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대칸은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자자, 전반전에 모두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대칸은 준비한 지시를 내렸다.
“후반전에는 더 침착하게 플레이를 하도록 하자. 그리고 경기 조율을 위해서…….”
이삭을 보고서는 말했다.
“이삭 코치님, 샘을 대신해서 투입하시죠. 역할은 프리롤을 수행하시면 됩니다.”
피지컬만 좋고 축구 지능이 떨어지는 샘은 이 상황에서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이삭의 투입을 결정하였고.
“세바스찬도 수고했다. 데뷔전이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칼슨 선수가 교체 투입합니다.”
레전드 스킬을 가진 최고의 조커, 칼슨의 투입이 결정되었다.
두 선수의 투입이 결정되자, 게리와 대니얼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노쇠한 이삭이지만, 노련함으로 팀에 필요한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며 수비적인 윙백인 칼슨은 공격적인 역량은 떨어지겠지만 수비적인 안정성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리고 대칸은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파비오에 대한 불만을 낮추기 위해서 정리했다.
“파비오 선수의 경우, 아직 팀의 전략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약속된 움직임을 보이지 않더라도 이해해야 합니다.”
대칸은 파비오를 두둔하는 말을 하였고, 선수들은 파비오에 대한 불만을 일단은 접어두기로 하였다.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선수들은 최대한 힘차게 응원 구호를 외치고 경기장으로 나갔다.
그런 선수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김종일 수석 코치는 걱정스럽게 대칸에게 말했다.
“파비오 선수… 타깃형 스트라이커라고 듣긴 했지만, 너무 팀의 전술에 맞지 않습니다. 수비 가담이 너무 없다 보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수들의 불만도 있을 거구요.”
정론이었다. 무엇보다 파비오는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웨스트 릴링 FC의 전술에 맞지 않는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팀의 전술을 재검토해 봐야겠네요.”
“…선수의 스타일이 아닌 팀의 전술을요?”
시즌을 준비하면서 갈고닦았던 전술을 변경할 각오도 가지고 있는 대칸이었다. 지금은 선수를 개조시킬 타이밍이 아니었고 축구 매니저로 확인한 파비오는 변할 선수도 아니었다.
삐삑~
심판의 휘슬과 함께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공을 잡은 웨스트 릴링 FC는 최대한 팀의 리듬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그 중심에는 역시나 이삭이 있었다.
“공을 돌려. 최대한 돌리면서 틈을 찾자고.”
이삭은 팀에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프리롤이라는 자유로운 위치 선정을 통해서 미드필더 지역을 움직이며 선수들이 공을 돌리는 데 있어서 받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공격 흐름이 좋아졌다.
“뭐야? 이상한데?”
샘 대신에 이삭이 들어와서 왼쪽 사이드가 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저 녀석 뭐야?”
아치 바커스(377/389), 현재 웨스트 릴링 FC의 2선 공격 에이스인 아치의 움직임이 이삭의 도움으로 완벽하게 풀려버렸다.
‘왼쪽…….’
아치는 이삭과 약속된 플레이를 하였다. 더 이상 자신의 위치인 오른쪽을 지키지 않고 수비수들의 위치에 따라 왼쪽, 중앙까지 변화무쌍하게 포지션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윙! 막으라고!”
예상하지 못한 아치의 포지션에 버튼 앨비언 FC 선수들은 제대로 당황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기회가 시작되었다.
게리가 공을 잡고 있었는데…….
‘어라? 뭐야? 왼쪽에 왜 수비수 세 명이 있어?’
아치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에 반대편 수비수가 왼쪽에 몰리게 된 것이다. 그러자, 게리는 바로 오른쪽 사이드로 길게 스루패스를 날렸다.
“헛!”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의 스루패스! 그리고 그 패스는 오른쪽 윙백인 가론 아망스가 뛰어 들어가서 공을 잡았다.
공격적인 윙과 공격적인 윙백을 가진 오른쪽 사이드라인… 게다가 두 선수의 발이 다 빨라서 게리가 노리고 패스를 했던 것이고 수비수가 왼쪽으로 몰렸기에 가론 아망스는 라인을 타고 적진으로 돌파했다.
“젠장!!”
버튼 앨비언 FC의 수비수들이 당황해서 다급하게 수비를 하려 했지만, 공격진에는 무게감만큼은 엄청난 타깃 스트라이커 파비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펑~
가론이 좋은 위치에서 얼리 크로스를 날렸다. 그리고 파비오가 작정하고 뛰어올랐고, 수비수 두 명도 같이 뛰어올랐다. 그런데.
“뭐야? 공이…….”
공은 약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그곳에는 프리롤인 이삭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삭은 노마크 상태로 헤딩을 하였다.
철렁!
이삭의 머리에서 골이 터져 나왔고, 웨스트 릴링 FC의 홈구장은 환호로 가득 찼다.
“좋았어!!”
“기다리고 있었다고!”
“고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홈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삭은 동료들과 골 세리머니를 하였고, 마지막으로 파비오와 가볍게 하이 파이브를 하였다.
“눈치가 좋은데?”
“그 정도야…….”
파비오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는 역시나 오랜 기간 축구를 했던 센스가 있는 선수였다. 자신에게 오지 않는 패스에도 어그로를 잔뜩 끌어주었으니…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과 맞춰본 훈련 기간이 적었지만 눈치껏 행동했던 것이다.
이삭의 만회 골은 웨스트 릴링 FC의 코치들의 숨통도 틔워주었다.
“후반 15분 만에 휴… 만회 골이 나왔네요.”
“개막전부터 강등권으로 예상되는 팀에게 패배하지는 않겠어요.”
“이삭이 들어가니 팀이 달라지네요. 아치의 플레이도 좋아지고 파비오도 살아나고.”
확실히 베테랑이 해주어야 하는 플레이를 확실히 해주는 이삭이었다.
공을 빼앗긴 수비 시에도 웨스트 릴링 FC의 반응이 좋아졌다.
“구역만 잘 지켜! 협력 수비를 도와주기만 하라고!”
게리 주장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은 최대한 버튼 앨비언 FC가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도록 움직임을 가져갔고.
“돌파한다. 막아!”
앨비언 FC의 주특기인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돌파하려 했지만…….
“윽!!”
역시나, 최고의 조커인 칼슨이 예상하지 못한 위치에서 수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황한 공격수의 공은 자연스럽게 대니얼이 빼앗았다.
“좋았어!”
공을 빼앗은 대니얼은 칼슨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서 최고라고 표시하였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자신의 위치를 사수하였다.
“역시 칼슨입니다. 공격적인 모습은 떨어지지만 우리 팀 윙백 중에서 수비적인 안정성은 최고입니다.”
김종일 수석 코치의 평가대로 대칸은 칼슨의 가치를 확실하게 체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저… 사기 스킬…….’
스킬 : 신의 축복(L)
설명 : 설명할 수 없는 강한 운을 지니고 있습니다.
칼슨이 가지고 있는 레전드 스킬이 환하게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동안에는 수비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전력이 떨어지는 버튼 앨비언 FC의 선수들을 상대하다 보니… 빛은 여전히 아주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베테랑 이삭의 공격 템포 조절과 사기 스킬을 보유한 수비형 윙백 칼슨의 투입은 웨스트 릴링 FC의 안정성을 가져다주었고… 이 안정성은 파비오에게도 다른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다.
‘이 팀… 후반전에는 다르네? 그리고 팀이 안정되니, 나한테 신경을 별로 안 쓰네?’
이삭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공격… 이삭은 작정하고 파비오를 이용했다. 전략적인 약속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를 값비싼 미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치 바커스와 버틀러 알의 2선에서의 공격이 매서웠고 가론 아망스의 오버래핑도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골은 터지지 않는 상황… 파비오는 자신이 밥값을 할 때라고 느껴졌다. 게다가.
‘오늘 몸 상태가 아주 괜찮은데? 아주아주… 괜찮아.’
대칸 감독의 스킬로 육체적인 능력이 올라가다 보니 자신감도 살짝 올라온 상태였기 때문이다.
후반 34분.
중앙에서 공을 돌리던 이삭의 눈에 파비오가 들어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이 살짝 마주쳤다.
‘그래? 어디 한번 해봐라.’
이삭은 공을 몰고 드리블을 하여 들어갔다.
“못 들어가게 막아! 길을 막으라고.”
“사이드 패스 조심해!”
이삭의 대부분의 패스가 아치, 버로스, 가론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그 선수들에게 가는 길목을 차단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삭은 더 공을 몰고 들어갔다.
“어?”
예상하지 못한 이삭의 돌파! 그는 오늘 경기에서 잘 사용하지 않았던 테크닉을 사용하여 드리블로 자신을 마크하던 선수를 뚫고 들어갔다.
‘역시! 이삭은 테크니션이지!’
대칸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삭의 플레이를 구경하였고, 이삭의 예상하지 못한 돌파에 버튼 앨비언의 수비진이 무너졌다. 그 순간!
탁~ 팟!
이삭의 약간 짧은 듯 전방으로 때린 스루패스를 파비오가 자연스럽게 받았다.
공을 받은 파비오는 자신의 타임이라 생각했다.
타탁!!
공을 외곽으로 치고 달렸는데, 그 순간 스피드를 수비수가 따라오지를 못했다.
“안 돼!! 몸으로라도 막아!”
그리고 두 번째로 붙은 수비수는 묘한 타이밍에 방향을 전환하자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그러자, 키퍼와 1:1 상황.
“젠장!!”
키퍼가 각을 줄이려고 다급히 뛰어나왔지만,
툭.
파비오는 여유롭게 공을 띄웠다.
철렁… 텅텅텅.
공은 가볍게 골망을 흔들었다.
“와!!”
“파비오! 파비오!!”
“최고다~ 역시 최고야!!”
파비오의 역전 골에 경기장은 환호로 가득했다.
파비오가 자신이 골을 넣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가볍게 골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칸 감독과 김종일 수석 코치의 말이 이어졌다.
“공격적인 부분에서만큼은 인정해야겠네요.”
두 명의 수비수를 너무 쉽게 제치고 골키퍼까지 바보로 만든 파비오의 순간적인 플레이는 리그 1에서 톱급 공격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플레이였다.
김종일 수석 코치의 감상에 대칸도 웃으며 말했다.
“그냥, 수비 못하고 반대편 진형에 박혀있는 에드워드라 생각하고 팀을 구상하면 되겠네요. 대신에 공격적인 모습은 확실하네요.”
에드워드와 비교하자면 아쉬운 점이 많은 선수지만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을 책임지기에는 충분한 선수였다.
“대신에 팀 전략 수정은 불가피하죠?”
오늘은 이삭이 노련하게 파비오를 이용하여 공격을 풀어갔지만, 다음 경기에서 다른 팀들이 분석을 한다면 이런 플레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그렇죠. 하지만 우리 팀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대칸은 살아남기 위한 팀 전략 수정을 계획하였고, 김종일 수석 코치의 머리도 고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메이든 전술 코치의 얼굴은 이미 복잡해져 있었다.
그렇게 개막전 경기는 2:1로 웨스트 릴링 FC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팀은 한동안 대대적인 전술 수정에 들어갔고, 파비오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팀으로 변신을 시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