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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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친선경기 다음 날.
대칸이 머물고 있는 집에는 구단 측에서 제공하는 주요 스포츠 신문이 매일 배달된다. 그렇게 배달된 요크 시티에서 유명한 지역 스포츠 신문에 웨스트 릴링 FC 관련 기사가 있어서 대칸이 읽어보았다.
[심상치 않은 웨스트 릴링 FC의 프리 시즌]
대칸 감독은 제목을 보고서는 한숨을 푹 쉬고서는 내용까지 읽었다.
웨스트 릴링 FC는 요크 지역에서 유일하게 프로 리그에 진출한 팀이다. 그런 웨스트 릴링 FC는 저번 시즌 리그 2에서 우승으로 6부 리그부터 리그 1(3부 리그)까지 한 번의 휴식도 없이 바로 승격을 하였는데, 이번 오프 시즌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서론은 뻔한 내용이었지만… 이제부터 회초리가 시작되었다.
주요 선수들을 계속해서 다른 팀에 빼앗기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핵심 선수인 에드워드 바커와 딜런 덱스터는 리즈유나이티드로 임대를 떠났고, 저번 시즌에 리그 2에서 평점 1위를 차지했던 라이언 힐 선수도 챔피언십 미들즈브러로 이적하였다. 그 외에도 사무엘 가드너와 찰리 이스톤을 비롯한 다수의 선수가 팀을 떠났지만, 영입된 선수는 별로 없다.
“그러게 말이지…….”
대칸은 자신도 모르게 신문 기사에 동의하였다.
축구라는 거대한 자본주의 스포츠에서 돈이 없으면 선수를 빼앗길 수밖에 없으며, 그것을 오히려 이용하여 돈을 버는 셀링 클럽이 다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리그 1(3부 리그) 소속에서 이런 형태의 운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부 리그에서 프로 리그로 진출하여 선수들을 팔아먹고서는 구단 주주들의 배만 불려주기 위한 돈을 버는 행위는 과거 구단들에서도 보았던 역겨운 행위이다.
“하… 뼈 때리네…….”
속사정을 모르고 비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돈을 만들기 위해 선수 장사를 하는 것과 다름없어 보이기는 했다.
요크 지역의 마지막 희망인 웨스트 릴링 FC가 더 이상은 셀링 클럽의 행보가 아닌, 상위 리그로 진출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지금과 같이 구단을 운영한다면, 승격과는 전혀 거리가 있는 강등권을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정해야 할 것이다.
대칸은 남은 기사를 더 읽지 않고 신문을 접고서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강등당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려면 어떻게든 해봐야지.”
대칸은 구단 사무실로 출근하기 무섭게… 바로 레이첼부터 찾았다.
“레이첼 수석 스카우트님! 감독실로 와주세요.”
대칸의 말에 자신의 자리에서 좀비처럼 누워있던 레이첼이 자신의 수첩을 들고 일어나서는 감독실로 들어갔다.
감독실에서 대칸은 다크서클이… 아니 얼굴 전체가 흙빛인 레이첼의 모습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물었다.
“제가 지시했던 선수들을 찾았나요?”
레이첼은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감독님이 말하셨던, 챔피언십 레벨에 속하면서 FA인데 아직 계약을 하지 않고 여러 구단과 계속 협상 중인 공격수 포지션 선수들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였습니다.”
레이첼은 자신의 수첩에 정리된 내용을 대칸에게 보고하였다.
“먼저, 클루어트 선수입니다. 이 독일 선수는 분데스리가에서 8년을 뛰었고 공중 볼에 강력하며…….”
클루어트 미뉴(24살, 공격수, 397/?)
레이첼의 보고에 따라 축구 매니저가 보여주는 클루어트 선수의 능력치였다. 대칸이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신뢰도 80% 정도이니 레이첼이 단기간에 열심히 조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이첼의 보고가 끝나자, 대칸이 물어본 것은 가장 중요한 돈이었다.
“클루어트 선수가 원하는 예상 계약금과 주급은 어느 정도인가요?”
레이첼은 자신이 알아놓은 정보를 기반으로 예측 금액을 말했다.
“계약금 30억에 주급 1억을 원한다고 합니다.”
와우… 역시, 프리미어 리그 하위나 챔피언십 상위권 팀 레벨의 공격수의 몸값은 비쌌다. 전 세계적으로 공격수 기근이다 보니, 거품이 가득한 가격이 시장가격이 된 것이다.
“게다가 독일에서 뛰는 것을 원해서… 만약 우리가 영입하려면 더 많은 계약금과 주급을 줘야 할 것입니다.”
“일단, 다른 선수도 보시죠.”
대칸과 레이첼은 이런 방식으로 아홉 명의 선수들을 더 살펴보았다. 하지만 대칸의 마음에 드는 선수는 없었다. 능력이 뛰어나면 몸값이 너무 비쌌고, 몸값이 내려가면 능력이 너무 떨어졌다.
물론 선수를 직접 살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능력치가 다를 수는 있지만, 개막 그리고 이적 시장의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이 시점에서는 레이첼의 보고 정확도가 평균 80%였기 때문에 그녀를 믿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칸이 레이첼이 조사한 모든 선수에서 불만족을 표하자, 그녀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감독님, FA 시장 별로죠?”
“네… 정말 별로네요.”
레이첼은 혹시나 싶어서 대칸이 지시한 조건에서는 벗어나지만, 괜찮다고 판단되는 선수를 한 명 제안했다.
“감독님, 파비오 선수 아세요?”
“파비오? 파비오 란조? 그 선수가 FA인가요?”
“네.”
파비오 란조(32살, 공격수, 382/412)
기술 139/150, 정신 143/155, 신체 100/107
32세라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파비오는 영국과 브라질 이중 국적을 가진 공격수로 20대 초반부터 3년 전까지는 프리미어 리그 팀이나 챔피언십 팀에서 활약하던 공격수이다.
그리고 2년 동안 중국 충칭 FC에서 뛰었는데, 기간 만료로 인한 계약 해지 이후에 새로운 팀을 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중국에서… 많은 주급을 받았던 것으로 아는데?”
“네, 주급으로 1억 6천만 원을 받았으니까요.”
레이첼의 말에 대칸은 차원이 다른 주급에 살짝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그 선수를 왜 언급하는 것일까?
“파비오 선수가 더 이상은 중국에서 뛰고 싶지 않아서 유럽으로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중국에서 전성기 2년을 뛰었기 때문에 모든 팀들이 그의 기량에 대해 의심하고 있어요.”
뭐 당연한 이야기였다. 파비오가 예전에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평범한… 아니 약간 부족한 공격수였지만, 챔피언십 리그에서만큼은 깡패였다. 하지만, 전성기 2년을 중국에서 보내고, 지금 기량은 검증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런 파비오 선수에게 그가 원하는 만큼의 많은 계약금과 주급을 주려는 팀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럼 그가 원하는 계약금과 주급의 수준은 어느 정도죠?”
“파비오 선수의 에이전트는 그가 2년 계약에 계약금 10억에 주급 5000만 원은 받을 수가 있는 선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요구를 들어주는 프리미어 리그 팀이 없다는 말이군요?”
“네.”
대칸은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최적의 대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다음 날.
여름 이적 시장이 끝나갈 무렵이라 파비오도 자신의 에이전트 사무실에서 계속 회의를 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파비오 선수, 계약 조건은 어느 팀이나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하지만 파비오 선수가 원하는 영국 팀은 챔피언십 소속의 더비 카운티 FC의 조건이 제일 양호합니다.”
더비 카운티 FC에서 파비오에게 3년 계약에 계약금 5억, 주급 6,000만 원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챔피언십 팀의 수준을 고려해서 생각하면 무난한 수준이었지만, 파비오에게는 부족했다.
“최상위 리그에서 뛰는 팀의 제안은 없나요?”
“상위 리그 팀의 가장 좋은 제안은 프랑스 리그 1의 소속 팀인 낭트에서 들어온 제안입니다. 동일한 3년 계약에 계약금 6억, 주급 7,000만 원을 제안했습니다.”
에이전트는 돈만 생각한다면 낭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지만, 파비오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 외에 팀들은?”
에이전트는 고개를 저었다. 파비오의 명성이 있어서 여러 구단에서 제안을 하긴 했지만, 계약금과 주급이 너무 낮았다.
“후… 제가 아무리 2년을 중국에 있었다지만, 너무 저를 낮게 평가하네요.”
파비오의 실망스러운 목소리에… 에이전트는 형식적인 위로의 말만 해줄 수밖에 없었다.
파비오와 그의 에이전트가 ‘어느 팀을 선택할까?’ 한참 고민하는 그 타이밍에…….
삐삐삑~
사무실에 있는 팩스가 요란스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에이전트는 팩스로 다가가서 서류를 살짝 보고서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왜요? 무슨 팀이길래 그러십니까?”
“…….”
에이전트는 살짝 고민하다가, 그 서류를 들고 파비오에게 다가갔다.
“파비오 선수, 웨스트 릴링 FC라는 팀을 아십니까?”
“웨스트 릴링 FC?”
파비오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에이전트가 설명을 했다.
“이번 시즌에 잉글랜드 리그 1(3부 리그)로 승격한 팀입니다. 6부 리그부터 3부 리그까지 다이렉트로 승격해서 축구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팀입니다.”
에이전트의 설명에도 파비오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그래 봐야 리그 1 아닙니까? 저에게 오퍼를 던지던가요? 한 계약금 30억 정도 제안하면 고민해 보겠습니다.”
에이전트는 서류를 파비오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후… 전화로 먼저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런 계약 제안은 처음이라. 파비오 선수도 한번 보시죠?”
에이전트의 말에 파비오가 웨스트 릴링 FC의 제안을 직접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일단, 이 팀부터 한번 미팅을 해보시죠.”
그날 저녁.
대칸과 레이첼은 파비오를 영입하기 위해서 런던에 있는 그의 에이전트 사무실에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웨스트 릴링 FC의 감독인 대칸입니다.”
“반갑습니다! 파비오 란조입니다.”
인사를 나눈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파비오를 살펴보았다.
파비오 란조(32살, 공격수, 382/412)
기술 139/150, 정신 143/155, 신체 100/107
스킬 : 집중력(N), 설명 : 골키퍼와 1:1 상황 시 집중력이 증가합니다.
세부 설명 : 골키퍼와 1:1 상황에 집중력이 증가하여 골을 넣을 확률이 증가합니다.
역시, 대칸이 생각했던 수준의 선수였다.
인사를 나눈 다음에 협상 테이블에 앉자, 대칸이 먼저 운을 띄웠다.
“저희 웨스트 릴링 FC의 제안을 고민해 보셨나요?”
그 말에 에이전트가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하하하, 재미있는 제안이었습니다.”
파비오도 웃으면서 말을 더했다.
“네, 저도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네요.”
웨스트 릴링 FC가 제안한 조건은 매우 기가 막힌 계약이었다.
기본 조건은 계약 기간 2년에 계약금 1억, 주급 1,000만 원, 대칸이 아담에게 애원해서 간신히 받아낸 최대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 계약서에는 정말 특이한 옵션 조항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상위 리그 구단의 이적 제안이 오면 파비오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이적 여부가 결정되는 조건이었다. 즉, 파비오가 원하는 팀으로 골라갈 수 있는 조항이었다.
두 번째는 파비오 선수의 이적료 50%를 본인에게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결과적으로 파비오가 스스로 원하는 구단에 이적할 수 있는 조건이었으며, 그 이적료의 50%를 본인이 가져가는 계약이었다. 지금 당장은 적은 계약금과 주급이었지만, 본인이 잘한다면 많은 이적료 수익을 본인이 챙겨서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이었다.
“파비오 선수가 중국에서 2년을 보내셔서, 지금 저평가받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게 불만스러운 계약에 마지못해 사인하지 마시고! 저희와 계약해서 이번 계약을 파비오 선수의 쇼케이스로 이용하시죠.”
레이첼의 말에 파비오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칸이 설득하였다.
“당신이 능력을 보여준다면 빠르면 올해 겨울 이적 시장, 늦어도 내년 여름 이적 시장에 다른 좋은 팀으로 갈 수 있을 겁니다.”
대칸과 레이첼의 말에 파비오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였다.
아무리 나이가 조금 들었다지만, 지금처럼 무시당할 수준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만족하지 않는 계약서에 사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웨스트 릴링 FC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하지만 매력적인 계약을 제안하니 고민이 된 것이다.
“하지만 리그 1은 너무 수준이 낮은 리그입니다.”
에이전트가 걱정을 말하자, 레이첼이 바로 준비한 대답을 꺼내었다.
“리그 1이 아무리 수준이 낮아도, 여기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준다면 프리미어 리그 팀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리그 1 소속 팀이라고 해도… 리그 컵과 FA 컵 대회에는 참가합니다. 거기서 당신의 역량을 보여주실 수도 있습니다.”
레이첼의 말을 들어보니 맞는 말이었다. 리그 1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인 선수가 챔피언십이나 프리미어 리그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다.
파비오와 에이전트가 심각하게 고민하자 대칸은 여기서는 자신이 강하게 당겨야 할 타이밍이라 판단하였다.
“파비오 선수에게는 죄송하지만 저희 팀도 빨리 공격수를 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해 주십시오. 저희가 제안한 계약을 받을지 안 받을지… 여기서 결정하지 않으시면 이 조건은 없습니다.”
“잠시만요. 잠시만…….”
파비오는 대칸의 말에 잠시 에이전트와 밖에서 따로 대화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더니… 결정이 되었는지, 다시 방에 들어왔다.
“한 가지 조건만 추가로 들어주면 계약하겠습니다.”
파비오의 말에 레이첼이 들어보자고 말했다.
“저에게 경기 출전 권한을 주십시오.”
“네?”
놀란 레이첼이 되묻자, 파비오가 추가 설명을 했다.
“제가 나가고 싶지 않은 경기는 쉬고, 제가 원하는 경기에서는 제가 선발로 출전하겠다는 말입니다. 저의 출전 여부를 제가 결정하겠다는 말이지요.”
감독의 권한을 아주 심각하게 침범하는 파격적인 권한을 요구하였다.
사실 대칸이 제안한 이적료의 일부를 선수에게 지급하는 계약은 흔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들어가는 옵션이었다. 다만, 이번 계약에서는 50%라는 엄청난 비율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선수가 스스로 경기 출전을 결정하는 권한은 대칸 감독이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조건이었다. 선수 출전은 감독의 절대적인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파비오의 파격적인 요구에 에이전트의 사무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대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계약하시죠.”
레이첼이 조심스럽게 ‘괜찮으시겠어요?’ 물었지만, 대칸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대칸도 많은 것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에이전트가 정리하였다.
“그러면 계약서를 그 조항을 추가해서 사인하시죠. 그리고 이번 계약의 금액과 옵션까지 모두가 비공개로 하시죠.”
대칸과 레이첼이 동의했고, 그렇게 웨스트 릴링 FC는 FA 준척이었던 파비오 란조의 영입에 성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