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 * *
코치와 스태프들을 뽑기 위해 운영 팀에서는 축구 협회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서 여러 축구 관련 사이트를 통해서 모집 공고를 올렸다. 그리고 요크 지역 라디오 광고와 인터넷 사이트 광고에 비용을 지불하는 등 다방면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그런 덕분에 웨스트 릴링 FC의 코치와 스태프가 되고 싶다는 지원 서류만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하였다. 그리고 결격 사유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면접에 들어왔다.
면접장.
면접장에는 대칸 감독과 레이첼 스카우트 팀장은 당연히 참석하고 있었고, 휴가를 미룬 김종일 수석 코치와 메이슨 전술 코치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바쁜 아담 단장을 대신해서 데이비드 구단주가 면접관으로 들어와 있었다.
“106명, 한 사람당 10분이라고 해도… 1,060분… 약 18시간…….”
“그래서 오늘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내일도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인가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네요.”
김종일 수석 코치와 데이비드의 질문에 레이첼은 다른 답을 주었다.
“그럼 3일로 나눠서 면접을 할까요?”
“…….”
그건 싫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 바로 빠르게 면접 시작하시죠!”
대칸이 바로 요구하자, 지원하는 운영 팀 직원이 안내하여 지원자가 한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면접장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입장하였다. 그리고 면접관들은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결정지었다.
“저는 지금 리그 2에 있는 샐포드 구단에서 유소년 코치로 7년, 모어캠 구단에서 임시 코치로 2년 일했던 경력이 있으며, 유소년을 대상으로는 그 누구보다 선수들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치 지원자인 피터는 짧은 5분 소개 시간에 열심히 자신을 소개하며 어필하였고 면접실에 있는 면접관들은 그의 유심히 말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대칸은 겉으로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실망을 하고 있었다.
‘공격이든, 수비이든, 기술이든, 전술이든, 체력이든! 다 쓰레기네. 하…….’
브링 피터(48살, 87/93).
플레잉 코치까지 합하면, 프로 팀에서 10년이 넘는 코치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형편없는 실력이라니 실망이 컸다.
피터 지원자의 소개가 끝나자, 김종일 수석 코치와 메이슨 전략 코치의 질문이 하나씩 이어졌고, 피터는 어버버 하다가 간신히 어설픈 대답을 하였다.
“네, 잘 들었습니다. 면접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10분이 되자 정확하게 면접을 마친다는 레이첼의 말이 나왔고, 면접자는 잘 부탁한다며 밖으로 나갔다.
면접자 피터가 나가자, 데이비드가 먼저 말했다.
“원하는 주급이… 140만 원? 조금 많습니다. 그래도 혹시 피터 씨가 필요하신 분 있나요?”
레이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단 스카우트 팀이랑은 전혀 맞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바로 메이슨 전략 코치도 말을 이었다.
“전략 분석 팀에서도 필요 없습니다.”
김종일 수석 코치도 고개를 저었다.
“코치 능력도 별로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칸도 동의하면서 말했다.
“빨리 다음 사람 보시죠.”
대칸의 신호에 운영 팀 직원이 다음 면접자를 들여보냈다.
계속되는 면접에 면접관들은 지쳐갔다.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능력이 없는데 열심히만 하는 사람은 필요 없었다. 다음!
“저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
책상 위에서 분석한 전력은 쓰레기라고 메이슨 코치가 언급하자 면접자는 울면서 나갔다. 다음!
“저는 동유럽 지역 리그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지역에 있는 좋은 유망주들을…….”
동유럽 유망주… 선수 성장 가능성 판단 능력이 3인 스카우트는 필요가 없었다. 다음!
“리그 1에서 7년, 챔피언십에서 5년을 뛰었던 골키퍼입니다. 당장은 부족하겠지만 골키퍼 코치가 된다면…….”
당장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성장 가능성도 형편없는데… 다음!
무려 여섯 시간… 아침 여덟 시부터 오후 두 시까지 거의 쉬지 않고 계속해서 면접을 보자, 면접관들도 지쳐가기 시작했다. 괜찮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더욱 피곤함이 커졌다.
대칸이 본인이 지쳐서 먼저 제안했다.
“후… 일단 다음 사람까지 면접을 하고 30분 정도 휴식하며 점심을 드시죠.”
“네!”
“그러시죠.”
“형님! 좋은 생각입니다.”
면접관들이 모두 동의하였고, 대칸은 급하게 다음 사람을 넣어달라고 운영 팀 직원에게 부탁하였다.
“히말 바추 씨 들어가십니다.”
운영 팀 직원의 안내에 따라 히말 바추 코치가 들어왔다. 그리고 대칸은 무의식적으로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그의 능력치를 보았는데…….
‘오? 이런 스킬이?’
매우 신기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히말 바추, 54세에 리그 1 팀 선수 출신 코치로 여러 프로 구단에서 20년 넘게 코치로 활동한 사람이다.
문제는 그의 코치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그 누가 봐도 부족한 코칭 능력으로 인하여 네 번이나 기존 팀에서 재계약을 하지 못해서 자리를 옮겨야 했고, 마지막에는 방출당해서… 이번에 웨스트 릴링 FC의 코치 면접까지 오게 된 것이다.
전에 같은 팀에 있었던 메이슨 코치가 먼저 인사를 건네었다.
“바추 씨, 오래간만입니다.”
“메이슨 전략 코치님, 반갑습니다.”
메이슨이 먼저 인사를 건네었지만, 바추의 표정은 살짝 좋지 못하였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전혀 없던 그는… 메이슨 코치가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면접에서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자기소개부터 간단히 해주시죠.”
레이첼의 말에 바추 코치는 열심히 자신에 대해서 어필하기 시작했다.
“저는 프로 구단에서 20년이 넘는 경력을 지닌 코치입니다. 선수들과 소통이 잘되고…….”
히말 바추가 열심히 자신을 소개하는 동안에 대칸은 그의 스킬을 잘 살펴보았다.
히말 바추(54살, 91/92)
스킬 : 팀워크(R), 설명 : 선수들의 팀워크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세부 설명 : 경기에 뛰고 있는 팀의 모든 선수들의 팀워크 능력이 2 상승합니다.
‘재미있는 스킬이네. 피터의 스킬과 비슷한데… 팀워크 능력 2 상승… 괜찮은 것 같은데?’
대칸이 속으로 생각하는 동안에 히말 바추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질의응답도 끝났다.
“그럼 나중에 결과는 따로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히말 바추가 나갔고, 메이슨 전략 코치가 한숨부터 살짝 쉬었다.
“좋은 사람인데… 흠… 사람만 좋아서…….”
“스카우트 팀에서는 당연히 필요 없네요.”
“일반 코치로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코치들과 레이첼의 부정적인 평가에 데이비드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거의 최저 주급인 60만 원을 희망하는… 저렴한 코치인데 아쉽네요.”
하지만 대칸이 질문을 던졌다.
“메이슨 코치님, 히말 바추 코치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 주시죠.”
대칸이 관심을 가지자 메이슨 전술 코치는 자세히 말했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구단 관계자들과 사이가 좋고 코치들과도 인간적인 관계가 아주 좋습니다. 심지어 선수들과도 친하게 지내죠. 하지만! 무능력합니다. 전술이나 코칭이나 정보력이나 모든 부분에서… 부족하죠.”
정말 사람은 좋지만 무능력한 사람… 그게 히말 바추 코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였다.
그래도 대칸이 살짝 다시 물었다.
“근데 히말 바추 코치가 있던 팀들… 성적이 좋았네요?”
“네, 성적이 좋았지요. 그래서 그가 무능력하더라도 팀에 조금이라도 더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겁니다.”
히말 바추가 있었던 모든 팀은 단 한 번이라도 우승을 하거나 승격을 했었다.
모든 팀원 팀워크 2 상승이라는… 이 시너지는 분명히 기존의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좋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가 있었던 팀들의 성적이 대부분 좋았던 것이다.
여기에 주급 60만 원! 살인적인 영국 물가를 생각하면 최소한의 생활비만 받아도 일하겠다는 그의 필사적인 마음까지 느껴지자, 대칸은 그를 채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모든 팀원들의 팀워크 능력치를 2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그의 주급 이상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히말 바추 코치… 채용해 볼까요?”
“네?”
“네?”
레이첼 스카우터와 코치들의 이해할 수 없다는 반문에… 대칸이 가볍게 웃으면서 답했다.
“어차피… 주급도 60만 원이면 얼마 안 되고, 여태까지 일했던 모든 팀이 우승하거나 승격했다면… 우리 팀에 좋은 기운을 주지 않을까요? 토템처럼?”
말도 안 되는 대칸의 의견, 하지만 대칸의 신비로움을 알고 있는 레이첼과 김종일 코치는 이해가 안 되지만 납득하기로 마음먹었고, 메이슨 전술 코치도 감독의 의견이니 그냥 넘어갔다.
오히려 데이비드는 대칸이 ‘뭔가를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봤겠구나.’라는 생각에 히말 바추의 이름에 크게 동그라미를 쳤다.
* * *
그날 저녁.
리즈의 유명하지 않은 평범한 거리… 히말 바추 코치는 그 거리를 힘이 빠진 걸음걸이로 걸어서 집으로 향하였다.
철컥~
문이 열리자, 일곱 살 딸과 열세 살 딸이 반겨준다.
“아빠~”
“아버지 오셨어요.”
“당신 벌써 도착하셨어요?”
와이프도 반겨준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어둡다는 것을 알아차린 와이프는 눈치를 살짝 본다.
저녁 식사.
와이프는 특별히 준비한 칠면조 요리를 꺼내었다.
“와~ 칠면조~ 칠면조~”
작은딸은 환호했고, 큰딸은 소리 내지는 않았지만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딸들의 모습에 바추는 기쁘면서도 기쁨을 표시할 기분이 아니었다.
“음냐음냐…….”
“쩝쩝… 맛있어!!”
한 가족의 평범한 가족 식사… 그런 가족 식사를 하던 도중에 바추가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아마 웨스트 릴링 FC에 취직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아. 이번 면접도 힘들었어…….”
가족들이 굳이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바추가 먼저 꺼내었다. 그러고는 미안한 표정을 잔뜩 지었다.
이미 2년째 아무런 직업이 없었던, 바추는 미안한 표정을 안 지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다른 기회가 있을 거예요.”
아내는 괜찮다고 격려한다.
“아빠, 우리 학교에 임시 코치로 오세요. 학교에서 아빠가 전 프로였다고 제가 얼마나 자랑했는데요.”
학교에서 진행하는 아마추어 축구 교실… 솔직히 딸이 추천하는 일은 보람은 있지만 돈은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딸의 자랑스럽다는 말에 바추 코치의 기운이 조금 나는 느낌이었다.
“나는 아빠가 집에 있어서 좋은데?”
작은딸은 그저 아빠랑 같이 있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가족들의 격려에 바추는 고마움을 느끼고 다시 힘을 내서 노력해 보자는 결심을 하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추가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을 때.
바추의 둘째 딸은 아빠의 휴대폰으로 퍼즐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삐~ 삐~ 삐~
휴대폰에 전화가 오고, 작은딸이 대신 전화를 받았다.
“아빠 전화입니다.”
- 네?
당황하는 상대편 목소리… 그럼에도 딸은 다시 말했다.
“우리 아빠 전화라고요~”
그때서야 알아차린 상대편… 레이첼이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 아~ 히말 바추 코치님 따님이세요?
“네~ 제가 히말 씨 딸입니다. 헤헤.”
레이첼은 작은딸에게 간단하게 말했다.
- 꼬마 아가씨~ 저는 웨스트 릴링 FC의 스카우터 레이첼이에요. 아버지는 전화 통화 힘드세요?
“지금 아빠 씻고 있어요.”
- 그럼, 아버지한테 나중에 통화 부탁드린다고 전해주세요.
“네. 근데 왜 전화하셨어요?”
작은딸의 결정적인 질문… 그 질문에 레이첼은 밝게 대답할 수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 히말 바추 코치님께서 면접에서 통과하셨어요.
“면접? 통과?”
이해 못 하는 작은딸에게 레이첼이 쉽게 말해줬다.
- 일을 가지게 되었다고 전해주세요.
“네~”
전화를 마친 작은딸이 계속 퍼즐 게임을 하였다. 그러다가 방에 들어온 언니가 잔소리를 하였다.
“야~ 게임 적당히 하라고 했지?”
“나~ 게임 별로 못 했어~ 그런 말 하지 마~”
“뭘 못 해! 아까부터 아빠 폰으로 게임했잖아!”
언니의 잔소리에 작은딸이 외쳤다.
“어떤 이상한 언니가 전화해서 게임 못 했다고!”
“뭐? 무슨 전화? 이상한 전화 받지 말랬지?”
“이상한 전화 아니야~ 오늘 아빠가 면접 본… 웨스트?”
“웨스트 릴링 FC.”
“응. 거기에서 전화 왔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화! 큰딸은 다급히 물었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응? 통과? 일을 가지게 되었다는데?”
“뭐?”
놀란 큰딸이 작은딸을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는 후식으로 과일을 준비하던 엄마가 있었다.
“엄마! 아빠! 취직된 것 같아요!”
큰딸의 호들갑에 엄마는 그런 장난 하는 거 아니라고 뭐라 했지만, 작은딸이 더했다.
“아빠 휴대폰으로 웨스트… 거기에서 일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는데…….”
작은딸과 큰딸의 말에…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바추의 전화기를 받았고, 그 전화기에는 레이첼의 메시지가 이미 와있었다.
히말 바추 코치님 축하드립니다. 웨스트 릴링 FC의 코치로 채용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엄마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고, 때마침 샤워를 마친 히말 바추 코치가 거실로 나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당신! 됐어요! 됐어!!”
아내의 말에 히말 바추 코치가 전화기를 보고서는 눈을 크게 떴다.
조용히 안방에 혼자 들어온 히말 바추가 레이첼에게 전화를 걸었다.
“레이첼 스카우트님, 밤중인데 전화 괜찮으신가요?”
- 네, 바추 코치님. 합격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히말 바추가 정말 마음을 담아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였고, 레이첼은 추가 설명을 더했다.
- 특별히, 대칸 감독님께서 중요한 인재이니 다른 곳에 지원하지 않도록 빨리 통보하라고 하셨어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 모레 계약하러 구단을 방문하신 다음에, 2주 후에 웨스트 릴링 FC로 정식 출근하시면 됩니다.
“네, 늦지 않게 가겠습니다.”
전화 통화를 마치고, 바추 코치는 만세를 부르며 밖으로 나갔다.
“됐어! 진짜 되었다고!”
히말 바추 코치는 아내를 껴안았고, 큰딸도 기쁨에 같이 안았다. 그리고 작은딸은 따라서 그들을 껴안았다. 그러고는 모두 기쁨에 서로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 거실에서 다 같이 뛰면서 기쁨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