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다음 날.
웨스트 릴링 FC의 코치와 스태프를 뽑기 위한 면접은 연이어 계속되었다. 그런데… 두 번째 날은 면접자들의 상태가 영 별로였다.
“저는!! 무려 500년이 넘는 감독 경력이 있으며! 하부 리그 팀으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수차례 했습니다. 그리고…….”
FM 폐인이 와서는 자신을 믿어달라는 개소리를 하기도 했고. 면접관들의 나가라는 말에도 버티고 있어서… 결국에 경비원이 와서 끌고 나갔다.
“감독님이 인터넷 방송인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다른 업계에서 일했지만, 노오오오오오력을 한다면 충분히 코치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저를 채용해 주십시오!”
노오력 신봉자도 당연히 채용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제가 연구한 7-3-1 전략은 수비 중심적인 전략이지만 유기적인 패스를 기반으로 승률 90% 이상을 기록할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말도 안 되는 전술 이론을 주장하고 펼치자고 주장하는 면접자, 게다가 그 사람의 전술 능력이 7밖에 안 되는 것을 보고서는 그냥 무시한다. 역시 패스…….
“저는 유망주 전문가입니다. 선수의 눈과 미간을 살펴보면, 그 선수의 성장 가능성을 알 수 있고 미래가 예상됩니다. 저를 유망주 코치로 고용하신다면 웨스트 릴링 FC가 영원히 부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장 가능성 판단 능력치가 3밖에 안 되는 면접자의 말도 안 되는 개소리… 당장 꺼지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이상한 면접자들이 연이어 들어왔다가 나가자, 면접관들은 더욱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와… 오늘 면접자들은 너무하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너무 당당하게 해서…….”
“저는 순간 속을 뻔했어요.”
대칸의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이번 면접을 통해서 고용을 확정한 사람은 히말 바추 코치와 마사지 전문가 두 명이 전부였다.
최대한 효율적인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대규모 코칭스태프 면접이었는데… 인재가 정말 없다. 그렇다고 부족한 코치를 영입할 수는 없는 노릇!
대칸은 남은 30여 명의 사람들 중에서 인재가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힘이 빠진 면접관들이 점심을 가볍게 먹고, 다시 면접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첫 번째 사람부터 의외로 괜찮은 사람이 들어왔다.
“저는 그런트 와이크입니다. 얼마 전까지 리그 1이었던 플리머스 FC에서 선수로 뛰었습니다. 코치 연수를 바로 받기에는 금전적인 문제가 있어서 웨스트 릴링 FC에 수습 코치로 지원합니다.”
그런트 와이크(34살, 수습 코치, 125/175).
능력치만 보자면 부족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잠재 능력… 특히 수비력 훈련의 능력치가 좋았다. 수비력 훈련 12/18,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 장래가 기대되는 코치였다.
면접이 끝나고, 대칸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기 전에 확정했다.
“주급도 90만 원에 젊고 가능성 있는 코치네요. 고용하시죠.”
그리고 한 시간 정도 후에…….
“페르난데스 파로, 요크 시티 대학에서 스포츠 의학을 전공했습니다. 팀 닥터로 경력은 없지만, 웨스트 릴링 FC에서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페르난데스 파로(28살, 팀 닥터, 101/145).
‘미친…….’
그런데 그의 치료 능력은 13/20. 무조건 잡아야 하는 팀 닥터였다.
“흔치 않은 팀 닥터 지원자입니다.”
“원하는 주급도 200만 원이면… 팀 닥터치고는 괜찮네요.”
“느낌이 나쁘지 않은데요?”
“무조건 고용해야 합니다!”
역시나,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하여 합격!
이번에는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신사가 면접장에 들어왔다.
“저는 찰리 리드비터라고 합니다. 선수 출신이며 위건에서 스카우트로 3년 동안 있었고, 코치 경력도 1년 있습니다. 지금 성장하는 웨스트 릴링 FC라면 제 능력을 충분히 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찰리 리드비터(37살, 스카우트, 123/169).
‘무조건 합격이다! 잡아야 해!!’
성장 가능성 판단 13/17, 현재 능력 판단 12/18.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인재였다.
그렇게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을 보고, 대칸의 마음이 여유로워졌고, 면접하는 다른 사람들도 괜찮다는 생각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사람도 열 명이 채 없을 때… 면접실에 한 너드가 들어왔다.
대충 봐도 어리숙해 보이는… 더벅머리에 체크무늬 남방, 계절에 안 어울리는 겨울 바지를 입고 있는 그는 면접실에 들어와서도 어쩔 줄 몰라 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레이첼의 말에 그 너드는 더듬거리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크리스 라크…입니다. 스… 스포츠 과학자로… 지원했습니다.”
모든 면접관이 그의 태도에 한숨을 쉬었고, 대칸도 같이 한숨을 쉬면서 축구 매니저로 그를 살펴보았다.
‘어라? 이 녀석 뭐야?’
크리스 라크(29살, 스포츠 과학자, 73/100).
능력치는… 고만고만한데…….
스킬 : 하반신에 미친 연구자(E-1단계), 설명 : 선수들의 무릎과 종아리 부상 분석이 뛰어납니다.
세부 설명 : 관심 있는… 아니 하반신 부위(무릎과 종아리) 관련 연구에 미쳐있습니다. 그래서 하반신 부위(무릎과 종아리)의 분석이 매우 뛰어납니다. 하지만 다른 부위 분석은 전혀 하지 못합니다.
정말… 한 가지에 미쳐있는 제대로 된 너드가 면접장에 들어왔다.
스포츠 과학자, 크리스 라크에 대한 면접은 의외로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단 하나의 질문만으로…….
“크리스 라크 씨, 스포츠 과학자라고 하셨는데, 혹시 어떤 분야가 전공이신가요?”
자신의 전공을 묻는 레이첼의 질문에 라크는 눈빛이 바뀌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선수들의 하반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축구 플레이 타임과 포지션,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무릎과 종아리의 피로도와 부상 위험 빈도에 대해서 분석하는데요. 제 논문은 무려 SCI에 세 개나 실렸고, 다른 학술지에는 더 많이 실려있습니다. 특히 축구라는 운동에서 선수의 하반신은 정말 중요합니다. 발로 뛰는 운동이라서 하반신의 피로도가…….”
라크는 한 가지 질문에 대해서 쉬지 않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해서 복잡한 수식을 곁들여서 말했는데, 결론은 축구 선수의 무릎과 종아리가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경력도 있지만 애매하고… 그런데 능력치가 치료 능력은 7인데, 과학자로서는 14…….’
대칸이 서류를 살펴보자, 라크는 레스터시티에서 1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었고, 그 이후 2년 동안 축구계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의사 출신인데도 치료 능력은 7/10밖에 안 되지만, 스포츠 과학자로서 능력은 14/19였다. 다른 능력치는 거지 같았지만, 스킬까지 고려해 보면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가셔도 됩니다. 면접 결과는 추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크리스 라크는 열심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다가, 면접 시간이 끝나서 나갔다. 그리고 면접관들은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하는 주급은 120만 원… 의사 출신치고는 싸긴 합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다른 면접관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저런 너드를… 어디에 씁니까?”
“연구가 좋으면… 교수가 되어야죠. 우리 팀에 와서 본인이 원하는 연구만 할 것 같은데요.”
“팀에 제대로 적응이나 할까요? 레스터 시티에서 1년 만에 나간 것을 생각하면… 걱정됩니다.”
레이첼과 김종일 수석 코치, 메이슨 전술 코치까지 모두 꺼려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칸이… 조용하자, 그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저는 한번 고용해 봤으면 합니다.”
“네?”
“감독님?”
다른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말에도 대칸은 역시나, 고집스럽게 말했다.
“확실히… 우리 선수들의 무릎 부상이나 종아리 부상을 방지하는 데는 좋을 것 같은데요?”
대칸이 이렇게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다른 의견을 이야기 하지 않았고 크리스 라크는 웨스트 릴링 FC에 채용이 확정되었다.
* * *
다음 날.
레이첼 스카우트 팀장과 윌리엄 운영 팀장이 협상 테이블을 준비했다. 그리고 새로운 코칭스태프 채용 대상들을 불러서 바로 주급 협상에 들어갔다.
“카밀 픽포 씨, 5년 계약에 주급 120만 원입니다. 그리고 승격 시 보너스 조항과 매년 주급 상승 협상 옵션이 있습니다.”
대칸이 직접 스카우트해 온 카밀 픽포 체력 코치는 이미 대칸에게 계약에 대한 세부 조건을 들었기 때문에 별다른 불만 없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카밀을 시작으로 그런트 와이크 수습 코치 90만 원, 찰리 리드비터 스카우트 120만 원, 페르난데스 파로 팀 닥터 주급 200만 원, 크리스 라크 스포츠 과학자 주급 120만 원, 그 외 전략 분석 팀원 2인 주급 200만 원씩, 레이첼의 후배인 스카우트 1인 주급 100만 원, 마사지 전문가 2인 주급 100만 원씩!
모두 5년 기간으로 깔끔하게 계약했다.
마지막으로 히말 바추 코치도 협상 테이블에 들어왔다.
“원하는 주급은 60만 원이셨지만, 주급 70만 원으로 해드리겠습니다. 대신에 5년 계약입니다.”
유능한 사람에게 5년 계약 기간은 족쇄였지만, 무능한 사람에게 긴 계약 기간은 안전한 울타리였다.
“감사합니다.”
히말 바추 코치는 더 고민하지도 않고 계약서에 서명을 하였다.
그렇게 레이첼과 운영 팀장이 새로운 코칭스태프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을 때, 대칸은 메이슨 전술 코치와 함께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 메이슨 코치는 조심스럽게 설명을 하였다.
“우리가 지금 만나러 가는 분은… 위시드 루크 감독님입니다. 나이가 조금 있긴 하지만 챔피언십이랑 리그 1의 많은 팀을 이끄셨던 분이시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칸의 말에 메이슨 코치는 위시드 감독이 기분 나빠 하진 않을까 걱정이었다. 리그 1 소속 팀의 감독도 아닌 U-23 감독이라니…….
대칸은 U-23을 통해서 육성군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저번 시즌에 선수들이 경기에 들어가게 되면, 육성군들은 차승진 체력 코치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공백이 너무 아쉽다고 생각된 것이다.
그렇게 대칸과 메이슨 전술 코치는 다른 생각으로 위시드가 있는 맨체스터로 이동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인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클레이턴 지역.
여기는 오늘 만나려고 하는 위시드 감독이 머물고 있는 지역이었다.
대칸과 메이슨 전술 코치는 뭄스 카페(Mums cafe), 이름은 카페지만 사실상 가볍게 식사를 즐기는 작은 가게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인자하게 생긴 영국 노인이 가게로 들어왔다.
위시드 루크(66살, 감독, 120/175)
선수 심리 지도 16/18, 유소년 육성 18/18, 기강 유지 17/18, 선수 관리 18/18
위시드 루크 감독! 메이슨 전략 코치의 설명대로… 아직 쓸 만한 감독이었다. 특히,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케어와 선수들 육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대단한 능력이었다.
“오래간만입니다. 위시드 감독님!”
메디슨 전략 코치의 인사에 위시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이제는 감독이 아니지, 그저 위시드 씨라 불러달라고.”
“그래도, 제가 감독님이라는 호칭을 뗄 수 있겠습니까.”
두 사람이 그렇게 먼저 인사를 하고서는 대칸을 소개하였다.
“여기는 제가 지금 있는 웨스트 릴링 FC의 대칸 감독입니다.”
“오 반갑소! 나는 이제는 퇴물이 된 위시드요!”
“아닙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대칸입니다.”
두 사람도 악수를 나누었다.
카페에서 세 사람은 가벼운 음식을 시켰고, 식사를 하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요즘 웨스트 릴링 FC가 잘나가던데? 이번에 리그 1으로 승격했더군! 아주 압도적인 전력으로!”
위시드의 칭찬에 대칸과 메이슨 전술 코치는 겸손한 자세로 대응했지만, 노감독의 눈은 매서웠다.
“아니야~ 아무리 리그 2라고 해도! 그 정도로 압도적인 우승이면 특출 난 능력인 거지! 겸손도 적당히 하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마치고, 뜨거운 커피를 후식으로 마시면서야… 본론에 들어갔다.
“감독님, 혹시 현역에 복귀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현역?”
메이슨 코치의 말에 위시드 감독은 되묻고서는 잠시 뜸을 들였다. 분명… 미련은 있지만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저희 웨스트 릴링 FC에 U-23 감독으로 모셨으면 합니다.”
“U-23…….”
역시나, 예상했던 자리였다. 감독직에서 물러선 지 3년… 아니 4년이 넘은 노인네에게 바로 감독직을 제안할 리는 없었던 것이다.
“감독님, 아쉬운 자리이긴 합니다. 하지만 무난한 복귀 자리이기도 합니다.”
메이슨 코치의 말이 맞긴 했다. 그런데 루크는 대칸에게 물었다.
“자네… 이제 스물아홉이라고 했지?”
“네? 맞습니다.”
“그런 자네와 고리타분하고 오래된 내가 맞을까? 아니, 자네와의 문제가 아니지. 선수들과 내가 맞을까?”
위시드 감독이 걱정하는 부분을 대칸도 알고 있었다.
오래된 코칭 스타일 때문에 말년에 맡았던 두 개의 팀에서 잘렸던 감독이다. 그런 감독의 고민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위시드 감독의 능력치는 확실히 가치가 있었다. 유소년 선수 육성과 선수들의 멘탈 관리에는 최적화된 감독이었다. 그리고 다른 능력치도 많이 감소했지만, 그렇다고 성장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감독님! 솔직히 저는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오래된 것일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독님이 선수들을 대하는 자세나, 정신적인 부분에서 고민하고 생각하시는 것은 여전합니다. 축구는 축구니까요.”
축구는 축구다.
대칸의 말에 노감독의 가슴이 흔들렸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체격이 좋아지고 과학과 접목되더라도… 축구는 축구다.
“기술, 공격, 수비, 전술, 체력 단련 등 모든 부분에서 감독님이 모르시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것은 코치들에게 맡기고 감독님은 어린 선수들… 육성군 선수들의 멘탈만 챙겨주십시오.”
대칸의 말에 위시드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허허허. 그래 아무리 변해도 축구는 축구지! 축구 선수는 축구 선수다워야지!”
대칸의 말에 웃으면서 노감독이 대답했다.
“그래, 웨스트 릴링 FC의 어린애들을… 내가 축구 선수로 만들어 주지!”
그렇게 그는 대칸의 제안을 받아들여 웨스트 릴링 FC의 U-23이자 육성군의 감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