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 리그 컵 8강전 - 아스날 】
삐삑~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 종료됩니다.]
경기가 종료되자, 경기장에 있던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몇몇 선수들은 너무 아까워서 그 자리에 쓰러질 정도였다. 아스날 선수들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정말 손에 땀을 쥐는 경기였습니다.]
[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박빙이었죠.]
[리그 1, 3부 리그 소속인 웨스트 릴링 FC와 프리미어 리그의 맹주인 아스날의 대결이었으니까요.]
아스날의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가득 찬 팬들도 아낌없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승리한 아스날 선수들은 물론, 패배한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에게도 멋진 경기를 펼쳤다는 격려의 박수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박수 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경기장에서 아쉬운 듯 3:4라고 적힌 전광판을 보며 숨을 고르고 있는 파비오를 비춰주자, 해설자의 설명이 더해졌다.
[오늘 이변의 주인공인 파비오 선수입니다. 오늘 무려 2골 1어시를 기록하며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네, 정말 오늘 웨스트 릴링 FC가 아쉽게 지긴 했지만, 주인공은 파비오 선수입니다. 아스날의 경기장에 가득 찬 팬들도 박수로 인정해 주지 않습니까?]
대칸 감독도 박수를 치면서 그라운드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쓰러져 있는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을 다독였다.
“대니얼, 오늘 잘했어!”
“게리 주장, 최고였어!”
“칼슨도 후반전에 고생했고!”
“파비오 선수도 정말 잘했어!”
대칸은 그라운드에 남아서 아쉬워하는 선수들을 독려했다. 졌지만 만족스러운 표정과 행동이었다.
반면에 아스날 선수들은 감독의 눈치를 보면서 살며시 퇴장하였다. 분명히 아스날이 승리했지만 아스날 핀 감독은 불만에 가득한 표정이었다.
[감독들의 얼굴 표정에서도 드러나네요.]
[웨스트 릴링 FC의 대칸 감독은 선수들을 독려하고 위로하는데, 아스날의 핀 감독의 표정은 안 좋습니다.]
[솔직히 아스날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이기는 것이 당연한 경기거든요. 그런데 질 뻔했어요.]
선수들이 모두 퇴장하자, 중계진은 바로 경기 하이라이트를 정리해서 보여주었다.
[전반전부터 이변이었습니다.]
[네, 아스날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지만, 골을 넣지는 못했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수들이 혼신의 수비를 보여주었죠.]
[그러다가, 전반 40분에 예상하지 못했던… 파비오 선수가 첫 골을 넣었습니다.]
[정말 멋진 골이었죠.]
파비오가 방심한 아스날의 수비진… 세트피스 상황에 대부분의 아스날 수비수들이 공격에 참여하자, 피터가 클리어한 공을 잡고서는 상대의 마지막 수비수를 멋진 개인기로 돌파하고 골을 성공시켰다.
[물론, 아스날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아스날에서는 교체 카드 세 장을 한꺼번에 사용했죠.]
[네, 주전 선수들을 바로 투입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인 전력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경기의 분위기는 아스날로 넘어갔다.
[아스날 선수들은 후반 7분에 만회 골을 넣고 후반 24분에 역전 골을 넣었습니다.]
[게다가 27분에 터진 추가 골은 쐐기 골처럼 보였죠.]
1:3… 완패가 예상되는 타이밍에 대칸은 최후의 카드인 스킬을 사용했다.
[파비오 선수에게 ‘이번 경기의 주인공은 너다’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파비오 선수의 ‘개인기, 골 결정력, 드리블, 퍼스트 터치, 공 없을 때 움직임, 대담성, 집중력, 침착성, 판단력, 민첩성, 순간 속도, 주력’이 1 상승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웨스트 릴링 FC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후반, 35분…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네, 파비오 선수의 파괴력이 대단했죠.]
35분, 게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롱패스를 날렸다. 그리고 그 패스를 받은 파비오는 갑작스럽게 몸에 힘이 넘치는 느낌… 대칸의 스킬빨을 받아서 빠른 속도와 테크닉을 섞은 플레이로 양 센터백 사이를 돌파했다.
[두 명의 수비수를 빠르고 현란한 테크닉으로 그 가운데를 파고드는 모습은… 파비오 선수의 기량이 전성기와 다름없다는 것! 아니 그때보다 더욱 완숙해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네, 저런 테크닉이 함유된 빠른 드리블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노쇠화는 말도 안 되죠.]
그리고 마지막 가볍게 공을 막기 위해 뛰어나온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로밍 슛으로 파비오가 골을 성공시켰다.
[정말, 여유롭지 않습니까?]
[아무리 골키퍼와 1:1 상황이지만, 저런 여유는 오랜 그의 경력에서 나오는 거죠.]
[그렇게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면서 웨스트 릴링 FC가 따라갑니다.]
두 번째 골을 넣은 순간, 대칸은 지금 이때가 승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준비하고 있던 도널드를 조커 카드로 투입하였고, 두 선수는 42분에 기대하던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후반 42분에는 교체 투입된 도널드 선수가 제 몫을 해주었습니다.]
[네, 파비오 선수에게 몰려있던 수비수들을 바보로 만드는 플레이를 보여주었죠.]
파비오에게 두 골이나 먹힌 아스날 수비수들은 그가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아주 성가시게 밀착 마크를 하였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후반전에 투입된 도널드에게 기회가 생겼다.
게다가, 큰 경기… 대형 팀을 상대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도널드의 의지로 인하여 그가 가지고 있는 ‘작은 의지 : 5분 동안 모든 능력치 1 상승’ 스킬이 발동되었다.
[미드필더의 볼 경합에서 흘러나온 공을… 도널드 선수가 잡습니다.]
[도널드 선수가 역습을 시작하지만, 솔직히… 모든 선수들의 시선은 파비오 선수에게 있었습니다.]
[네, 파비오 선수가 마무리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도널드는 과감하게 공을 몰고 계속 진격하였고, 페널티 에어 라인까지 다가오자, 그때서야 아스날 선수들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뒤늦게 도널드에서 선수들이 달려들자…….
[영리한 플레이였지요. 아주 결정적일 때 패스라니…….]
아스날 수비수들이 흩어지면서 파비오에게 약간의 틈이 보이자, 도널드는 자신이 공을 찰 수 있는 기회임에도 파비오에게 패스를 하였고, 공을 받은 파비오는 다이렉트로 슛을 때렸다.
[파비오가 도널드 선수의 결정적인 패스를 받아서 해트트릭에 성공했습니다.]
[3:3… 후반 42분에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주 환상적인 도널드와 파비오의 역습이 성공하였다.
[하지만, 드라마는 거기까지였습니다.]
[네, 정말 아쉽죠… 후반전 추가 시간 2분에 아스날의 공이 웨스트 릴링 FC의 골망을 다시 갈랐습니다.]
[그래서 경기 결과는 4:3 아스날의 승리로 종료되었습니다.]
그렇게 리그 컵 8강 하이라이트가 끝나고, 해설진들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오늘 최고의 선수는 누가 봐도 파비오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 내 골 점유율과 수치적인 부분에서는 아스날이 압도적으로 뛰어납니다.]
[네, 무려 73:27의 점유율이네요. 아스날이 압도적이네요.]
[그만큼 수비적인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을 파비오 선수 혼자서 책임졌습니다.]
[깜작 선제골로 시작해서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추가해서 해트트릭까지!]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그리고, 도널드 선수도 좋은 모습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사실, 웨스트 릴링 FC의 모든 선수들이 생각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반대로, 아스날 선수들은… 아마 핀 감독에게 크게 혼날 것 같습니다.]
[누구나 예상한 웨스트 릴링 FC의 수비적인 전략, 파비오 선수의 공격 성향, 하지만 다 알고도 당한 아스날입니다.]
해설진은 계속해서 웨스트 릴링 FC를 칭찬하였다. 비록 리그 컵 8강에서 패배했지만, 아스날을 상대로… 그것도 아스날의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이 정도 경기를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프레스룸.
핀 감독은 아주 형식적인 인터뷰를 하였다.
“힘겨운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스날 선수들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파비오 선수에게 3골이나 먹은 것은 저희 수비진의 실수가 맞습니다. 하지만, 첫 골을 제외하고는 파비오 선수가 제 예상보다 잘했던 것이기 때문에 선수들을 탓하지는 않겠습니다.”
“리그 1 소속인 웨스트 릴링 FC와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좋게 생각하겠습니다.”
핀 감독이 인터뷰가 마치고… 빠르게 퇴장했지만, 기자들은 여전히 프레스룸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웨스트 릴링 FC의 감독인 대칸과 오늘의 주인공인 파비오가 프레스룸으로 들어왔다.
이번 시즌의 웨스트 릴링 FC는 컵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리그 컵 32강에서는 챔피언십 소속 팀인 레딩 FC를 무너트리고, 16강에서도 역시 챔피언십 소속 팀인 셰필드 웬즈데이 FC를 1:0으로 이겼다.
그리고 도착한 리그 컵 8강에서 아스날에게도 좋은 경기를 보여준 것이다.
그동안에 웨스트 릴링 FC는 따로 승자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대칸 감독이 팀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했고, 운영진은 인터뷰를 막아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리그 컵 8강에서 패배하자, 구단은… 아니 아담이 직접 인맥을 통해서 아스날 구단에 양해를 부탁하였고, 그래서 승자 인터뷰 이후에 웨스트 릴링 FC의 인터뷰를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대칸 감독과 파비오가 들어서자, 카메라의 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극성스러운 영국 언론 기자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대칸은 최대한 침착하게 자신의 감독 전용 자리에 앉았고, 이런 상황에 경험이 많은 파비오도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기자 인터뷰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모든 기자들의 관심은 웨스트 릴링 FC의 선전이 아니었다. 리그 컵에서 챔피언십 팀들을 상대로 여유롭게 골을 기록하고 아스날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파비오에 대한 관심이었다.
“파비오 선수! 오늘 경기 어떠셨습니까?”
“파비오 선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챔피언십으로 이적을 고려하고 계십니까?”
“예전, 프리미어 리그 소속이었던 웨스트햄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서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웨스트햄으로 복귀하실 생각은 있으십니까?”
“프리미어 리그 팀에서 관심이 있다고 합니다!”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 하지만 대부분이 파비오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대칸은 과감하게 한마디를 하였다.
“다들, 파비오 선수에게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제가 마이크를 넘기고 먼저 퇴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칸이 나가면서 파비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리고 그는 담담하게 숨을 잠시 고르고서는 말했다.
“제가 직접 정리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질문이 제가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챔피언십이나 프리미어 리그로 이적할지 여부를 묻는 것 같습니다.”
파비오의 말에 모든 기자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사실! 파비오가 지적한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으니…….
게다가 팀의 감독인 대칸이 먼저 퇴장한 상황! 파비오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부담이 덜어진 괜찮은 판이 깔아진 것이다.
그리고 파비오는 자신을 보면서 조용해진 기자들을 보면서… 저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홀대받던 자신에 대한 관심에 희열을 느끼며 말했다.
“저는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그 어떤 팀이든 저의 가치만 알아준다면 떠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파비오의 말에 카메라의 플래시가 쉬지 않고 터졌다.
[아스날을 상대로 해트트릭한 파비오, 팀을 옮긴다!]
[파비오 란조! 프리미어 리그 복귀를 원한다?]
[그 어떤 팀이든 갈 수 있다! 가치를 인정해 준다면!]
[이번 겨울 이적 시장, 파비오 란조 웨스트 릴링 FC를 떠난다]
[최대어! 노망주 파비오 란조! 프리미어 리그의 겨울 이적 시장을 달군다]
[파비오 란조! 나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해 달라!]
파비오의 강력한 인터뷰는 자극적인 제목의 신문 기사들이 빠르게 인터넷을 점령하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그에 대한 논쟁도 끊어지지가 않았다.
- 와… 대박… 너무 쿨하게 간다고 하는 거 아니냐?
- 웨스트 릴링 FC가 아무리 리그 1 소속에 가난하고 지방 팀이지만… 파비오 너무 심하다.
- 심하기는 뭘 심해? 저런 재능이 리그 1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지
- 아무리 중국에서 2년을 보냈어도… 클래스는 클래스다. 프리미어 리그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지.
- 나이가 걱정인데… 32살이면 기량이 급격히 떨어질 나이인데…….
- 오늘 경기 못 봤냐? 후반전에 더 날뛰던데? 저 정도면 서비스 타임 2년은 충분하지
- 전반기에만 20골을 넘게 넣었다는 것만으로도 클라스 증명!
파비오의 이적에 대한 관심은 폭발하기 직전까지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