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경기장은 최소 프리미어 경기(12,000석)가 치러질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하여 세 가지 사이즈로 견적을 내보았습니다.”
첫 번째 안으로 비교적 소규모 친환경적인 구장의 모습이 올라왔다.
“대표적인 리그 1이나 리그 2의 구단들이 소유한 구장의 형태입니다. 25만 제곱미터 부지에 단층으로 만들어진 구장입니다. 양 골대 뒤쪽에 4,000석이 설치될 것이며, 사이드 관중석은 잔디가 깔리는 입석 좌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리그 1이나 리그 2 소속의 프로 팀들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형태의 축구장이었다. 관중들이 경기장과 가깝게 관람이 가능하였고, 팬들이 축구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형태였다. 무엇보다 건설 비용이 100억(750만 유로) 정도 예상되는 현실적인 신축구장 설립안이었다.
“하지만, 그런 구장을 지을 거라면… 지금 웨스트 릴링 FC의 홈구장과 큰 차이가 없지 않나요.”
“…….”
문제는 아담이 지적한 대로… 지금 현 웨스트 릴링 FC의 홈구장도 비슷한 형태에 비슷한 느낌의 구장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규모가 더 커지고 시설이 현대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담이 축구 매니저에서 첫 번째 안으로 경기장을 설립하겠다고 제안해 보자…….
[적절하지 못한 경기장 구조입니다. 더 큰 경기장을 건설해 주세요.]
붉은색으로 통과하지 못하였다.
첫 번째 안이 거절당하자, 윌리엄 운영 팀장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두 번째 안을 발표하였다.
“다음으로 동일하게 25만 제곱미터 부지에 2층으로 지어진 구장입니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사방이 좌석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축구장의 모습이 발표 자료에 올라왔다.
“최대 2만 명의 관중을 받을 수 있는 구장이며, 선수단과 관련된 시설도 어느 정도는 구장 건물 내부에 만들 수가 있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윌리엄이 특별하게 강조하였다.
“예상 건설 비용은 200억(1,500만 유로) 정도로 우리가 무리한다면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형태의 경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윌리엄 운영 팀장의 두 번째 안은 정말 현실적으로 웨스트 릴링 FC의 구단 입장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구장이었다. 게다가 프리미어 리그 경기장 최소 규격도 여유 있게 넘어갔다.
발표를 듣고 있던 데이비드도 괜찮다는 생각에 귓속말로 아담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아버지, 괜찮은데요? 현실적으로도 가능해 보이고요.”
“그렇지?”
아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는 의사 표현을 하였다.
문제는…….
‘뭐야? 이것도 안 된다고?’
아담이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두 번째 안으로 만들겠다고 제출하였다. 하지만 축구 매니저는…….
[적절하지 못한 경기장 구조입니다. 더 큰 경기장을 건설해 주세요.]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빨간색 거절 메시지를 띄웠다. 축구 매니저가 생각하는 대형 구장에는 못 미친다는 대답이 나왔던 것이다.
아담은 답답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말을 이었다.
“아주 좋은 안이네요. 그런데 아까 세 가지 안건을 준비하셨다고 했는데? 다른 안은 뭔가요?”
아담의 말에 윌리엄은 혹시나… 싶어서 준비한 세 번째 안을 발표하였다.
“세 번째 안은…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 팀 수준의 구장 설립안을 준비해 봤습니다.”
그리고 발표 자료에는 엄청난 규모의 구장 건물 예상도가 떠올랐다.
“최소 30만 제곱미터 부지에 지하 1층에 지상 2층, 연면적은 6만 제곱미터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구조는 지상으로 4층까지 확장이 가능한 구조라서 관중석을 설계하기에 따라서 4만 명 이상도 입장이 가능합니다. 구장 건물 내에 원하는 모든 시설이 들어올 수 있는 규모입니다. 이 정도 경기장은 어지간한 프리미어 리그 팀들도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산에 대해서 말했다.
“하지만 최소 800억(6,000만 유로) 이상의 건립 비용이 들어갑니다.”
절대로 웨스트 릴링 FC에서는 감당할 수가 없는 예산이 필요한 구장! 하지만 축구 매니저는 세 번째 안에 대해서 초록색으로 통과의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축구 매니저의 반응에 아담은 당혹스러웠지만, 일단 윌리엄 팀장의 발표가 계속되면서 회의는 진행하였다.
“새로운 구장 건립에 따른 훈련 시설 강화 방안도 검토하였습니다.”
아주 적절한 검토 안건이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홈구장을 훈련 시설로 변경하는 것이 가장 비용적으로 적게 드는 방안입니다. 다만, 주변 시설 확충을 위해 주변 지역 땅을 일부 구매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약 20억(150만 유로)의 예산 투입이 예상됩니다.”
훈련 시설 확충안에 대해서는 아담과 데이비드도 동의하였다.
“신구장이 생겨나면, 경기장 부지 주변에 주차장과 상업 시설 건설을 고려해야 합니다.”
경기장 주변 시설은 매우 중요한 인프라였다.
“당장이 아닌 미래를 생각해서 주변 지역 땅을 추가로 구매했으면 합니다. 이와 관련된 예산은 대략 30억(225만 유로)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아담이 웨스트 릴링의 유지라고는 하지만, 경기장 부지 주변의 땅을 다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윌리엄 운영 팀장의 의견대로 최대한 많은 부지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 동의하였다.
운영 팀장 윌리엄이 준비한 모든 안건에 대한 발표를 마치자, 아담은 고생했다면서 그가 참여한 회의를 마쳤다. 그리고 데이비드와 남아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라고요? 800억(6,000만 유로)짜리 경기장을 지으라고 했다고요?”
데이비드의 말에 아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하지만… 실질적으로 800억(6,000만 유로) 경기장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지… 아무리 퀘스트라고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해.”
아담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데이비드가 흥분해서 축구 매니저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야! 축구 매니저 너무한 것 아냐! 내가 삽질해서 퀘스트를 준 것까지는 이해해! 하지만 할 수 있는 퀘스트를 줘야 할 것 아냐! 800억(6,000만 유로)짜리 경기장은 웨스트 릴링 FC를 팔아도 못 짓는다고!”
데이비드가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불만을 표시하자, 축구 매니저에서는 다른 안을 오히려 제시하였다.
[축구 매니저가 제안하는 신축 경기장 건설안입니다.]
30만 제곱미터 부지에 지하 1층에 지상 1층, 향후 지상으로 4층까지 확장이 가능한 구조… 즉! 아까 윌리엄이 가져왔던 세 번째 안의 축소판이었다.
“하… 하지만… 예산이…….”
축구 매니저는 정확하게 예산까지 예측해서 아담에게 제안하였다.
[신규 구장 건설 비용 예산은 400억(3,000만 유로) 정도입니다.]
아담이 소유한 땅이라 부지 비용이 들지 않았지만, 건설 비용만 400억(3,000만 유로)… 생각보다 엄청난 금액에 아담의 한숨은 깊어져 갔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여전히 강력하게 항의했다.
“400억(3,000만 유로)은 어디서 구하라고!”
축구 매니저는 간결하게 다음 메시지를 띄웠다.
[현재 구단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값비싼 매물, 에드워드 바커 선수는 400억(3,000만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축구 매니저의 메시지에 아담과 데이비드의 입이 쩍 벌어졌다.
축구 매니저의 메시지… 그리고 신축 구장 설립과 관련하여 아담은 새로운 결심을 하였다.
“400억(3,000만 유로)… 400억(3,000만 유로)… 에드워드를 보낼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만들어야지! 내 사재를 더 투자해야겠군.”
결국, 아담에게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투자하게 만드는 축구 매니저였다.
* * *
운영 팀장인 윌리엄과 회의를 마친 다음 날, 이날은 마침 코칭스태프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던 날이다.
웨스트 릴링 FC가 사용하는 건물의 대형 회의실에서는 코칭스태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죽여줬죠!”
“정말 우리는 최고였어요!”
“웨스트 릴링 FC는 앞으로도 더 나아갈 겁니다.”
“우리! 챔피언십까지 바로 달려가시죠!”
코칭스태프들은 기쁨에 젖어있었고, 또 희망적인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이 미리 모여있는 회의실에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구단주와 아담 단장, 대칸이 들어오자, 회의가 시작되었다.
아담이 능숙하게 말문을 틔웠다.
“코치분들 휴가 전에 먼저 현재 선수단 파악 및 향후 방향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아담의 말에 모든 회의 참여자들은 집중하기 시작했다.
“먼저 각 코치님께서는 지난 시즌 리그 1에서의 잉여 선수와 필요 선수, 후보 선수, 육성 선수를 구분하고 분석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모든 코치들은 가볍게 ‘네’라고 대답하였다. 이미 아담이 지시한 대로 개인적인 기준으로 판단한 자료를 준비한 코치들이었다.
“전략 분석 팀은 우리 팀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최우선 보강 부위와 저번 시즌의 전략 부분에서의 반성과 성과에 대한 고민을 부탁드렸습니다. 이와 관련된 보고서는 회의에 참석하신 분들에게 모두 전달해 주시고, 모든 분들이 내용을 숙지하신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략 분석 팀장인 타일러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는 아담이 지시한 대로 관련 분석 보고서를 팀원들과 함께 준비하였다.
“스카우트 팀은 회의에서는 발표하실 필요가 없지만, FA 선수랑 하부 리그 유망주를 지속적으로 살펴주십시오. 그리고 대칸 감독님께서 지시하신 트라이아웃 준비를 계속 부탁드립니다.”
레이첼을 비롯한 스카우트 팀원들도 알겠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선수 구성에 대한 논의가 연이어 시작되었다.
“선수단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탈이 예정되어 있는 선수들부터 대칸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시죠.”
아담의 말에 대칸은 자리에 일어나서 말했다.
“현재 우리 팀에는 세 명의 이탈 선수가 확정되어 있습니다. 매튜 로렌조 선수는 시즌 도중에 은퇴를 선언했고, 현재 수비 코치로 구단에 있습니다. 루이 선수도 본인이 은퇴를 하겠다고 말했으며 구단의 지원금을 받아서 코치 연수를 갔습니다. 그리고 알피 선수는 어제 날짜로 임대를 종료하고 원 소속 구단인 리즈로 돌아갔습니다.”
대칸이 우선적으로 이탈이 확정된 선수에 대해 발표하였다.
“다음으로는 다른 팀으로 이적하거나 방출을 원하는 선수들에 대한 명단입니다.”
이번에는 대칸이 준비한 자료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보여주면서 설명을 이었다.
“레오 바니스터 선수입니다. 그는 저와의 면담에서 이적 의사를 강하게 표현했습니다. 본인이 리그 1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저는 레오 선수의 성장이 끝났다고 판단하며, 리그 1에서는 경쟁력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칸의 말에 김종일 수석 코치가 동의한다며 의견을 덧붙였다.
“저도 감독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레오 선수는 리그 2에서 로테이션 멤버로는 괜찮은 자원이지만 리그 1 수준은 아닙니다.”
대칸과 김종일 수석 코치의 말에 다른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이 별다른 반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레이첼이 확정적인 말을 추가하였다.
“저희 팀에서 확인한 정보를 알려드리자면, 레오 선수에 대해 관심을 표현하는 팀이 두 곳 정도 있습니다.”
레오 선수에 대한 상황을 확인한 아담이 마지막으로 정리하였다.
“그럼, 레오 선수는 이적으로 확정하시죠.”
그렇게 레오의 이적이 확정되었다.
“다음으로 가브리엘 선수입니다.”
대칸의 말과 함께 발표 화면에는 자연스럽게 가브리엘의 저번 시즌 성적과 각 코치들의 평가가 같이 올라왔다.
“가브리엘 선수는 윙백으로 괜찮은 활약을 해주었고, 나쁘지 않은 선수입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이적을 하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나 제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매튜 코치가 의견을 더했다.
“본인이 가론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로테이션 멤버가 아닌, 주전이 되고 싶어서 타 팀으로 이적하고 싶다고 제게 몇 번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역시나, 바로 레이첼이 말을 이었다.
“가브리엘 선수도 다행히 원하는 팀도 많습니다. 인기가 많은 윙백 자원이라서 괜찮은 이적료가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제이든 코치가 말했다.
“무엇보다… 가브리엘 선수의 신체적인 성장은 끝난 상태입니다. 선수로서 가치가 가장 높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코치들의 의견이 이어지자, 이번에도 아담이 마지막으로 정리하였다.
“그럼, 가브리엘 선수도 이적 명단에 올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카펜터 선수입니다.”
카펜터에 대해서 언급을 하자, 발표 화면에 카펜터의 성적에 대해서 올라왔는데… 그 화면만 보고도 다들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주전 경쟁에 밀려서 저번 시즌에 열 경기도 못 뛰었던 선수입니다.”
다른 코치들도 더 추가로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열지 않았고, 아담 단장도 간단하게 정리했다.
“그럼, 카펜터 골키퍼도 이적 명단에 올리시죠.”
그렇게 세 명의 이적 선수도 결정되었다.
이적 선수가 결정된 타이밍에 매튜 코치가 손을 갑자기 들었다.
“매튜 코치님? 의견 있으신가요?”
아담 단장의 질문에… 매튜는 여전히 고민하는 표정이었지만, 이건 말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추가로 한 명의 선수를 방출시켰으면 합니다.”
“누군가요?”
“토비 선수를 방출시켰으면 합니다.”
매튜의 말에 많은 코치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