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천재 감독이 되다-99화 (99/445)

99화

* * *

인천공항.

출국장에 웨스트 릴링 FC에서 온 네 명의 남자, 대칸과 데이비드, 에드워드 그리고 운영 팀 직원이 캐리어를 들고 나왔다.

대칸은 오래간만에 한국에 왔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매우 좋았다.

“하~ 이 한국의 기운… 냄새! 느낌! 너무 좋아!”

그리고 옆에 있는 데이비드는 뭔가 열의가 가득한 상태였다.

“형님과 아버지가 고생하는데! 이번 계약이라도 제대로 해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아담과 대칸이 고생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번 스폰서 계약에서 많은 돈을 받겠다는 생각에 활활 불타고 있었다.

대칸도 그런 데이비드와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서는 말했다.

“그래! 이번에는 제대로 스폰 계약을 해보자고! 그리고 돈 많이 벌어서 영국으로 돌아가자!”

“네!”

두 불타는 얼간이… 에드워드는 한심하다는 듯이 두 사람을 보다가, 얼른 옆에 있던 운영 팀 직원과 함께 빠르게 움직이며 말했다.

“에휴… 저 두 사람은 모른 척하고 우리는 먼저 나가서 택시나 잡죠.”

“아, 네, 에드워드 선수. 그러시죠.”

에드워드가 운영 팀 직원과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대칸과 데이비드는 이번 스폰 계약을 잘해보자고 불타고 있었다.

리그 1에 입성하고 CX식품과 단년 스폰 계약이 종료되어, 새로운 계약이 필요했다. 그리고 리그 1에 입성하면서 기존과는 계약의 규모가 다를 것이라 예상이 되어, 구단주인 데이비드가 직원을 데리고 직접 방문한 것이다.

물론 CX의 담당자가 영국으로 오겠다는 말을 하였지만, 일행이 한국 스케줄도 몇 개 있어서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다.

대칸 일행이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CX본사로 향했다. 메인 스폰서 계약 갱신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대칸과 데이비드가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멀끔하게 양복을 입은 40대 초반의 남자가 반겨주었다.

“에드워드 구단주님, 대칸 감독님, 어서 오십시오.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CX 홍보 3팀의 팀장인 박인호입니다.”

박인호 팀장이 반갑게 인사를 하였고, 두 사람도 악수로 인사를 나누었다.

대칸 감독과 에드워드 구단주, 그리고 박인호 팀장은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가볍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에도 우승으로 승격에 성공하셨더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시즌의 리그 1에서 활약도 기대하겠습니다.”

“CX에서 스폰서를 해주신 덕분입니다.”

세 사람이 약간 뻔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박인호 팀장은 속마음으로는 전년도에 장기 스폰 계약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주 땅을 치고 후회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 그 차 부장만 아니었어도! 아오!!’

자신의 직속 상사인 차 부장의 명령으로 단년 계약을 했던 것이 너무 아쉬운 결정이었다.

어느 정도 긴장을 푸는 대화를 마치자, 박인호 팀장은 에드워드와 대칸을 데리고 회의실로 올라갔다.

회의실에는 박인호 팀장이 이끄는 팀에 속해있는 직원들이 먼저 협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도 한 명 있었다.

‘헐… 왜? 차 부장이 왜 여기에 들어와 있는 거야?’

거대한 덩치의 탐욕스러운 얼굴인… 차 부장이 협상 테이블의 가운에 있었다.

CX 홍보부의 차 부장은… 간만에 이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 김 이사님!!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 어~ 잘 지냈어! 요즘 별일 없고?

차 부장은 김 이사의 전화를 공손하게… 아주 공손하게 받았다. 그리고 김 이사는 안부를 묻다가… 자신의 본론을 슬쩍 말하기 시작했다.

- 이번에 웨스트 릴링 FC랑 스폰 재계약을 한다면서?

“웨스트 릴링……?”

- 그~ 영국 하부 리그 축구팀! 우리나라 BJ 출신 감독이 있어서 유명한 팀 말이야~

“아!! 네네네~ 내일 스폰서 계약이 있습니다.”

김 이사는 차 부장에게 미션을 내렸다.

- 그래? 이번에 계약하면서 모기업 CF 계약을 같이 받아오지? 우리 파트에서 예산이 부족해서…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조건부로 CF 계약을 넣어줬으면 해.

헐값에 CF를 찍어보겠다는 김 이사의 미션이 떨어지자, 차 부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웨스트 릴링 FC와의 계약을 물로 보고 있는 차 부장이었다.

차 부장은 김 이사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갑질하러 협의 테이블에 들어왔다. 그런데 협상 자료를 보니…….

“뭐? 25억(187.5만 유로)? 2년 계약이면 55억(412.5만 유로)?”

자신이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던 협상안의 금액이 너무 크다는 생각에 큰소리를 쳤다.

“이 새끼들아! 너희들 정신 있어? 3부 리그라면서? 그런 팀에 이런 거금을 준다고!!”

차 부장이 큰소리로 직원들을 혼내고서는 서류를 던지면서 말했다.

“이거 치워! 내가 직접 협상에 들어간다.”

강 팀장의 홍보 3팀 직원들은 차 부장의 명령에 눈치를 보면서 준비했던 서류를 모두 치웠다.

강 팀장은… 협상 테이블에 차 부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일단 머리가 아팠다. 그래도 최대한 진정하고서는 대칸과 데이비드를 앉으라고 권유하고서는 본인도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차 부장은 건성으로 대칸과 데이비드와 인사를 주고받았고, 대칸은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참고서 협상에 들어갔다.

“먼저 저희는 CX에서 준비한 메인 스폰서 협상안을 듣고 싶습니다.”

“저희…….”

강 팀장이 대답하려 할 때, 차 부장이 손을 들어 말을 끊고서는 말했다.

“넉넉하게 스폰해 드리죠! 1년에 12억(90만 유로) 어떻습니까? 작년의 두 배 규모입니다. 저희가 통 크게 준비했죠! 하하하, CF를 하나 찍어주는 조건으로요.”

“…….”

“만약 원하신다면 2년에 24억(180만 유로)도 괜찮습니다. 다만 저희가 원하는 조건을 몇 가지 더 들어주셔야 합니다. 괜찮죠?”

정말… 담당자인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말하고 있는 차 부장의 행동에… 강 팀장은 입이 떡 벌어졌다. 아무리 권위적이고 예전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은 본인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차 부장의 조건 제시에 대칸의 고개도 저절로 흔들렸다.

연간 12억(90만 유로)이라는 금액은 리그 1 메인 스폰서급 액수가 아니었다. 리그 2와 리그 1은 위상이 완전히 달랐고, 상황도 전혀 달랐다. 게다가 6부 리그에서 다이렉트로 리그 1(3부 리그)까지 올라온 웨스트 릴링 FC의 메인 스폰서라면 그 가치도 달랐다.

“그 금액으로는 절대로 불가합니다.”

대칸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차 부장은 기분이 나빴다.

‘아니… 돈 받으러 온 주제에… 무슨 자세가 저래?’

차 부장은 자신이 갑이라는 생각으로 고압적인 자세를 취했다.

“허… 절대 불가능하다고? 나이도 어린 양반이 말을 기분 나쁘게 하시오? 이러면 기분! 나빠서 스폰 못 해드립니다~ 네?”

차 부장이 꼰대 짓을 하자, 대칸이 참지 않고 얼굴을 찌푸렸고… 이번에는 데이비드도 기분이 나빠서 한마디 했다.

“이거 뭔가요? 지금 스폰서 계약 가지고… 협박하나요? 레알루?”

데이비드까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을 하자, 차 부장은 대놓고 짜증을 냈다.

“싫으면 관두시오~ 우리는 아쉬울 것 없소!”

경우 없는 차 부장의 행동… 담당자인 강 팀장은 한숨만 쉬었고, 분위기를 읽은 대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이비드, 나가자!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스폰받을 필요는 없다.”

대칸이 일어나자 데이비드도 살짝 당황했지만… 대칸을 따라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어이~ 당신들! 지금 나가면 절대로 스폰서 계약은 없을 줄 아시오! 알겠소?!”

소리치는 차 부장… 대칸은 살짝 째려보고 밖으로 나왔고, 데이비드는 가운데 손가락을 한번 들어주고서는…….

“X 까!”

그리고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뭐~ 이! 새끼들이!!”

자신에게 욕을 하고 나온 데이비드를 보고 울컥한 차 부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 했지만, 직원들이 말려서 문제가 더 커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상황을 지켜보던 강 팀장은 강한 두통에 머리를 잡고서는 한숨만 내쉬었다.

다음 날 아침.

대칸과 데이비드 그리고 에드워드는 강남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 있었다. 그리고 그 스튜디오에서는…….

“에드워드 선수! 다시 공을 차주세요. 자연스럽게 차셔야 합니다.”

촬영감독의 지시에 따라 에드워드는 공을 차는 것을 반복했고, 감독은 계속해서 에드워드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에드워드는 무려 3억(22.5만 유로)짜리 CF를 제의받았고, 그 CF를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메라 의식하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평소에 경기하듯이~ 하세요!”

연기를 하는데… 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라는 힘든 요구에 에드워드는 고생스럽게 CF를 촬영하였다.

그리고 운영 팀 직원이 CF 담당자와 이야기하는 동안에 데이비드와 대칸은 뒤편에서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데이비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나와도 되었을까요? 형님이 나가셔서… 따라서 나오긴 했는데?”

어제 스폰 이야기를 하자, 대칸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우리 팀에 스폰한다는 기업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 재수 없는 사람한테 매달리듯이 계약할 필요는 없지.”

웨스트 릴링 FC는 특별한 팀이다. 한국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팀, 리그 1 소속이지만 충분히 상업적인 영향력이 다른 팀보다 높았다.

CX가 하부 리그부터 같이했던 기업이라서 평균 금액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계약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쉬운 자세를 취하면서 계약을 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당장 한국에 있는 기간에는 힘들지 모르겠지만, 시즌 시작 전에 메인 스폰 하겠다는 다른 기업이 나타날 거야. 만약 한국 기업이 안 되면 영국 기업이라도 협상해 보자고.”

“그러면…….”

“걱정 마! 어지간하면 한국 기업들이 달라붙을 거야. 그러니, 절대로 걱정 마! 무조건 나타나.”

대칸의 확고한 말에 데이비드도 걱정을 덜었다.

에드워드의 CF 촬영을 마치고 일행은 상암동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대칸과 에드워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에드워드는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질문이 이어졌다.

“무엇을 하면 되는 건가요?”

“그냥 방송에 출연해서 열심히 뛰면 된다. 그리고 하라는 대로 하면 되고!”

데이비드… 형의 성의 없는 대답에 에드워드는 한숨을 크게 쉬면서 그냥 포기해 버렸다.

30분 정도 기다리자, 새로운 대기 장소로 이동했고… 예능 프로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합니다! 영국 축구계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죠! 웨스트 릴링 FC의 대칸 감독과 데이비드 구단주, 그리고 영국 축구계의 신성 에드워드 선수입니다!”

프로그램의 참여자이자, 진행을 맡은 김태진 MC의 소개에 따라 대칸 일행이 나오자, 환호성이 떨어졌다.

“오~ 진짜네?”

“진짜 에드워드 선수야!!”

“대박~ 진짜 여기를 나온다고?”

축구에 관심이 많은 남자 멤버들은 적극적으로 환호했고, 여자 멤버들은 누군가? 라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그러자 한 장난기가 많은 남자 출연자가 여자들을 구박했다.

“뭐예요? 에드워드 선수 몰라요?”

여자들은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네’라고 대답했고.

“와~ 정말 수준 떨어지게!”

“상식이 없어! 상식이!”

하지만, 그렇게 구박받는 여자들의 눈에서는 하트가 나오는 것 같았다.

“잘생겼어요.”

“정말… 두 분 다 잘생겼어요.”

혼혈 미남인 데이비드와 호리호리한 몸에 잘생긴 에드워드! 두 사람의 외모에 일단 여자 출연자들의 호감도는 100%를 넘었다.

“세 분 모두 저희 프로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출연자들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웨스트 릴링 FC의 3인방을 환영했다.

대형 BJ 출신인 대칸과 웨스트 릴링 FC는 지속적으로 여러 예능에서 섭외를 받았었다. 그러던 도중에 한류로 유명한 예능 프로에서도 계속 러브 콜을 보내자, 아담과 상의를 하여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한국에서의 웨스트 릴링 FC의 이미지 상승효과와 아시아 마케팅을 위한 발걸음이었다.

이번 주의 게스트는 웨스트 릴링 FC 세 명을 비롯한 다른 한국 축구팀의 감독, 코치, 선수였다.

두 개 팀으로 나누어졌는데, 한국어를 못하는 에드워드가 있었기 때문에 번역을 위해 웨스트 릴링 FC 팀과 한국 팀으로 결정되었다.

팀이 확정되고,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이동하던 도중에 경력이 많은 김태진 MC의 질문이 이어졌다.

“와~ 웨스트 릴링 FC 요즘 장난 아니죠!”

금칠에 데이비드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다~ 대칸 감독님 덕분이죠.”

그러자 대칸도 웃으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저를 도와주신 코치분들과 운영진들 그리고 선수들 덕분에 저희 팀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대칸과 데이비드가 적극적으로 말을 하자, 경력이 많은 김태진 MC는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데이비드와 대칸의 인터뷰를 이끌어냈다.

“한국에서 만난 인연으로 축구팀 운영에 도전하고 감독에 도전하셨다고요? 대단하군요!”

“거기에 에드워드 선수가… 데이비드 구단주님의 동생이라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고…….”

“김종일 코치님도 좋은 인연이 되셨군요.”

크고 작은 웨스트 릴링 FC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대칸과 데이비드… 그런 인터뷰 도중에 대칸이 원하던 질문이 들어왔다.

“웨스트 릴링 FC의 메인 스폰서가 CX던데 어떻게 인연이 된 거죠?”

기다렸던 CX에 대한 질문에 대칸은 아쉬운 표정을 바로 지었다.

“아… CX요? 더 이상은 저희 팀의 메인 스폰서가 아닙니다.”

“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출연자가 갑작스럽게 끼어들었다.

“감독님이 노골적으로 CX 광고했던 거… 축구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이슈였는데?”

“그래요?”

잘 몰랐던 다른 출연자의 말에 잘 알고 있는 출연자의 설명이 더해졌다.

“네! 얼마 전에 히트했던 인터넷 밈이었어요.”

“그런데 왜 메인 스폰서를 그만하게 되셨는지…….”

출연자의 질문에… 대칸은 거짓 웃음을 지으며 입을 닫았지만, 옆에 있던 데이비드는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히, 정말 재수 없더라구요. CX…….”

생각지도 못한 돌직구 대답이 데이비드의 입에서 나왔다.

이후 예능 프로 촬영은 무난했다.

양 팀 대결 미션에 들어가서 대칸은 평범하게 행동하고 평범하게 움직이다가 쉽게 반대편에게 잡혔고, 데이비드는 현란한 말장난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래도 신체적인 능력에서 압도당했다.

하지만 에드워드의 맹활약이 하이라이트였다. 게임의 규칙을 이해한 에드워드는 현역 운동선수의 폐활량과 활동량을 보여준다. 게다가 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지능적인 플레이까지 보여주는데… 모든 출연자가 감탄할 만큼 대활약을 펼친다.

에드워드의 활약으로 웨스트 릴링 FC가 속한 팀이 승리하고, 그렇게 예능 프로 촬영도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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