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 잉글랜드 리그 1 - 3부 리그 】
개막전 전날.
웨스트 릴링 FC의 작은 임시 프레스룸에 기자들이 들어왔다.
“정확히 10분 뒤에 웨스트 릴링 FC의 기자회견이 시작되겠습니다.”
기획 팀장인 벤자민은 부지런하게 기자들을 안내하였고,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취재하기 좋은 자리에 앉아서는 인터뷰를 기다렸다.
준비가 끝난 벤자민 팀장이 아담 단장에게 완료가 되었음을 보고하였다.
“기자회견 준비 끝났습니다.”
“기자들은 얼마나 왔나요? 어느 정도 언론사가 온 겁니까?”
“정확히 열한 명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요크 지역 언론사입니다.”
아무리 리그 1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여전히 요크 지역 이상의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아담 단장은 옆에 대기하고 있는 대칸 감독과 게리 주장을 보고서는 물었다.
“두 분은 마음의 준비 되었죠?”
아담 단장의 말에 대칸과 선수 대표인 게리 주장이 괜찮다는 것을 표현하고서는 담담하게 프레스룸으로 들어갔다.
대칸 감독과 게리 주장이 프레스룸에 들어서자, 긴장을 풀고 잡담을 하고 있던 기자들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자, 벤자민 기획 팀장이 진행하였다.
“저희 웨스트 릴링 FC의 대칸 감독님과 게리 선수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질문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그러자 몇몇 기자들이 손을 들었고, 벤자민 기획 팀장이 발표를 허락한 기자들부터 질문을 던졌다.
“요즘! 웨스트 릴링 FC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많습니다. 구단이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보다는 선수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만 생각한다고 하던데요? 사실인가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칸 감독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소문은 소문일 뿐입니다. 구단의 사정 때문에 선수들을 많이 이적시키기는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문에 현혹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팀은 리그를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팬분들께서는 이번 시즌도 저와 선수들을 믿고 잘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주 재미없게 대답하는 대칸 감독의 대답,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이번 시즌 웨스트 릴링 FC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이번 시즌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팀의 전력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숨은 저력이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대칸의 대답에 한 기자가 살짝 비웃으며 질문을 더했다.
“주요 언론들은 웨스트 릴링 FC의 이번 시즌 예상 순위를 20위권, 즉 강등권으로 예상하였습니다. 감독님도 동의하시나요?”
“솔직히, 기분 나쁠 정도입니다. 저희 팀은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절대 강등권이 아닙니다.”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각오를 다지듯이 언론을 향해 선언했다.
“저는 공은 굴러봐야 아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승격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즌을 운영하겠습니다.”
승격이라는 목표를 못 박은 대칸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번에는 게리 주장을 향했다.
“이번에는 게리 선수에게 질문하겠습니다. 팀의 공격수들이 모두 변경되었습니다. 게다가! 며칠 전에 파비오 선수가 영입되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게리는 여기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대답했다.
“딜런과 에드워드의 빈자리는… 절대 메꿀 수 없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영입한 파비오 선수와 함께 팀의 승리를 쟁취하겠습니다.”
역시나 전형적인 게리의 대답… 그럼에도 기자들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파비오 선수에 대한 기대는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파비오가 육체적으로 노쇠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동료로서 반문해 주실 수 있나요?”
“그는 최고의 선수입니다. 제가 훈련장에서 확인한 그는 예전 전성기 시절의 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에서 충분히 증명할 것입니다.”
그 외 기자들은 몇 가지 질문을 더 했고, 대칸 감독과 게리 주장은 무난하게 대답을 하였다.
벤자민 팀장이 시간을 보고서는 충분히 했다고 판단하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럼, 저희 웨스트 릴링 FC의 시즌 개막 인터뷰를 종료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기자 중에 한 명이 기습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하나 묻겠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첫 승은 언제라고 예상하십니까?”
그 질문에 대칸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바로 내일입니다. 제가 경기로 보여드리죠!”
대칸은 자신만만하게 인터뷰를 종료하였다.
* * *
시즌 개막전.
이번 시즌 개막전 상대는 버턴 앨비언 FC였다.
“운이 좋군요.”
김종일 수석 코치의 말에 대칸도 고개를 끄덕였다.
버턴 앨비언 FC는 약팀으로 평가받는… 시즌 강등권 예상 팀, 게다가 이번 개막전 경기는 홈경기라서 웨스트 릴링 FC의 우세가 예상되었다.
FW : 파비오 란조(390/412)
RWF : 샘 필립스(349/414), LWF : 아치 바커스(377/389)
MF : 버틀러 알(365/385)
DM : 버로스 킴(353/351)―게리 워커(369/351)
RWB : 세바스찬 딘(357/382), LWB : 가론 아망스(343/420)
DF : 대니얼 보얀(384/400)―피터 존슨(354/382)
GK : 윌프로 드퍼(366/371)
파비오가 들어가서 무게감이 잡힌 웨스트 릴링 FC의 개막전 선발 진형을 보고서 대칸도 말했다.
“네, 운이 좋으면… 잡아야죠.”
대칸의 자신감 있는 말에 김종일 수석 코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 경기에서의 승리를 기대하였다.
경기 시작 전 라커룸.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은 풀린 몸의 상태를 확인하며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리 주장을 시작으로 새롭게 합류한 파비오까지… 선발로 확정된 선수들은 살짝 긴장한 모습으로 경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게리가 마지막으로 경기장으로 올라가기 전에 외쳤다.
“다들 열심히 합시다! 그리고 승리하자고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원형으로 뭉쳤고, 파비오도 오랜 경력으로 가진 눈치로 파이팅 자세를 외쳤다.
“파이팅하시죠!”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 고! 고!!”
그리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올라갔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대칸이 예상했던 것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흠…….”
파비오는 공격진에서 절대로 내려오지 않았다. 토탈 사커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던, 에드워드나 라이언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활동량이 많지 않은 타깃형 스트라이커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드필더 장악이 힘들다.
“압박해! 마크하라고!”
코치의 지시에 따라 웨스트 릴링 FC의 미드필더 선수들이 반대편을 압박하려고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뒤로 돌려~”
“여유롭게 우리 템포로 가자.”
버턴 앨비언 FC 선수들은 여유로운 수비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을 뒤로 돌리자 전혀 압박을 받지 않았다.
게리 주장의 입장에서는 답답했다.
‘파비오 선수는… 걸어 다니네.’
파비오는 수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 반대편 수비수들이 공을 돌리고 있어도 걸어서 압박하는 척만 할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웨스트 릴링 FC의 기본적인 전략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움직임… 수비적인 축구를 하더라도 전방에서 기본적인 압박을 줘서 반대편이 불편하게 플레이하던 도중에 실수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하지만…….
“여유롭게 하자! 침착하게!”
파비오가 제대로 압박을 하지 않자, 버턴 앨비언 FC 수비진은 아무런 부담 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템포로 경기를 운영하였다.
좋은 리듬은 좋은 플레이로 이어진다.
버턴 앨비언 FC 선수들의 리듬은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특히, 미드필더에 자리 잡은 버틀러는 답답함을 느꼈다.
‘젠장… 이렇게 끌려만 다녀서는 안 되는데…….’
번리에서 임대 온 버틀러에게 있어서 웨스트 릴링 FC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였다.
‘고작 리그 1 팀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그런 그의 조급함은… 플레이에서 드러났다.
앨비언 수비수가 공을 터치가 살짝 어긋났다.
“기회다!”
버틀러가 빠르게 뛰어들어 공을 낚아채려 했지만, 오히려!
타악~
수비수가 먼저 태클하듯이 공을 찼는데, 그 공이 옆에 있는 같은 팀 선수에게 갔다. 그리고 미드필더에 공간이 생겼다.
“들어가!”
수적인 우위로 중앙 지역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앨비언 선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침착하게 막아!”
“선수를 잡으라고!”
김종일 수석 코치를 비롯한 코치들은 다급하게 선수들에게 수비에 집중하라고 말했지만, 이미 흐름은 버턴 앨비언 FC의 것이었다.
탁!
타탁!
탁.
짧은 패스가 계속되면서 조금씩 전진하는데,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엇보다 어리고 경험이 없는 선수의 대처가 문제였다.
“하…….”
이번 시즌 처음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한 왼쪽 윙백인 세바스찬의 부족한 경험이 드러났고…….
“왼쪽 커버! 백업하라고!!”
대니얼의 지시에 따라 버로스가 백업을 하려 했지만, 그는 수비적인 능력이 아주 부족한 미드필더였다.
펑~
두 선수를 바보로 만든 반대편 윙어의 크로스는 아주 빠르고 정확하고 낮게 날아왔다. 그것도 예상하지 못한 위치로.
“윽…….”
대니얼의 머리에 망했다는 생각이 스쳤고 반대편 외곽으로 정확하게 배달된 공을 노마크의 앨비언 공격수가 가볍게 몇 번 터치하고 슛을 때렸다.
펑~ 철렁!
완벽하게 약속된 플레이로 골을 성공시킨 앨비언 선수들의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호우~”
“나이스! 최고다!!”
버턴 앨비언 FC가 선취골을 기록하였다.
라커룸.
전반전을 0:1로 지는 상태로 들어온 라커룸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무엇보다 감독과 코치가 아닌 선수들의 분위기가 더욱 차가웠던 것이다.
게리 주장은 답답했다.
‘중앙 지역에 선수가 많으면 뭐 해… 수비를 잘못하는 미드필더와 가담도 하지 않는 공격수가 있는데…….’
파비오는 수비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윙인 샘과 아치는 사이드에 붙어있다 보니 수비 가담도가 낮았다. 정식 경기 데뷔전인 중미 버틀러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버로스는 솔직히… 수비는 별로였다.
게리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미드필더 상황이었다.
대니얼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 중원에서 허점이 많으니, 공격수들이 너무 마음 놓고 움직인다. 게다가 윙백들이… 수비형이 아니야.’
정식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왼쪽 윙백인 세바스찬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역습 때, 사이드에서 치고 달리는 역할이었다. 오른쪽 윙백인 가론은 저번 시즌에도 그냥 공격적이었으니…….
수비는 대니얼과 피터가 거의 맡아서 하는 중이었다.
팀의 고참이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게리와 대니얼의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팀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대칸과 코치들도 이것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