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 * *
1월 첫째 주, 제이콥이 떠나고 웨스트 릴링 FC의 본격적인 겨울 이적 시장이 시작되었다.
“레이첼 스카우트 팀장님, 어제 회의했었던 우리 팀 이적 방어 상황이 어떻게 됩니까?”
레이첼은 먼저 관련 자료를 읽었다.
“에드워드 선수에 대해서 무려 일곱 건의 이적 또는 임대 요청이 있었습니다.”
“다음.”
에드워드에 대해서는 이미 시즌 초에 본인과 보호자인 아담과 대화를 마친 상태라서 대칸의 재량으로 거절이 가능했다.
“대니얼 선수에 대한 이적 요청도 두 건이 있고요.”
“그것도 다음.”
대니얼도 이미 이적 관련해서는 프리미어 리그급의 팀이 아닌 이상 가지 않겠다고 대칸과 대화가 끝난 상태였다.
“라이언 선수에 대한 이적 요청이 세 건 있습니다.”
“챔피언십이상 팀이 있나요?”
“리그 2 소속 1팀과 리그 1 소속 2팀입니다.”
라이언도 어차피 다음 시즌 승격이 확실해 보이자, 챔피언십 이상의 팀이 아니라면 이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럼 다음.”
“아치 선수에 대해서…….”
“이적료가 얼마예요?”
“5억(37.5만 유로)입니다.”
“패스.”
아치를 비롯해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경우에 이적료가 낮으면 대칸의 재량으로 거절할 수가 있었다.
“칼슨 선수…….”
“무조건 패스.”
칼슨은 설명할 필요도 없는 절대 이적 불가 자원이었다.
모든 선수에 대한 이적이나 임대 요청은 모두 대칸의 선에서 거절하였다. 대칸은 낮은 이적료로 알짜배기 유망주인 팀의 선수들을 빼앗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여기까지인가요?”
“네.”
레이첼의 말에 대칸은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추가적으로 선수를 내보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음으로 앞으로 새롭게 영입할 후보 선수 리스트와 영입 전략 부탁드립니다.”
“네. 준비해 두었습니다.”
대칸의 말에 레이첼이 준비한 보고서를 대칸에게 제출하였다.
레이첼과 스카우트 팀이 준비한 보고서는 대칸이 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먼저, 새로 영입할 후보 선수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우리 웨스트 릴링 FC의 현재 팀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즌 23차전까지 치른 웨스트 릴링 FC는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팀명 / 승 / 무 / 패 / 골득실 / 승점
1. 웨스트 릴링 / 20 / 3 / 0 / +31 / 63
2. 링컨 시티 / 20 / 2 / 1 / +34 / 62
3. 베리 / 14 / 4 / 4 / +22 / 46
4. 튜포트 카운티 / 14 / 3 / 5 / +19 / 45
5. 프랜미어 로버스 / 13 / 3 / 7 / +23 / 42
6. 맨스필드 타운 / 13 / 1 / 8 / +25 / 40
비록, 링컨 시티와 승점 1점 차였지만… 리그 1위로 순항 중인 웨스트 릴링 FC였다. 아무래도 3위 이하 팀들이 처지고 있기 때문에 승격은 확실한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1위로 승격인지 2위로 승격인지였다.
“다음으로 선발 선수 라인업입니다.”
FW : 에드워드 바커(387/481)―라이언 힐(377/398)
AM : 딜런 덱스터(399/464)
MF : 샘 필립스(336/414)―알피 부시(364/445)
DM : 게리 워커(365/350)
LWB : 가론 아망스(338/420), RWB : 아치 바커스(372/389)
DF : 대니얼 보얀(378/400)―피터 존슨(349/382)
GK : 노아 본드(341/371)
선발 선수 라인업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없었다.
“포지션별 분석입니다.”
공격수.
공격수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주전 공격수인 에드워드(368/481)와 라이언(369/398)에게 큰 부상이 없었으며, 후보 선수인 도널드(340/381)도 교체 출장하여 간간이 골도 넣었다. 그리고 2군에서 성장하고 있는 라일리 이튼(304/421)도 컵 대회에 출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앙 미드필더.
미드필더도 충분히 괜찮은 상황이었다. 주전인 샘 필립스(328/414)와 알피 부시(356/445)는 간간이 부상에 시달리긴 했지만 스킬이 좋은 레오(309/312)와 가브리엘(310/325)의 백업이 튼튼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 자리는 백업인 제이콥이 이적했지만 주장인 게리(343/350)가 강철 체력을 자랑하며 든든하게 지켜주었으며, 2군에서 니키 로어(316/424)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어 급한 백업에 문제가 없었다.
윙백.
윙백 포지션도 수중전에 강한 가론 아망스(330/420)와 아치 바커스(364/389)가 거만한 그들의 성징만큼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슈퍼 백업인 칼슨(320/341)과 약팀 상대로 강한 가브리엘(310/325)까지 여유로운 선수 운용이 가능했다.
골키퍼.
주전인 노아 본드(333/371)의 노쇠화가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백업인 카펜터(314/333)와 올리버 버튼(310/396)이 있어서 선수 보상은 필요가 없었다.
“센터백은 약간 고민해야 포지션입니다.”
센터백은 주전인 대니얼(370/400)과 피터(341/382)가 든든했다. 하지만 후보인 루이(306/311)는 백업이 가능하긴 했지만 투입 시 팀의 수비진이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선수 영입이 필요한 포지션이 플레이 메이커… 공미 자리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플레이 메이킹을 담당하는 이 자리는 대칸의 전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리였고, 공수를 이어주는 핵심이었다. 이 자리는 현재 에드워드와 함께 팀의 에이스인 딜런(391/464)이 주전이었고, 플레잉 코치인 이삭(358/426)이 백업으로 굳혀진 상태였다. 문제는… 두 선수에게 모두 문제가 있다는 점이었다.
대칸이 레이첼의 발표를 듣고서는 말했다.
“딜런과 이삭 선수가 불안정하다는 거죠?”
“네.”
딜런은 빌어먹을 성질머리가 여전히 문제였다. 그는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못된 울컥하는 승질머리가 남아있었고… 그래서 거친 플레이로 간간이 당하는 퇴장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리고 이삭의 문제점은 역시나 체력이었다. 아무리 ‘노장의 투혼(N)’이라는 스킬로 인하여 기량 하락이 덜 되었다고는 하지만,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한 주에 1경기를 소화하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결과적으로 공미에 안정적인 세 번째 옵션인 선수가 영입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후보 센터백 선수를 영입해야 하고요.”
대칸은 레이첼의 보고서를 자세히 읽으면서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24차전.
웨스트 릴링 FC가 2:1로 앞서고 있는 후반전 20분.
“아씨!”
퍽!
지독한 전담 마크에 성질난 딜런이 자신도 모르게 팔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팔꿈치가 전담 마크 선수의 얼굴을 때려서 그는 그라운드에 뒹굴었다.
삑!
다급히 선수들이 몰려들었고, 심판도 뛰어왔다. 흥분한 선수들이 욕설을 주고받았지만 다행히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심판의 주머니에서는 카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퇴장!”
심판은 우선 단호하게 딜런에게 퇴장을 명령하였고, 딜런은 짜증 나는 표정으로 퇴장을 당하였다.
“하…….”
벤치에서는 제이든이 무표정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코치님… 이번에는 정말로 저 녀석이…….”
딜런이 변명을 하려 했지만…….
“내일 여섯 시까지 경기장으로 나와라. 다시 정신 무장을 위한 훈련이다!”
하지만 제이든에게 용서란 없었다.
“하…….”
딜런은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가 경기장 밖으로 나갈 때, 대칸은 다급하게 이삭을 찾았다.
“이삭… 부탁할게요.”
“하… 네… 그러죠.”
이삭은 예상했다는 듯이 딜런이 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체 투입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교체 투입된 이삭이 많은 경험을 기반으로 능숙하게 팀의 선수 숫자가 적음에도 훌륭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하였다.
문제는 다음 경기였다. 이삭이 선발로 나가기는 하겠지만 후반전이 시작되면 체력이 고갈되어 다른 선수로 교체해 줘야 했는데… 교체할 선수가 없었다. 아마 다른 진형과 전술로 커버해야 할 상황이었다.
딜런이 이번 시즌 네 번째 퇴장에 경고 누적, 출장 금지가 두 번… 그리고 이삭의 부족한 체력…….
레이첼의 보고서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언제 딜런이나 이삭이 부상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플레이 메이킹이 가능한 세 번째 선수를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무조건 영입하겠다고 대칸은 마음먹었다.
경기를 마친 다음 날.
“레이첼 스카우트 팀장님! 오전에 회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칸의 말에 레이첼은 한숨을 쉬면서도 회의를 준비하였고, 영입 선수를 검토하는 미팅이 시작되었다.
“겨울 이적 시장에 우리가 영입할 수 있는 플레이 메이커 선수가 필요합니다. 다들 조사한 내용 발표 부탁드립니다.”
대칸의 말에 레이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우선 사무엘 가드너 선수를 추천합니다.”
사무엘 가드너(31살, 미드필더, 362/379)
기술 120/125, 정신 141/148, 신체 101/106
스킬 : 후반 집중(R), 설명 : 전후반 종료 5분 전, 기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사무엘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영입을 고려했던 선수로 높은 이적료와 주급 때문에 영입을 포기했던 선수였다.
대칸도 이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레이첼에게 되물었다.
“이적료와 주급 문제가 있지 않았던가요? 우리가 겨울 이적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8억(60만 유로) 정도입니다.”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즌 시작 전과 상황이 다릅니다. 사무엘 선수가 소속된 포트 베일 FC는 현재 하위권에 있으며 강등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만약 포트 베일이 강등된다면 계약에 따라 사무엘 선수를 자유계약으로 풀어주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흠…….”
“제가 문의한 결과, 이적료 7억(52.5만 유로)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수 주급은?”
“아무래도 사무엘 선수가 승격이 유력한 우리 팀으로 이적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주급 계약도 무난한 선에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레이첼의 철저한 준비! 아무래도 전반기에 아쉬웠던 선수라 관련하여 정보를 많이 수집한 모양이었다.
대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았고, 역시나 항상 필요할 때 좋은 정보를 가져다주는 노스카우트인 제이크가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허, 아무래도 팀장님께서 많이 준비하신 것 같은데…….”
“그래도 제이크 씨가 알아온 선수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대칸의 말에 제이크는 자신의 낡은 수첩을 꺼내서는 읽기 시작했다.
“제가 알아온 선수는 리그 1 소속인 블랙번 FC에서 이적 명단에 올라와 있는 찰리 이스톤 선수입니다.”
찰리 이스톤(33살, 미드필더, 364/412)
기술 131/145, 정신 139/152, 신체 94/115)
스킬 : 홈구장 체질(R), 설명 : 홈경기에서 신체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이 선수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홈경기에 유독 강하다는 점입니다. 노쇠화로 인하여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서 이적 명단에 들어갔지만 아직 쓸 만한 선수입니다.”
와… 역시 많은 팀들의 수많은 선수들 중에서 팀에 딱 필요한 레벨의 선수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제이크였다.
“이적료는 얼마나 되나요?”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지인을 통해서 물어보았더니… 대략 5억(37.5만 유로) 정도로 블랙번 운영진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급은?”
대칸의 질문에 제이크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받고 있는 주급이 우리 팀의 에이스 수준입니다. 하부 리그로 이적하는데… 더 많은 주급을 원하지는 않겠지요.”
역시나 주급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대칸은 두 선수를 보고서 잠시 고민하다가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뭐, 두 선수 다 좋습니다. 둘 다 일단 영입 관련 오퍼를 한번 보내보시죠.”
“네.”
레이첼은 대칸의 지시대로 적절한 이적 금액을 산정하여 아담에게 보고한 다음 오퍼를 보냈다.
4일 뒤.
“대칸 감독님.”
“네, 단장님.”
아담 단장이 대칸을 불렀다. 그리고 대칸은 아담의 단장실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전에 감독님께서 알아보신 선수 기억하시나요?”
“사무엘 선수와 찰리 선수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 두 선수가 소속된 구단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칸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라고 답하던가요?”
“그게… 두 구단이 모두 이적 조건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네?”
시즌 시작 전에는 그렇게 구하기 힘들었던… 영국 축구계에서 비싼 몸값을 자랑하던 플레이 메이킹이 가능한 홈그로운 선수 두 명이 동시에 대칸의 손에 선택되는 운명에 떨어졌다.