교체 투입할 용병이 필요했고, 도널드가 가성비가 좋다고 판단하여 영입을 시도한 것이었다.
광저우 FC에게 처음으로 이적 제안을 받았을 때, 도널드는 중국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가 왜? 그런 변방으로… 가야 하죠?”
하지만, 친했던 파비오의 조언 한마디에 무너졌다.
“네가 예상하지 못할 금액의 계약금과 주급을 받을 건데?”
그래서 알아보니, 광저우 FC가 파비오에게 제안한 계약금은 10억(75만 유로), 주급은 8,000만 원(6만 유로)… 현재 주급의 열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그러자, 도널드의 머릿속에는 파비오가 몰고 다니던 스포츠카… 명품 시계가 어른거렸고, 결국에는 돈의 유혹에 이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파비오와 도널드의 이적은 신호탄이었다. 언론과 여러 팀들에서는 웨스트 릴링 FC를 먹잇감처럼 물어뜯고 흔들기 시작했다.
[파비오! 아치 바커스 그곳은 네가 뛸 만한 팀이 아니다. 프리미어 리그로 와라]
[아치 바커스, 리그 1은 시시하다]
[웨스트 릴링이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과분하다]
[버로스 킴, 내가 뛰기에는 너무 작은 팀]
[샘, 가론 등등… 유망주들이여! 야망을 가지고 상위 팀으로 가라!]
[스완지 시티 AFC, 아치 바커스에게 관심을 가지다]
팀에 문제가 되었던 선수들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 대한 이적설이 더욱 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