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거참…….”
두 구단이 모두 허락했다는 아담의 말에 대칸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선수의 정확한 이적료가…….”
“사무엘 선수의 이적료는 6억(45만 유로)이며 이번 시즌 종료 시까지 분할 납부입니다. 그리고 찰리 선수의 이적료는 5억(37.5만 유로)으로 일시 납부입니다.”
헐… 간만에 레이첼이 제대로 된 최저 견적 내서 보낸 금액이었다.
“두 선수 다 예상보다 낮은 몸값이네요.”
아담은 웃으면서 말했다.
“레이첼 스카우트 팀장에게 보고를 받아보니, 사무엘 선수는 강등권에 있는 팀에 있기 싫다는 의사를 자주 표현하여 팀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 우리 팀에서 이적 관련 문의를 하자 본인이 가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분위기를 망치는 선수라… 맘에 안 들기는 했지만 어차피 제이든에게 부탁하면 해결될 일이라 생각하고 그 부분은 넘기기로 했다.
“찰리 선수는 본인의 의사보다는 구단에서 팔아넘기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블랙번 FC에서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많은 선수들을 무리하게 영입해서… 지금 자금 부족에 심하게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전 경쟁에 밀리고 노쇠화가 관찰되는 찰리 선수를 팔려고 하는 것이죠.”
하긴 노쇠화가 시작되면 매년 얼마나 능력이 떨어질지가 예상이 안 되었다. 게다가 서른세 살. 엄청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노장에 들어서는 나이였다. 그래도 이 정도 능력치에 스킬을 가진 선수가 5억(37.5만 유로)이라면 헐값이었다.
대칸의 고민이 잠시 깊어졌고, 아담은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기다려 주었다. 대칸은 도저히 혼자서는 결정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말했다.
“단장님, 언제까지 결정을 해야 하나요?”
“아무래도… 3일 정도? 시간이 있겠네요.”
“네. 제가 고민하고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칸은 다급하게 인사를 하고서 나갔고, 아담은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자! 코치님들 긴급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대칸은 자신의 방에서 코치들과 스카우트 팀원들을 불러서 긴급회의를 시작하였다.
“저와 스카우트 팀에서 추진하고 있던 영입 대상 두 명의 선수입니다. 모두 프로필과 분석 자료 보시죠.”
대칸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무엘과 찰리에 대한 자료를 주었다.
“두 선수 다… 우리 팀에서 영입을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어느 선수가 더 필요한지를 토론해 보죠.”
대칸은 사무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먼저 설명하였다.
“사무엘 선수는 서른한 살로 지금 전성기 막바지를 누리고 있는, 몸값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선수죠. 공격수도 가능한 선수라서 공격진의 피로도 관리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팀워크를 해칠 수가 있는 리스크가 있으며, 발이 느리기 때문에 플레이 메이킹은 가능하지만 역습 상황에 약한 선수입니다.”
“찰리 선수는 조금 이르지만 노쇠화가 벌써 시작된 선수입니다. 작년에 비해서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진 것이 관찰되었지요. 그래도 리그 1의 주전을 경쟁했던 선수인 만큼 리그 2에서는 충분히 통하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팀워크적인 측면에서는 여태까지 큰 문제가 없었던 선수입니다. 팀에 대한 충성도도 높고요. 게다가 포지션도 공미, 중미, 수미까지 미드필더 지역은 모두 커버가 가능한 밸런스형 선수입니다.”
대칸의 설명과 레이첼이 준비한 분석 자료를 확인한 코치들은 잠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이미 모든 자료를 분석했던 스카우트들이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레이첼이 우선 입을 열었다.
“사무엘 선수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사무엘 선수와 찰리 선수의 능력적인 측면에서는 장단점이 있을 뿐 비슷하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노쇠화가 관찰되어 점점 몸값이 내려가는 찰리 선수와는 반대로 사무엘 선수의 몸값은 더 올라갈 여지가 있습니다. 팀의 미래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사무엘 선수가 좋다고 생각됩니다.”
레이첼은 사무엘의 영입을 구단 운영진의 입장에서 재정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추천하였다.
레이첼의 말에 바로 반론하는 제이크였다.
“여태까지 오랜 기간 스카우트로 일했지만… 선수라는 존재는 팀의 구성원 중에 한 명입니다. 경제적인 논리로 사무엘 선수가 좋을지는 몰라도… 팀의 분위기, 팀워크를 생각한다면 찰리 선수가 훨씬 필요하고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팀의 조화를 위해서는 찰리 선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두 스카우트의 말을 시작으로 코치들의 입에서 의견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김종일 수석 코치.
“이삭 선수가 나이 때문에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 힘든 현실에… 노장 선수보다는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고 부상 염려가 조금이라도 적은 사무엘 선수가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매튜 수비 코치.
“찰리 선수는 블랙번에서만 뛰어왔던 원 팀 선수입니다.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장점에 미드필더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한다는 점에서 저는 찰리 선수가 게리 선수의 힘을 덜어주는 역할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루카스 공격 코치.
“찰리 선수가 미드필더 백업이 되듯이 사무엘 선수도 공격수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에드워드와 라이언이 지금 잘해주고 있지만 두 선수의 체력이 걱정되고, 백업 선수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사무엘 선수의 영입은 공격진에 힘이 될 것입니다.”
메이슨 전술 코치.
“찰리 선수는 상위 리그에서 경험이 많은 선수입니다. 그의 경험이 우리 팀이 리그 1으로 승격했을 때, 그가 미드필더 선수들의 구심점이 되어 다른 선수의 성장을 도와준다면 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이든 코치.
“저는 두 선수에 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찰리 선수에 대해서는 제가 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무엘 선수의 경우… 제가 담당한다면 팀워크를 해치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여기저기에서 근거가 있는 의견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말을 듣는 대칸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두 선수가 모두 장점과 단점이 명확했고 둘 선수 다 필요하다는 근거도 명확했다.
대칸이 골치 아프게 다른 코치와 스카우트들의 의견을 듣고 있을 때, 옆에서 회의록을 작성하던 신입 스카우트인 로니가 혼잣말을 한마디 던졌다.
“하… 의견을 들어보니 두 선수 다 좋은 선수인데… 그냥 같이 영입하면 안 되나?”
“…….”
혼잣말이었지만…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로니의 말을 들었고, 순간 회의실은 정적에 휩싸였다.
로니가 한 혼잣말은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의미를 사람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렇군요! 왜? 그건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감독님 두 선수 모두 영입하시죠. 지금 두 선수의 몸값이 최저점인 상태라! 모두 영입해도 절대로 구단 입장에서 손해가 아닙니다. 아마, 부족한 영입 자금 3억(22.5만 유로) 정도는 충분히 운영 팀에서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스카우트인 제이크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였다.
“두 선수 다 영입 가치가 있습니다. 팀에 도움이 될 것이고요.”
“팀의 주전 선수 뎁스가 말도 안 되게 두터워질 것입니다.”
“자산이라는 측면에서도 두 선수의 제일 낮은 가격에 구입이 가능한 시기입니다.”
“로테이션을 돌리는 데도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회의 참가자들의 의견은 두 선수를 모두 영입하는 방향으로 굳어져 갔다.
아담의 단장실.
“감독님 회의는 끝나셨나요?”
“네, 단장님. 회의 결과에 따라 코칭스태프가 결정한 사항을 알려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대칸은 회의실에서 나온 결론… 두 선수를 모두 영입하자는 말을 하였다.
“둘 다요?”
아담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바로 대칸의 설득이 이어졌다.
“단장님, 비록 지금 당장 무리같이 보이지만… 이건 팀의 안정에 도움이 되고, 구단의 재정에는 더욱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대칸의 의견은 단순했다. 영입한 두 선수가 웨스트 릴링 FC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인다면… 기존 선수들의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며 영입한 선수들의 몸값도 지금보다 훨씬 비싸질 것이라는 말이었다.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리지만 사무엘 선수와 찰리 선수는 지금이 가장 저평가받는 시점입니다. 주식에 투자하듯이 선수에 투자하시죠!”
대칸의 말에 아담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경제적인 논리보다 팀이 우선이라던 대칸 감독님께서 선수 장사를 하자고 말씀하시네요? 하하하.”
아담의 말에 대칸은 머쓱하게 웃으며 답했다.
“제이콥 선수 케이스를 경험해 보니… 높은 가격이라면 보낼 선수는 보내야죠.”
대칸의 말에 아담은 웃으면서 말했다.
“잠시 운영 팀장과 이야기를 나눠보죠.”
아담은 다급하게 운영 팀장을 소환하여 구단 예산을 검토해 본다. 그리고 이적 자금이 11억(82.5만 유로)에 두 선수의 주급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감독님, 대신에… 이번 시즌에 추가 영입은 없습니다.”
대칸의 머릿속에 센터백 후보가… 살짝 지나갔지만 아담의 매서운 표정에 차마 그 건을 꺼낼 수는 없었다.
“네… 그러죠.”
대칸의 답을 들은 아담은 레이첼 스카우트 팀장을 소환하여 사무엘 선수와 찰리 선수 영입과 관련된 행정 처리를 시작하였다.
* * *
3일 후.
대칸의 감독실에는 새로운 선수가 한 명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사무엘 선수.”
“네, 대칸 감독님. 반갑습니다.”
대칸은 사무엘과 간단한 면담을 실시하였다.
“영입 절차는 잘 진행되고 있나요?”
“네, 어제 주급 협상도 완료되었고, 이제는 마무리만 남았다고 하네요.”
사무엘의 영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제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사무엘에 대한 정보를 찬찬히 보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팀에 영입되면 100% 주전으로 뛰기는 힘들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네, 에드워드 선수와 라이언 선수가 공격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아마 제가 필요한 부분은 문제가 많은 딜런 선수의 예상하지 못한 공백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미 웨스트 릴링 FC의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는 사무엘이었다.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 팀 이적을 강력하게 원하셨다고?”
사무엘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리그 1으로 올라가고 싶습니다. 더 높은 곳에서 뛰고 싶어서 이적을 제가 강력하게 원했습니다.”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대칸은 사무엘이 야망이 크고 웨스트 릴링 FC도 거쳐가는 하나의 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런 성향까지 이용해야 하는 것이 감독이었다.
“사무엘 선수… 다 좋습니다. 프로 선수로서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 우리 팀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고요. 하지만 우리 팀에서는 제 방식에 맞춰서 움직여 주세요. 저는 분위기 흐리는 선수는 딱 질색입니다.”
사무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엘 선수에게 절대로 불이익을 주지는 않겠습니다. 정당한 경쟁을 약속할 것이며 어느 정도 플레이 타임은 자연스럽게 나올 겁니다. 그 기회를 잡아서 스스로 몸값을 올려서 다른 팀으로 간다면 말리지도 않겠습니다. 하지만 있는 동안에는 저와 코치들의 말에 절대로 따라주세요.”
“네.”
사무엘도 원하는 환경이었다.
2일 후.
이번에는 찰리 선수가 대칸의 방으로 들어왔다.
“오, 찰리 선수 오셨나요?”
“네, 감독님 반갑습니다. 블랙번 출신인 찰리 이스톤입니다.”
면담에 들어오는 찰리의 표정은 솔직히 좋지 못하였다. 대칸은 찰리의 그런 모습에 안타까움과 동시에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따뜻한 홍차를 직접 우리면서 말했다.
“주급 협상은 잘 끝나셨나요?”
“네… 기존에 받던 기본 주급은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칸은 선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기존에 받던 주급은 지켜달라고 운영 팀에 부탁하여서, 찰리는 옵션은 거의 없어졌지만 기본금은 유지할 수가 있었다.
찰리는 대칸이 건네는 홍차를 마셨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표정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찰리 선수,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아… 감독님, 죄송합니다. 요즘 생각이 복잡해서…….”
찰리는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감독에게 털어놓았다.
“감독님은 솔직한 제 마음을 아시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립니다. 저는 열두 살… 유소년 때부터 블랙번 FC에서 뛰었던 선수입니다.”
무려 21년 동안 같은 구단에서만 뛰었던 전형적인 팀의 레전드가 되는 길을 걷던 선수이다.
“구단에 의해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이 팀에 이적하게 되었기 때문에… 사실 심정적으로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팀에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충성을 다해서 뛸 수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충성을 다하던 팀에 배신당한 선수의 심정… 대칸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감독인 저와 코치들은 충분히 찰리 선수를 배려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적응 기간이 필요한 것도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찰리 선수도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찰리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배려에 감사합니다. 저도 명색이 프로 선수입니다. 다른 팀으로 이적은 처음이라, 바로 변화하지는 못하더라도 빠르게 팀에 적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칸은 찰리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이 시간은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다음 훈련일.
웨스트 릴링 FC의 홈구장인 뉴레인 스타디움에는 새로운 유니폼을 입은 두 선수가 나타났다.
“이번 이적 시장에 우리 팀으로 이동한 두 선수다!”
김종일 수석 코치가 모여있는 선수들에게 한 말에 뒤따라 새로운 선수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사무엘 가드너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공격수가 주 포지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찰리 이스톤입니다. 블랙번 출신이며 미드필더 지역은 모두 소화가 가능합니다. 같은 팀으로 모두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짝짝짝!!
기존의 선수들은 환영의 박수를 쳤고, 그렇게 두 선수는 웨스트 릴링 FC에 합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