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단장으로서 직원이나 선수가 구단에 호감도가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는 아주 좋은 스킬이었다.
하지만, 아담이 새롭게 능력을 각성한 것은 축복만 있는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퀘스트가 생겼다는 겁니다.”
“퀘스트요?”
대칸의 질문에 데이비드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담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페널티 퀘스트입니다. 신구장을 신설하라고 하네요.”
“새로운 구장 건설요?”
“네, 그것도 축구 매니저의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대규모 신구장을 말입니다.”
새로운 구장을 만들라는 퀘스트… 아주 단순해 보이는 문장이었지만, 이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했다.
퀘스트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대칸은 고민하였다. 솔직히, 지금 이 시기에 신구장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 현실적으로 정말 힘든 퀘스트였다. 그래서 그냥 ‘퀘스트를 무시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에 물었다.
“혹시,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나요? 혹시 문제가 있나요?”
아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으면 심각한 페널티가 있습니다.”
“얼마나 심각한 페널티인가요?”
“축구 매니저 능력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
아담의 대답에 데이비드는 고개를 땅에 박을 듯이 더 숙였고, 순간 방이 조용해졌다.
이 퀘스트는 무조건 수행해야 하는 퀘스트였다.
다음 날, 대칸이 웨스트 릴링 FC 사무실에 출근하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우승 축하합니다! 대칸 감독님!”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가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승격도 축하드려요.”
“네, 다들 감사합니다.”
출근하는 대칸에게 사무실의 모든 직원들이 축하의 인사를 건네었고, 그는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사무실에 들어온 대칸은 리그 2의 우승은 확정 지었지만, 남아있는 2경기를 준비하기 위해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개인 타이틀을 고려해서 선발 명단을 확정해야겠네.”
대칸은 우선 득점 순위부터 확인했다.
득점 순위
1. 에드워드 바커(웨스트 릴링 FC) 39골
2. 스티브 파킨(링컨 시티) 34골
3. 라이언 힐(웨스트 릴링 FC) 31골
에드워드가 당연히 득점 선두! 2등과 차이도 많이 나서 2경기 가지고는 순위 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에드워드는 남은 경기 휴식 확정!”
이런 상황에 무리하게 에드워드를 출전시킬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다음으로 도움은 딜런이 1위를 하고 있었다.
도움 순위
1. 딜런 덱스터(웨스트 릴링 FC) 26도움
2. 스티븐 워터(MK 던스) 25도움
3. 라이언 힐(웨스트 릴링 FC) 19도움
문제는 2위와 단 1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남은 2경기에 따라서 도움 1위를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건 딜런에게 물어봐야겠네.”
리그 2이긴 해도 개인 타이틀은 타이틀! 딜런이 타이틀을 중요시 여긴다면 출전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남은 2경기에 딜런의 출전 여부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서 결정할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평점을 살펴보자, 대칸의 이마가 살짝 찌그러졌다.
평점 순위
1. 라이언 힐(웨스트 릴링 FC) 8.15
2. 에드워드 바커(웨스트 릴링 FC) 8.10
3. 이삭 브라운(웨스트 릴링 FC) 8.08
평점은 에드워드와 라이언, 이삭 세 명의 선수가 1위부터 3위까지 아주 근소한 차이로 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4위도 딜런이었으니, 평점만큼은 팀 내부 경쟁이었다.
“다 우리 팀 선수네.”
이런 상황에서 세 명의 선수를 다 경기에 뛰게 하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서 생각했다.
“어차피 같은 팀 선수 사이의 경쟁이다 보니, 에드워드는 거의 신경 안 쓰겠지.”
개인 타이틀은 이미 득점왕을 확정 지은 에드워드, 어차피 에드워드는 리그 2에서의 타이틀을 신경 쓰지 않을 성격에, 팀 내부 경쟁을 싫어했기 때문에 쉽게 선발에서 제외할 수 있었다.
“이삭 선수는… 피로도가 너무 높은데…….”
이삭은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체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대칸은 이삭에게 휴식을 강력하게 권하기로 결심하였다.
“라이언은… 출전 여부를 물어봐야겠지만… 뛰겠네.”
라이언은 생각보다 개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많은 선수였다. 6부 리그부터 개인 타이틀을 신경 썼기 때문에 대칸은 라이언이 출전하겠다고 하면 거절할 수가 없었다.
“라이언과 딜런을 중심으로 백업 멤버와 유망주들을 출전시켜야겠네.”
그렇게 대칸은 남은 경기의 출전 명단을 결정하였다.
남은 시즌 준비를 마친 대칸이 단장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는 데이비드와 아담이 대화를 먼저 나누고 있었다.
똑똑똑.
대칸이 노크를 하자, 아담이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단장님, 데이비드, 좋은 아침입니다.”
“대칸 감독님, 잘 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부를까 고민하던 참이었습니다.”
아담은 어제 밤새도록 고민했던 방안에 대해서 말하였다.
“신구장 건설 퀘스트!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단장님…….”
“아버지…….”
대칸과 데이비드가 걱정스럽게 아담을 보자, 그는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힘들긴 하겠지만 견적이 나옵니다.”
아담은 자신이 가진 재산을 웨스트 릴링 FC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구단의 지분을 대가로 저의 전 재산을… 대규모로 투자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자금을 활용해서 신구장 신설을 추진하죠.”
아담의 말에 대칸은 여전히 걱정되었다. 축구 구단에 투자했다가 망한 부자나 지방 유지들이… 영국에서는 넘쳐났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자신의 팀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여 투자했지만, 올라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대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담 씨,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리스크가 있는데…….”
“그럼? 퀘스트를 포기할까요? 축구 매니저 포기할 수 있으시겠어요?”
“…….”
대칸과 데이비드가 아무런 대답을 못 했고, 아담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저도 제가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런 사기적인 능력… 축구 매니저를 가지고 있다면!!”
축구 매니저의 사기적인 능력을 체감한 아담은… 결심할 수가 있었다.
“제 모든 재산을 투자하는 것도 아깝지 않다는 판단이 드네요.”
아담의 말에 대칸은 맞다는 의미로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 프리 시즌 - 2 】
“아! 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제가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어휴, 오래간만입니다. 축하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제가 한 것이 뭐가 있나요? 선수들과 감독, 코치들이 고생했지! 하하하.”
“상위 리그에서 만나시죠! 저희 더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리그 2가 종료되고 웨스트 릴링의 우승과 리그 1 승격이 확정되자, 웨스트 릴링 FC의 단장인 아담에게 여기저기에서 축하의 전화가 쏟아졌다.
하지만 기뻐하는 시간도 잠깐! 선수들이 기쁨에 휴가를 떠났지만, 그를 비롯한 운영진에게는 여전히 바쁜 시기가 계속되었다.
먼저, 구단의 지분율 조정에 들어갔다.
아담은 대칸과 데이비드, 에드워드가 보는 앞에서 변호사를 데려와서 서류를 작성하고 웨스트 릴링 FC의 지분율을 정리하였다.
“웨스트 릴링 FC는 120억(900만 유로)을 투자받는 조건으로 지분율을 서류와 같이 조정하겠습니다. 다들 동의하시면 서명해 주십시오.”
아담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최대한 급하게 처분하였다. 물론, 모든 부동산을 처분하지는 않았지만, 웨스트 릴링 지역의 땅이 아닌 나머지 부동산을 판매해서 140억(1,050만 유로)이 넘는 거금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하였다.
변호사가 준비한 서류는 다음과 같았다.
기존 : 아담 37%, 대칸 30%, 데이비드 28%, 에드워드 5%
변경 : 아담 68.5%, 대칸 15%, 데이비드 14%, 에드워드 2.5%
아담이 31.5%를 더 받아가는 대신에 140억(1,050만 유로)의 투자가 결정되었다.
미성년자인 에드워드는 이미 아담이 보호자였기 때문에 따로 아담이 보호자 자격으로 정리했었고, 대칸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서명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데이비드는 살짝 울먹이면서 말했다.
“아버지… 정말 죄송해요. 제가 잘할게요. 열심히 할게요.”
아담은 데이비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다. 나도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해. 그러니 걱정 말고 사인하렴.”
대칸도 위로의 말을 더했다.
“데이비드, 걱정 마! 우리가 더 성장하고 발전할 일만 있지, 망할 리가 없으니까.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
아담과 대칸의 위로… 데이비드는 미안함과 고마움에 서류에 서명하였다.
그날 오후에 아담과 데이비드는 운영 팀장 윌리엄과 약속한 회의에 들어갔다. 이 회의는 바로 웨스트 릴링 FC의 새로운 구장 설립에 관한 회의였다.
운영 팀장인 윌리엄은 아담 단장의 지시에 따라 2주 동안 웨스트 릴링의 새로운 구장 건설안에 대해서 극비리에 준비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프로젝트의 화면으로 보면서 발표로 보여주었다.
“금일 회의는 웨스트 릴링 FC의 새로운 구장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설립 안건을 발표하는 회의입니다. 이번 회의를 위해서…….”
윌리엄 팀장의 말이 길어지자, 아담은 급한 마음에 말을 잘랐다.
“제가 마음이 급하네요. 다들 알고 있는 설명은 건너뛰고 바로 안을 발표해 주시죠.”
윌리엄은 ‘네’라고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바로 설립 안건을 발표했다.
“첫 번째로 구장 건설 지역입니다.”
발표 자료에는 웨스트 릴링 FC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떨어진 포스톤 지역이 나왔다.
“일단 포스톤 지역을 살펴봤습니다. 축구장을 건립할 정도로 넓은 부지를 구입하기에 용이하며, 고속도로가 가깝기 때문에 웨스트 릴링 지역보다 교통도 괜찮습니다. 다만 토지 비용이 조금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담은 바로 간단하게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이어갔다.
“우리 팀 이름이 뭔가요?”
“웨스트 릴링 FC입니다.”
“그런데, 그 지역은 웨스트 릴링인가요?”
“…….”
운영 팀장 윌리엄이 아무런 대답을 못 하자, 아담이 간단하게 정리하였다.
“구장 부지는 무조건 웨스트 릴링 지역에 해당되어야 합니다. 우리 구단… 팀의 이름은 웨스트 릴링 FC입니다.”
아담의 말에 운영 팀장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웨스트 릴링 지역에는 경기장을 지을 만한 곳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주변의 후보 지역을 몇 곳 알아보고 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아담이 그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고, 해결책도 제안하였다는 점이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구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농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이지만 제가 지역 정부에 변호사님을 통해서 문의해 보니, 웨스트 릴링 FC의 구장을 건립할 경우에 용도 변경을 허가해 주겠다고 합니다. 경기장 건립은 그 땅에 하도록 하시죠.”
“네!”
아담이 준비한 대로 웨스트 릴링 FC의 신구장은 지금 현구장의 주변에 짓기로 결정하였다.
다음으로 윌리엄 운영 팀장이 고민하여 발표한 것은 경기장의 규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