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 대칸의 시험 】
시즌 30차전 플리머스 FC와의 대결.
전반전부터 좋은 모습으로 날아다니듯이 뛰어다니는 라이언이 외쳤다.
“패스! 공을 줘!”
이삭은 오늘따라 컨디션이 매우 좋은 라이언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전반전 10분에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라이언이 차서 가볍게 선취골.
전반전 39분에 대니얼의 발에서 시작한 공이 아치와 가브리엘을 거쳐서 라이언까지 이어진 찬스를 마무리하여 추가 골.
후반전 13분, 에드워드가 반대편 수비수의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양보하여 세 번째 골.
해트트릭을 기록한 라이언이었다.
마침, 수비 진형에서 공을 주고받던 도중에 이삭이 공을 잡았다.
“자, 들어가자! 뛰어!”
이삭은 공을 몰고 들어가면서 에드워드와 라이언의 위치를 파악하고서는 정확하게 공을 찼다.
길게… 높이 찬 공은 라이언의 머리에 정확하게 맞았고, 공은 옆에서 들어오던 에드워드의 영역에 들어갔다.
“골!!”
후반 33분, 라이언의 패스를 받은 에드워드의 결정 골로 스코어는 4:1이 되었다.
“좋아~ 좋아.”
벤치에서는 김종일 수석 코치가 선수들을 격려하였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있는 딜런은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경기를 바라보았다.
“코치님! 저도 뛰게 해주세요.”
딜런의 말에 제이든 코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오늘은 이삭 선수가 지칠 때까지 뛰는 날이다. 아직 팔팔해 보이니, 네게 기회는 없을 거다.”
“쳇!”
자신이 출전하지 못하는 게 불만인 딜런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한 수 잘 배우고 갑니다.”
경기가 끝나고 대칸은 크롤리 타운 FC의 감독 및 코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코치님들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독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경기를 자축하면서 서로에게 격려의 말을 주고받는 웨스트 릴링 FC의 코치들이었다.
김종일 수석 코치는 경기장에서 팬들에게 인사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대칸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는 팀이 정말 안정된 느낌입니다.”
“그러네요.”
사무엘과 찰리가 합류하면서 팀에는 안정감이 생겼다.
“게다가 주전 경쟁도 한층 강렬해졌고요.”
특히, 공미를 비롯한 주전들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감독과 코치가 가장 원하는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거의 붙박이 주전이었던 딜런이 로테이션을 돌게 됨에 따라 살짝 조급함을 가졌지만 제이든 코치에 의해서 통제가 되어 문제는 없었다.
“게리 선수도 어깨에 들어갔던 힘을 조금 뺀 것 같습니다.”
제이콥이 이적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는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압박했던 게리에게도 찰리의 합류는 좋은 영향을 주었다.
베테랑인 찰리는 게리의 체력 보존을 도와줄 뿐 아니라, 주장 경험이 많았던 선배로서 좋은 영향을 주었다.
“라이언 선수도… 요즘 더 활발해졌죠?”
라이언도 사무엘이 간간이 자신을 대신해서 에드워드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자,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골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이타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던 라이언의 변화는 대칸에게 있어서 환영할 만한 변화였다.
게다가 이런 선수들의 변화는 웨스트 릴링 FC의 성적에도 좋은 영향을 주어서 계속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는 대칸이었다.
* * *
“안녕하세요! 데일리 스포츠 리뷰! 리그 2의 주요 경기를 리뷰하는 데일리 리뷰가 돌아왔습니다.”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콘의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그는 먼저 왼쪽에 앉아있는 전문가들부터 소개하였다.
“오늘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영국 축구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다니엘 파울 해설 위원 모셨고요.”
다니엘 해설은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였다.
“항상 생각지도 못한 분석 결과를 보여주시는 카이네 해설 위원입니다.”
카이네 해설도 웃으면서 인사를 하였다.
그러고는 오른쪽을 보면서 말했다.
“역시나! 최고의 정보통이죠! 스카우트 출신인 토울 자문위원입니다.”
토울 자문도 인사하였고.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핫한! 웨스트 릴링 FC의 단장이신 데이비드 씨를 특별 게스트로 모셨습니다.”
데이비드도 아주 익숙하게 카메라를 보면서 인사를 하였다.
화술이라는 기술을 가진 데이비드는 구단의 홍보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구단주가 직접 홍보하는 구단이라는 특징에 잘생긴 데이비드의 외모가 이슈가 되다 보니, 기회가 생겨서 자연스럽게 TV에 자주 출연하게 되었다.
모든 패널들이 인사를 마치자, 진행자는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하였다.
“그러면 오늘 경기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콘의 말과 함께 웅장한 음악이 울리면서 쇼가 시작되었고, 그는 우선 감탄사부터 내면서 말했다.
“오늘 경기! 역시나 웨스트 릴링 FC의 돌풍이 계속되었습니다.”
진행자 콘의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진행자와 패널들의 뒤에 있는 게시판에는 순위표가 나왔는데, 그 순위표의 가장 위에는 역시나 웨스트 릴링 FC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웨스트 릴링 FC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승점이 2위와 무려 8점이나 차이가 나고 있네요.”
그리고 웨스트 릴링 FC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다니엘 해설은 감탄하는 어조를 감추지 않았다.
“대단한 팀입니다. 6부 리그부터 리그 2까지 연속으로 승격한 팀이다 보니, 솔직히 이번 시즌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며 승격이 강력하게 예상되네요.”
다니엘 해설의 말에 데이비드가 기가 살아서는 말을 이었다.
“저희 팀은 6부 리그부터 상위 리그로 승격을 고려한 그레이트하고 빅한 플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코치진과 육성 시설에 투자를 많이 했었죠. 하하하.”
카이네 해설은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에 대한 감상을 말하였다.
“이 팀은 솔직히… 선수가 너무 급이 높습니다. 영국 청소년 대표인 에드워드 선수는 리그 2 레벨에는 맞지 않고요. 문제아였던 딜런도 거친 플레이로 카드를 많이 받기는 하지만, 팀 내 불화는 없어졌네요. 이 두 선수만으로도 탈 리그 2급인데… 라이언 선수, 게리 선수, 대니얼 선수와 같이 준수한 선수들이 다수 있습니다.”
카이네 해설의 말에 대니얼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제 동생이라서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니지만, 에드워드가 대단하긴 하죠! 하하하하. 그리고 제가 특별히 구단 내부 정보를 풀자면,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 에드워드를 영입하겠다고 프리미어 리그 팀만 두 개가 요청이 왔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당연히 안 보냅니다. 저희 팀은 더 높이 올라갈 팀이니까요. 그리고…….”
데이비드는 열심히 웨스트 릴링 FC과 동생인 에드워드에 대해서 자랑하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태도를 옆에 있던 토울 스카우트가 보기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비꼬기 시작했다.
“그런데, 솔직히 웨스트 릴링 FC 에드워드만 없다면 별 볼 일 없는 팀입니다.”
“네?”
갑자기 공격적인 토울의 말에 데이비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에드워드 선수가 톱급 선수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선수가 형과 아버지가 있는 팀이라는 이유로 리그 2에서 썩는 것은 불쌍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마치 소년 가장처럼 억지로 팀을 이끄는 게 안타깝습니다.”
“뭐라고요?”
데이비드가 흥분한 상태로 답했다.
“내 동생인 에드워드가 잘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웨스트 릴링이 약한 팀이 아닙니다. 대칸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로 뛰어나고, 다른 선수들도 흠잡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토울은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과연 그럴까요? 에드워드 정도의 선수가 있다면 당연히! 감독은 명장이 되고, 주변에 있는 선수들의 스텟이 좋아져서 준수한 선수가 되겠지요.”
“하~”
기막혀하는 데이비드에게 토울은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솔직히 웨스트 릴링 FC 에드워드가 없다면 평범한 리그 2급 팀입니다. 1위 할 만한 팀이 아니란 말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저희 팀은 에드워드가 없어도 탈리그급 팀입니다!!”
데이비드가 격하게 반발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의 웨스트 릴링 FC에 대한 감정적인 논쟁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이 방송은 리그 2에 관심을 가지는 많은 영국 축구 팬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 과연 에드워드가 없는 웨스트 릴링은 어떤 팀일까?
- 솔직히 토울의 말이 맞는 말이지… 챔피언십 주전 레벨인 선수가 리그 2에 있는 건데
- 팀의 에이스가 다른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을 듯
- 그래도? 딜런은 진짜인 거 아닌가? 라이언도 순속은 장난 아니던데?
- 딜런이 조용해진 건 사실이지만, 공격성도 거세당한 거 같음.
- 대칸 감독이 하는 건 뭐지? 다른 코치들도?
- 난 진작에 알았음. 이 팀은 미드필더에서 수로 압박하다가 에드워드가 골 넣는 팀 아님?
그러다가, 모든 사람들의 공통의 관심사는 하나가 되었다.
- 그러면? 에드워드가 안 나오면 못 이기는 거 아냐?
- 에드워드가 안 나오는 웨스트 릴링 FC의 강팀과의 경기가 궁금하네.
사람들은 에드워드가 없는 웨스트 릴링 FC를 궁금해했다.
다음 날.
감독실에서 대칸은 코치들과 함께 다음 경기 포지션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다음 31차전 상대인 리그 4위인 MK 던스입니다.”
“MK 던스의 경우, 우리 팀의 진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팀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다이아몬드 4-4-2에 상극인 4-3-3에 측면 공간을 잘 이용하는 팀입니다.”
“처음 붙었을 때에는 우리 팀에 부상 선수도 있었고, 다른 포메이션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선수들의 역량을 믿고 기존 진형으로 붙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코치들은 4-3-3에 맞춤형 전략인 4-3-2-1 포지션이나 4-5-1 포지션을 내세우자는 의견과 세부적인 전술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똑똑똑.
회의실에 노크하는 소리가 울렸다.
“네? 잠시만요.”
회의가 길어졌기 때문에 대칸이 살짝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문밖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데이비드가 서있었다.
그런데 그의 뒤에는 데이비드가 어제 출연했던 데일리 리뷰의 진행자와 패널들 그리고 카메라와 촬영 장비를 가지고 있는 제작진들도 같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데일리 리뷰입니다.”
“……?”
황당한 표정을 짓는 대칸에게 데이비드는 머쓱하게 사과했다.
“형님 죄송해요. 한 경기만 에드워드 없이 경기해 주시면 안 될까요?”
“…….”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대칸의 입에서는 한숨이 나왔다.
어제,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
데이비드와 토울 스카우트의 논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저희 팀 진짜 에드워드 없어도 강팀 맞다니까요?”
“말로는 무슨 말을 못 합니까? 에드워드 없는 웨스트 릴링 FC는 평범하다니까요. 웨스트 릴링은 에드워드빨입니다.”
끝이 나지 않는 말싸움에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다니엘 해설이 참견하였다.
“그럼 한번 에드워드 없이 경기를 해보면 안 될까요?”
“……?”
대니얼의 눈이 커졌지만, 토울은 좋은 기회라는 듯이 받았다.
“좋은 생각이네요. 마침 다음 웨스트 릴링 FC의 경기가 리그 상위권 팀인 MK 돈스이니! 당신의 말을 증명할 좋은 기회네요.”
“하… 하지만… 선수 선발은 제 권한이 아닌데…….”
데이비드가 당황했고… 토울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도발하였다.
“하… 역시 웨스트 릴링 FC는 에드워드가 없으면 못 이기는 팀이지…….”
그리고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갸웃하기 시작했다.
‘정말 그런가?’
‘에드워드가 없는 웨스트 릴링의 경기를 보고 싶긴 하네…….’
‘과연 진짜 에드워드 팀인가?’
‘구단주인데… 그 정도 권한도 없나?’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했지만, 데이비드의 귀에는 다 들렸다. 그런 분위기에 결국 데이비드가 소리쳤다.
“좋습니다. 다음 경기! 에드워드가 없이 승리하는 모습 보여드리죠!”
“오~ 다음 경기 기다려 보겠습니다.”
데일리 리뷰 PD는 에드워드 논란이 더욱 커지자, 이 결국 특별편을 기획하여 웨스트 릴링 FC에 방문하기까지 한 것이다.
“대칸 감독님? 다음 경기는 에드워드 없이 어떻게 진행하실 예정이죠?”
“전술적인 움직임이 있을까요?”
“딜런 선수가 공격수로 나올 예정입니까?”
진행자와 출연진들은 다음 경기를 기대한다며, 대칸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였고, 데이비드는 죄인처럼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