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회의실.
라이언의 이적에 대해서 논의하기 위해서 웨스트 릴링 FC의 중요 인물들이 모두 모인 회의실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다르게 기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윌리엄 운영 팀장은 먼저 회의 안건인 라이언의 이적 제의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번에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한 미들즈브러 FC에서 라이언 힐 선수에 대한 이적을 요청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중요한 부분… 이적료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라이언 선수의 완전 이적 조건으로 25억(187.5만 유로) 즉시 지급, 10억(75만 유로) 분할 지급, 그리고 5억(37.5만 유로) 조건부 지급으로 총액 40억(300만 유로)짜리 이적 요청입니다.”
유명 축구 언론사가 책정한 라이언의 몸값은 25억(187.5만 유로).
리그 2 우승 팀의 주요 공격수에 리그 2에서 최고 평균 평점을 기록했지만, 리그 1 이상에서 검증을 받지 못한 라이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미들즈브러 FC는 확실한 영입을 위해서 표준 몸값보다 훨씬 많은 돌을 제안하였다.
레이첼 수석 스카우트는 미들즈브러에서 이런 몸값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서 추가 설명을 더하였다.
“미들즈브러에서 구하는 공격수 자리에 라이언 선수는 매우 적합한 선수입니다.”
미들즈브러에서 라이언을 원하는 이유는 무려 네 가지가 있었다.
“먼저, 미들즈브러에는 현재 공격수 자원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저번 시즌에 챔피언십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쳐서 승격한 미들즈브러는 주요 공격수 두 명을 프리미어 리그 팀에게 빼앗겼다.
거금의 이적 제안을 구단에 던지는 동시에 선수에게도 많은 주급을 약속하자, 미들즈브러에서는 선수들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빈 공격수 자리에 준수한 공격수 한 명은 영입했지만, 최소 한 명의 공격 자원이 더 필요했다.
“그리고 미들즈브러의 구단 측에서는 어린 선수를 선호합니다.”
미들즈브러 구단 운영진은 어린 팀 칼라를 원했다. 그래서 괜찮은 유망주나 20대 초반의 선수를 찾았지만, 값이 너무 비싸거나 강등권인 미들즈브러 FC에 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이를 조금 올려서 살펴보자, 저번 시즌 리그 2의 우승 팀에서 높은 평점을 기록한 스물다섯 살의 라이언이 관찰된 것이다.
“무엇보다 라이언 선수는 홈그로운 선수입니다.”
외국인 선수의 비율이 높은 편인 미들즈브러에는 홈그로운 선수가 조금 넉넉하게 있으면 좋겠다는 이사회의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라이언은 홈그로운이라는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였다.
“마지막으로 샘 브룩스 감독이 원하는 공격수의 유형도 빠르고 부지런한 선수입니다.”
미들즈브러의 젊은 감독인 샘 브룩스는 토탈 사커의 신봉자였다. 그러다 보니, 그는 빠르고 많은 활동량을 자랑하는 라이언의 플레이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디펜스 포워드! 수비 가담도 잘하는 라이언에게 디펜스 포워드의 역할을 수행시키면 괜찮겠다는 판단에 영입을 요청했던 것이다.
레이첼의 설명으로 인하여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라이언의 몸값에 대해서 이해를 하면서도… 라이언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깨달았다.
아직 괜찮은 나이에 빠르고 부지런한 홈그로운 공격수.
40억(300만 유로)이라는 가치가 충분한 선수였다.
윌리엄 운영 팀장과 레이첼 수석 스카우트의 설명이 끝나자, 회의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40억(300만 유로)… 옵션에 분할 지급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다고는 해도! 40억(300만 유로)은 거금이었다.
라이언이라는 선수가 웨스트 릴링 FC… 축구팀의 일원으로 중요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지만, 40억(300만 유로)이라는 돈 때문에 판단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예산이 부족해서 은행 대출 때문에 고생 중인 아담 단장에게는… 무조건 해야 하는 이적 건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자, 아담이 먼저 솔직하게 말했다.
“라이언 선수! 구단의 운영을 위해 이적시키도록 합시다.”
“……!”
아담의 선언에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라이언 힐… 맨체스터 소재의 유명 유소년 팀 출신으로 주위에 유망한 선수들과 자신을 비교하다가 축구를 관두었다. 그는 무엇보다 작은 신체, 성장하지 않는 키와 덩치는 그를 낮은 포텐셜의 선수로 평가하게 만들었고 스스로 축구를 관두게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축구를 관두었던 라이언은 운 좋게 다른 일을 하다가 대칸과 만나서 프로 축구 선수가 되었으며, 제대로 성장할 수가 있었다. 이제는 능숙한 프로 선수가 되었으며, 상위 리그에서도 유망한 선수의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솔직한 라이언의 잠재 능력과 현재 능력치를 생각한다면 지금 40억(300만 유로)에 판매하는 것은 충분히 좋은 거래였다.
라이언 힐(25살, 공격수, 377|385/398)
기술 116/125, 정신 160/169, 신체 101/104
아직 성장 가능성이 약간 남아있긴 했지만, 솔직히 한계는 확실하게 존재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챔피언십 레벨의 선수…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확인 가능한 현실적인 라이언의 최대 기대치였다.
“하지만… 라이언 선수를 이렇게 보내서 될까요? 절대로… 절대로 안 됩니다!”
대칸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6부 리그부터 같이 올라온 라이언을 이런 식으로 돈 때문에 버릴 수가 없다는 대칸의 감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렇게, 아담과 대칸은 서로를 바라… 아니 노려보았다. 구단의 핵심인 두 사람의 정면 의견 충돌! 그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회의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만 보았다.
“구단 운영을 위해서는 라이언 선수를 이적시켜야 합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구단을 운영해야지,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친하다는 이유로 같이 간다는 등! 그런 운영은 안 됩니다. 그래서 이번 이적은 과거를 버린다는 의미로 단장의 입장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겠습니다.”
아담의 강력한 의지, 하지만 대칸도 절대 지지 않았다.
“아무리 경제적인 논리로 구단이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축구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돈 때문에 일방적으로 선수가 원치 않는데 이적시킨다면 그 어떤 선수가 충성을 바치겠습니까?”
그리고 대칸은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서 말을 더했다.
“우리 구단의 핵심 운영진들과 선수들은 6부 리그부터 여기까지 같이 왔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대니얼과 라이언, 칼슨, 게리 선수에 대해서는 돈 때문에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축구는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대칸의 말에 아담은 크게 한숨을 쉬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에드워드라고 해도 만약 보내야 한다면 보낼 것입니다. 저번 리즈에서 임대 요청을 했을 때도 보내려고 했습니다. 대칸 감독님이 절대로 보낼 수 없다는 말에 보내지 않았던 것이지요.”
“에드워드 건과는 다릅니다. 저는 라이언 선수를 보호하고 싶습니다.”
대칸의 보호한다는 말에 아담은 독하게 대답했다.
“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 했는데… 대칸 감독님, 지금 대칸 감독님이 하시는 행동이 보호일까요?”
“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반문하는 대칸에게 아담은 제대로 정곡을 찔렀다.
“라이언도 이 팀에 계속 있고 싶어 하는 걸까요? 과연 이런 대칸 감독님의 보호가 그가 원하는 보호일까요? 라이언 선수는 프리미어 리그 팀에서 뛰고 싶지 않을까요? 축구 선수의 드림 리그인데? 더 많은 주급과 계약금을 받고 싶지 않을까요? 사람인데?”
“…….”
대칸은 당연히 라이언이 웨스트 릴링 FC에 남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담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대칸의 머리에는 아담이 가진 ‘호감도’ 스킬이 떠올랐다.
스킬 : 호감도(R), 설명 : 대화하는 사람의 구단에 대한 호감도를 알 수 있습니다.
세부 설명 : 대화하는 사람이 웨스트 릴링 FC에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 파란색으로 표시가 되고, 중립적이면 노란색, 불만이면 붉은색으로 표시가 됩니다.
아담에게는 선수의 구단에 대한 호감도를 알 수 있는 스킬이 있었는데… 라이언이 만약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을 아담이 알고 말하는 것이라면?
머리가 복잡해서 대답하지 못하는 대칸을 두고서 아담이 결론을 내렸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라이언 선수의 의사를 묻고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물었다.
“다들 이의 있으신가요?”
아담의 선언에 아무도… 대칸 감독까지도 이의를 신청하지 않았고, 회의는 그렇게 종료되었다.
단장실.
라이언과 그의 에이전트는 아담과 면담을 시작하였다.
아담은 우선은 솔직하게 미들즈브러 FC로부터 이적 요청이 들어왔다고 말하였다. 그러고는 바로 질문에 들어갔다.
“라이언, 너는 미들즈브러로 가고 싶니?”
아담의 질문에 에이전트가 라이언을 독촉하였다.
“당연히 가셔야죠! 당신이라는 선수의 가치를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겁니다! 축구 선수라면 프리미어 리그에서 한번 뛰셔야죠! 게다가 받는 주급도 열 배 이상 증가할 겁니다! 수입 측면에서도 꿈을 위해서도! 무조건 가셔야 합니다. 이건 기회입니다!”
에이전트의 말… 세계 최고, 꿈, 프리미어 리그, 주급… 모든 말이 라이언의 머리에 화살처럼 꽂혔다. 하지만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차마 가겠다는 말이 나오지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담은 라이언을 조금씩 달랬다.
“나는 일부러 이 자리에 대칸 감독을 부르지 않았다. 라이언, 네가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할까 봐. 그러니 네가 정말 원하는 것을 말해라. 나는 네가 잔류하겠다는 의견도 이적하겠다는 의견도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아담이 이렇게까지 편하게 말할 기회를 주자, 라이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칸 감독님과 아담 단장님… 그리고 데이비드 구단주님까지 정말 감사한 분들입니다. 웨스트 릴링 FC도 정말 좋은 팀이구요.”
그러고는 라이언이 결심하고 말했다.
“하지만 저는 프리미어 리그 팀에서 뛰고 싶습니다.”
라이언의 솔직한 대답이 나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에이전트도 좋아했고, 아담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너의 생각 그리고 결심, 충분히 존중하고 이해한다.”
아담은 라이언의 어깨를 살짝 토닥이고서는 먼저 단장실에서 나갔다. 그리고 바로 윌리엄 운영 팀장에게 말했다.
“라이언 선수 이적 건! 진행시키세요.”
“네.”
그렇게 라이언의 이적은 바로 진행되었고, 3일 뒤에 라이언은 미들즈브러와 계약을 완료하여 팀을 떠났다.
라이언은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 조용히 팀을 떠났다. 그리고 주요 선수인 라이언의 이적으로 인하여 대칸은 크게 상심하였다.
상심하고 있는 대칸의 감독실로 한 선수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
대칸이 아무런 대답을 안 하자, 노크가 반복되었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대칸은 마지못해 들어오라는 허락을 하였다. 그러자 문을 열고 팀의 주장인 게리 워커가 들어왔다.
대칸은 게리 워커의 등장에 걱정이 가득했다. 안 그래도… 자신의 이적을 요청하던 선수다. 하지만 팀의 정신적인 지주인 주장… 게리까지 떠난다면 정말이지 믿을 사람이 확 줄어드는 느낌일 것 같았다.
대칸은 조심스럽게 커피를 게리에게 대접하면서 잡담을 꺼내었다.
“요즘 팀에는 별일 없죠?”
“흠… 팀에 별일요? 아주 많죠.”
게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주전급 선수들의 연이은 이적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어린 유망주 선수나 트라이아웃 출신 선수들… 게다가 라이언의 소리 없는 이적까지! 팀 분위기 완전 개판입니다. 모두 불안해서 미치려고 해요.”
“…….”
대칸이 아무런 말을 못 하자, 게리가 약간 어울리지 않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이지, 제가 불안해서 팀을 떠날 수가 없겠네요.”
“네?”
대칸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게리를 보자, 게리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이번 시즌까지는 팀에 있겠습니다. 불안해하는 선수들을 보니, 주장이 없으면 모두 울 것 같아서 도저히 팀을 못 떠나겠네요.”
게리의 말에 대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러자 게리도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라이언만큼 대단하지는 않겠지만, 제가 남아서 팀을 지키죠. 그리고 감독님의 불안도 덜어드리고!”
대칸은 게리의 손을 잡고서는 강하게 외쳤다.
“게리 주장! 정말 감사합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다음 시즌에도 잘 부탁합니다.”
다행히 게리 워커, 웨스트 릴링 FC의 정신적인 지주인 주장은 잔류를 확정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